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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지금 우리의 비즈니스는 러시아로 어떻게 진출해야 할 것인가?

러시아 기연수 한국외국어대학교, 한러교류협회 명예교수, 회장 2012/12/31

   세간에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라는 말이 있다. 아마도 이 말은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재집권 문제를 생각할 때 가장 적합한 말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는 바로 금세기 초 8년 동안(2000~2007) 두 번의 임기에 걸쳐 러시아를 끌고 나갔던 블라디미르 V. 푸틴이 4년 동안의 수렴청정 총리 시절을 보내고 지난 3월 대선을 거쳐 5월 7일 다시 3번째 임기의 러시아 최고 통치자의 자리에 오른데 대한 필자의 생각이다.


   혹시 3월 대선에 푸틴이 아니고 메드베데프가 나서게 되는 것은 아닐까? 혹시 푸틴이 싹트는 중산층 반대시민이나 또는 부정선거 등의 문제로 적지 않은 어려움에 부딪치는 것은 아닐까? 혹시 재집권 후에 푸틴은 서구식 의회민주주의의 길로, 혹시 자유 시장경제 체제의 길로 들어서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이 모든 ‘혹시나’의 기대는 ‘역시나’로 기대에 불과했다는 것을 벌써 푸틴 재취임 8개월을 보내는 2012년 12월의 러시아가 잘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이 ‘혹시나’가 ‘역시나’일 수밖에 없는 것은 천년도 훨씬 넘는 러시아의 역사 속에서 형성된 ‘강력한 공동운명체적 정신을 바탕으로 한 집단주의적 중앙집권주의’라는 정치문화적 요소가 아직도 오늘날 러시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밑바닥에 면면히 흐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그러나 국가와 민족의 생존의 목표로 러시아의 역사 속에 면면히 흘러내려오는 ‘집단주의적 중앙집권주의’에 입각한 러시아 역대 최고 통치권자의 정책은 시대적 환경의 변화에 따라 여러 가지 융통성을 보여 왔다. 이러한 측면에서 오늘날 푸틴 대통령의 정책, 특히 경제정책 방향은 어떤 융통성의 변화를 보이고 있는가? 바로 이점을  면밀히 파악ㆍ이해하는 것이 우리의 비즈니스가 어떻게 전략ㆍ전술적으로 러시아에 접근해 들어가야 하는가를 말해주는 최우선적 과제가 될 것이다.


   그러면 시대적 변화와 그 요구에 따른 재집권 푸틴 대통령의 실용적 국가주의 경제정책은 오늘날 어떠한 융통성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가? 이를 위해서는 재론의 여지없이 러시아 연방의회에 보내는 대통령의 교서(poslanie)에 나타난 경제정책 자료를 검토하는 것이 올바른 첩경일 것이다. 왜냐하면 러시아 역시 여느 국가와 마찬가지로 국가 원수가 의회에 보내는 교서는 헌법에 따른 대통령의 고유 권한일 뿐만 아니라 의무이기도 하며, 이를 통해 대통령은 해당 시기의 국가 대내외정책에 대한 기본방향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자신의 결심을 대내외에 알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푸틴은 그가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동안 9차례에 걸쳐 의회에 대한 교서를 발표하였다. 그것은 그가 첫 임기의 시작인 2000년부터 두 번째 임기의 마지막 해인 2007년까지의 8차례와 금년 12월 12일에 행한 교서이다. 소련 붕괴 후 보리스 N. 옐친 대통령의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적 표류의 시기를 거쳐 2000년 7월에 있었던 푸틴의 첫 교서는 수직적 중앙권력의 확립과 정경유착 관계의 해소 및 가난과의 투쟁을 강조하고 있다. 그 후로 13년이 지난 오늘날 푸틴이 그의 9번째 교서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21세기에 들어 선 이후 러시아는 국가와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루어 왔으며, 앞으로도 개혁ㆍ개선과 더불어 나라의 경제는 더욱 높은 템포로 발전해나갈 수 있는 잠재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는 지도자로서의 확신이었다.


