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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중동발 난민 위기와 동유럽의 ‘플랜 B’전략

중동부유럽 일반 김철민 한국외국어대학교 동유럽학대학 교수 2016/03/02

현지 시간으로 2월 15일,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 동유럽 4개국으로 구성된 비셰그라드(Visegrad/ Visegrád) 그룹 정상들은 체코 수도 프라하에서 EU의 난민 정책을 둘러싼 긴급회의를 열었다. 여기서 이들 동유럽 국가들은 중동 난민 유입과 위기를 둘러싼 최근 양상의 심각성을 언급하면서, EU의 난민정책은 실질적으로 실패했으며 따라서 EU는 지금이라도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해아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즉, 동유럽 국가들은 기존 역내 자유로운 이동을 전제로 한 솅겐 조약(Schengen agreement)의 틀에서 벗어나 EU가 새로운 대응 전략 및 대안, 즉 ‘플랜(plan) B’를 신속하게 만들어 현재의 중동발 난민 위기 탈출을 촉구한 것이다.
동유럽 국가들은 독일 주도로 EU 권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비(非) EU 국가인 터키에서 EU 회원국인 그리스로 무작정 건너온 시리아 등 중동 난민들을 EU 회원국 전체에 할당제로 분산 배정하는 방안’을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동유럽 국가들은 중동 난민들의 첫 기착점인 터키는 비 EU권 국가인데, 터키에서 EU권인 그리스로 아무런 통제와 제약 없이 난민들이 대량으로 유입되는 것 자체가 오늘날 EU내 심각한 난민 문제와 함께 통합을 저해하는 요소로 대두되었다는 입장이며, 이러한 입장은 중동발 난민 위기가 확대되던 초기부터 이어져 오고 있다. 이와 함께 동유럽 국가들은 최근 EU에서 중동 난민 위기 대응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새로운 방안에도 분명한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즉, 앞서의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EU가 EU 회원국인 그리스에서 난민들을 받아들이지 않고, 대신 난민들을 터키에 머물도록 통제하면서 제한된 인원만을 순차적으로 EU 역내로 받아들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데, 이 또한 강력히 거부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동유럽 국가들은 중동발 난민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 해결 없이는 EU의 난민 수용 노력은 의미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실제, EU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시적 난민 할당이 난민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며, 난민 위기의 대표 국가라 할 수 있는 시리아의 경우만 보더라도 미국과 러시아 등 강대국들의 실질적인 해결책 모색이 강구되지 않는 한 난민 문제 해결은 앞으로도 더 큰 진전을 보기 어렵다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동유럽 국가들은 메르켈 총리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난민 포용 정책 추진을 큰 목소리로 비판하고 있는 데, “마치 (독일이 주도하는) EU의 난민 할당 정책은 손님을 잔뜩 초청해놓고 모두 재울 수 없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자, 이웃집(동유럽 국가들) 문을 두드려 받아달라고 강요하는 것”과 같다고 공격하고 있다. 동유럽 국가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 특히 2015년 이후 중동 난민들의 유럽 유입의 주요 경로가 되어 버린 소위 ‘발칸 루트(Balkan Route)’를 EU가 완전 차단해 줄 것으로 요구하면서 만약 EU가 나서지 않으면 자신들이 이를 독자적, 물리적으로라도 시행하겠다고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1). 이것은 EU가 비(非)EU권 국가와의 외부 국경을 그리스 해안선이 아니라, 그리스 북쪽 육로, 다시 말해 마케도니아나 불가리아 등과의 국경선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비셰그라드 국가들의 주장은 현재 대량 난민 유입의 발칸루트에 자리함으로써 이에 따른 난민 문제로 심각한 사회적, 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는 세르비아, 마케도니아 등 발칸유럽 국가들에도 호응을 받고 있다. 