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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가나의 에너지 문제 진단: 에너지 자급률 미비와 유가 상승

가나 Ishmael K. Tsatsu University of Ghana Researcher 2022/05/15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석유는 한 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운송 연료로 사용되며 세계를 지탱해 왔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석유·천연가스·석탄으로 대변되는 연료 수요는 당분간 점차 늘어갈 전망이다. 고도의 가변성을 특징으로 하는 세계 석유 시장의 유가의 경우 시기에 따라 등락이 심한데, 이러한 가격 변동을 주도하는 요인은 주로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의 변화이지만(CEPA, 2021), 투기·자연재해, 그리고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도 같은 지정학적 위기가 원인이 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오늘날 가나의 석유화학 산업은 석유 부문과 천연가스 부문으로 구성되고, 여기에서 파생되는 가치 사슬은 유전 탐사·생산·정제·운송과 같은 다양한 과정을 포함하며, 넓은 범주에서는 기업 경영과 정부 규제, 그리고 최종 상품의 소비자 마케팅 및 인프라 개발도 관련 분야로 상정할 수 있다. 가나가 채산성 있는 석유 및 가스 자원을 처음으로 발견한 것은 2007년의 일로(Ghana National Petroleum Corporation, 2008), 이로부터 3년 후인 2010년부터 원유와 천연가스의 생산이 개시되었다. 가나의 국토에서 나오는 천연 석유 자원은 수년간 수출액 증대에 기여했고, 경제 성장과 개발에 사용하기 위한 예산을 확보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

가나 통계청(Ghana Statistical Service, 2015)이 제공하는 자료에 따르면 원유 생산이 시작된 지 2년째인 2011년에 가나의 국내총생산(GDP)은 14%라는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여 2009년의 4.8%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세계 어떤 나라에서든 일단 석유와 가스 자원이 발견되고 관련 산업이 들어서면 다양한 경제적 혜택이 나타나는데, 이러한 혜택으로는 (1) 관련 상품 판매와 기업세 징수를 통한 정부의 소득 증대, (2) 다수의 국민이 종사할 수 있는 일자리의 직/간접적 창출, 그리고 (3) 국내 경제 활동에 소비되는 1차적 에너지(Primary Energy) 확보 등을 들 수 있다. 가나는 석유화학 산업을 통해 상기 경제적 혜택 중 처음의 두 가지를 창출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하지만 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가나는 원유 생산국의 지위를 획득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석유 제품의 순수입국으로 남아 있다(International Energy Statistics, 2018). 이와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현재 가나가 보유한 중류(Midstream) 부문 인프라의 미비로 인해 석유 처리와 정제 및 보관, 그리고 원유와 정제유의 운송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에너지 안보 확립에 필요한 수준의 에너지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이래 가나의 경제는 석유 의존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집계되며, 경제 성장과 개발에 쓰이는 총에너지 중 바이오매스(Biomass)를 제외한 나머지의 80%가 석유를 통해 조달된다. 따라서 석유 제품 자급률이 낮다는 사실은 가나 경제의 크나큰 취약점이라 할 수 있다.

가나의 에너지 자급 문제
석유 자원의 발견에도 불구하고 제반 인프라의 미비로 인해 정제 제품의 자체 생산이나 수출이 힘든 가나의 역설적 상황을 보여주기 위해 여기에서는 석유 생산 개시로부터 5년째인 2014년의 석유 제품 수출입 통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가나에서 2014년에 수입한 석유 제품은 액화석유가스(LPG)·휘발유·경유·중유·항공유 등 다양한 품목을 합해 거의 340만 톤에 달했으며, 이는 2013년에 비해 15%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이 중 액수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면 경유(51%) 수입이 가장 많았고, 휘발유(37%), LPG(7%), 항공유(3.3%), 중유(1.4%)가 뒤를 이었다. 이 중 항공유의 경우 2012년에서 2013년까지 수입액이 절반으로 떨어졌다가 2014년에는 전년 대비 약 3배의 수입액을 기록하는 등 등락의 폭이 컸다.

반면 가나가 주로 수출한 석유 제품은 중유의 일종으로 해외 선박이 주로 사용하는 해양가스유(MGO, Marine Gas Oil)와 나프타였다. 하지만 2012년에 18만 톤을 기록했던 가나의 석유 제품 수출액은 2013년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고 난 후, 2014년에는 여기에서 다시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2만 1,000톤을 기록했다. 이는 위에서 소개한 수입액의 규모와 비교할 때 수출액이 매우 저조한 수준임을 확연히 보여주는 통계라 할 수 있다. 

