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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중남미 내 마약 대응 정책 현황… 밀매 근절 위한 양지화 움직임

중남미 일반 EMERiCs - - 2022/09/29




중남미, 마약 범죄 증가하는 가운데 대마초 규제 완화 

마약 조직에 의한 강력 범죄 줄이어
중남미의 마약 카르텔에 의한 범죄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잔혹함과 대담함에 있어서 그 어느때보다 심각한 상황이라고도 볼 수 있다. 에콰도르에서는 마약 카르텔 조직원이 교도소 폭동을 거듭 일으켰고 그로 인해 1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사망자 가운데에는 목이 잘리거나 신체 일부가 훼손된 경우도 많았다. 파라과이의 마약 조직 전담 검사는 부인과 멕시코에서 신혼 여행을 즐기는 도중 휴양지에서 마약 카르텔 조직원의 총에 맞아 숨졌다. 계획된 살인이었으며, 외국 휴양지에서 그러한 사건이 일어난 것도 문제이지만 사건이 백주 대낮에 일어났다는 사실이 충격을 더해 주었다. 한편, 콜롬비아에서는 마약 카르텔이 민간인과 군경을 대상으로 무차별 테러를 일으키기도 했으며, 멕시코에서는 마약 카르텔의 실상을 폭로하는 언론인이 계속 살해당하고 있다.

잔혹하고 대담해진 범죄 수법만큼 범죄 수단도 과격해지고 있다. 무차별 총기 난사로 살해 대상은 물론 가족 등 주변인에게도 위해를 끼치는 사례도 자주 일어나고 있으며, 심지어는 폭발물을 이용해 한꺼번에 많은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만드는 경우도 흔하다. 또한, 희생자를 납치하여 온갖 고문을 하고 훼손된 시신을 공공장소에 걸어놓는 끔찍한 사건도 끊이지 않고 있다.

코카인 밀매 급증, 재배량도 사상 최대 수준
이처럼 중남미에서 마약 범죄가 급증하고 있는 이유는 마약 거래와 관련한 이권 때문이다. 더욱이, 중남미의 마약 재배량이 계속 증가하면서 마약 밀매를 통해 부를 쌓는 범죄 조직도 세력을 늘려가는 모습이다. UN마약범죄사무소(UNODC, UN Office on Drugs and Crime) 발표에 따르면 2020년 중남미의 연간 코카인(cocaine) 생산량은 1,982톤으로, 2014년에 비해 두 배로 늘었다. 마약 카르텔은 이처럼 대량으로 생산한 코카인을 중남미 각 지역뿐만 아니라 외국으로도 수출하고 있다. UN마약범죄사무소는 지난 2020년 중남미에서 유럽으로 밀수출된 코카인 양이 사상 최대 규모였던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넘치는 마약이 각지로 흘러들어가는 과정에서, 에콰도르와 파라과이, 그리고 파나마가 새로운 마약 유통 경로로 떠올랐다. 이들 3개 국가의 특징은 실제로 마약이 거의 재배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콜롬비아 등 전통적인 마약 재배국가에서 생산된 다량의 코카인이 여러 밀수 경로를 통해 전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콜롬비아가 미국과의 합동 작전으로 마약 유통 경로를 대폭 차단한 이후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 이제 코카인은 주요 생산국뿐만 아니라 코카인을 재배하지 않는 나라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두고 “중남미에서 마약이 일상화되었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중남미 각국, 대마초 소지는 허용하는 분위기
코카인으로 인한 마약 카르텔의 범죄는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서도, 중남미 많은 국가들이 대마(cannabis)에 대한 규제는 대체로 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나라에서 아직 대마를 대량으로 재배하거나 유통, 또는 상업적으로 소비하는 일은 금지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개인적 소지는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고 있는데, 아르헨티나를 비롯하여 칠레,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에콰도르, 멕시코, 페루, 이렇게 7개 국가는 대마 소지를 형법상의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 대마를 소지하다 적발하면 가벼운 벌칙금 정도만 납부할 뿐 구속되거나 투옥되지 않는다.

또한, 대량 재배나 상업적 소비를 금지하더라도 개인적으로 소량을 키우거나 의료 목적으로 자가 이용하는 행위는 허가하는 국가도 다수이다. 대표적으로,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등은 최대 6송이의 대마를 재배하거나 공공장소가 아닌 자택 내에서 소비하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우루과이 등은 대마 산업을 정책적으로 육성
대마의 개인적 소지와 소량 재배 등을 넘어 대마의 상업적 판매와 이용까지 허용한 중남미 국가도 있다. 우루과이, 푸에트리코, 파나마가 그러한 국가로, 우루과이 정부는 대마 관련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밝힌바 있다. 다만, 이처럼 대마의 상업적 사용을 허용한 나라에서도 대마를 향정신성 목적으로 사용하는 행위는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대마는 기본적으로 의료용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며, 그외 식용이나 젤 형식의 화장품으로 쓰는 사례가 보통이다.