동유럽 국가들이 한 목소리로 이러한 주장을 하는 배경에는 EU 회원국인 그리스에 대한 불신이 가득 차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동유럽 국가들은 그리스가 자국에 도착한 난민들의 난민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발칸루트를 거쳐 EU 국가로 무작정 향하도록 방치 또는 유도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따라서, 지리적으로 발칸루트를 따라 이어지는 동유럽 국가들로의 대량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서라도 그리스의 육로 국경 봉쇄와 새로운 외부국경 설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현재로선 그리 가능성이 높아보이지는 않지만 만약 이러한 동유럽의 요구가 EU내에서 받아들여지게 된다면, 그리스는 사실상 EU 국경 또는 솅겐 조약권 밖으로 내몰려 고립되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또한 발칸루트를 따라 EU 역내로 향하는 국경이 봉쇄되게 되면 그리스는 현재 몰려드는 엄청나 수의 난민들을 계속 껴안고 가야만 하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동유럽의 요구는 여러 파장을 의미하고 있다.
우선, 그리스는 동유럽 국가들이 언급하고 있는 난민 통제 부실 비난에 대해 구제 금융을 받은 심각한 경제난 속에서 폭증하는 난민들을 수용하고 이를 처리할 힘과 재정이 거의 없다는 점을 들어 다른 회원국들의 이해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EU에 대한 서운함도 그대로 내비치고 있는 데, 그리스 정부는 자국 내로 밀려드는 대량 난민들의 심각한 상황을 EU가 지켜보면서도 비상 상황을 해결해주기 위한 적절한 EU 차원의 지원이 절대 부족하였다고 언급하고 있다. 더불어 그나마 파견된 EU 지원팀조차도 실질적인 난민 해결에 그리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을 비판하고 있다. 따라서 그리스는 이런 현실들을 무시한 채 난민 처리와 난민 심사의 부실함을 들어 동유럽 국가들이 자국의 솅겐 조약국 지위 박탈을 거론하는 것은 어떠한 법적 근거도 없다며 반발하고 있는 중이다.
두 번째로 북아프리카와 중동 난민 유입으로 인해 그리스와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이탈리아 또한 그리스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데, 이탈리아는 “동유럽 국가들의 ‘플랜 B' 주장은 향후 잘못된 선례를 만들어 오늘은 그리스, 내일은 이탈리아를 희생양으로 삼게 될 것”이라 비판하고 있다. 즉, 이러한 주장들은 EU의 원칙과 가치를 포기하는 선언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세 번째로 EU 주도국인 독일 정부 또한 대량난민 유입을 막기 위한 동유럽 국가들의 ‘플랜 B’ 즉 국경 봉쇄 계획은 EU 역내 이동의 자유를 깨트리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독일은 만약 동유럽의 주장처럼 국경 봉쇄가 단행된다면 현재 심각한 경제난을 겪는 그리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총체적 혼란을 안겨줄 것이고 이것은 EU 전체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중동발 대량 난민 유입을 둘러싸고 일어나고 있는 동유럽 국가들의 ‘플랜 B’요구에 대해 적극적 반대를 견지하고 있는 독일과 EU의 입장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 또 다른 고민이라 할 것이다.   
우선, 독일과 EU의 적극적 반박 논리에도 불구하고, 동유럽 국가들의 주장이 점차 EU 내 서유럽 국가들에게까지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실제, 파리를 비롯해 여러 도시들에서 최근 불거진 중동 난민들의 대규모 성추행 사건 등 여러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면서 중동발 난민 유입에 따른 피곤함과 거부감이 누적되고 있는 서유럽 국가들의 경우, 과거와 달리 동유럽 국가들의 주장에 보다 많은 관심과 동조를 보이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EU내 여러 기구들의 언급에서도 감지되고 있는 데, 실제 얼마 전 EU 집행위는 그리스에 대해 난민과 외부 국경 통제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그리스의 솅겐 조약국 지위가 잠정 박탈될 수 있다는 점을 수차례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리스 정부 또한 그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자국 내에 중동 난민들이 계속 머무를 상항이 올 수도 있음을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두 번째, 2015년 독일 주도로 합의된 난민 할당제가 동유럽 국가들은 물론 서유럽 국가들 사이에서도 거부 의사가 표출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2015년 가을, 동유럽 국가들은 EU가 논란 끝에 합의한 회원국별 난민 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고, 이에 대해 서유럽 회원국들은 처음엔 강력한 비난과 함께 동유럽에 대한 EU 지역개발 자금 등 지원금 삭감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2월 초에 들어와 프랑스마저 난민 할당제를 수용하기 힘들다는 의견을 제시하였고, 오스트리아 또한 2월 16일 발표를 통해 자국내 난민 유입 허용 규모가 상한선에 도달하여 더 이상 국경을 자유롭게 열어주기 어렵다는 점과 함께 자국 국경을 통과하는 난민 수를 일정하게 제한하는 방식의 쿼터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즉, 서유럽 일부 국가들의 난민 할당제에 대한 이탈이 가속화됨으로써 독일의 입장은 현재 매우 난처한 상황에 이르고 있는 중이다.