<그림 1> 2000~2014년 가나의 에너지 공급/수입/수출/소비/생산량 통계 
단위: 1,000 석유환산톤 
자료: 가나 에너지 위원회(Ghana Energy Commission, 2015)

<그림 1>은 2000년부터 2014년까지 가나의 에너지 관련 통계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여기에서도 가나에서 석유가 생산되기 시작한 이후 에너지 생산 및 수출 지표가 전혀 개선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2> 2015~2021년 가나의 석유 제품 공급/수입/수출/소비/생산량 통계 
단위: 1,000 석유환산톤 

자료: 테마 정유소(Thema Oil Refinery), 가나 가스공사(Ghana National Gas Company), 가나 석유청(National Petroleum Authority) 자료를 바탕으로 저자 계산


또한 <그림 2>에 시각화된 자료를 살펴보면 비교적 최근인 2015~2021년 동안에도 석유 제품 수입량이 국내 생산량이나 수출량을 훨씬 상회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1). 또한, 이 그림의 배경 자료에 따르면 해당 기간에 가나의 중유(해양 연료 보급에 사용되는 함선용 중유 포함) 및 휘발유 수출량은 각각 28.9%와 0.6% 증가했지만, 가장 최근 연도인 2020년과 2021년에는 2019년 대비 수출량이 각각 92%와 95.4% 급감하는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6년간 기록된 가나 국내 석유 제품 소비량이 2000년대에 비해 상승한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해당 수치는 2015년 3,552 석유환산킬로톤(ktoe, kiloton of oil equivalent)에서 4,425 석유환산킬로톤으로 증가하면서 5.6%의 연평균 복합 성장률을 보였다. 한편 가나에서 지난 20년 동안 소비된 석유 제품 중에서 휘발유와 중유는 각각 36.4%와 51.8%를 차지했다.

<그림 1>과 <그림 2>를 종합해 살펴볼 때, 경제 성장으로 인해 석유 소비량이 상당히 늘어난 반면 가나에서 생산되는 석유 제품의 양은 소폭의 등락만을 거듭하면서 이를 따라가지 못해 결국 국내 소비용 석유 제품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현상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2021년 최신 자료에 따르면 당년도 가나의 에너지 총생산량 중에서 가나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비중은 5%에 불과하고, 나머지 95%는 전량 외국에서 수입했다(Ghana Energy Commission, 2022). 즉, 가나는 엄청난 양의 원유를 땅에서 뽑아내면서도 처리 및 보관 시설의 부재로 인해 석유 제품의 대부분을 수입한다는 역설적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 문제점을 인지한 가나 정부도 정책 차원에서의 관심과 민간 부문의 투자를 바탕으로 석유 처리, 보관, 운송에 필요한 중류 및 하류(Downstream) 부문 인프라를 구축해 국내 에너지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이러한 노력이 앞으로 얼마나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로 남아있다.

가나의 유가 상승 문제
지난 5년 동안 세계 평균 원유/정제유 가격, 공급자 프리미엄, 운송 및 보험 비용, 세율, 그리고 환율 변동을 비롯한 주요 요인의 영향으로 유가가 올라가면서 많은 국가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에너지 부문에 대한 정부의 통제 수준이 낮은 인도나 가나와 같은 나라의 국민들은 유류 가격 상승의 직격탄을 맞았는데, 가나에서는 53개월 연속으로 유가가 상승하면서 민생 경제에 큰 부담이 되었다.

가나 정부는 국제 유가의 상승으로 인한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가격 안정화·회복세(PSRL, Price Stabilization and Recovery Levy)를 인하하거나 철폐하고 유류 가격 구조(Petroleum Price Build-Up)에 포함된 특별유류세(Special Petroleum Tax)도 내리는 등의 조치를 시행했지만, 이에도 불구하고 휘발유 가격은 2017년 1월에서 2019년 6월까지 38% 이상 상승해 리터당 5.25세디(한화 약 860원)를 기록했다. 상황은 이후에도 나아지지 않아서, 2022년 3월에 집계된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8.618세디(한화 약 1,410원)로, 2019년 6월에 비해 64.15%가량 상승했다. 휘발유 가격이 지난 4년간 이처럼 급격히 올라간 것은 세계 평균 원유 및 정제유 가격이 상승함과 동시에 가나 통화인 세디가 미국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인 점에서 기인하며, 이러한 현상은 연료 의존도가 높은 분야에서 활동하는 모든 경제 주체에 있어 큰 악재이다.

브렌트유 가격이 전년 동기에 배럴당 66달러(한화 약 8만 1,700원)였다가 2022년 1월에는 배럴당 7 달러(한화 약 9만 6,600원)로, 2월에는 배럴당 103.9달러(한화 약 12만 8,600원)로 오르는 등 국제 유가가 고공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은 가나의 유류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주요 요인이다. 2022년 3월 첫 주에 가나에서 판매되는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8세디(한화 약 1,310원)를 돌파했다. 이로부터 2주 전에 가나 국립석유청(National Petroleum Authority)이 PSRL을 재도입했을 당시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6.4세디(한화 약 1,050원)였지만, 3월 30일을 기준으로 한 가격은 리터당 8.618세디(한화 약 1,410원)로 크게 오른 상태이다. 가나의 에너지 안보 연구소(Institute for Energy Security)는 3월 초 LPG, 경유, 휘발유 등의 가격이 약 4%가량 올라갈 것이라 예상한 바 있다. 이처럼 유류 가격이 치솟게 되면 석유 관련 시장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이 내놓는 상품의 가격도 올라가게 될 전망이다.