허용과 규제를 동시에…코카인 밀매 방지 위해 외국과 협력
대마처럼 중독성이 상대적으로 약한 마약성 제품에 대해서 자국 내 규제를 완화하는 경향이 강한 중남미이지만, 대외적으로는 마약 밀매를 근절하기 위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마약 밀매가 정부의 통제를 벗어난 범죄 행위이기도 하지만, 다른 지역은 중남미 만큼 대마초에 허용적이지 않은 만큼, 중남미 각국도 그러한 나라의 정책과 외교적 요청에 응해야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브라질, 콜롬비아, 볼리비아 등 중남미 13개 국은 2022년 초 EU와 마약 밀매 방지 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중남미 항구를 통해 유럽 지역으로 밀수출되는 마약이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늘어나면서 EU가 중남미에 마약 밀매 방지 협력 의사를 타진했고, 중남미 13개 국이 이에 응하면서 두 지역 사이의 마약 밀매 및 관련 범죄 근절을 위한 협력 체계가 구축되었다.

레저용 마약 최초로 허용한 우루과이 

마약 합법화 우루과이, 긍정적 효과 창출
우루과이는 지난 2013년 대마초의 상업적 재배와 판매를 합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중남미 지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대마초를 공식적으로 허용한 최초 사례로, 우루과이의 시도는 당시 ‘거대한 사회정치적 실험(socio-political experiment)’으로 여겨졌다. 당시, 좌파 성향의 호세 무히카(José Mujica) 전 대통령이 대마초 합법화 법안에 서명하자, 정치적 반대 진영에서는 호세 무히카 대통령이 지나친 포률리즘적 법안을 승인했으며, 대마초 허용 실험은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대마초 합법화 법안이 통과되고 약 10년이 지난 지금, 대마초 허용이 마약 중독자를 양산했다는 증거는 없다. 지난 2022년 5월 발표된 대마초 합법화 이후 대마초 사용자 추이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마초 합법화 바로 다음 해인 2014년에는 만 18~21세 사이의 학생 사이에서 대마초 사용이 유의미하게 증가했으나, 이후 안정적인 추세를 보였다. 그리고 최근에는 대마초 합법화 이전과 비교하여 레저 목적의 대마초 사용이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대마초 합법화 직후에는 우루과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레저용 대마초 사용이 일시적으로 늘어났으나, 이후 대마초 유통이 일상화되면서 대마초에 대한 관심도 하향 안정된 것으로 분석된다. 해당 보고서는 대마초 합법화로 인해 우루과이 학생 사이에서 대마초에 의한 위험이 늘어났다고 보기 힘들다는 결론을 내렸다.

철저한 준비로 대마초 합법화 진행한 우루과이 정부
우루과이 정부는 대마초 합법화가 사회적인 문제로 이어지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먼저, 우루과이 정부는 대마초 규제 기구인 대마초 규제 및 통제연구소(IRCCA, Instituto de Regulación y Control del Cannabis)를 창설하여 대마초 생산과 사용, 그리고 유통 등을 전담 감시하도록 했다. IRCCA는 개인 또는 기업이 재배할 수 있는 대마초 양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한편, 대마초 제품의 중량과 유통 기한까지 엄격히 규정하여 약물 남용을 막는 노력을 기울였다. 여기에, 대마초 가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적절한 시장 가격을 유지하는 정책을 도입하여, 암시장에서 대마초가 거래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또한, IRCCA는 대마초 합법화 법안이 2014년에 통과되었음에도 대마초 소매 판매는 2017년에 이르러서야 허용하는 등, 부작용이 클 수 있는 부문에 대해서는 오랜 준비 기간을 두기도 했다.
이러한 엄격한 규제와 계획적인 제도 준비 덕분에 우루과이는 성공적으로 대마초 합법화를 안착시킨 사례로 평가된다. 우루과이는 대마초 제품 수출입과 관련해서는 UN(United Nations)의 협력과 감독을 구하는 등, 우루과이의 대마초 합법화가 다른 나라에 피해를 끼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하고 있다. 우루과이 정부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대마초 합법화 정책이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평가하는 모습이다.

