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오피니언
룰라와 브라질 국부펀드
브라질 조희문 한국외국어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2009/09/12
최근 국제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는 자원부국들이 국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 SWF; fundo soberano)의 조성에 나서고 있다. 조성목적은 2가지. 국내 물가조절이나 통화가치의 상승을 막는 수단으로 사용하거나 해외투자를 통해 잉여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지난 1953년 쿠웨이트가 국부펀드를 선보인 이래 아랍에미레이트, 노르웨이, 중국, 싱가포르, 쿠웨이트 등 지금까지 35개 국가에서 총 46개의 국부펀드가 운영되고 있다. 이들 국부펀드를 조성한 국가들은 대부분 석유수출국가로서 무역흑자국들이다. 국부펀드를 조성하는 목적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으나 석유수출국들은 예외없이 투자수익을 목적으로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브릭스 국가들도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기반으로 국부펀드조성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1조3천억불, 러시아 4160억불, 인도 2300억불, 브라질은 2000억불의 외환보유고를 기록하고 있다.
룰라정부도 외환보유고가 늘어나면서 국부펀드의 조성을 심각하게 고려하여왔다. 특히, 룰라대통령은 경제적인 목적 외에도 브라질이 국부펀드를 조성하면 정치ㆍ외교적으로도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을 했는데, 국내외적으로 국가이미지 개선에 동력원이 될 거라는 판단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브라질 국부펀드는 처음부터 정부 내에서조차 내내 논란을 일으키며 조성계획이 수차례 바뀌었다. 무엇보다 중앙은행이 국부펀드의 조성에 반대를 해왔었으나 최근 중앙은행은 국부펀드의 용도를 재정안정용으로만 사용된다면 펀드조성에 찬성하겠다는 입장으로 전환했다.
브라질 정부가 생각하는 국부펀드의 규모는 총3000억 달라 수준이다. 그러나 초기에는 국내총생산(GDP)의 0.5% 수준(142억헤알, 약 86억달러)으로 출범해 주로 인플레이션 억제나 환율방어 목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생각이다. 국부펀드의 조성을 총지휘하고 있는 귀도 만떼가 재무부장관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브라질이 지금과 같이 대내외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갖은 적은 없었고 경제펀더먼털도 튼튼하다. 최근 대형유전과 천연가스가 발견되어 앞으로 석유수출국으로 전환될 것이며 투자적격국으로 국가신인도가 상승되었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많은 달러가 유입될 것이다. 과도한 달라의 유입은 헤알의 가치상승을 부추기는 주요요인이 되고 이에 따라 무역수지가 더 악화될 수 있다. 따라서 국부펀드는 환매입을 통한 헤알의 가치안정, 재정안정 및 물가조절에 사용될 수 있으며 브라질 기업들의 국제화를 지원하는 금융자금이나 수출신용등의 지원자금 등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부펀드설립에 반대하는 입장의 의견도 만만치 않다. 특히, 과거 헤알플랜(Plano Real)을 만들었던 경제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브라질국부펀드의 설립에 비판적이다. 이들의 비판은 다음으로 요약된다. 정부가 외환보유고로 국부펀드를 조성하여 브라질기업의 대외진출을 지원하겠다는 생각은 좋으나 문제는 그만한 여유자금이 없다는 것이다. 올 해만 하더라도 명목재정적자(deficit fiscal nominal - 공공부채의 이자지급을 포함하는 경우)가 국내총생산(GDP)의 2%선을 예상하고 있는데 기초재정수지흑자(superávit primário - 이자지급을 포함하지 않는 재정수지)는 환상이라는 것이다. 즉, 명목적자(deficit nominal)가 엄연히 존재하는데 수익이 확실치도 않은 국부펀드에 투자하기 위해 더 많은 기채를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전 중앙은행장이었던 구스따보 프랑꼬(Gustavo Franco)나 전 재무부장관이었던 뻬드로 말란(Pedro Malan)도 브라질이 명목재정과 대외계정이 흑자구조가 되지 않는 한 국부펀드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룰라대통령은 정부내외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초 전격적으로 국부펀드조성에 관한 정부발의 법안을 연방의회에 제출했다. 그 이유는 국부펀드의 재원조달이 올해처럼 좋은 기회는 룰라임기 내에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룰라정부는 올 해 조세수익이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올 해 기초재정수지흑자(superávit primário)를 조금 더 높게 잡아 그 증가분과 공공지출 삭감액을 국부펀드의 조성기금으로 사용하려고 한다. 브라질국부펀드(FSB - Fundo de Soberano Brasileiro)의 재원조성은 국내총생산의 0.5% 수준으로 142억헤알이며 세수익증대와 지출삭감을 통해 조성될 예정이다.
국부펀드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 연방의회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겠지만 브라질의 자부심을 갖고 국제사회에서 당당하게 행보하고 있는 룰라의 용기와 결단이 놀라울 뿐이다. 룰라는 “브라질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것은 바로 브라질 사람”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국민에게 브라질 인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생활할 것을 당부해왔다. 그래서 때로는 과장되기도 하지만 국민이 브라질에 대해 애착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하려고 노력해왔다. 브라질국부펀드의 조성도 경제적인 가치를 떠나 브라질국민에게 국제사회에서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갖도록 하는 심리적인 가치도 상당히 고려했을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계최대의 외채국가가 순흑자국으로 돌아서서 세계의 큰손으로 행세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한 반전이 어디 있겠는가. 룰라라면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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