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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4년 러시아 경제

러시아 이종문 부산외국어대학교 러시아인도통상학부 교수 2012/11/02

   2008년 9월 미국계 투자은행인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 및 경제위기가 발생한지 만 4년이 흘렀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러시아 경제는 2009년 마이너스 7.8%라는 혹독한 경기침체를 겪는 등 험난한 진흙탕 길을 힘겹게 헤쳐 나가는 머들링 스루(muddling through)과정에 있다. 지난 4년간 러시아 경제가 받아든 경제성적표를 금융부문과 실물부문을 중심으로 평가해 보면 다음과 같다. 

   금융경제 부문은 정부가 외국에서 발행하는 외화표시채권에 대한 부도보험료를 나타내는 국채 CDS(credit default swap) 프리미엄, 자본시장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선행지표인 주가지수, 통화의 대외가치를 나타내는 환율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금융부문 주요 경제지표 추이 (2008-2012)
 

 

 
2008
2009
2010
2011
2012
CDS프리미엄
(bp). (. )
96.0
(07.30)
131.2
(08.30)
1116.7
(10.24)
745.0
(12.30)
486.7
(12.31)
146.5
(12.31)
278.4
(12.31)
151.0
(09.29)
RTS Index
(. )
2487.9
(05.19)
1646.1
(08.29)
1211.8
(09.30)
631.9
(12.31)
498.2
(01.23)
1770.3
(12.31)
1381.9
(12.30)
1475.7
(09.29)
환율(루블/$)
(. )
23.45
(07.31)
24.58
(08.30)
25.25
(09.30)
29.38
(12.31)
36.43
(02.19)
30.48
(12.31)
32.20
(12.31)
30.92
(09.29)

 

 

자료 : 러시아 중앙은행, RTS/MICEX

 

   먼저 5년 만기 러시아 국채에 대한 CDS프리미엄은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8월에는 100~130bp에서 안정세를 유지하였으나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2008년 10월 24일에는 1,117bp까지 치솟았다. 이는 러시아 외화표시채권의 부도리스크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격히 고조되었음을 보여준다. 그 후 CDS 프리미엄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2012년 9월 말에는 140~150bp 밴드 내에서 움직이며 금융위기 이전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2008년 말부터 2009년 초에는 유가하락과 루블화 엑소더스 우려, 국가신용등급 하향 등으로 자본의 해외이탈이 가속화되면서 러시아 경제의 불확실성 위험이 고조되기도 하였으나 글로벌 경기회복과 금융안정화를 위한 서방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공조의 강화와 러시아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및 금융정책에 힘입어 러시아 경제 회복세가 두드러지며 부도리스크가 축소되었다. 주가지수는 금융위기 이후 가장 극심한 변동성을 보여준 지표다. 러시아 주식시장의 바로미터(barometer)인 RTS Index는 러시아 경제가 호황의 절정을 구가하던 2008년 5월 19일 2,488포인트를 기록하며 역사상 최고점을 찍기도 하였다. 그러나 유가 상승세가 꺾이고 그루지야와의 전쟁이 발발하고, 외국자본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주가지수는 하락세로 전환하였고 위기 직전인 8월에는 1,600~1,800포인트 수준에서 횡보를 거듭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이후 4개월 만인 2009년 1월 23일에는 498.2포인트까지 급락하며 2003년 8월 수준으로까지 후퇴하였다. RTS Index는 2009년 중반부터 본격적 회복세로 전환된 후 2011년 4월에는 2,100선을 돌파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2012년 들어 유로존에서의 재정위기 심화, 중국경제의 성장둔화와 경착륙 가능성, 미국의 경기회복 지연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글로벌 경기의 장기침체 가능성이 제기되었고 이에 영향을 받아 2012년 9월 말에는 1475.7 포인트로 하락하며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달러화 대비 루블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루블-달러 환율은 모스크바은행간 외환거래소(MICEX)에서 2009년 2월 중순에는 한때 36.4루블까지 치솟기도 했으나 2009년 10월에는 30루블 이하로 까지 떨어진 후 2012년 9월에는 30루블 대에서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8월의 24루블 대와 비교해 그 가치가 25% 하락한 상태다. 환율시장이 큰 요동을 치면서도 신속히 안정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러시아 정부가 외환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2009년 초반에서 중반까지 무려 2,000억 달러가 넘는 외환을 방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외환시장 안정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확고한 의지 표명이 외환시장 참여자들에게 긍정적 시그널로 작용했다. CDS프리미엄, 주가지수, 환율 등의 측면에서 러시아 금융경제를 평가할 경우 위기 상황에서는 벗어난 것으로 보이나 아직까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실물부문 주요 경제지표 추이 (2008-2012)

 

 

 
2008
2009
2010
2011
2012
 
2/4분기
3/4분기
4/4분기
연간
연간/
연간/
연간/
1-9
GDP 증가율(%)
7.9
6.4
-1.3
5.2
-7.8
4.3
4.3
4.0
외환보유액($)
5,690
5,568
4,263
4,263
4,395
4,794
4,986
5,299
무역수지($)
512
539
247
1,797
1,116
1,520
1,982
1,504
- 수출($)
1,267
1,368
980
4,716
3,034
4,006
5,220
3,913
산업생산
5.6
4.7
-6.1
2.1
-9.3
8.2
4.7
2.9
재정수지
(GDP대비. %)
7.9
9.2
-8.1
4.1
-5.9
-4.1
0.8
1.4