성장성 높은 산업…2028년 시장 규모 2,000억 달러 예상
합법화로 인해 대마초 산업이 양지로 올라온 이후, 우루과이의 대마초 시장 규모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우루과이 정부 발표에 따르면 우루과이 대마초 산업에 투자된 자금은 지금까지 7,000만 달러(한화 약 1,000억 원)를 넘어섰다. 그리고 정부가 발행한 총 12개의 대마초 사업 라이선스 중 절반은 우루과이 기업이, 나머지 절반은 외국 기업이 보유하고 있어 우루과이 국내 자본과 외국 자본이 골고루 대마초 산업에 투자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투자와 생산이 늘어나자 대마초 수출도 증가했는데, 우루과이의 대마초 수출은 2020년 700만 달러(한화 약 100억 원), 2021년 800만 달러(한화 약 115억 원)였으며 2022년 상반기까지 450만 달러(한화 약 65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우루과이 정부는 대마초의 상업적 이용에 대한 우려가 계속 잦아들면서 시장 성장 속도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20년 글로벌 대마초 시장 규모는 약 300억 달러(한화 약 42조 5,100억 원)였는데, 2028년경에는 약 2,000억 달러(한화 약 283조 4,000억 원) 규모로까지 성장할 것으로 우루과이 정부는 추산했다.

이처럼 글로벌 대마초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우루과이 정부는 이를 기회로 삼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대마초 제품 수출에 문제가 없도록 독일과는 대마초 제품 사용 요건과 가격을 협상하는 한편, 이스라엘,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에도 대마초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 해당국 보건 당국과 성분 함량과 수출 제품 유형 등 다양한 논제를 두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우루과이 정부는 우루과이가 대마초 합법화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면서, 엄격한 관리와 통제하에 대마초 시장 성장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콜롬비아·멕시코·에콰도르: 마약 합법화 움직임 

콜롬비아 대통령, 마약과의 전쟁은 ‘실패’…합법화 시사
콜롬비아 정부가 대마약 정책을 크게 선회할 것임을 시사했다. 지난 2022년 8월 취임한 구스타보 페트로(Gustavo Petro) 신임 콜롬비아 대통령은 과거 정부가 50여년 가까이 고수했던 마약 재배 강경 대응 정책이 실패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의 말처럼 지난 2021년 콜롬비아에서 생산된 코카인은 100만 kg이 넘는다. 이는 생산량 기준 세계 1위일 뿐만 아니라, 2위와 3위 국가인 페루와 볼리비아의 총 생산량을 합한 것보다 많다.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은 미국이 수십년 동안 80억 달러(한화 약 11조 3,840억 원)가 넘는 자금을 콜롬비아의 마약 대응 부대에 지원하면서까지 마약 소탕 작전을 펼쳤으나, 콜롬비아의 마약 생산량은 오히려 그 어느때보다 늘어났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마약 대응 부대와 마약 카르텔이 무장 교전을 펼치는 과정에서 수십만 명의 군인과 민간인이 희생되는 등 인명 피해도 심각했다는 보고서가 발간된 사실을 언급했다. 이에,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은 강경책으로 일관했던 기존 정부와는 달리, 앞으로는 마약 재배 농민이나 관련 무장 조직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한편, 레저용 대마 사용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바꾸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의 계획이 발표되자 현실을 반영한 대책이라는 평가가 이곳저곳에서 나왔다. 마약성 식물 재배자 연합(COCCAM, Coordinadora Nacional de Cultivadores y Cultivadoras de Coca Amapola y Marihuana)에 따르면, 콜롬비아에서 대마초 재배를 생계로 삼고 있는 영세 농가는 적어도 3,000가구 정도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콜롬비아는 의료용 대마초 재배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는데, 영세 농가의 경우 정부가 의료용 약재 재배를 위해 요구하는 엄격한 기준의 라이선스를 취득할 여력이 없어 대마초를 재배한 후 마약 카르텔에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대마초가 아닌 다른 작물을 재배하기에는 대마초의 경제적인 매력이 높다. 이는 타 작물의 경우 1년에 재배할 수 있는 기간이 제한적인 반면, 대마초는 1년 내내 언제든지 재배해서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이전부터 콜롬비아 정부가 레저용 대마초 사용을 허가해 대마초의 합법적인 재배와 유통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었다. 현실적으로 대마초 외에 다른 수입원이 없는 상황에서 영세 농가는 대마초 재배를 계속할 수 밖에 없고, 이 때문에 지역민이 정부의 마약 카르텔 소탕 작전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은 영세 농가가 양지에서 대마초를 팔수 있도록 허용하여 마약 카르텔로 흘러들어가는 마약을 줄이는 한편, 마약 밀매를 자금원으로 삼는 반정부 단체와 대화를 통해 평화 협정을 맺는 것이 콜롬비아의 항구적인 평화를 세우는 유일한 길이라는 입장이다.

