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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동유럽언어를 비롯한 글로컬(Glocal) 언어 교육이 국가경쟁력을 키운다

김원회 한국외대 그리스-불가리아어과 교수 2013/01/09

세계 10대 국가 진입을 위한 튼튼한 기초 다지기는 글로컬 외국어 교육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21세기 들어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단어는 아마도 글로벌(Global)이라는 단어일 것이다. 지난 세기 미국과 소련 중심의 양극화와 냉전 시대를 지나 이번 세기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글로벌, 글로벌 시대! 인터넷과 정보통신의 발달로 한층 그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절대적 경쟁 사회인 글로벌 시대에, 한국이 세계 10대 강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글로벌 역량을 갖추고 있는 인재이다. 이들은 전 세계를 무대로 주체적으로 활동하고 전 세계 인재들과 교류하고 경쟁하며 한국의 선진화와 세계화를 이끌 첨병인 것이다. 그렇다면 글로벌 시대 한국의 희망인 우리의 글로벌 인재들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능력은 무엇일까? 나는 ‘글로벌 언어 지식과 의사소통 능력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글로벌 인재들이 갖추어야 할 글로벌 언어 지식이란 다음의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지닌다. 우선 글로벌 시대에 가장 많은 사용자를 갖고 있는 글로벌 사용 언어에 관한 지식일 것이다. 우리 시대에 영어와 중국어 등이 글로벌 언어에 해당되는 언어이며 이들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지식과 능력을 의미한다. 아울러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하여 일본어와 러시아어도 이들 글로벌 언어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 같다.


두 번째 측면에서의 글로벌 언어 지식이란, 특정지역에 있는 사람과 소통할 수 있고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특정 지역의 언어에 대한 지식을 의미한다. 중동 지역 분쟁의 희생자들을 구해내기 위한 아랍어 지식, 아프리카 오지에서 무역 협상을 이루기 위하여 사용되는 스와힐리 현지어 지식, 탄소배출권 협상을 위한 브라질 정부와의 정부 간 협상 테이블에 사용되는 포르투갈어 지식 등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이들 언어들은 영어나 중국어와 비교할 때, 그 사용자가 전 세계적 규모는 아니지만 특정 현안과 국가적 필요에 의해서 그 지식 습득이나 소통이 반드시 필요한 언어들이며 언어 지식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글로벌 언어 지식 속에 함의되어 있는 ‘글로벌리티(Globality)’ 개념과 ‘로컬리티(Locality)’ 개념을 규정하고, 이것에 맞는 글로벌 언어 교육 정책을 펴야할 것이다. 우선 글로벌리티 개념에 포함되는 글로벌 언어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등 그 언어 사용자의 수가 전 세계에 분포되어 있으며, 국제적 현안이나 문제 해결을 위하여 중간언어(Meta Language)로서 반드시 교육이 필요한 언어를 의미한다. 글로벌리티 구현을 위한 글로벌 언어에 대한 교육은 1차적으로 글로벌 인재를 대상으로 하지만,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본다면 글로벌 인재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언어 교육 정책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제 로컬리티 개념 구현을 위한 글로벌 언어 지식 교육으로 주제를 돌려보자. 로컬리티 개념에 포함되는 글로벌 언어들(이하 로컬리티 언어)로는 셀 수 없이 많은 개별 언어들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1차적으로 이들 로컬리티 언어들을 재분류하여 그 지역에 맞는 언어 교육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크게 로컬리티 언어들은 EU(유럽연합) 언어군, 동남아 언어군, 중남미 언어군, 중동 언어군, 아프리카 언어군 등 5개 권역으로 다시 나눌 수 있다. EU  언어군에는 2007년 가장 최근에 EU에 가입한 국가의 언어인 불가리아어와 루마니아어를 포함한 27개 언어가 포함된다. 이 지역 언어군에는 비교적 선진 서유럽과 신흥 동유럽 국가들이 공존하고 있다. 역사적 전통과 철학적 사유가 깊은 곳이다. 급격한 변화보다는 점진적 변화와 인간적 공존을 요구하는 지역임을 언어 교육에 앞서 염두에 두어야 한다.


새롭게 부상하고 있어 동남아 언어군에는 베트남어, 말레이-인도네시아어, 인도어를 비롯하여 우리나라로서는 아직 미개척지인 미얀마어, 캄보디아어, 라오스어 등이 포함된다. 이들 언어군과는 아시아적 동질성이 강조될 수 있는 점이 있고, 인구 규모나 경제, 사회성장 속도 면에서 우리와 정책적 연대와 교류가 필요한 지역임을 명심해야겠다.


