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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룰라의 인기비결

브라질 조희문 한국외국어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2009/09/12

브라질 최고의 인기대통령 룰라


지난 9월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룰라대통령의 인기는 2003년 집권한 이래 최대이다. 조사기관인 Datafolha는 응답자의 64%가 룰라정부가 잘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룰라정부는 집권기간 중 지지기반인 서민층의 소득증대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 룰라에 비판적인 고학력층의 지지도도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이러한 룰라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지난 1985년 군사독재이후 민간정부 중 최대의 수치이다.


대통령 룰라와 그의 정부에 대한 연구는 그가 퇴임한 후 본격적으로 시작되겠지만 지금 필자가 생각하는 룰라인기의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룰라는 서민이 공감하는 카리스마가 있다. 그는 노조지도자에서 노동자당의 당수, 그리고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리더십을 갖고 있는데, 특히 서민과 쉽게 소통이 가능한 대화기술이 있다. 하고 싶은 말을 쉽게 국민에게 전달하는 능력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선거 때 보여준 배짱과 솔직한 화법을 연상하면 된다. 룰라는 정치적 동지나 적을 막론하고 대화를 하고 설득하는 능력이 있다. 소통을 기반으로 한 카리스마가 그의 가장 큰 재산이다.


둘째, 룰라는 행동하는 정치인이다. 말하는 것을 행동하되 유권자를 즐겁게 하는 기술이 있다. 룰라가 지원하는 서민생활지원정책의 혜택을 받고 있는 가정이 무려 11백만 가구나 된다. 이를 두고 야당에서는 정부가 돈으로 유권자를 매수하고 있다는 비난에 대해 룰라는 ‘공부도 먹어야 할 수 있다’고 일축했다. 빈부차가 큰 브라질 사회에서 룰라의 이 한마디는 극빈층 서민에게는 속이 후련해지는 소화제인 것이다.


셋째, 룰라는 국민을 즐겁게 하는 정치반전의 도사이다. 브라질은 과거에 식민통치를 통해 기득권층은 법의 저촉을 받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다. 알게 모르게 브라질 사람들의 생활습성에 법에 대한 이중적 인식이 심어져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인ㆍ법조인ㆍ기업인 등은 법위에 있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한다. 그런데 룰라는 집권기간 중에 연방경찰과 검찰을 통해 다양한 기획수사를 해오고 있다. 법망을 피할 것이라 생각하는 유명 정치인ㆍ법조인ㆍ기업인들의 탈법행위를 찾아내어 법원앞에 세워오고 있다. 이러한 특권층에 대한 철저한 수사는 법은 성역이 없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서서히 인식시켜주고 있다.


이러한 룰라의 대중적 인기원인을 일부 정치학자들은 ‘비이성적 카리스마’에 두기도 한다. 국민의 룰라에 대한 기대가 비이성적이라는 것이다. 사실, 대통령에 대한 인기가 반드시 좋은 정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사르네이 대통령의 집권초기에도 민간정부에 대한 기대감으로 높은 지지도를 이끌어 내었으나 경제실책으로 지지도는 급락했다. 민선1기였던 꼴로르 대통령도 집권초기에는 높은 지지도를 이끌어내었으나 경제실책으로 중도하차했다. 반면, 후임이었던 이따마르 프랑꼬 대통령은 경제안정화정책인 헤알플랜을 수립하여 경제안정화의 길을 터주었으나 그의 인기는 아주 낮았었다. 경제안정화, 민영화, 건전재정의 달성등을 통해 브라질 경제발전의 초석을 다진 까르도조 대통령도 경제기여도에 비해서는 임기말년의 인기는 그리 좋지 않았다.


실상 룰라대통령이 아직까지 치적으로 내세울만한 경제정책은 아직까지 눈에 띄지 않는다. 이전 까르도조 정부가 정리한 집에 들어와서 같은 정책으로 더 허리띠를 졸라맨 것뿐이다. 좋은 내치자인 것이다. 정책적으로만 본다면 룰라는 이전 정부가 성공하지 못했던 조세개혁, 정치개혁, 교육개혁을 완수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 이러한 기억에 남을 만한 정책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 현재, 브라질에서 기억되는 대통령으로 3명이 손꼽히며 각각 나름대로의 치적이 있다. 제뚤리오 바르가스의 노동자 보호론, 주셀리노 꾸비체끄의 경제개발론, 까르도조 대통령의 경제개혁론 등이다. 과연 룰라대통령은 어떤 정책으로 브라질 정치사에 기억될 것일까?


현재까지는 세계경기의 호황에 따른 수출증대와 대체에너지개발과 석유자원의 발견 등으로 대내외적인 여건이 룰라정부에게 호재로 작용해 왔다. 이제 미국에서 시작한 세계경제의 침체상황을 룰라정부가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지, 룰라의 인기는 계속 유지될 것인지 앞으로가 더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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