 

자료 : 러시아 통계청, 재무부
 

   실물부문의 경우 국내총생산(GDP)증가율, 외환보유고, 무역수지, 산업생산, 재정수지 등의 주요 거시지표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GDP증가율은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3/4분기에 6.4%로 둔화된 후 5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며 2009년에는 -7.8%라는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었는데 이는 1994년 이후 최저치다. 그 후 2010년과 2011년에는 4.3%, 금년에는 3.8%의 성장을 이룰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위기 이전인 2008년 경제규모를 완전히 회복하였다. 산업생산은 실물부문 중에서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에 가장 심한 타격을 받았다. 연평균 6%가 넘던 산업생산이 2008년에는 2.1% 증가하는데 그쳤고, 2009년에는 9.3%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2010년에는 8.2%로 급반등했으나 기저효과의 측면이 다소 강했다. 2011년에는 성장률이 4.7%로 둔화되었고, 2012년 1~9월에는 다시 2.9% 성장에 그치면서 증가율의 둔화가 가시화되고 있으나 금융위기 이전 최고치를 기록한 2008년 8월 수준은 넘은 상태다. 러시아의 대외지급 능력과 대외신용의 척도가 되는 외환보유액은 2000년대 중반까지 진행된 국제유가의 장기상승(super cycle)을 바탕으로 2008년 7월말 5,966억 달러를 기록하기도 하였으나 금융위기를 계기로 계속 감소하기 시작해 2009년 4월말에는 3,838억 달러로 2,000억 달러 이상 급감하였다. 이는 환율안정을 위한 외환시장 개입에 투입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 국제유가 회복과 금융시장 안정에 힘입어 외환보유액은 증가세로 돌아섰고 2012년 9월 말에는 5,300억 달러에 육박하며 세계 3위 외환보유대국으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위기 이전의 최고치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상품수출의 경우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3/4분기에는 1,368억 달러로 분기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였으나 4/4분기에는 980억 달러로 축소되었고 2009년 1월에는 573억 달러로 급감하기도 하였다. 그 후 유가회복에 힘입어 수출액이 매분기 늘어나면서 2010년 4/4분기 이후로는 매분기마다 1,000억 달러를 다시 넘어섰고, 2011년 4/4분기에는 1,447억 달러로 위기 이전의 최고치를 경신하였다. 2012년 1~8월까지 수출액은 3,464억 달러로 2008년 동기간 3,298억 달러는 물론 2011년 3,335억 달러를 초과하고 있다. 수출의 경우 금융위기 이전 수전을 완전히 회복했음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 흑자도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데 성공하였다. 국민들의 실질가처분 소득의 경우 금융위기 이후인 2008년 4/4분기 6.1%감소하는 등 2008년에는 2.4% 증가에 그쳤다. 그러나 2009년 경기침체 속에서도 3.1% 증가하였고, 2010년에는 5.1%로 확대되었고, 2011년에는 0.1% 증가에 그친 반면 2012년 1~9월에는 3.6%로 다시 늘어나고 있는 등 실질가처분 소득은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계속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수지의 경우 거시경제지표 중에서 다소 부진한 성적을 거둔 부문이다. 금융위기 이전인 2008년 1~9월까지 러시아 연방 재정수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8.1%에 달하는 막대한 흑자를 기록했으나 위기의 여파로 연간 재정수지 흑자는 4.1%로 축소되었고, 2009년에는 마이너스 5.9%를 기록하며 2000년대 이후 처음으로 적자 전환하였고 2010년에는 -4.1%를 기록하며 2년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위기탈출을 위한 내수시장 활성화와 국영기업 및 은행산업의 구조조정과 관련해 재정지출이 급격히 확대된 반면 유가하락으로 인한 예산수입의 감소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2011년에는 재정건전성 관리에 주력하면서 GDP대비 0.8% 흑자로 균형재정을 달성하는데 성공했고, 2012년 1~9월 동안에도 1.4%의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러시아 경제의 성적은 금융부문보다는 실물부문에서 다소 양호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2010년부터 러시아 경제가 미국과 유럽연합의 경제침체에도 불구하고 지속성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신흥국에서의 경기호조를 바탕으로 한 국제 에너지가격의 회복세에 힘입어 금융위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신속하게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러시아 경제의 회복이 경제의 근본적인 체질개선이 아닌 국제유가의 상승이라는 외부요인에 의한 어부지리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그 성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다시 발생할 경우 러시아 경제의 침체는 재발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닌다. 특히 최근 들어 성장 동력원으로서 에너지 부문의 역할이 급격히 약화되면서 러시아 경제성장 잠재력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유가 상승이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정도가 눈에 띠게 감소하고 있는 반면 유가 하락이 경기 둔화에 미치는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는 점이 향후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져가는 가운데 러시아 경제가 장기 저성장의 늪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는 우려감을 키우고 있다. 러시아 경제가 장기 저성장의 늪으로 빠져드느냐 여부는 산업 및 경제구조의 다변화를 통해 대외변수에 대한 대응력을 얼마나 높이느냐에 달려있다. 변동성이 큰 원료 및 에너지 중심의 경제에서 벗어나고 내수시장을 활성화하고 서비스시장을 육성함으로써 경제구조의 밸런스를 찾는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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