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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세르비아의 디아스포라 연계 정책: 과거의 실책과 미래 향방

세르비아 Mihajlo Djukic Institute of Economic Sciences Research Associate 2022/12/07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재외 동포 공동체, 즉 디아스포라(diaspora)가 모국의 경제 발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은 여러 경제학 연구에서도 인정하는 사실이며, 디아스포라가 지닌 자본, 지식, 개인 네트워크 등 다양한 형태의 경제적 잠재력이 모국과 거주국 각각에 어떠한 혜택을 가져오는지에 관한 연구도 다수 존재한다1). 특히 아일랜드나 이스라엘처럼 거대한 규모의 재외 동포 공동체를 보유한 국가의 경우 디아스포라가 모국에 여러 혜택을 가져다 주는 주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2). 하지만 여타 국가에서는 재외 동포와의 경제적 연계 정책이 여러 가지 사유로 기대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사례가 다수 발견되기도 한다3).

국외로 이주한 동포의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세르비아 또한 재외 동포 공동체를 모국 경제성장의 수단으로 활용하고자 시도한 국가 중 하나이다. 그러나 해당 취지에서 지난 30여 년간 시행된 정책은 일부 경제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디아스포라가 지닌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하는 데에는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같은 맥락 아래 본고는 먼저 세르비아의 역사적 국외 이주 동향을 소개하면서 지난 수십 년간 많은 세르비아인이 모국을 떠나게 된 이유를 알아보고, 세르비아 정부가 지금까지 시행한 디아스포라와의 경제적 연계 정책을 분석해 미래 함의를 도출해 보고자 한다.

디아스포라의 역할에 대한 이론적 검토
먼저 여러 개도국이 디아스포라와의 연계 강화를 추진하는 배경을 경제 이론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4). 첫째, 개도국은 그 특성상 경제성장과 발전을 이루는 데 필요한 수준의 투자 자금을 자체적으로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둘째, 많은 개도국은 선진국과의 무역이나 경제 협력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있어서, 자국 경제의 개방성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로부터의 지식·기술 이전이나 세계 시장 진출에 의지해야 한다. 셋째, 치열한 세계적 경쟁을 뚫고 자국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선진 시장경제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패턴과 행동 양식을 받아들이는 일이 필수적이다.

디아스포라와의 경제적 연계는 앞서 설명한 일련의 문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모국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이 되어준다. 먼저 재외 동포는 심리적 이유에서 여타 국가보다 모국을 투자처로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에서 훌륭한 투자 자금원이다. 또한, 선진국에 거주하는 동포 기업인은 거주국 시장경제의 특성을 숙지하고 있기에, 자신의 지식을 전수하거나 모국의 국제 시장 진출을 돕는 등 모국과 거주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러 현실적 제약 요건이 효과적인 디아스포라 연계 정책 수립을 가로막기도 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특히 재외 동포 공동체를 모국 경제성장 촉진에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수단 정도로만 취급하는 일부 국가 지도층은 당장의 급전보다도 국가 경제가 필요로 하는 개혁을 제대로 시행하는 일이 모국 발전에 훨씬 중요하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5).

세르비아인 디아스포라 현황과 국외 이주 역사
자국민의 국외 이주를 여러 번 경험한 세르비아는 약 700만 명 규모의 국내 인구에 비해 재외 동포의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국가로, 현재 최소 12개월 이상 국외에 거주 중인 세르비아 국민은 약 450~500만 명으로 추산된다6). 여기에 이민 2·3세대를 비롯한 비(非)국민으로까지 집계 범위를 넓히면 모국 인구 대비 세르비아인 디아스포라의 규모는 세계 10위권 안에 위치한다.

