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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렌드

[이슈트렌드] 슬로바키아 현 정부, 전 총리와의 갈등 지속

슬로바키아 EMERiCs - - 2022/06/17

☐ 슬로바키아 정부는 부패와의 전쟁 중


◦ EU 회원국 중 부패 지수가 가장 높은 국가

- 슬로바키아는 1989년 공산주의 정권이 무너지고 1993년 체코슬로바키아로부터 독립한 이후 만성적으로 부패 문제를 겪어왔다. 2018년까지 슬로바키아는 EU 회원국 중 가장 부패한 국가로 선정되었으며, 당시 슬로바키아 대통령이었던 안드레이 키스카(Andrej Kiska)는 슬로바키아를 마피아 국가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또한, 2018년 정치권 간의 비리를 조사하던 기자 얀 쿠치악(Jan Kuciak)이 살해되자, 배후에 로베르트 피초(Robert Fico) 총리가 개입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되며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발표한 2021년 부패인식지수(Corruption Perception Index)에서도 슬로바키아는 52점으로 EU 평균인 64점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수로 56위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부패인식지수는 100점 만점의 지표로, 0점에 가까울수록 부패한 국가임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2020년 새로 출범한 슬로바키아 정부는 부패를 척결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내부고발자 보호를 위한 기구를 설치하고, 정부 조달에 공개 입찰 방식을 사용하기로 했다. 국제투명성기구는 이러한 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으나, 장기간 정치권에 부패가 만연해 있었기 때문에 아직 접근 방식이 체계적이지 못하고, 과정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부패와의 전쟁을 시작한 지 2년이 지나... 그러나 결과는 미진

- 얀 쿠치악 살해 사건 후 슬로바키아에는 전통적인 정치 엘리트 체제가 바뀌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었으며, 2020년 총선에서 선출된 현 4당 연립 정부는 과거 정권부터 이어져 온 조직적인 부패 척결을 주요 정책 의제로 삼았다. 이후 슬로바키아 정부는 부패 혐의가 있는 고위 공직자, 경찰, 판사, 검사, 정치인, 사업가를 대거 기소했다. 대표적으로 피초 전 총리나 두산 코바치크(Dušan Kováčik) 전 검찰총장과 같은 과거 정부 주요 인사들이 기소되어 있는 상황이며 재판이 진행 중에 있다. 

- 그러나 코바치크 전 검찰총장은 범죄 조직을 지원했다는 혐의에는 무죄를 선고 받아 기존 14년형에서 8년형으로 감형되었으며, 피초 전 총리는 의원 면책권으로 인해 구금조차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미할 피스코(Michal Piško) 국제투명성기구 슬로바키아 지부 이사는 과거에 비교해 획기적인 일이지만,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위 공직자 처벌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2021년 유럽 반부패 국가 평의회(Council of the Council of the State Against Corruption) 보고서에서도 권고 조치 16건 중 8건은 5년째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어 정부의 반부패 조치 이행이 여전히 더딘 상황으로 알려졌다. 피스코 이사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 혼란과 4당 연립정부의 정당 간 의견 불일치가 발생하여 슬로바키아 정부의 부패 척결 작업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피스코 이사는 슬로바키아 정부가 부패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반부패 법안과 제도를 수립해야 하며, 법 집행 기관의 독립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슬로바키아 정부가 전 총리를 부패 혐의로 기소하면서 양측의 대립이 지속됨 


