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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최근 중동과 유라시아 지역 갈등으로 더욱 중요해진 에너지안보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정상률 前 명지대학교 교수 前 한국중동학회 회장 2022/06/08

중동지역 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동시 발생으로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 급등
2022년 초, 코로나19 대유행의 경제적 타격을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돌입할 준비를 진행하고 있던 세계 경제는 에너지 위기라는 또다른 복병을 만났다. 세계 최대의 에너지 자원 생산국들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에서 지정학적 위기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세계 최대의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맨 후티(Houti) 반군의 오랜 갈등이 후티 반군의 아람코(ARAMCO) 원유 저장고 및 아부다비의 정유 시설에 대한 공격으로 격화되었고, 세계 2위의 천연가스 생산국이자 OPEC+ 회원국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무력 침공함으로써 전쟁을 시작하였다. 이에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였는데, 지난 3월 국제 유가는 배럴당 139달러까지 치솟으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1).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의존도가 매우 높은 유럽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 수단으로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금수조치를 선택하면서 EU 국가들은 물론 EU에 적극적으로 LNG를 수출하기 시작한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도 급등하여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 또한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2). (<그림 1> 참고) 

<그림 1> 헨리 허브(Henry Hub) 국제 천연가스 가격 추이 단위: 달러/ 1,000 입방피트
자료: Forbes.com, FactSet 재인용


에너지 패권 경쟁으로 신냉전 구조 형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하여 미국과 EU를 위시한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 금융기관들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 배제, 러시아 고위급 인사들에 대한 각종 제재 등의 경제적 제재 조치를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SWIFT 결제망은 1만여 개 이상의 전 세계 금융기관들이 이용하는 결제 전산망으로, SWIFT 배제는 금융기관들의 국제 보유고 접근 제한, 자산 동결, 수출 대금의 수취 불가를 의미한다. 이로 인해 러시아의 루블화 가치가 하락하고,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면 국가 전체 경제에 타격도 불가피하다. 이 같은 제재 조치 후 러시아와 미국이 대표하는 서방국들 간의 갈등은 점차 고조되고 있으며, 이는 에너지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신냉전구조 형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중동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첩으로 미국과 러시아는 유럽 및 중동 에너지 시장을 놓고 패권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그 영향으로 전 세계가 에너지안보 위기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유럽의 경우, 탈원전 및 2050년 탄소중립 이슈가 부상하면서 천연가스 확보 경쟁이 치열해졌다. 막대한 천연가스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와 천연가스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 특히 독일 간에 에너지를 둘러싼 상호 의존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조치로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중단 또는 축소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다.  특히 독일은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수입을 위해 2012년에 천연가스 운송용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NordStream) 1을 건설했고, 2021년에는 노르트스트림2의 건설을 완료하였다. 그 외에도 1997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러시아-벨라루스-폴란드-독일 경유 야말(Yamal) 가스관과 우크라이나를 통과하는 가스관 등이 러시아산 가스의 유럽 운송에 이용되고 있다3). 그러나 독일의 전향적 태도로 유럽 국가들이 EU 차원의 대러시아 제재 조치의 일환으로 러시아산 천연 가스 수입을 단계적 축소 후 금지하기로 결정하면서, 미국은 유럽에너지 시장을 확대·통제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미국에게는 자국산 에너지의 유럽 수출 확대 기회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4). 이는 미국과 러시아 간 에너지 패권경쟁 환경 조성으로 이어지며, 신냉전 구조의 필요조건이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전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 
에너지안보 위기의 1차적 원인은 수요-공급의 불일치에 있다. 에너지 수요-공급의 불일치는 에너지원의 지역 편중 매장, 에너지 생산시설의 미비 및 노후화, 에너지원의 감소, 에너지 생산 지역의 분쟁, 거대 자본가들의 유가 조작, 신흥국의 급속한 산업화 및 계절적 요인으로 에너지 수요 급증 등 다양하며, 이는 국제적 에너지 협력, 즉 에너지 수요-공급망을 교란시킨다. 여기에 더하여, 에너지 수요-공급망을 자국에 유리하게 하려는 주요 강대국들의 ‘에너지 패권’ 추구로 전 세계적인 에너지안보 위기가 초래되기도 한다. 