유가 상승으로 인한 영향
유가 상승은 생산 비용, 물가, 금리, 실업률, 운송 비용을 비롯한 다양한 거시경제 지표에 심각한 영향을 주어 국내/국제 경제 활동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올라가면 농업, 수송업, 제조업, 생산업 등 국가 경제의 모든 핵심 부문에 직·간접적 효과가 나타나, 궁극적으로는 식품이나 전기·수도·가스 요금 등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상품의 소비자 가격도 함께 올라가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렇게 발생하는 국가적 규모의 인플레이션은 유류 가격 상승으로 인해 국민이 겪는 어려움을 더욱 늘리게 될 것이다. 아래에서는 유가 상승이 가나의 경제에 가져올 수 있는 영향을 분야별로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그림 3> 2021년 12월~2022년 3월 가나의 리터당 휘발유 가격 동향 
단위: 세디
자료: https://www.globalpetrolprices.com


생산 기업
고유가 추세는 특히 연료 의존도가 높은 부문에서 운송 비용과 생산 비용 모두를 올리게 되며, 이 문제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된 분야의 사례로는 전력 생산, 농업, 그리고 화학공업 등의 가공업을 들 수 있다. 풍부한 자금력을 보유한 대기업의 경우 유류 가격의 등락에 어느 정도 대처할 수 있겠지만, 가나의 많은 중소기업들은 같은 문제를 극복하는 데 훨씬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이처럼 기업이 지출하는 비용을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것은 바로 식료품을 포함한 각종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소비자이다. 이 현상은 역으로 소비자의 수요량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져 기업의 이윤이 감소하고, 이 때문에 임금 수준이 낮아지거나 실업률이 증가하는 등 악순환이 나타나게 된다.

자가용 운전자
휘발유 가격의 상승으로 인해 자가용 운전자들도 매달 정해진 거리를 이동하는 데 더 큰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만약 가나의 수도 아크라(Accra)에서 갤런당 42킬로미터의 연비를 지닌 차량으로 한 달에 1,050킬로미터를 주행하는 운전자를 가정할 경우, 2019년 1월에서 2022년 3월 사이에 연료비 부담이 약 250세디(한화 약 4만 1,000원)만큼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이러한 유류 가격의 상승은 고연비 혹은 친환경 차량이나 정지 상태에서 시동을 자동으로 꺼 엔진 공회전을 줄이는 에너지 친화적 기술의 경제적 매력을 늘리는 부수적 효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통근 인구와 대중교통 이용객
육상, 항공, 해상 등의 분야를 불문하고 기업 활동에 연료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수송 분야는 유가 상승에 특히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 차원에서 통일된 가격 구조의 제약을 받지 않는 개인 사업자들은 유류 비용 상승분을 요금 인상으로 충당해야만 한다. 이에 따라 출퇴근을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가나의 국민들은 이전보다 훨씬 높은 교통비를 부담하게 되고, 이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도보 이동을 선택하거나 대체 통근 수단을 고려하게 될 수 있다.

가계
유가 상승은 단순히 유류에 그치지 않고 운송 비용, 생필품 가격, 전기·수도·가스 요금, 교통 요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출을 늘려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만약 유가가 계속해서 높은 수준에 머무를 경우, 가나의 가계가 저축이나 소비를 줄임에 따라 경제 활동이 축소될 위험성이 존재한다. 

결론
가나는 2010년을 기점으로 원유 생산국의 자리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인프라의 미비로 인해 석유 제품의 자체적 생산과 조달이 어려워 에너지 자급률이 낮다는 고질적 문제에 시달리고 있으며, 따라서 국내에서 소비되는 연료의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다양한 요인에 의해 국제 유가가 상승하게 되면서 가나의 유류 비용 부담도 커지게 되었는데, 만약 이 문제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할 경우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경제 전반에 크나큰 어려움이 닥칠 것으로 우려된다. 이처럼 에너지 가격의 폭등으로 인해 민생 경제가 직격탄을 맞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가격 안정화를 위한 세율 조정이나 환율 시장 개입 등 단기적 해결책에 더해 자체적인 석유 생산, 정제, 보관, 운송 인프라를 건설해 수입 에너지를 자체 생산분으로 대체해 나가기 위한 장기적 노력 또한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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