<표 1> 주요 국가별 세르비아 출신 이주민 규모 단위: 명
* 자료: 유엔(https://www.un.org/development/desa/pd/content/international-migrant-stock)


<그림 1> 1995~2020년 세르비아 출신 국외 이주민 규모 추이 단위: 명
* 자료: 유엔 경제사회국(UNDESA, 2020)


세르비아는 지난 150년간 다양한 성격의 크고 작은 국외 이주 물결을 경험했고, 그 배경에는 서로 복잡하게 얽힌 국내 사회·경제적 요인과 대외 환경의 변화가 존재했다. 먼저 1차 세계대전 시기까지 나타난 세르비아인의 국외 이주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모국의 열악한 경제 여건, 그리고 미국을 위시한 서방의 노동 수요 확대가 겹치면서 많은 수의 세르비아 노동자들이 서방 국가로 빠져나갔다. 둘째, 많은 고소득 가정이 보다 나은 자녀 교육 환경을 찾아 서유럽 유수 대학 소재지로 임시 이주했다. 이후 전간기에 다소 잠잠해졌던 세르비아인의 국외 이주는 2차 세계대전 발발과 함께 다시 늘어났으며, 전쟁과 함께 공산주의 체제가 수립된 1941~1945년 수천 명의 세르비아인이 정치적 이유에서 타국 이주를 선택했다.

한편 전후에 결성된 유고슬라비아(당시 세르비아를 포함한 연방 공화국)는 1960년대 중반까지 국외 이주를 금지했지만, 1960년 말에 이르면 명목상 실업률 ‘제로(0)’를 표방하는 공산주의 정권 지도자들이 교육 수준이 낮거나 취직이 힘든 인구 등의 국외 이주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방침을 선회하면서 상황이 크게 바뀌게 된다. 동 조치는 실업률 관리라는 정책 목표 달성을 지원하는 한편, 해외로 진출한 노동자들의 국내 송금이라는 추가 수입원을 확보하는 성과도 함께 가져왔다. 이렇게 해외에서 들어오는 자금은 꾸준히 늘어나던 무역 적자로 위협받던 국가 경제를 안정화하는 작업에서 중요한 요소였고, 상대적 발전 수준이 낮은 시골 거주 인구의 사회·경제적 입지 개선이라는 부가 효과를 내기도 했다. 또한, 자국민의 국외 이주를 장려한다는 유고슬라비아의 정책은 충분한 노동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당시 서유럽 국가 입장에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이어 공산주의 체제가 흔들리고 내전이 발생해 유고슬라비아의 해체로 이어진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에는 교육 수준이 높은 세르비아 노동자와 도시 거주민들이 정세 불안과 내전, 경제 제재를 피해 외국으로 도피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후 세르비아의 국외 이주민 규모는 슬로보단 밀로셰비치(Slobodan Milošević) 정권 붕괴와 함께 찾아온 2000년의 정치적 변혁으로 다소 주춤했다가, 신정부가 기대하던 경제적 성과 달성에 실패하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비록 세르비아 정부가 추산하는 공식 통계는 존재하지 않지만, 최근 비공식 집계에 따르면 세르비아인 출국자 규모는 연간 3만 명에 이르고, 이중 상당수가 외국에서 새 삶을 얻고자 하는 장기 이주민이다.

기존 디아스포라 정책이 저지른 실책
세르비아 정부는 유고슬라비아 연방과 공산주의 체제가 붕괴한 1990년대부터 디아스포라를 자국 경제 발전의 중요 요소로 인식하고 재외 동포 공동체와의 연계 강화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의 공산주의 정권은 디아스포라를 정치 체제 불안을 야기하거나 민족주의 발흥을 유발하는 일종의 위협 인자로 바라보았지만, 이와 같은 인식은 유고슬라비아 해체와 함께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해외로부터 추가 자본을 유치한다는 동기에서 시작된 세르비아의 초기 정책은 곧 각종 부작용으로 이어졌다. 그 사례로는 세르비아 국민과 재외 동포들이 자국 은행에 예치한 자금이 부패한 정치 엘리트층에 의해 부도덕적 방식으로 사용되면서 국영은행 체계가 붕괴한 사태를 들 수 있다. 또한, 체계적 연계 정책의 부재로 인해 재외 동포 공동체에서 세르비아로 들어오는 투자가 개인의 의사에 따라 개별적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는 문제도 지적해 볼 수 있다.

