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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우크라이나 사태와 아프리카 안보 딜레마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이한규 아프리카 지식공유연구소 소장 2022/04/25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현재 국제 정치 질서와 지정학적 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많은 국가가 러시아 침공에 대해서 맹비난 하면서 제재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자국 주권 방어를 주장하며 우크라이나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1). 러시아의 퇴각을 위해 서방 국가들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러시아에 대한 제재 동참을 외교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 국가들로서는 식량 안보 확보, 우크라이나에 체류하고 있는 1,600명의 자국민 안전 문제, 다자외교 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더욱이 새로운 협력 파트너인 러시아와의 관계는 아프리카 다자협력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국방 안보에 취약한 다수 아프리카 국가는 러시아의 ‘중국식 협력’에 매우 긍정적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즉각 철군을 요구하는 유엔 결의안에 대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다양한 결정이 이를 입증하고 있으며 이는 아프리카 안보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러시아의 21세기 전방위 아프리카 외교
1950년대 말과 1960년대 유럽 식민 지배로부터 독립한 다수 아프리카 국가는 소련(현 러시아)과는 이념적 혹은 군사적 동반자 관계였다. 1950년대, 소련은 쿠바와 함께 앙골라와 에티오피아 문제에 개입하였다. 소련의 목적은 혁명이념을 수출하는 것보다는 ‘공산주의 국제연대’를 건설하는 것이다. 소련은 아프리카 해방 투쟁을 지원하고, 해방된 신생 국가를 지원하였다. 하지만 아프리카 사회주의 ‘성공’ 사례로 알려진 가나의 콰메 은크루마(Kwame Nkrumah) 정부는 1966년 2월 붕괴하였고, 1968년 11월 말리 모디보 케이타(Modibo Keita) 정부도 전복되면서 아프리카에서의 소련 사회주의 전략은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대통령의 아프리카 방문이 있기 전까지 아프리카와 러시아(구소련) 간의 관계는 오랫동안 주변부에 머물렀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푸틴 대통령은 2006년 모로코, 알제리, 남아공, 이집트 4개국을 방문하면서 아프리카에 대한 외교 행보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후 2008년 리비아, 2009년 나미비아와 남아공을 차례로 방문하였다. 이를 통해 러시아는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기 시작하였으며, 경제적·정치적 목표 달성을 위해 민간군사 기업의 개입을 통한 공식·비공식 군사 협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아프리카 40개국에는 러시아 공관이 있다.

아프리카와의 더 적극적인 협력은 푸틴 대통령의 2015년과 2017년 이집트, 2018년 남아공 방문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러한 아프리카 순방은 간접적으로 크림반도 합병과 우크라이나 위기와 연관되어 있다.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이후, 대통령 특사 미하일 보그다노프(Mikhaïl Leonidovitch Bogdanov) 러시아 외무 차관은 2014년과 2019년 사이에 아프리카를 50번 넘게 방문하였다. 크림반도 합병 이후 서방이 가한 경제 제재와 우크라이나와의 갈등은 유엔에서 54표를 차지하는 아프리카에 대한 모스크바 외교 행보에 영향을 미쳤다. 이를 위해서 러시아는 정의, 국제법, 인권 존중 및 아프리카의 주권 원칙을 강조하면서 아프리카 내에서 일고 있는 반서구 정서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거나 부추긴다2)

이처럼 21세기 러시아의 대아프리카 정책 기조는 걸프 전문 위기 컨설팅 업체인 걸프 스테이트 애널리스틱스(Gulf State Analytics) 고문 세르게이 수칸킨(Sergey Sukhankin)에 의하면 아프리카에서의 서구 국가 영향력을 감소시키고, 자국의 외교정책을 다양화하는 것이다3). 이를 위해 러시아는 2019년 10월 소치에서 러-아프리카 정상 회담으로 처음으로 개최하였고, 35개국 아프리카 정상이 참여함으로써 러시아 최초의 대아프리카 다자협력을 구축하였다.

특히 러시아는 테러리즘, 반란, 분쟁 등으로 불안정한 아프리카 국가와 안보 협력을 강화하였다. 2014년과 2019년 사이에 러시아는 아프리카 국가들과 20개의 군사 기술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러시아에서 ‘안보 수출’이라고 알려진 이 지원은 러시아 외교정책의 핵심이다. 예컨대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말리, 리비아 등에서는 러시아 민간 군사기업 바그너(Wagner)에 고용된 러시아 용병들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4). 바그너 용병들은 북 코카서스와 시리아에서의 테러와의 전쟁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 제재의 표적이 된 모스크바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새로운 판로를 찾고, 국영 기업과 무기 산업을 활용하여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유엔 결의안 투표 기권의 절반이 아프리카에서 나왔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아프리카의 식량 안보와 정치적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밀의 3분의 2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로부터 수입한다. 예를 들어, 결의안 투표에 불참한 모로코는 국내 밀 수요의 26%를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하고 있다. 이집트와 튀니지에서 ‘아랍의 봄’이 일어난 결정적 요인은 빵값 상승에 있었다는 점에서 밀의 공급 부족과 이로 인한 가격 인상은 갈등과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모로코에서는 몇 차례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다. 반면 유엔 결의안에 찬성한 리비아는 43%를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한다. 2020년 아프리카 국가들은 러시아에서 40억 달러 (한화 약 4조 8,580억 원)상당의 농산물을 수입했는데 90%가 밀이다. 러시아에 차를 수출하는 케냐는 경제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5)

