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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렌드

러시아 2세대 신흥재벌 - Summa Group

러시아ㆍ유라시아 일반 오영일 - - 2012/12/03

 2000년대 중반 이후 급등한 국제 원자재 가격을 등에 업고 러시아 경제는 1991년 구소련 해체 이후 겪고 있던 기나긴 경제 혼란의 시기를 마감하였다. 이후 국내 정치뿐 아니라 대외경제 환경도 많은 개선을 하였다. 국가 신용 등급도 투자 적격 수준이고, 미국과 유럽연합으로부터 일찌감치 '시장 경제국 지위(Market Economy Status)'도 받았다.

 하지만 그 중 유독 개선이 더딘 분야가 바로 부정부패 분야가 아닌가 생각된다. 러시아의 부정부패를 얘기할 때 상징적으로 떠오르는 특징 중 하나는 정경유착이 아닌가 싶다. 옐친 전 대통령 시절 국영기업 민영화 과정에서 엄청난 부를 축적하며 러시아 경제의 중심에 우뚝 선 러시아 재벌 세력 '올리가르히'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정치 세력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며 석유, 가스, 금융, 언론, 자동차 등 핵심 분야를 차지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후 2000년 푸틴 대통령이 집권하며 기존 올리가르히에 대한 정치적 '손보기'가 이루어졌다. 최대 석유 기업 Yukos사를 공중분해 시키며 회장 호도로프스키를 구속시킨 사건은 서방 언론의 관심을 집중시키며 러시아 비즈니스 환경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옐친 전 대통령 당시 권력을 누렸던 많은 올리가르히 총수들은 당시 푸틴 대통령과의 갈등을 견디지 못하고 해외로 나가 아직도 고국에 들어가지 못하는 신세가 되기도 하였고, 아브라모비치 같이 러시아 국내 사업은 거의 손을 떼고 영국 EPL 리그 첼시 구단을 사들여 축구에만 전념하는 케이스도 생겼다.

 이런 사건들을 보면 러시아 재벌 세력들과 정치권과의 유착이 약해지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실제 꼭 그렇지만은 않다. 한 마디로 말해 '선수'들이 바뀌고 세부적인 룰이 바뀌었을 뿐 그들 간의 '역할 놀이(Role Play)'는 여전히 계속되는 것으로 보인다. 쑤마 그룹(Summa Group)이 그러한 대표적 '2세대' 신흥 재벌이 아닌가 보여 진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 측근과 긴밀한 관계인 쑤마 그룹 은 에너지 운송 등을 주로 하는 업체였는데 최근 몇 년 사이 러시아 핵심 상업항인 노보로시스크 항구 지분 50%, 러시아 최대 곡물 유통회사 연합곡물 지분 49%를 비롯해 주요 공기업들의 지분을 사들이며 단기간에 차세대 올리가르히로 부상하였다. 한 마디로 쑤마 그룹은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 시절 급성장을 하고 푸틴 현 대통령과의 궁합도 적당히 맞아 떨어져 최근 세간의 관심을 받는 그런 기업이다.

 1세대 신흥 재벌들이 1990년대 초중반 옐친 전 대통령 시절 국영기업 민영화 과정을 통해 '손 안대고 코 푼' 케이스라면, 쑤마 그룹과 같은 2세대 신흥 재벌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30% 이상 주가가 급락한 상태에서 정부의 정책적 결정을 등에 업고 '헐 값 인수'에 성공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제대로 해석하려면 시장개방, 국영기업 민영화 정책에 대한 러시아 정치권 내의 힘겨루기 관계를 조금 이해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 정치인들 사이에는 시장 개방을 원하는 세력과 그렇지 않은 세력 간의 힘겨루기가 팽팽하다. 시장개방을 주장하는 대표적 인물은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현 총리)이고, 시장개방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대표적 인물은 슈발로프 현 수석부총리, 세친 전 총리 등이다. 한창 호황일 당시에 비해 주요 국영기업의 주가가 30% 이상 빠진 이 상황에서 굳이 서둘러가며 민영화를 할 필요가 있냐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푸틴 현 대통령은 과거에는 국가주의를 주장하며 민영화에 다소 소극적 입장이었으나, 최근 민영화 등 시장 개방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다소 중립적이라고 볼 수 있다.

 어쨌든 마고메도프 쑤마 그룹 회장은 메드베데프 총리의 총애를 받으며 급성장한 2세대 올리가르히라고 볼 수 있는데, 한국 기업 입장에서 마고메도프 회장에 대해서도 한 번쯤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보여 진다. 러시아는 올 9월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톡에서 APEC을 개최했는데, 이번 행사는 극동 개발에 대한 러시아 중앙정부 차원의 강력한 의지를 표현한 매우 의미 있는 행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 마고메도프 쑤마 그룹 회장을 APEC 비즈니스 분과 위원장(Chairman of APEC Business Advisory Council)으로 임명하며 나름대로 적지 않은 역할을 맡겼다는 것이다. 실제 마고메도프 회장은 2010년 KRD(Korea-Russia Dilaog)을 통해 러시아 기업대표단과 함께 한국을 방문하였고, 쑤마 그룹의 자회사 쑤마 캐피탈은 LG하우시스와 러시아의 실리콘 밸리로 육성될 스콜코보 산업단지 건설에 대한 MOU 체결을 하는 등 아태 지역 국가들과의 협력에 앞장서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마고메도프 회장은 APEC 행사가 끝난 지금도 2013년 APEC 비즈니스 분과 공동위원장(Chairman of APEC Business Advisory Council)으로 임명이 된 상태이기 때문에 한국 기업과의 관계가 활발해질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보여 진다.

 그간 러시아 1세대 올리가르히들이 아태 지역에 관심을 둔 사례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대표적 2세대 올리가르히 중 하나인 쑤마 그룹은 한국 등과의 협력에 적어도 약간은 관심을 보이는 듯하다. 어쩌면 이런 것도 잘만 활용하면 또 하나의 대러시아 비즈니스 활로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경제민주화 등 국내 재벌 개혁에 대한 애기가 대선 주요 논쟁거리로 다뤄지는 지금 러시아의 대표적 정경유착 기업들과의 협력 가능성을 마치 '호재'인 양 언급하는 게 다소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말이다.

 

오영일


포스코경영연구소 글로벌연구실 수석연구위원
박사 러시아 국립경영대학교 경제학
석사 고려대학교 대학원 러시아지역학
학사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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