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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브라질에서의 기업 인수와 합병

브라질 조희문 한국외국어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2009/09/12

브라질이 배출한 역대 대통령 중 국민의 지지도가 가장 높은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안고 있는 룰라대통령이 집권2기를 맞아 경제안정과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필자가 브라질에 있었던 지난 20년간을 뒤돌아볼 때 지금처럼 브라질이 국제사회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 적이 없었다. 그만큼 브라질의 모든 경제지표는 지금 푸른 신호등이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수년간 브라질에 유입되는 외자 또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브라질은 중국이 세계경제에 등장하기 이전에는 개도국 중 외국인 투자 유치액이 항상 최고를 기록하여왔었다. 이후 중국에 바통을 넘겨주고 주춤하여 왔으나 내수시장이 늘어나고 세계의 식량∙에너지∙광산기지로서 그 진가를 발휘하면서 다시 세계투자가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 2006년 187억불에 달하던 외국인투자액은 작년에 370억으로 껑충 뛰었다. 


변호사의 입장에서 경기호황을 진단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인수 합병의 규모와 숫자를 세는 것이 있다. 보통 경기가 좋은 해는 연초부터 기업들의 인수∙합병 의뢰가 늘어나고 그 규모도 증가한다. 규모가 큰 로펌의 경우에는 증가하는 일감을 고려하여 해당분야 변호사의 수급을 조절하는데 최근 몇 년간 인수∙합병 시장이 증가하여 로펌들의 변호사채용도 크게 늘어났다. 브라질 상위 10위권 로펌의 경우 지난 2005년부터 인수.합병 시장의 증가로 대략 15-20% 가량 변호사를 매년 충원해 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90년대부터 브라질의 인수.합병시장을 꾸준하게 조사하고 있는 KPMG의 통계에 따르면 2007년에만 701건의 인수.합병이 성사되어 전년도에 비해 48% 증가라는 기록을 세웠고 거래 액도 754억헤알(약 444억불)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었다.


브라질 기업을 인수하려는 기업들은 국내외 기업을 가리지 않는데 특히, 외국의 투자펀드와 다국적 기업들이 눈에 띈다. 인수기업들이 관심 있어하는 업종은 부동산, 유통, 서비스, 창고업, 통신, 기계, 화학, 항만, 도로, 제철, 광산, 농축업, 가스, 전기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있으며 그 규모도 중∙대형기업에 집중되어 있으며 보통 거래 액도 1억헤알(약 5900만불)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브라질에서 불고 있는 이러한 기업인수∙합병으로 조성되고 있는 법률시장의 규모는 지난 90년대 공기업민영화 시절에 버금가는 것이다. 그러나 90년대의 붐이 정부정책의 일환으로 형성되었던 시장이라고 한다면 이번은 브라질 경제의 안정과 성장기대에서 자발적으로 조성된 것이라는데 차이가 있다. 현재, 국제금융시장의 남아도는 유동성, 최근 몇 년간 지속되고 있는 IPOs를 통해 기업들이 유동성을 확보하여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고 있는 점도 기업인수∙합병의 붐을 설명할 수 있다.


그 동안 브라질기업은 고금리와 인플레 등으로 신규사업발굴 및 사업확장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었다. 그러나 룰라집권이래 경제가 안정과 성장의 탄력을 받으면서 기업들은 장기투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로펌과 회계 및 자문회사들은 성장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을 발굴하여 이들에게 국내외 자본의 유치와 IPOs를 통한 자금조달에 대해 설명하고 적당한 투자가를 소개해주는 일도 마다 않고 있다. 브라질기업들의 상당수가 아직 저평가되어 있어 외국투자가들에게는 큰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브라질기업들은 기업인수∙합병을 통해 기업경영의 투명성이 더 높아지고 사업의 전문화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특히 산업분야별로는 기업집중 현상이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기업의 인수와 합병이 필자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브라질의 태생적 강점인 곡물.에너지.천연자원 분야에서 이러한 기업인수가 빈번히 일어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브라질투자는 대부분 브라질의 소비시장을 겨냥하여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단독투자의 형태로 브라질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투자는 IT분야 제조업종과 같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생산.판매를 하는 업종에는 타당성이 있으나 다른 산업분야에서는 브라질 업체의 인수나 합자투자 등을 검토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브라질 바이오 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진출은 현지업체의 인수나 합병 등을 통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보통 2가지 형태의 투자방식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나는 외국기업이 현지업체의 지분매입 또는 합작투자를 통해 진출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단독투자 하는 경우이다. 그러나 단독투자의 경우도 현지의 전문인력 팀을 통째로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현지업체 인수의 변형으로 볼 수 있다. 현지에 인수 또는 합작할 만한 적당한 업체를 찾지 못하는 경우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최근 브라질 투자를 검토하는 한국기업들이 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기업들은 처음부터 단독투자만을 고집한다. 가장 큰 이유는 브라질기업과의 합작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브라질을 잘 알지 못하고 법률제도나 기업경영방식에 큰 차이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험으로 상당부분은 맞는다고 본다. 특히, IT분야에서는 브라질 파트너의 역할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이런 경우에 경영권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 경우 파트너간에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파트너의 역할분담이 명확하지 않거나 그 역할이 단기로 끝날 가능성이 많은 경우는 경영권을 확실하게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직까지 브라질에는 저가에 인수할 수 있는 기업들이 많다. 부실기업이라는 말이 아니라 가족기업이 많은 탓에 외부투자가를 받아들이지 않는 전통에 따라 저평가된 기업들을 말한다. 투자업체의 입장에서 좋은 기업을 인수 또는 자본 참여하여 IPOs하는 것도 좋은 투자기회가 될 것이다. 통상 말하는 부실기업의 경우는 주정부가 투자한 공공기업에 많이 있다. 이러한 공공기업은 원래 투자목적이나 사업분야가 정해져 있으나 방만한 운영으로 부실기업화 된 경우가 태반이다. 투자기업이 원하는 사업분야에 이러한 공공기업이 있는 경우는 낮은 투자금으로 브라질시장을 진출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다. 브라질에 대한 투자가 결정되면 진출방식에 대해 좀 더 다양한 각도에서 판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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