물론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국제 유가의 상승은 나이지리아와 앙골라와 같은 일부 산유국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유가 상승은 비산유 국가의 운송 비용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소비재 가격이 상승하고, 무역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전쟁이 장기화하면 그 충격은 더 클 것이며,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러 경제 제재로 무역은 더 복잡해질 수 있다6)

이에 더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아프리카 안보와도 밀접하게 연관이 있다. 러시아는 이미 일부 아프리카 국가와 군사 협력을 하고 있고, 예민한 분쟁 지역인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말리에서 프랑스를 제치고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아프리카 딜레마
아프리카는 다양하고 수많은 문화와 인종이 거미줄처럼 얽힌 상태에서 오늘날과 같은 국가들로 구성되었고, 서구 특히 유럽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현재까지도 주변 혹은 국제환경 변화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21세기 다자주의 국제 질서에서 가장 취약한 국가가 개발도상국인데 아프리카가 대표적이다. 

유엔 회원국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54개 아프리카 국가는 유엔에서 매우 유용한 투표 풀을 구성한다. 예를 들어, 크림반도 병합을 규탄하는 2014년 유엔 결의안 투표에 찬성이 100표, 반대가 11표였고, 58개국이 기권했는데 기권 국가 중에는 이집트, 알제리, 남아공, 말리, 르완다, 세네갈, 가봉 등이 있었다.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아프리카 연합(AU, African Union) 의장의 선언과 달리 3월 3일 유엔 결의안 투표에서 보여준 아프리카 국가들의 결정은 매우 이례적이다. 기권 국가 총 35개 국가 중 절반인 17개국이 아프리카 국가다. 에리트레아는 러시아, 벨라루스, 북한, 시리아와 함께 결의안에 반대한 유일한 아프리카 국가다. 아프리카 28개국이 결의안에 찬성하였지만, 8개국은 표결에도 참여하지도 않았다. 결과적으로 아프리카 연합 회원국 44%에 해당하는 24개국이 유엔 결의안에 대해서 찬성하지 않은 것이다.

<그림 1> 러사이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유엔 결의안 투표 결과
자료: 저자 정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명백함에도 아프리카 국가들의 계산은 복잡하다. 아프리카 국가 대부분은 대외 안보 정책 하나로 냉전체제에서 어느 진영에도 휩쓸리지 않는 ‘모호한’ 비동맹을 원칙으로 하였다. 그러나 탈냉전의 국제 질서는 아프리카 안보와 원조의 공백을 초래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아프리카로 하여금 안보와 개발에 있어서의 협력을 더욱 절실하게 만들었다. 내전 혹은 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일부 아프리카 국가는 유엔 제재에 참여하지 않는 국가와 다양한 협력을 체결하였다(예컨대 수단과 중국). 이로 인해 AU 차원에서의 공동 대응이 어렵게 되었고, 갈등은 장기화하여 지역 안보 불안을 초래하고 있다.

또한, 4월 8일에 있었던 러시아에 대한 유엔 인권이사회 자격 정지 결의안은 찬성 93표, 반대 24표, 기권 58표로 가결되었다. 반대한 24개국 중 바그너 용병이 활동하고 있는 말리와 중앙아프리카공화국 그리고 알제리가 포함되었다. 민주주의 모범 국가로 알려진 세네갈과 아파르트헤이트로 인권유린을 뼈아프게 경험한 남아공은 불참하였다.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사실 1960년 이후 아프리카 국가들이 역사적으로 뼈아프게 경험하고 끊임없이 경계해 온 신제국주의(New Imperialism) 침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세력 및 반군과 대치하고 있는 리비아, 말리, 수단,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이 의존하고 있는 공식·비공식적인 바그너 용병 활동은 사헬 지역의 안보 불안을 넘어서 아프리카에서의 유럽 및 미국과 러시아 간 군사적 마찰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는 외교력뿐만 아니라 핵 또는 무기 수출을 마그레브에서 남아프리카 공화국까지 확장하고 있다7). 여전히 안보 불감증에 시달리는 아프리카는 2014년 이후 러시아, 미국, 중국, 프랑스, 독일 등의 중요한 무기 수출 시장이며, 이 국가들로부터의 무기수입은 총수입량의 75%를 차지한다. 탈냉전 이후 가속화된 무기 수입 경쟁으로 아프리카 안보 딜레마(Security Dilema)는 심각하다. 알제리, 남아프리카 공화국, 나이지리아, 모로코는 2021년 아프리카 상위 5개 군사 강대국이다. 알제리는 2015년부터 꾸준히 군비를 증강하여 현재 세계 5위의 무기 수입국이며 80%가 러시아 무기다8).