중남미 언어군은 크게 스페인 언어권과 포르투갈 언어권으로 양분되는 데 멕시코, 아르헨티나, 페루 등이 전자에 속하는 대표적인 나라들이고, 후자로는 브라질을 들 수 있다. 이 지역은 새로운 무역시장으로 떠오르고 있고, 특히 환경 분야에서 탄소배출권, 녹색성장 면에서 우위를 나타내는 지역이다. 중동 언어권은 아랍어를 모어로 사용하는 일군의 아랍 국가들을 지칭하는 데 석유를 비롯한 천연자원 측면과 사회 개발, 국제사회 분쟁 측면에서 매우 주목받고 있는 지역 언어군들이다. 이슬람교를 믿는 이들은 흔히들 ‘문명충돌’의 한 축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인류에게 마지막 남은 대륙이라고 불리는 아프리카에는 동, 서, 남부를 중심으로 다른 언어, 다른 문화가 산재되어 있다. 황무지, 미개척지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글로벌 시대, 탐험과 탐구를 기다리는 우리 글로벌 인재들의 지향지다.

이처럼 중요한  로컬리티 언어들에 대한 언어 지식 함양과 인재 양성은 대학 수준이상의 교육 단계에서 집중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제 2외국어로서의 의미가 강한 이들 언어에 대한 교육과 습득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개별 지역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와 국제 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위상 강화에도 일조할 수 있다. 몇 년 전 중동지역에서 피납 된 한국인들을 석방하기 위해 노력하던 아랍어 전문가의 모습은 아직도 우리의 뇌리에 생생하다. 지금 한국과 불가리아 간 혹은 한국과 루마니아 간의 비즈니스 현장에서 현지 언어를 구사하는 글로벌 전문가가 있는지 궁금해진다. 체코와 폴란드 등 한국 기업이 많이 진출하고 있는 동유럽 국가들의 생산 현장에 과연 글로컬 언어지식을 갖춘 전문가가 배치되어 있는지 자문해 볼 때다.


전 세계,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그 지역의 언어 전문가 양성은 국가적 사업이다. 따라서 로컬리티 언어에 대한 교육과 습득을 위한 국제적 경쟁도 치열하다. 일례로 세계는 다양한 글로벌 언어교육을 위한 전문기관을 앞 다투어 만들어 내고 있다. 프랑스에는 93개의 외국어 전공을 가지고 있는 세계 최고의 프랑스 동양학대학 이날코(INALCO)가 있으며, 러시아에는 53개 언어를 가르치는 국제관계대학 므기모(MGIMO)가 있다. 한국의 한국외국어대(45개 외국어교육), 중국 베이징외국어대(43개 외국어교육), 일본 동경외국어대(26개 외국어교육), 미국 국방외국어대(25개 외국어교육) 등이 그 뒤를 이으며 국가적 사명을 다하고 있다. 대학에서 로컬리티 언어들에 대한 교육과 연구는 복합문화적이어야 한다. 언어만을 공부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해당 국가의 언어를 습득하고 그 위에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지식과 경험을 접목할 때 비로써 언어 지식은 그 빛을 발하게 되는 것이다. 대학 1, 2학년 과정에서 해당 국가의 언어를 집중적으로 학습하고, 3, 4학년에는 지역학적인 교과목을 공부하여야만 비로써 완전한 지역 전문가로서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공부를 많이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현지에 직접 가보는 것이 중요하게 때문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해당 지역에 방문, 연수하는 것이 마지막 단계로서 반드시 필요하다.

 

21세기 한국의 선진화를 위한 글로벌 언어 교육에서 ‘글로벌리티’와 ‘로컬리티’의 조화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이들의 가치를 적절하게 승화시킨, 글로벌리티와 로컬리티가 공존하는 ‘글로컬리티(Glocality, 글로벌리티와 로컬리티의 합성어)’라는 가치를 중용하는 선진화된 글로컬리티 언어 정책 추진을 제안하고 싶다.


선진화되어 가는 대한민국호의 선진국 조기 입항을 위하여 로컬리티 언어들에 대한 교육과 연구가 더욱 활성화되어야한다. 세계적 추세인 로컬리티 언어 교육의 강화에 발맞추어 국내의 언어전문 교육 기관의 국책기관화와 이 기관에 대한 획기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글로벌 인재들의 전 세계로의 나감(Outbound)과 들어옴(Inbound)의 작용들이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 7+1 해외학기제, 3+1 해외학기제, 각종 인턴십 등은 개별 교육기관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벤치마킹되어 준용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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