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오피니언
푸틴의 부패척결 의지에 긴장하는 정치 엘리트
러시아 오영일 포스코경영연구소 글로벌연구실 수석연구위원 2013/01/04
2011년 12월 반 푸틴 시위가 벌어진 이후 2012년 한 해 러시아 정치는 점차 안정세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틴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총리에 대한 지지도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2008년 가을 87%를 넘던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60%를 겨우 넘는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작년 상반기 지지율이 잠시 올라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작년 말에는 2011년 말 수준으로 지지도가 다시 내려앉았다.
2013년 러시아 정치 지형을 가늠할 핵심은 2012년 12월 선포된 부패 척결 정책이 될 것이다. 경험적으로 볼 때 러시아는 경제 둔화와 자본 유출이 늘 동시에 발생하곤 하는데, 최근 러시아 경제의 모습이 그러한 상태이다. 사실 러시아 정부(최고위급)에서 이러한 부패 척결 정책을 들고 나온 큰 이유 중 하나는 둔화된 경제를 살려내기 위함이라 할 수 있다. 부정부패 만연이라는 러시아에 대한 만성적 부정적 이미지를 걷어 내어 자본 유출을 막고 동시에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반부패 정책의 첫 신호탄은 작년 12월 국방부 부정에 대한 집중 조사였다. 그리고 그 결말은 Serdyukov 국방부 장관의 해임으로 나타났다. 사실 러시아 정부에서는 이미 2011년 말 또는 2012년 초부터 반부패 정책을 시행하려 했고, 국방부 부정부패에 대한 조사도 2012년 이미 어느 정도 끝났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2011년 말 발생한 반 푸틴 시위로 인해 그 행동이 다소 지연된 것이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러시아 정부의 부패척결 정책에도 불구하고 푸틴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총리에 대한 지지도는 오히려 더 떨어졌다는 것이다. 국방부 장관 해임 이후 러시아 여론조사 전문기관 Levada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방부 장관 해임에 대해 동의한다는 응답자 비율은 66%에 달했지만, 푸틴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총리에 대한 지지도는 오히려 각각 4%, 7%의 하락세를 보였다.
또한 동 기관에서 조사한 항목 중 '푸틴 대통령이 선거 공약으로 제시한 부패척결에 대해 얼마나 신뢰하는가?' 라는 항목에 대해 응답자의 36%는 '그렇다'라고 응답했지만, 응답자의 50%는 '그렇지 않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부패척결 정책이 좋은 정부를 구성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는 비중이 44%,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의 비중이 40%로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이러한 조사 결과가 의미하는 바는 고위급 인사들의 부정부패에 대한 징벌에는 적극 찬성하지만, 그렇다고 대통령, 총리의 반부패 정책이 제대로 끝까지 실천될 것으로 믿는 이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는 것이다.
부패척결 정책이 미칠 파장의 정도는 푸틴 대통령의 의중이 특정 권력 집단을 염두에 둔 것이냐, 아니면 대상에 관계없이 부정부패의 뿌리를 뽑겠다는 것이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하지만 많은 러시아 기관들은 적어도 2013년에 대대적인 정치 엘리트의 '물갈이'가 발생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 분위기이다. 작년 5월 대통령 취임 시 본인이 임명한 각료에 대한 대대적 인사를 단행할 경우, 푸틴 대통령 자신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방부 장관의 해임은 일종의 '어설픈 제한적 본보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그럴 경우 우려되는 부정적 여파 중 한 가지는 정책 목적과는 반대로 추가적인 자본 이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2010년 8월 메드베데프 당시 대통령은 루쉬코프 당시 모스크바 시장을 부정부패 혐의 등으로 해임한 사례가 있었는데 해임 직후 자본 유출이 현저히 증가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긍정적 기대를 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이번 국방부 장관 해임을 통해 부정부패 척결에 대한 강한 메시지가 고위 관리 층에 전달된다면 정부의 공공 인프라개발 관련 사업이 상대적으로 늘어나며 투자를 통한 성장 엔진 마련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과거에는 인프라 등 고유 영역에 사용될 국가 예산 중 일부가 부정부패에 사용되곤 했는데 그러한 자금들이 원래 목적에 온전히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이번 반부패 정책이 어느 선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적어도 당분간 고위급 관리 및 정치 엘리트 계층에 적지 않은 긴장감이 조성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하지만 정치권에 긴장감이 고조된다고 정치 리스크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리스크는 예측 가능성이 낮을 때, 방향성이 애매할 때 높아지는 것이다. 지금은 대선, 총선도 끝난 상태로 정치적 마찰이 발생할 가능성은 오히려 낮고, 정책의 방향성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아직 확실치 않은 단 한 가지는 과연 반부패 정책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일정하게 진행될 것이냐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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