세 번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EU가 회원국들에게 국경 봉쇄의 파장을 설득하고 이를 대응할 시간과 카드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현재 중동발 대량 난민 문제로 인한 동유럽 국가들의 ‘플랜 B’요구에 대한 대응 및 난민 정책의 방향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에 직면하고 있는 EU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에 앞서 자국 국민을 설득할 ‘EU 차원의 의미 있는 특혜’를 요구하는 영국 문제 또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오면 중동으로부터 대규모 난민 유입이 다시 급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EU는 실제적으로도 시간 또한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EU 회원국 내 이해관계 대립이 첨예하고, 주요 회원국 정상들의 자국 내 지도력마저 약화돼 있어 솅겐 조약이 지금처럼 원래대로 유지될 수 있을 지에 대한 우려 또한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대량 난민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동유럽의 ‘플랜 B’전략은 점차 힘을 얻어가고 있는 중이다. 만약 동유럽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EU의 핵심인 솅겐 조약이 무너지게 될 것이고 EU 회원국들은 엄청난 경제 손실과 함께 어쩌면 EU 자체의 와해를 촉발할 수 있는 상황으로까지도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솅겐 조약의 근본적인 취지이자 이상인 국경 개방과 자유로운 통행이 더 이상 존속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EU 회원국에 가입한 이후 동유럽 국가들은 이번에 대두되고 있는 난민 수용 정책 외에도, 표현의 자유 및 법치 등 민주주의 가치 수호, 영국의 EU 내 지위, 대(對) 러시아 및 미국과의 관계 설정 등에 있어 서유럽 국가들과 보다 차별화된 목소리를 내어왔었다. EU가 현재의 여러 현실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른 진화된 모습으로 발전해 나갈지, 혹은 중동발 난민 위기를 통한 동유럽의 ‘플랜 B’ 전략을 수용해 또 다른 모습으로 전개될 지 국제 사회의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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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론조사업체 유고브(YouGov)가 영국 일간 '더 타임스'의 의뢰로 23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탈퇴 찬성은 38%, 반대는 37%, 모름 및 무응답은 25%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월 5일 발표된 결과에 비해 찬성은 7% 하락한 반면, 반대는 1% 올랐다.

 

 

 

[참고문헌]
김철민, 『국제난민 이야기: 동유럽 난민을 중심으로』, 살림출판사, 2012.
김철민, "난민 문제로 인한 갈등, EU의 고민과 동유럽의 목소리", EMERICS, 2015.11.
  
http://www.emerics.org/cee/column_interview/column.do?action=detail&brdctsno=177814
OSW,“Behind the scenes of plan B: the migration crisis seen from the perspective of the     Visegrad Group”2016. 2. 17.
  
http://www.osw.waw.pl/en/publikacje/analyses/2016-02-17/behind-scenes-plan-b            -migration-crisis-seen-perspective-visegrad-group
Radio Praha, "Visegrad leaders debate back-up plan for migrant crisis", 2016. 2. 16.
  
http://www.radio.cz/en/section/curraffrs/visegrad-leaders-debate-back-up-plan-
   for-migrant-crisis
EurActiv, "Visegrad countries call for ‘alternative plan’ to counter migration            crisis", 2016. 2. 16.
http://www.euractiv.com/section/central-europe/news/visegrad-countries-call-for-alternative-plan-to-counter-migration-cri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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