◦ 슬로바키아 경찰 당국은 로베르트 피초 전 총리를 부패 혐의로 기소함

- 4월 20일 슬로바키아 경찰은 피초 전 총리와 로베르트 칼리나크(Robert Kaliňák) 당시 내무장관, 티보르 가스파르(Tibor Gaspar) 전 경찰청장, 코바치크 검찰 정장을 비롯한 고위 관리들과 함께 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당시 경찰 당국은 세부 사항에 대해 공개하지 않았지만, 피초 전 총리의 변호사 데이비드 린트너(David Lindtner)는 두 사람이 범죄 조직을 만든 혐의를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5월 슬로바키아 검찰은 피초 전 총리를 권력 남용과 범죄 조직 설립 지원, 기밀문서 유출 등 조직적인 부패 행위로 기소했으며, 피초 전 총리가 다른 증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 구금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그러나 피초 전 총리는 의원 신분으로 면책권을 가지고 있어 구금이 불가능한 상황이며, 슬로바키아 검찰은 의회에 면책권을 박탈을 요청했다. 이에 슬로바키아 의회는 피초 전 총리의 면책권 박탈을 두고 투표를 실시하였으며, 150명 중 74명이 면책권 박탈에 찬성하여 과반을 넘지 못해 부결되었다. 투표 결과를 두고 에두아르드 헤거(Eduard Heger) 슬로바키아 총리는 의원들이 가진 부당한 특권의 시대가 끝났음을 증명할 좋은 기회였으나, 2명의 의원이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무산되었다고 평가했다.


◦ 피초 전 총리는 현 정권의 정치 보복이라며 맞서고 있으며, 야당을 규합해 정부를 비난함

- 피초 전 총리는 기소된 후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현 정권이 반대파를 숙청하기 위해 정치적 보복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헤거 총리는 이번 사건은 사법 당국의 자율적인 결정이라며, 정치적 보복이라는 피초 전 총리의 주장을 부인했다. 또한, 피초 전 총리는 의회 투표 결과에 따라 면책권을 유지하게 되면서 자신을 지지해준 모든 의원들이 민주주의와 법치에 투표한 것이라며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목소리-사회민주주의(Voice-Social Democracy)당 대표 페테르 펠레그리니(Peter Pellegrini)는 현 정권의 정치적 복수는 실패했으며, 모든 의원은 지식과 양심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며 피초 전 총리를 지지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 5월 15일 피초 전 총리는 TV 토론회에서 2009년 슬로바키아가 연료 부족 사태를 겪을 때 우크라이나가 슬로바키아를 도와주지 않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를 도울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으며, 우크라이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현 정부를 비난했다. 또한, 피초 전 총리는 토론회에서 러시아산 에너지 금수 조치도 적극적으로 반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5월 10일 슬로바키아 의회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화상 연설을 추진했으나 피초 전 총리를 비롯한 일부 야당 의원들은 젤렌스키 대통령 연설 참석을 거부하며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피초 전 총리는 젤렌스키 대통령 연설 불참에 대해 그가 매일 거짓말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은 그의 연설을 듣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치 평론가들은 피초 전 총리의 행보가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한 여론이 악화됨에 따라 표를 얻으려는 전략인 것으로 분석하였다.


< 감수 : 김철민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Euronews, Slovakia makes slow progress in tackling corruption, 2022.06.02.

Slovak Spectator, Ex-special prosecutor is now in prison after breakthrough verdict. 2022.05.30.

Euractiv, Ex-PM Fico says Slovakia should stop helping Ukraine, 2022.05.16.

Prensa Latina, Slovak opposition leader claims that Zelensky lies on a daily basis, 2022.05.10.

Intelli news, Slovak MPs reject prosecutors' request to strip ex-PM Fico of his immunity in Purgatory case, 2022.05.05.

Euronews, Slovakia: Lawmakers refuse to lift immunity of former PM Robert Fico, 2022.05.04.

Associated Press news. Slovakia’s former prime minister faces criminal charges, 2022.04.20.

ABC news, Slovakia's former prime minister faces criminal charges, 2022.04.20.

bne IntelliNews, Czechia and Slovakia lagging behind European average in fighting corruption, says Transparency International, 2022.01.26.



[관련 정보]

1. 슬로바키아, 부패 퇴치 작업 성과 미진 (2022.06.07)

2. 슬로바키아 전 총리, 우크라이나 지원을 멈춰야 한다 주장 (2022.05.17)

3. 슬로바키아 의회, 로베르트 피초 전 총리 면책권 박탈 거부 (2022.05.09)

4. 슬로바키아 전 총리, 범죄 혐의로 조사 중 (2022.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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