   특히 푸틴이 이번 교서에서 국정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앞길이 순탄하고 부강한 러시아의 건설”과 더불어 경제정책 분야와 관련해 강조하고 있는 것은 ‘원유나 가스가 아닌 인적 자원의 중요성, 지방경제의 발전, 러시아식 시장경제의 발전(筆者註, 본 교서에서 푸틴 자신은 “국가자본주의gosudarstvenny kapitalism가 아닌”이라고 표현하고 있음), 모든 비즈니스는 애국심을 최우선적 바탕으로’ 등이었다. 여기에다 푸틴은 “21세기 러시아의 발전은 동방으로의 발전이며, 시베리아와 극동은 우리(러시아)의 거대한 잠재력이다. 이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열정적이고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아ㆍ태지역에서 우리가 합당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筆者註, 이 주장은 푸틴 자신이 지난 9월 ‘블라디보스토크 APEC’에서 천명한 바와 일치함)라고 언급하면서 동시에 국가차원의 투자환경 조성과 비즈니스 활동 지원 및 지방정권의 경제적 자립ㆍ독립활동 등을 강력하게 제시하고 있다.


   또한 대통령 교서 이외에도 보다 구체적으로 현시점의 러시아 경제정책과 관련하여 주목할 것은 푸틴이 교서 발표에 이어 12월 27일 소집한 “지방의 투자 매력성을 높이기 위한 국가이사회”의 개최이다. 연방 구성주체인 각 지방들의 투자 매력성을 높여주고, 국가지원을 통한 “비즈니스 활동의 발전을 위해 유리한 조건을 조성”해주고자 소집된 국가이사회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거론되었다. 우선 교서에서보다 구체적으로 지역들의 투자매력을 높이고 기업을 성공적으로 발전시키는 문제들이 토의되었다. 행정적 장애를 제거하고 법적 제도들을 보완하여 대내외적 투자조건을 개선함으로써 특히 해외 투자가들로 하여금 러시아에 대한 투자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 논의 되었다. 뇌물행위, 강압적인 흡수, 지나친 관료주의 등의 위험요인들을 제거하여 투자분위기를 개선해나가야 한다는 것. 동시에 국내외 투자가들에게 러시아 지역들이 어떤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하부구조가 어떻게 발전하고 국가의 어떤 지원과 혜택을 받을 수 있는가에 대하여도 최대한 잘 알려주어야 하며, 이 경우 지역수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푸틴 대통령이 다음과 같이 강조하기도 했다. “우리는 지역들의 재정적 독자성을 확대할 것입니다. 그러나 수요는 강해야 합니다. 지역수반은 기업분위기의 질에 대하여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것은 수반들의 수완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것입니다. 제일 효과적으로 사업하는 수반들과 팀들이 나라의 간부 진영을 형성해야만 합니다.” 한편 이 이사회에서 투자가 성공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일부 지역수반들은 연방예산에 바치는 기금의 일부를 돌려줄 것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조치는 지역의 발전을 자극할 것이라고 그들은 주장했으며, 정부는 이 조치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이상과 같이 본고는 최근의 대통령 교서 및 국가이사회를 통하여 러시아의 거시적 경제상황 및 경제정책 현황을 파악하였다. 이제 러시아의 각론적이고 보다 세밀한 미시적 경제사정을 전문가들의 의견을 간략히 종합해 진단해보면 다음과 같다. 즉 오늘날 러시아 경제는 소련 붕괴 후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가격이 급등한 원유, 가스 등 에너지와 원자재 의존 경제로 거의 황금의 시대를 구가하였으나 2008년 9월 미국계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의 파산과 더불어 일어난 서브프라임모기지(subprime mortgage) 사태로 야기된 글로벌 금융 및 경제위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혹독한 경기침체 등 커다란 어려움을 겪었다. 그리고 이어서 2012년에 들어서서는 유로존(euro zone)에서의 재정위기의 심화 및 중국경제의 성장 둔화와 미국의 경기회복 지연 등으로 글로벌 경제가 여전히 불황의 늪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러시아 경제는 불확실성의 위험 속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경제는 그런대로 원유, 가스 등 원자재 수출의 호조와 그간 5000억 달러를 넘어서는 외환보유고에 힘입어 어려운 위기를 극복하면서 이머징마켓(emerging market: Brazil, Russia, India, China) 가운데 유일하게 경기둔화의 조짐을 회피해 왔다. 그러면서도 러시아 경제의 대외변수 종속성, 특히 원유, 가스 및 기타 상품수출과 외국인 투자에서 유럽 의존도가 높은 것은 지속적으로 경제체질 개선과 극동ㆍ시베리아 지역의 개발 및 아ㆍ태지역으로 눈을 돌릴 적극적 필요성을 요구하게 되었다. 특히 푸틴 수렴청정 하의 메드베데프 정부는 석유, 가스 등 에너지 의존 형 경제 탈피, 경제구조의 다변화, 제조업 기반 강화를 위한 경제 현대화의 추진, 국영기업의 민영화를 통한 민간주도 경제로의 전환, 인프라 건설 확대 등을 통한 경제발전전략을 추진하고자 노력했다.
 