멕시코, 의료용 마약 허용에 이은 소지와 레저 목적 사용 추가 허가 움직임
미국으로 흘러들어가는 대표적인 마약 유통 경로국 중 하나인 멕시코도 2017년 의료용 대마초 생산을 합법화했다. 비록 관련법 통과 후 4년이 지난 2021년 1월에 이르러서야 ‘의료용 대마초 및 관련 의약품 제조에 관한 일반 보건 규정(Regulation of the General Health Law on Health Control for the production, research and medicinal use of cannabis and its pharmacological derivatives)’이 제정되기는 했지만, 적어도 이전과 같이 모든 대마초 재배를 원천적으로 봉쇄한 것은 아니다.

또한, 로페스 오브라도르(Andrés Manuel López Obrador) 멕시코 대통령은 의료용 대마초에 이어 레저용 대마초 사용과 개인의 대마 소지를 허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레저용 대마초 논의가 진행 중인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멕시코 역시 레저용 대마 허용이 마약 중독에 이은 더 강한 마약 사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반발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어 관련 법안이 통과되기까지는 많은 마찰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레저용 대마 허용 관련 논의는 2022년 2월 이후 멕시코 국회에서 논의가 중단된 상태이다.

이러한 가운데, 멕시코 법원은 지난 2022년 5월 개인의 대마 소지와 개인적인 대마 사용을 금지한 법률이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 결과, 5g 이상의 대마 소지시 최대 3년의 징역형에 처하는 조항이 효력을 잃게 되었고, 이번 결정으로 멕시코가 대마의 개인적 소지와 레저 목적 사용을 허용할 가능성이 좀 더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에콰도르도 의료용과 레저용 마약 사용 순차적 허용 추진
에콰도르 역시 대마 합법화를 확대하는 중남미 국가들의 대열에 합류하려는 모습이다. 에콰도르 국회는 멕시코가 의료용 대마초 생산과 유통을 허가한지 2년 후인 2019년 9월, 의료 목적의 대마초 거래를 합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리고 약 3년 후인 2022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에콰도르 내에서 의료용 대마초 대량 생산이 시작되었다. 에콰도르 정부는 의료용 대마초를 소비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고, 관련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에콰도르는 다른 대부분의 중남미 국가와 마찬가지로 아직까지는 레저 목적의 대마 소비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의료용 대마 사용이 실제로 이루어지기 시작된지 얼마되지 않았기에 현장에서 관련 법규를 적용하는데 혼선도 빚어지고 있다.

다만, 에콰도르는 의료용 대마 허가를 법제화한 데 이어 레저용 대마 사용 역시 허가하려는 의도를 계속 드러내고 있다. 의료용 대마 사용을 시작으로 대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완화되면, 레저 목적의 개인적인 대마 사용이 허가될 여지도 커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의료용 대마초 합법화 

아르헨티나, 오랜 논란 끝에 의료용 대마초 허용 법안 통과
아르헨니타가 의료용 대마초 및 마약성 작물 관련 법안을 가결했다. 아르헨티나 하원은 2022년 5월, 대마초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발표했다. 해당 법안은 대마초 상용화, 씨앗 및 대마잎 유통과 판매, 대마초를 원료로 사용하는 의약품 및 각종 제품 제조 산업에 대한 법률적인 틀을 마련하기 위해 발의되었다.
아르헨티나는 그동안 대마초를 개인적으로 소지하거나 사용하는 것을 부분적으로 허용했다. 지난 2009년, 아르헨티나 법원은 의료 목적으로 대마초를 재배하여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마초를 금지한 법안은 계속 남아있었고, 이에 아르헨티나에서 대마초 사용은 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일어났다.