지난 30년 동안 이어진 세르비아의 디아스포라 연계 정책은 국내 정책결정자들의 일관성 없는 접근 방식에 더해 정부 기관 간, 그리고 모국과 재외 동포 공동체 조직 간 조율의 부재라는 핵심 문제를 안고 있었다. 세르비아 정부는 지금까지 디아스포라와의 협력을 관장하는 제도를 끊임없이 바꿔 왔는데, 일례로 2001년에 설치된 국제경제협력부(Ministry of International Economic Cooperation)는 2007년에 폐지되었고, 2004년에 출범한 디아스포라부(Ministry of Diaspora)도 2012년에 타 부처로 통합되었다.

세르비아 디아스포라 정책의 일관성 부재 문제를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는 세르비아 경제·지역개발부(Ministry of Economy and Regional Development)와 외무부(Ministry of Foreign Affairs)가 협력해 2008년에 시행한 경제 외교 네트워크 사업이다. 동 사업은 원래 총 29명의 경제 외교 담당관을 특정 해외 대사관에 파견해 수출 증진이나 해외 투자 유치를 비롯한 국제 경제 협력 사무를 처리하도록 했지만, 나중에는 이들 인력에 대한 관할권이 통상·관광·무선통신부(Ministry of Trade, Tourism and Telecommunications)로 이관되었고, 2014년에는 아예 사업 자체가 폐지되는 결과를 맞았다. 게다가 세르비아 외무부는 상기 사업 기간에 재외공관 경제 주재관을 별도로 파견해 관리하는 등 담당 업무의 중복 현상도 나타났다.

이외에도 지역개발청(Regional Development Agency)과 상공회의소(Chamber of Commerce and Industry), 기타 중앙·지방 정부 기관이 저마다의 디아스포라 관련 사업을 개별적으로 추진했고, 그 결과 재외 동포 공동체와의 경제 협력이 일관된 방식으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처럼 제도와 정책이 통일되지 못하고 수시로 바뀌면서 세르비아는 제도적 숙련도 향상, 인적 역량 강화, 기관 간 접근법 조율 등의 측면에서 진전을 이루지 못했고, 궁극적으로 디아스포라 조직과의 장기적 파트너십 구축이라는 목표 달성에도 실패하고 말았다.

디아스포라 관련 제도 현황
현재 세르비아에서 디아스포라 관련 사무를 관장하는 기관은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이 중 첫째는 모국과 재외 동포 공동체 간 문화 및 정체성 연계 증진을 도모하고 시민권이나 투표권 부여 등 제반 업무를 처리하는 기관으로, 여기에는 디아스포라 및 역내 세르비아인 협력실(Office for Cooperation with the Diaspora and Serbs in the Region), 디아스포라 및 역내 세르비아인 의회(Assembly of the Diaspora and Serbs in the Region)가 들어간다. 다음으로 두 번째 유형의 기관은 재외 공동체와의 경제적 연계를 비롯한 경제 부문 업무를 관할하며, 그 사례로는 세르비아 개발청(Serbian Development Agency), 지역개발청, 상공회의소 및 지자체 부처를 들 수 있다. 한편 이들 모두의 활동을 규율하는 제도에는 2009년에 제정된 ’디아스포라 및 역내 세르비아인에 관한 법률(Law on Diaspora and Serbs in the Region)’이나 2020년 발표된 ‘2021 ~2027년 경제 이주 전략(Economic Migration Strategy)’, 그리고 경제 발전 촉진과 국제 경제 협력 관련 내용을 담은 기타 법령 및 전략이 있다.

