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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를 맞는 나이지리아 경제

나이지리아 Duruji, Moses Metumara Covenant University Associate Professor 2022/05/15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러시아가 2022년 2월 24일을 기점으로 우크라이나 침공을 개시하자 국제 사회는 이를 신속히 규탄했으며,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진영 국가들은 러시아의 금융 거래를 막고 러시아산 유류 및 가스 구매를 줄이는 등 일련의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다(Kolaczowski, 2022). 한편 전쟁과 경제 제재로 인해 국제 원유 가격은 배럴당 100 달러(한화 약 12만 4,000원)를 돌파했는데, 이는 나이지리아의 2022년도 국가 예산안이 상정한 배럴당 62 달러(한화 약 7만 7,000원)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다(Afolabi, 2022).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의 입장에서 유가 상승이 일견 호재로 보일 수도 있으나, 보다 폭넓은 관점에서 분석해보면 원유 수출국인 나이지리아도 다양한 석유 가공 제품을 수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생각보다 복잡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Oyekanmi, 2022). 석유 및 천연가스의 가격 상승 이외에도 러시아와의 무역을 제약하는 국제 사회의 제재에서 나이지리아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 또한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그 결과로 나타난 제재가 나이지리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이고, 나이지리아 정부는 여기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본고에서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살펴보기로 한다.

국제 원유 가격의 상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영향이 가장 먼저 나타난 곳은 국제 원유 시장으로, 전쟁 발발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원유 가격은 2014년 이래 최초로 배럴당 100 달러(한화 약 12만 4,000원)를 넘어섰다(Kolaczowski, 2022). 러시아가 세계 2위의 원유 생산국인 데다 다수의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에 의존한다는 사실이 국제 유가의 폭등을 부추긴 주요 요인이었다(Kolaczowski, 2022).

원유 수출로 외화 소득의 70% 이상을 벌어들이는 나이지리아의 입장에서 원유 가격이 배럴당 110~139 달러(한화 약 13만 6,000~17만 2,000원) 수준으로 높아진 점을(Azeez, 2022) 호재라고 판단할 수도 있는데, 낙관론자들은 원유 수출액 실적이 개선되면 배럴당 62 달러(한화 약 7만 7,000원)를 기준으로 책정한 나이지리아의 2022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국내총생산(GDP)의 3.39% 수준인 6조 2,500억 나이라(한화 약 18조 5,000억 원) 규모의 예상 적자액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나이지리아가 원유 가격의 상승으로 무조건 혜택만 본다고는 볼 수 없는데, 이는 2005년 일일 257만 배럴에 달했던 나이지리아의 원유 생산량이 2021년 12월에는 그 절반 수준인 일일 131만 배럴로 감소한 상태이기 때문으로, 이 수치는 석유 수출국 기구(OPEC, Organization for Petroleum-Exporting Countries)에서 나이지리아에 배정한 생산량 한도인 일일 172만 배럴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Adio, 2022). 이처럼 석유 생산량이 감소한 이유로는 국제 석유 회사들의 나이지리아 이탈, 전반적 투자 미비, 인프라의 노후화, 그리고 석유 및 가스 시설을 대상으로 끊임없이 일어나는 훼손 행위 등이 지적된다. 그 밖에도 금융 부문의 불확실성 확대와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 그리고 대규모로 일어나는 원유 절도 범죄도 나이지리아 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소이다.

나이지리아가 정제 석유 제품의 순수입국이라는 사실도 상황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로, 이로 인해 원유 가격 상승으로 얻는 이익이 정제 석유 제품 수입액의 증가로 상쇄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게다가 나이지리아는 현재 휘발유에 대한 보조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2022년도 예산에서 여기에 배정된 액수만도 전체 예산액의 17.5%에 달하는 3조 나이라(한화 약 8조 9,000억 원)에 달하며(Thisday, 2022),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정제 석유 제품의 가격이 올라가면서 보조금 지출액도 덩달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과거에 이 보조금 제도의 폐지를 시도한 적이 있지만, 당시 노동조합 차원에서의 격렬한 반대로 인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림 1> 나이지리아의 연 단위 환산 물가 상승률 
단위: %
자료: tradingeconomics.com 및 나이지리아 통계청(National Bureau of Statistics, 2022)



