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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러시아 갑부들의 굴욕과 중산층 붕괴 위기

러시아 변현섭 롯데경제연구소 해외경제팀 수석연구원 2009/09/12

평균 나이 47.5세, 평균 자산 규모 14.2억 달러. 이것은 포브스(Forbes) 러시아판이 4월 중순 발표한 러시아 100대 부자들의 자화상이다. 이중 32명은 포브스가 3월 중순 발표한 793명의 세계 억만장자(the World’s Billionaires) 명단에 들기도 했다. 이들 32명의 평균 나이는 48.7세, 평균 자산 규모는 31.9억 달러다. 그러나 ‘갑부의 나라’로 각인되었던 러시아의 억만장자들이 원자재가격 하락, 주가 하락, 부동산 시장 침체 등 글로벌 경제 위기의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지난해 억만장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87명 중 55명이 탈락했고 세계의 도시별로는 74명의 억만장자를 배출해 ‘최고의 억만장자 도시’라는 칭호를 받았던 모스크바는 올해 10억 달러 이상의 부자가 27명에 그쳐 뉴욕(55명)에 그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지난해 러시아 최고 갑부(251억 달러)로 선정되었던 올렉 데리파스카(Oleg Deripaska, 투자회사 Basic Element 회장)는 자산이 35억 달러로 급감하면서 올해 10위로 밀려났다. 또한 최근 그가 운영하던 시멘트 및 알루미늄 공장의 임금체불과 관련하여 푸틴 총리로부터 ‘바퀴벌레’에 비유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올해 러시아 최고 갑부로 선정된 미하일 프로호로프(Mikhail Prokhorov, Onexim 그룹 회장)은 지난해 5위에서 1위로 올라섰지만 자산은 226억 달러에서 95억 달러로 약 58%나 감소하였다. 로만 아브라모비치(투자회사 Millhouse 소유주)와 바기트 알렉페로프(석유회사 루코일 회장)는 각각 지난해 3위에서 2위로, 9위에서 3위로 상승하였으나 자산은 각각 243억 달러에서 85억 달러로, 143억 달러에서 78억 달러로 감소하였다. 또한 여성 중에서 유일하게 러시아 100대 부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옐레나 바투리나는 지난해 42억 달러에서 9억 달러로 자산이 감소하면서 포브스의 10억 달러 이상 부자 명단에서는 제외되었다. 그녀는 건설, 부동산 개발 및 석유화학 사업을 하는 Inteko의 회장이면서 유리 루쉬코프 모스크바 시장의 부인으로서 권력의 비호로 승승장구했지만 글로벌 경제 위기는 피해가지 못했다.


한편, 투자은행 메릴린치(Merrill Lynch)와 컨설팅사 캡제미니(Capgemini)가 6월말 발표한 ‘세계 부(富) 보고서’(World Wealth Report)에 따르면, 2008년 러시아의 백만장자(자산 100만 달러~3,000만 달러에 달하는 부자)는 97,100명으로 2007년의 135,700명보다 28.5% 감소하였다.

 

이렇게 러시아의 억만 장자들 대부분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산하락과 자신들이 소유한 기업이 유동성 부족과 부채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갑부들의 굴욕보다는 경제위기로 인한 중산층의 붕괴가 더 큰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6월말 세계은행은 ‘러시아 경제 보고서’(Russian Economic Report No. 19)에서 09년 러시아 경제 성장률을 -7.9% 하향 조정하면서 빈곤층 증가 및 중산층 감소 문제를 우려했다. 세계은행은 큰 폭의 경제 성장률 하락으로 인해 09년 러시아의 빈곤층 인구는 08년 위기 전 대비 745만 명이 증가한 2,46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17.4%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3월 전망치보다 275만 명 증가한 것이며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08년 위기 전 보다 5.3% 포인트 증가한 수치이다. 또한 러시아 중산층은 약 10% (약 620만 명) 감소하여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위기 전 55.6%에서 51.2%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었다.


최근 푸틴 총리는 레닌그라드주 피카료보시의 파업 현장을 찾아 재벌의 무책임감을 지적하면서 즉석에서 임금체불 해소 및 공장 재가동에 서명하게 했고 슈퍼마켓 체인점 페레크료스톡을 찾아 매장 책임자로부터 현장에서 상품 가격 인하 약속을 받아 내는 등 서민의 생계와 관련된 실업과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 주었다.


현재 러시아는 경제위기로 실업자 급증, 가계 소득 감소 등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이 크게 증가하고 있고 위기 이후 계층간, 소득간 양극화가 가속화할 가능이 크다. 정부의 사회적 안정망 확충과 대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이 어느 때 보다 크게 필요할 시기이다. 이것이 최근 푸틴 총리의 서민적 행보가 눈길을 끄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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