세르비아가 디아스포라와의 협력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물론 재외 동포 공동체와의 경제적 연계를 강화한다는 고차원의 의도도 존재하지만, 실제로 세르비아 경제에 가장 크게 다가왔던 동기는 모국 국내총생산(GDP)의 7.2%에 달 하는 해외 이주민의 국내 송금 촉진이었다. 이 자금이 자국 통화 안정화를 비롯한 세르비아의 거시경제 운영에 있어 매우 중요한 기반으로서 기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이주민 위기가 세계적으로 부각되고 세르비아에서 활동하는 국제이민정책개발센터(ICMPD, International Centre for Migration Policy Development), 독일 국제협력공사(GIZ), 유엔개발계획(UNDP), 유럽연합(EU) 대표부 등 국제기구의 지원이 늘어나면서 세르비아 정부도 디아스포라 구상을 포함한 종합적 국외 이주 정책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방면에서 언급할 수 있는 구체적 사례로는 지역 시민사회가 재외 동포 공동체 기업 사무를 지원하기 위해 수립한 리터닝 포인트(Returning Point)7) 등의 신규 구상을 들 수 있다. 이외에도 니카트(NiCAT)8) 등 정보통신 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한 신생 기업 지원 프로그램도 디아스포라 구성원이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나 세계의 유관 분야 주요 기업에 진출한 인재들과의 연계를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특히 2018년의 다큐멘터리 영화 ‘테슬라 네이션(Tesla Nation)’9) 은 세계 기업계에 진출한 세르비아인이 모국과 거주국에 어떤 방식으로 기여하며 살아가는지를 잘 그려내고 있다.

결론: 미래 전망과 제언
그렇다면 앞으로 디아스포라와의 연계를 더욱 강화해 나가기 위해 세르비아가 해야 할 일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 재외 동포 공동체 관련 투자와 지식 이전을 촉진하기 위한 최선의 정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모국과 디아스포라 사이의 직접적 공조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지금까지의 경향을 바탕으로 살펴보면 기업의 투자 결정을 이끌어내는 결정적 요소는 결국 비즈니스 기회이기에, 세르비아의 정부 기관과 기업이 투자를 가로막는 행정적 장벽을 파악해 철폐하고 매력적인 비즈니스 기회를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국제 기업 환경의 변화에 발맞추어 정보통신 기술, 농·식품 산업, 기계 및 금속 장비를 비롯한 새로운 산업 부문에서 비교우위를 강화하고 전략적 방향성을 정립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상기 노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고려할 수 있는 전방위적 디아스포라 협력 사업의 파트너로는 학계에 진출한 세르비아인 동포를 들 수 있다. 지금까지 정책적 차원의 관심을 충분히 받지 못했던 세르비아 출신 학계 인사들이 지닌 지식 이전 잠재력은 단순한 개별 기업 발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연구와 혁신을 촉진하고 국가 행정 역량을 제고하는 데에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자원이다. 이외에도 재외 공동체 구성원 모두와의 연계 강화를 위한 선결 요건으로는 수시로 바뀌지 않는 일관적 정책 수립, 그리고 세르비아의 대외 정책 목표나 경제 발전 분야의 중심 과제에 관한 소통과 합의를 지향하는 주요 이해관계자와의 적극적 조율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각주
1) Panibratov and Rysakova, 2021; Kalantzi and Lapshyna, 2020; Carment and Calleja, 2017; Ardovino, 2009
2) Boyle and Kitchin, 2014; Sharaby, 2002
3) Ragazzi, 2014
4) Priebe and Rudolf, 2015; Kuznetsov, 2013
5) Gevorkyan, 2022
6) https://www.minrzs.gov.rs/sites/default/files/2021-02/ENG_%20Strategija%20ekonomske%20migracije%202021-2027-30_10%20%28002%29.pdf 
7) https://tackapovratka.rs/en/ 
8) https://www.ni-cat.org/
9) https://teslanati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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