<그림 2> 아프리카의 주요 무기 수입국
자료: SIPRI

아프리카의 과제
아프리카 입장에서 도덕과 민주주의를 앞세운 서구나 정치적 조건 없이 협력과 원조하는 중국과 러시아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21세기 아프리카를 외세의 새로운 갈등의 장으로 만들지 않도록 자국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범 아프리카적 대처가 절실한 시기다. 다양한 목소리는 아프리카 연합의 민주화에 긍정적인지는 몰라도 아프리카 환경에 맞는 국제현실정치를 위해서는 최소한 단합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향후 아프리카에서 우크라이나와 같은 사태가 발생한다면 아프리카는 다시 열강들의 각축장이 될 것이고, 아프리카의 발전은 반세기 후퇴할 것이다. 

현 상황에서 아프리카에게 주어진 과제는, 첫째, 다자적 프레임워크에 대한 재정립이다. 현재 우크라이나 사태로 아프리카 대외관계는 러시아를 포함해서 중요한 시험대에 올라 있다.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매우 심각하게 다루고 있어서 아프리카 다자외교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알제리, 나이지리아, 앙골라, 탄자니아 같은 자원 국가에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아프리카 전체로는 분명한 위기다. 따라서 아프리카 국가간 다자주의로 구축된 질서를 통해 아프리카 공동이익 정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둘째, 증가하는 러시아 군사 협력과 무기 계약은 지원이 필요한 아프리카 정권에게 호의적이다. 바그너 용병을 이용한 군사적 행보는 아프리카에서 심각한 안보 불안을 초래할 것이다. 아프리카에서의 유럽과 미국 영향력 약화 및 주변화 시도를 통해 러시아는 아프리카에서 새로운 패권 국가를 모색하고 있다. 더욱이 러시아는 G5 사헬 국가들9)을 대상으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프랑스와 러시아 간의 긴장으로 인해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단체의 활성화가 사헬 안보를 더 불안하게 할 것이다. 더불어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안보 불안으로 국가 예산이 개발보다는 더 많은 군사화를 지향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불완전한 범아프리카 안보 체제에 대한 획기적인 변화와 회원국 간의 협력 강화에 필요한 중장기적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 

셋째, 아프리카 국가들이 오래전부터 우려하고 대책을 고심해 왔던 수입국 다변화의 현실적인 강화다. 아프리카 대부분 국가는 무역 종속관계에 있다. 21세기 국제관계는 점점 자국 중심의 현실주의로 굳어지고 있다. 따라서 아프리카 국가들이 파트너를 다변화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야 한다. 아프리카 동부 지역이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는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아프리카의 식량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다.




* 각주
1) “Guerre en Ukraine: pourquoi les réactions africaines sont si peu nombreuses?” https://www.rfi.fr/fr/afrique/20220226-guerre-en-ukraine-pourquoi-les-r%C3%A9actions-africaines-si-peu-nombreuses
2) “Ukraine et sanctions contre la Russie: quel impact sécuritaire et économique en Afrique?” https://afroactu.com/ukraine-et-sanctions-contre-la-russie-quel-impact-securitaire-et-economique-en-afrique/
3) “Russie: quelle stratégie en Afrique subsaharienne?” https://www.ifri.org/fr/espace-media/lifri-medias/russie-strategie-afrique-subsaharienne
4) 2014년에 창설한 러시아의 공식·비공식 용병 그룹 Wagner가 현재 활동하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는 리비아, 수단, 중앙아프리카공화국, DRC, 앙골라, 짐바브웨, 모잠비크, 마다가스카르 등이다. 2021년 유럽연합은 Wagner를 불법단체로 규정하였다.
5) 러시아는 케냐의 차 수출 상위 5개 국가 중 하나인데, 케냐는 밀의 75%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한다.
6) “Potential Consequences Of The Standoff In Ukraine For Africa,” https://www.eurasiareview.com/07022022-potential-consequences-of-the-standoff-in-ukraine-for-africa-oped/
7) 현재 모스크바 방산 산업의 주요 고객은 알제리, 모로코, 이집트, 나이지리아 등이다. 2007년 푸틴이 창립한 러시아 원자력 국영 기업 로스아톰(Rosatom)은 아프리카 또는 개발도상국을 위해 특별히 고안된 ‘미니 발전소’ 개념으로 원자력을 개발하여 보급하고 있다. 현재 로사톰과 관련된 국가는 이집트, 수단, 나이지리아, 케냐, 잠비아 등이다.
8) “Russian Arms Sales and Defense Industry.” https://crsreports.congress.gov/
9) 모리타니아, 말리, 니제르, 부르키나파소, 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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