세계 에너지 구조는 중동 차원에서 미국-서유럽-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걸프협력회의(GCC, Gulf Cooperation Council) 국가들-이스라엘로 이어지는 선과 러시아ㆍ중국-이란-시리아-레바논 헤즈볼라로 이어지는 단층선이 형성되어 있다. 유럽 차원에서는 미국-서유럽-일부 동유럽 국으로 이어지는 선과 러시아-일부 동유럽 국으로 이어지는 단층선이 형성되어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국제 사회에서 서로 협력하는 경향이 많은 편이고, 동북아 지역에서도 한-미-일과 러-중-북한 간 단층선이 강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지역적, 세계적 구조 차원에서의 단층선은 불변선인 것은 아니지만, 최근의 중동 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전 세계 구조 차원에서 신냉전으로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분쟁 관리를 통해 분쟁보다 협력의 국제사회 구성에 노력해야 할 때임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러시아, 미국과 중국 간에 군사 분야뿐만 아니라 에너지, 전자, 자동차, 생명과학, 우주 과학기술 등을 포함하는 전 분야에서 패권경쟁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에너지 안보 위기 장기 대책 마련의 필요성 대두
예멘 내전을 둘러싼 사우디아라비아, UAE와 후티 반군 간 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에너지 수급 변동성과 그로 인한 에너지 안보 위기에 대한 세계 각국의 대안 마련을 촉구하는 계기가 되었다. 분쟁 관리가 중요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강대국들 간 패권경쟁이 강화되고 있는 위기 상황에서, 에너지의 수요와 공급을 무기화 하는 상황에 대한 준비가 절실해진 것이다. 에너지 안보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세계적 차원에서 분쟁 발생 최소화, 분쟁의 평화적 관리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유엔(UN)을 포함한 국제기구는 최근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UN안보리 상임이사국의 비토(Veto)권이 주된 원인이며, 이는 다시 국제사회의 무정부성을 확인해 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및 ‘에너지 무기화’ 의도에 독일은 노르드스트림 2 가스관 사업 중단으로 대응하고 있으나5), 영구적 폐쇄까지 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에너지 안보에 극심한 취약성을 드러낸 EU 국가들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유럽 에너지 수급 구조 변화 가능성도 커졌다. 독일을 포함한 EU는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의존도를 줄이고 ‘에너지 믹스’를 통해 ‘에너지 독립’을 찾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6).

1970년대 제1차 오일쇼크 이후 세계 각 국가들은 안보 차원에서 에너지 정책을 시행해 왔으나, 에너지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국가 간 에너지 확보 경쟁은 지속·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분쟁으로 인한 에너지 안보 위기, 특히 에너지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원자력 발전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다. 체코와 프랑스, 폴란드, 영국은 신규 원자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데, 특히 프랑스는 원자력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정책을 취소하고, 2050년까지 원전14기를 추가 건설함과 동시에 기존 원자로도 폐기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탈원전 기조에 앞장섰던 독일에서도 탈원전 정책을 연기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7)

한국의 에너지 안보 위기 대책 제안
에너지안보 위기 상황의 항상성에 직면해 있는 한국의 경우, 에너지안보 위기를 극복할 단·중·장기적 대응방안을 지속적으로 찾아내야 한다. 해외에너지 의존도가 94%, 에너지수입액이 국가 총수입액의 약 25%인 낮은 에너지 자립도를 가진 한국의 경우8), 안정적 에너지공급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므로 지금까지보다 더 강한 에너지안보 차원의 대응이 요구된다. 한국은 에너지 자립 정책(독립적 석유 정제 판매, 천연가스 장기 도입 계약 등)을 꾸준히 시행해 옴으로써 비교적 안정적으로 에너지 관리를 하고 있으나, 석유·천연가스·우라늄 등 원료를 전적으로 외국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그에 대한 중장기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먼저 에너지원 공급 확대 차원에서 재생에너지의 지속적 보급ㆍ확대가 요구된다. 단절된 이란과의 관계 재개 등 에너지 수입원 다원화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며, 최악 상황의 경우 원전의 역할에 대한 재점검도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원전 추가 건설보다는 재생에너지 등 대체에너지 공급 확대를 추진하는 전략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속적인 자원 외교 강화도 필수적이다9).

안보개념의 확대와 ‘비전통 안보로서의 에너지 안보’에 대한 인식 제고도 요구된다. <표1>, <그림2>에서 볼 수 있듯이, 에너지안보는 경제안보, 포괄안보, 비전통안보에 포함된다. 에너지안보는 ‘적시에 지속 가능하며 저렴한 기반으로 에너지원에 안정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하는데, 에너지에 대한 접근은 식량, 조명, 물, 필수 건강 관리와 같은 기본적 자원의 제공을 지원하는 데 중요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경제 성장, 정치적 안정 및 번영의 전제 조건이기 때문이다10).


<표 1> 전통안보와 비전통안보 개념
자료: Bajpai, Kanti. 2003, "The Idea of Human Security. "International Studies 40(3). p. 223 

<그림 2> 안보 개념의 확대
자료: 정상률 강의 자료



* 각주
1) Forbes, "Oil Surges To $139 A Barrel As Biden Weighs Russian Bans And Pleads With OPEC For More" https://www.forbes.com/sites/christopherhelman/2022/03/07/oil-surges-to-139-a-barrel-as-biden-weighs-russian-bans/?sh=7a0e66591640 2022.3.7
2) CBS News, "Natural gas prices have soared to a 14-year high. Here's why." https://www.cbsnews.com/news/natural-gas-price-14-year-high/ 2022.5.5
3) 매일경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푸틴은 왜 우크라이나를 원하는가” (20220315)
4) 조선일보. “EU, 러서 에너지 계속 수입… 푸틴에 전쟁자금 190억 달러 댔다”(20220325)
5) 아주경제. “우크라이나 침공은 '에너지 패권전쟁'이다”(20220317).
6) 서울경제. “우크라이나 전쟁 그 이후…유럽의 에너지 '믹스'가 바뀐다[윤홍우의 워싱턴 24시(20220310).
7) 시사저널. “우크라 전쟁 속 ‘추운 겨울’, 에너지 대란 앞에 뭉치는 유럽”(20220309). 이투뉴스. “우크라이나 사태로 세계 에너지시장 '흔들'”(20220304).
8) 울산신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발 에너지공급 위기 대책은”(20220322)
9) 정상률. “중동석유의 정치경제와 한국의 대중동 자원외교”(2008).
10) Organization for Security and Co-operation in Europe. Energy Secur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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