아직 가격 자유화가 시행되지 않은 휘발유를 비롯한 석유 제품의 수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보조금 제도의 투명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다. 나이지리아 석유공사(Nigerian National Petroleum Corporation)를 통해 석유 부문을 관리하는 나이지리아 정부는 현재 하루에 소비되는 휘발유의 양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단지 2015년에 일일 3,000만 리터 수준이었던 소비량이 오늘날에는 일일 1억 리터까지 늘어났다고 추산하고 있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이 엄청난 양의 증가분 중 상당 부분이 판매량 조작 등 부패로 인해 인위적으로 생겨난 것이라 믿고 있다. 이외에 나이지리아의 고질적 문제인 석유 밀거래 행위 또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정도를 더해가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는 재정 효율성 저하로 이어져 나이지리아 정부는 기존 부채 상환에 급급하며, 휘발유 보조금 제도 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더 많은 자금을 대출받으면서 부채가 더더욱 쌓여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실정이다.

한편 경유를 비롯해 가격 자유화가 이미 이루어진 여타 석유 제품의 가격 폭등도 나이지리아 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데(Oyekanni, 2022), 원래 리터당 200 나이라(한화 약 600원)였던 경유 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그 세 배인 600 나이라(한화 약 1,800원)를 넘어섰다. 경유 가격이 이처럼 급속하게 높아진 배경에는 정제 석유 제품의 원가 상승에 더해 나이지리아 국내 전력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발전용 경유 수요가 높아졌다는 점도 존재한다(Udegbunaknn, 2022). 현재 나이지리아 국내 대부분의 기관에서 발전기를 돌리는 데 경유를 사용하고 있기에 경유 가격 상승은 생산 비용의 폭등으로 이어져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정리하자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나이지리아에 끼친 가장 큰 영향은 에너지 가격의 상승으로, 경유·항공유·등유·도시가스를 비롯한 석유 제품 수요를 대부분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는 나이지리아는 이 문제에 대한 취약성이 큰 상태이다(Guardian, 2022). 상기한 석유 제품의 가격이 올라가게 되면 전반적 생활 비용이 상승하고 나이지리아 일반 국민이 영위하는 삶의 질도 저하될 것으로 우려된다.

운송 비용의 상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나이지리아 경제에 가져온 또 다른 파급효과는 수송 비용의 상승이다. 이 문제는 본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발발하기 2주 전에 나이지리아 석유공사가 판매한 불순 휘발유에 대한 회수 조치가 시행되며 발생한 휘발유 품귀 현상에서 시작된 것으로, 사태 해결이 요원한 상태에서 우크라이나 분쟁마저 터지면서 수입산 석유 제품의 가격이 더욱 올라가는 결과가 빚어졌다. 나이지리아에서 유일한 정제 석유 제품 수입 주체인 나이지리아 석유공사가 사전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불순 휘발유 회수 조치를 진행하면서 휘발유 품귀 현상이 다시 어느 정도 정상 상태를 회복할 때까지 장장 6주의 긴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로 인해 발생한 2차적 문제가 바로 수송 비용의 상승으로, 나이지리아의 금융 기업인 나이라메트릭스(Nairametrics)의 집계에 따르면 연료 부족으로 인해 우버(Uber)나 볼트(Bolt)와 같은 차량 호출 서비스의 요금이 두 배 이상으로 뛴 것으로 나타난다. 이외에 항공편 이용객들도 항공료 인상으로 인한 불편을 겪었는데, 이는 항공기에 사용되는 제트 에이원(Jet A1) 연료 가격이 리터당 200 나이라(한화 약 600원)에서 리터당 599 나이라(한화 약 1,800원)까지 올라가며 항공사들이 요금을 두 배로 인상하고 비행편 감축에 나섰기 때문이다(Nairametrics, 2022).