그러나 이번에 의료용 대마초 허용 법안이 국회의 승인을 받으면서, 아르헨티나도 의료용 대마초를 허용한 다른 중남미 국가의 대열에 합류했다. 여기에는 알베르토 페르난데스(Alberto Fernández) 대통령의 노력도 상당했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합법적인 대마 산업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으며, 아르헨티나 국내 판매 연간 5억 달러(한화 약 7,120억 원) 수출 5,000만 달러(한화 약 712억 원)를 달성할 수 있는 잠재력 높은 시장이라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아르헨티나는 이번에 의료용 대마초를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대마초 및 마약성 작물 전담 감독 기구(ARICCAME, Agencia Regulatoria de la Industria del Cáñamo y del Cannabis Medicinal)를 창설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행여나 대마초 규제 완화가 사회적 부작용을 야기하는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제조에 이어 개인 재배도 허용한 브라질
브라질 또한 인근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대마초 허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당초, 브라질은 대마 원료 제품의 수입과 판매만 허용했다. 그러나 2019년 브라질 보건감시국(ANVISA, Agência Nacional de Vigilância Sanitária)이 대마 원료 제품의 수입과 판매외에 제조까지 허가하면서 브라질에서 대마 원료 제품 사용이 좀 더 활성화 될 수 있는 실마리가 생겼다. 대마 원료 제품 제조 시설을 갖추기 위해서는 보건감시국의 엄격한 기준을 통과하고 관리 및 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전제가 붙기는 했지만, 브라질 내로 대마 원료 제품이 보다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는 데에는 상당한 의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리고 2022년 6월, 브라질 법원은 마침내 개인이 의료 목적으로 대마를 재배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해당 판결이 있기 전까지, 브라질 내부적으로는 개인적인 대마 사용과 관련하여 많은 갑론을박이 있었다. 의료용 대마를 옹호하는 측에서는 대마 추출물이 고질적인 통증을 완화하는데 큰 효과가 있으며, 자신의 아이들에게도 소량의 대마 원료 의약품을 쓰고 싶다는 부모들도 있었다. 이에 반해, 주로 보수적인 정치 성향을 띈 집단은 대체로 대마 원료 제품 허용을 반대했다. 특히, 자이르 보우소나루(Jair Bolsonaro) 현 대통령은 어떠한 형태로든 대마 관련 제품을 합법화하는 것을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계속 고수했다.

하지만 여론은 의료용 대마 제품 합법화에 쏠려 있었고, 결국 법원도 브라질 여론의 손을 들어 주었다. 아직 브라질은 우루과이처럼 레저용 대마까지 허용하고 있지 않지만, 생산 허용에 이어 개인적 재배까지 허가되는 등 대마 규제 완화의 전형적인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결국 브라질도 레저용 대마 허용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베네수엘라는 여전히 모든 마약성 제품 불허  

베네수엘라 정부, 코카인 압수 및 관련 시설 파괴
베네수엘라 정부가 코카인 제조 시설 색출과 파괴 작전을 대대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내무치안부(Ministerio del Poder Popular para Relaciones Interiores, Justicia y Paz)는 지난 2021년 북서부에 위치한 술리아(Zulia) 지방에서 군사 작전을 펼쳤으며, 그 결과 약 500kg에 이르는 코카인 완제품과 1만 kg이 넘는 제조 도중의 제품을 압수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더해, 베네수엘라 정부는 32헥타르(32만 제곱미터)에 이르는 코카인 경작지를 파괴하고 30만 그루 이상의 코카인 나무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한편, 베네수엘라 정부는 남서부 아푸레(Apure) 지방도 코카인이 생산되는 주요 우범 지대로 지목하고 있다. 해당 지역은 베네수엘라 내의 주요 코카인 생산지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무장 게릴라 단체가 거점으로 삼소 있는 곳이기도 하다.

베네수엘라에서 마약을 생산하는 핵심 세력은 주로 콜롬비아계 무장 단체이다. 코카인 주요 생산지인 북서부 술리아와 남서부 아푸레는 모두 콜롬비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곳인데 해당 지역이 마약 생산의 중심이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 역시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 Fuerzas Armadas Revolucionarias de Colombia) 잔당과 콜롬비아 민족해방군(ELN, Ejército de Liberación Nacional)이 베네수엘라 내 마약 생산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 중이다. 지금까지 베네수엘라는 콜롬비아와 외교적 관계가 끊어졌기에 해당 지역의 무장 단체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나, 최근 쿠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이 콜롬비아 정부 수장이 된 이후 국교가 회복되면서 코카인 대응 정책에서도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의료용 대마초도 불법
한편, 베네수엘라는 다른 중남미 국가와는 달리 의료용 대마 사용도 아직까지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와 니콜라스 마두로(Nicholas Maduro)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마약성 제품을 엄근한다는 입장이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심지어 여타 국가에서는 계속 확산되고 있는 의료용 대마초 사용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 대다수가 빈곤에 놓여 있는 베네수엘라에서는 많은 국민이 대마초 재배와 유통의 유혹이라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빈곤 상태에 놓여 있을 수록 마약 관련 비즈니스에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이는 세계 최대 마약 생산국인 콜롬비아를 비롯한 여러 중남미 국가에서 경험적으로 입증된 바이다. 오랜 기간 경제 침체를 겪은 베네수엘라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마약 합법화에 매우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도 현재 경제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다만, 베네수엘라에서도 적어도 의료용 대마초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에 앞으로 관련 정책이 어떻게 변화할지 지켜보아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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