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ㆍ중동

☐ 남아프리카공화국, 에너지 가격 인상 대책으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 검토 

◦ 남아공 장관, 러시아산 원유 수입 가능성 거론

- 6월 16일 그웨데 만타셰(Gwede Mantashe) 남아공 광물자원·에너지부 장관은 남아공 정부가 연료비 인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만타셰 장관은 원유가 제재 대상 품목이 아니기에 수입하는 것에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 그러나 만타셰 장관은 실제 수입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여러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함을 지적하며 러시아산 원유 수입이 하나의 고려 대상일 뿐 당장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우크라이나 전쟁 등 외부 악재로 인해 남아공의 연료비는 폭등하고 있다. 현재 리터당 24랜드(한화 약 1,950원)인 휘발유 가격은 7월에는 26랜드(한화 약 2,113원)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남아공 역사상 최대 상승폭이다. 

◦ 남아공 야권, 러시아산 원유 수입 계획의 비현실성 지적

- 야당 민주동맹 소속 국회의원인 케빈 밀햄(Kevin Mileham) 의원은 만타셰 장관의 발언이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밀햄 의원은 남아공 국내 정유소 대부분이 가동하지 않고 정유 시설 용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해도 정제할 여력이 없음을 지적했다.

- 남아공 광업 전문 분석가인 피터 메이저(Peter Major)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에 따를 심각한 후폭풍을 경고했다. 메이저 분석가는 국제사회에서 남아공에 대한 여론 악화를 가져오고 국가와 국민에게 피해만을 끼치는 최악의 대안이라고 비판했다.

☐ 대(對)러시아 경제제재에 부정적 입장 드러낸 남아공, 러시아와의 협력 관계 유지

◦ 남아공 대통령, 러시아와 우호적 접촉 지속 

- 6월 15일 시릴 라마포사(Cyril Ramaphosa) 남아공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했다. 러시아 정부에 따르면 이번 통화에서 양국 정상은 투자, 경제, 무역 부문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으며, 특히 러시아산 식품과 비료 공급을 통해 식량 위기에 대응하는 방안이 논의되었다.

- 남아공은 또한 6월 넷째 주에 러시아와 중국, 인도, 브라질 4개국 정상과 함께 브릭스(BRICS) 정상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번 브릭스 정상회담이 공평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의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며, 남아공과 브릭스 4개국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여 경제 성장 촉진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밝혔다.

◦ 남아공,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부정적 입장

-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남아공은 러시아의 즉각 철수를 요구하는 결의안 표결에 기권하는 등 러시아 관계에 있어서 서방 국가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남아공 정부는 해당 결의안이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충분히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을 기권 사유로 설명했다. 한편 라마포사 대통령은 지난 3월에는 침공 원인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에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 지난 4월 남아공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 리우보브 아브라비토바(Liubov Abravitova)는 전쟁 발발 이후 남아공 고위 관료들을 여러 차례 만나고자 했으나 모두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 제임스 해밀(James Hamill) 남아공 정치 전문가는 라마포사 대통령과 남아공 정부, 남아공 집권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 또한 러시아를 비판하거나 침공을 규탄하는 입장을 밝힌 적이 없음을 지적하며, 남아공이 러시아를 규탄하는 서방 국가와 거리를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 지난 5월 라마포사 대통령은 남아공을 방문한 올라프 슐츠(Olaf Scholz) 독일 총리와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유럽이 주도한 대러시아 경제제재로 인해 제3국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언급하며 대러시아 경제제재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 남아공 정·재계에서 러시아와의 관계 유지 필요성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

◦ 남아공, 브릭스 국가와의 경제 관계 유지를 중요시한다는 분석 제기

- 남아공이 서방의 러시아 규탄에 동참하지 않고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 중에는 경제적 필요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021년 기준 남아공의 대(對)브릭스 국가 수출은 전체 수출의 17%를 차지하며, 남아공과 다른 브릭스 국가 사이의 무역 규모 또한 2017년 4,870억 랜드(한화 약 39조 5,784억 원)에서 2021년 7,020억 랜드(한화 약 57조 515억 원)까지 늘어났다. 이러한 배경에서 남아공이 다른 브릭스 국가들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 이에 대해 남아공 정치분석가인 리에자 얀베리(Leaza Jernberg)는 남아공에게는 브릭스 국가와의 경제 관계보다 미국 및 유럽과의 경제 관계가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남아공의 행보가 경제적 측면에서는 현명하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 실제로 남아공 언론 데일리 매버릭(Daily Maverick)의 분석에 따르면 남아공과 러시아 간의 무역 규모가 미국, 독일, 영국에 비하면 작은 규모이며, 남아공과 러시아, 중국, 인도와의 무역 규모는 남아공과 NATO 회원국 간 무역 규모의 57%에 그친다.

◦ 분쟁 중재자로서 남아공의 입지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 존재

- 라마포사 대통령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갈등 중재에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나 남아공 정치 문제 평론가인 타피 음하카(Tafi Mhaka)는 남아공이 러시아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남아공을 신뢰할 수 있는 중재자로 인정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았다.

- 이나 구스(Ina Gouws) 남아공 자유주대학교(University of the Free State) 정치학과 강사는 국제사회가 필요로 할 때 협조적인 자세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앞으로 남아공이 필요로 할 때 도움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 감수 : 이진상 한국뉴욕주립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Business Tech, Ramaphosa to meet with Russian and Chinese leaders this week to discuss ‘new global era’, 2022. 06. 20.

The East African, South Africa turns to Russia for food, 2022. 06. 17.

Voice of America, South Africa Can’t Refine Russian Oil, Opposition Politician Says, 2022. 06. 17.

Business Tech, South Africa considering buying Russian oil: minister, 2022. 06. 16.

Al-Jazeera, Can the African Union be a neutral arbiter of peace in Ukraine? 2022. 05. 28.

Voice of America, South Africa's Ramaphosa: Russia Sanctions Hurt 'Bystander' Countries, 2022. 05. 24.

France 24, South Africa skates on diplomatic thin ice over Russia-Ukraine war, 2022. 03. 28.

World Politics Review, South Africa Has Clearly Chosen a Side on the War in Ukraine, 2022. 03. 16.

Daily Maverick, Untangling the narrative web surrounding South Africa’s stance on the Russia-Ukraine conflict, 2022. 03. 08.

Voice of America, South Africa’s Neutral Stance on Russia Risks International Ties: Analysts, 2022. 03. 07.

[관련 정보]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러시아 제재 반대 (2022.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