대(對) 러시아 무역과 식품 가격 문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식품의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나이지리아를 비롯한 세계 각국은 수입산 식자재 조달에 난항을 겪었으며,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세계 수출량의 30%를 담당하는 밀의 경우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밀은 국수, 파스타, 케이크, 제과류 등에 널리 사용되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곡물 중 하나이기에 가격 상승으로 인한 피해가 극심할 것으로 우려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가 발간한 보고서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나이지리아를 포함한 세계 각지에서 식품 가격의 상승을 불러왔다고 지적하며(Ibirogba, 2022), 특히 수입산 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북아프리카, 아시아, 중동 지역의 빈곤국들이 심각한 식량 불안 문제를 겪을 수 있음을 경고한다. 나이지리아는 2019년 한 해에 3,490억 나이라(한화 약 1조 원) 상당의 듀럼밀(Durum Wheat)을 수입했고, 2021년의 첫 9개월 동안에는 8,982억 나이라(한화 약 2조 7,000억 원) 규모의 밀을 해외에서 들여왔다. 만약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지금보다도 더욱 격화될 경우 교전 지역에서의 농업 활동이 타격을 받으면서 빵과 제과류 가격이 더욱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그림 3> 나이지리아의 듀럼밀 수입액 동향 
단위: 10억 나이라
자료: 나이라메트릭스(Nairametrics, 2022)


러시아-나이지리아 경제 관계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나이지리아의 대(對)러시아 무역도 타격을 입을 것이다. 2021년의 첫 9개월간 나이지리아가 러시아에서 수입한 상품의 액수는 총수입액의 3.7%인 8,131억 9,000만 나이라(한화 약 2조 4,000억 원) 상당이고, 러시아로부터의 연간 식품 분야 수입액도 2위를 차지한다(Nairametrics, 2022). 이와 같은 상황에서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가 심화될 경우 나이지리아가 수입하는 식품의 핵심 공급원인 러시아와의 거래가 어려워지게 되고, 나이지리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양이 소비되는 듀럼밀이 특히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Punch, 2022). 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나이지리아가 수입한 러시아산 듀럼밀은 2020년에 1,441억 4,000만 나이라(한화 약 4,300억 원), 2021년 첫 9개월간 1,281억 나이라(한화 약 3,800억 원)로 나타난다. 나이지리아에서 한 해에 소비되는 600만 톤 규모의 밀 제품 중에서 국내에서 조달되는 비율은 고작 1%에 불과하기에 러시아산 밀 수입로가 막힐 경우 공급 부족으로 인한 밀 가격 급등을 따라 밀이 들어가는 빵, 제과류, 밀가루 등의 가격도 함께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나이지리아는 이외에 고등어, 청어, 청대구를 비롯한 각종 냉동 생선류도 러시아에서 많이 들여오며, 러시아산 유제품 수입액도 2021년 1~3월에 7억 2,145만 나이라(한화 약 21억 원)를 기록하는 등 상당한 수준이다(Nchetachi, 2022). 현재 밀의 과도한 수입 의존도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나이지리아 중앙은행(Central Bank of Nigeria)이 수입 대체용 국산 밀 생산을 지원하고 있기에 향후 나이지리아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밀의 양이 늘어날 가능성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해당 사업이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결론
나이지리아는 양 전쟁 당사국과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여파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주요 산유국인 나이지리아는 지난 1970년대의 석유 파동과 1990년대 초반 걸프전 당시 국제 원유 가격의 상승으로 인한 혜택을 톡톡히 보았지만, 국가 경제의 제반 요건이 변한 오늘날에는 유가 상승이 양날의 칼이 되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정·재계 주요 인사들이 주지하고 있듯, 향후 유사한 유가 상승 환경에서 나이지리아가 입는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혜택을 증대하기 위해서는 국가 경제에 대한 대규모 구조 조정과 개혁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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