   오늘날 푸틴 역시 경제의 가장 심각한 구조적 문제인 에너지 중심의 경제구조를 탈피하고 수출상품 및 교역대상국의 다변화를 통한 경제체질 개선, 내수시장을 위한 연방 및 지방정부의 재정건전성 확보, 특히 지방경제의 자립성 강화를 위한 지방분권의 실현, 전국토의 운송망 확보, 지방항공망ㆍ항구ㆍ북쪽 바다길ㆍ시베리아횡단철도 및 밤철도(BAM, Baikal Amur Magistral)의 확장ㆍ강화 사업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푸틴은 고용창출효과가 큰 서비스산업 분야인 관광산업과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산업 육성에 힘을 기울일 것임과 동시에 에너지 효율화, 원자력, 우주과학, 의료기술, 정보통신기술(ICT) 등 5대 핵심사업을 내세우는 한편 연구개발(R&D) 혁신센터 조성도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본고가 고찰한 바에 따르면 오늘날 러시아의 경제상황이 전략ㆍ전술적으로 지향하는 바, 즉 최우선적 방침은 ‘에너지ㆍ자원의존 경제의 탈피, 인적 자원의 양성, 지방정부의 재정자립 강화, 대내외 투자환경의 조성, 비즈니스 활동의 국가적 지원, 국내소비재산업 및 서비스산업의 육성과 내수시장의 확보, 극동ㆍ시베리아의 개발과 아ㆍ태지역으로의 진출’ 등이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의 비즈니스가 보다 성공적으로 러시아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은 물론 개별 기업차원에서도 우선 전문가 그룹을 규모에 관계없이 결성하여 카운터파트 형식으로 러시아 경제의 전략ㆍ전술방향을 면밀히 파악ㆍ검토하여 대책과 실현 방향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다. 여기에서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 바로 푸틴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물질적 자원”이 아닌 “인적 자원”의 양성과 확보 문제이다. 이 ‘인적 자원의 확보’는 러시아가 전통적으로 법치(法治)의 국가라기보다는 인치(人治)의 국가라는 것과도 맞아떨어지는 말임을 새삼스럽게 명심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우리의 비즈니스가 러시아에서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전문가 양성과 확보, 이들을 통한 전문가 그룹의 결성을 통한 도움, 러시아에 대해서는 비즈니스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도를 통한 러시아 측의 인맥을 확보하는 일이다. 인맥확보의 대상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심지어 종교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면밀히 전문적인 파악을 거쳐 이루어져야만 할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의 대(對)러시아 비즈니스가 ‘혹시나’했다가 ‘역시나’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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