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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중남미,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구축에 박차

중남미 일반 EMERICs - - 2023/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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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역내 영향력 강화하는 중국


경제적 이익과 외교 지위 강화 동시 달성 위한 포석

중국이 중남미 지역 진출에 계속해서 공을 들이면서, 중남미 국가와 중국 사이의 외교ㆍ경제적 거리도 한껏 가까워지고 있다. 먼저,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중남미 최대 인구 국가인 브라질의 최대 교역 국가가 된 지 이미 10년 이상이 지났다. 아르헨티나는 중국의 일대일로(BRI, Belt and Road Initiative) 계획 참여 의사를 밝혔다. 베네수엘라, 쿠바는 중국과 돈독한 외교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우루과이와 에콰도르는 중국과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 Free Trade Agreement) 체결을 추진하는 등 중국은 중남미 지역에서 많은 환영을 받는 나라가 되었다. 이러한 트렌드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보다 강해졌다. 미국 싱크탱크 윌슨센터(Wilson Center) 조사에 따르면, 중국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2022년 초~2022년 4월 사이 약 2년 동안 중남미 지역 15개 국가에 총 3,100만 개 이상의 마스크를 비롯, 390만 개가 넘는 코로나19 진단키트와 180만 개 이상의 의료용 장갑, 그리고 1,100개 이상의 인공호흡기를 무상 기증했다. 중국이 대량의 의료 용품을 기증하자, 많은 중남미 국가가 중국에 감사의 뜻을 표했고 이는 중남미 역내에서 중국의 외교적 지위를 더욱 강화시켰다. 또한 중남미-중국 무역 확대는 구조적으로, 그리고 실질적으로 중국에 많은 이익을 안겨주고 있다. 중국은 자원부국이 많은 중남미에서 각종 광물과 원유, 농산품을 손쉽게 확보할 토대를 마련함과 동시에, 자국에서 생산한 공산품을 수출할 거대 시장을 얻었다. 여기에, 개발도상국이 많아 경제 개발이 필요한 중남미 각국에 차관을 빌려주어 금융 수익도 거두고 있다.


한편, 중국의 중남미 진출은 중국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대외적으로 주장하고 중국의 외교적 지위를 강화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경제적으로 중국의 도움을 받거나 많은 투자를 유치한 중남미 국가들이 하나 둘씩 중국의 외교 정책을 지지하기 시작했고, 이는 국제 사회에서 대만과 대만 친선 정책을 펼치는 미국을 고립시키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오랜 기간 ‘미국의 뒷마당’ 이라고 불렸던 중남미가 미국의 영향력을 벗어나 독자적인 목소리를 키울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의 투자와 지원으로 대미 무역 의존도를 줄였기 때문인데, 결과적으로 중국 또한 국제 사회에서 미국에 대항한 외교적 지위를 강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


양허성 차관에서 투자로, 그리고 인프라…중남미를 성장 동력으로 삼은 중국

미국과 유럽 지역에 많은 투자를 하던 중국은 2010년대 중반 미-중 갈등이 확대되자 주요 투자처를 중남미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2016년 이후 중국의 미국 및 유럽 지역 투자액은 종전 연 평균 500억 달러(한화 약 67조 원)에서 150억 달러(한화 약 20조 1,200억 원)로 약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지만, 중남미ㆍ카리브해 지역 투자액은 최소 45억 달러(한화 약  6조 350억 원) 이상을 유지 중이며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2년에 이르러서는 중남미ㆍ카리브해 지역  투자액이 약 70~100억 달러(한화 약 9조 3,863억~13조 4,090억 원)에 달해 84억 달러(한화 약 11조 2,619억 원)인 유럽과 47억 달러(한화 약 6조 3,027억 원)에 그친 미국을 추월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중국이 중남미 투자를 늘린 이유는 오랜 기간 높은 수치를 유지해 오던 국내 경제 성장률이 주춤하기 시작하면서 다른 투자처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처음부터 중남미에 많은 투자를 한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양허성 차관으로 금전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중남미 진출을 시작했다. 이는 중남미의 성장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원금 손실 위험이 더 큰 자본 투자보다는 원리금만 회수하면 되는 채권 투자가 더 안정성이 높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중남미 국가들의 성장 가능성이 좀 더 명확해졌고, 여기에 국가 재정 상황을 이유로 부채 상환을 연기하는 경우도 늘어나자 중국은 현지 합작 회사 설립을 통해 직접 수익을 취하는 자본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원자재 산업을 중심으로 많은 투자를 진행했다. 중국은 중남미 여러 국가에서 구리, 리튬 등 중요 원자재 채굴권을 보유 중이며, 주로 각국 국영 기업과 함께 자본을 투자하여 설립한 합작 회사를 운영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에 더해, 중국은 중남미 각국에 많은 인프라 투자를 실행하고 있다. 중남미는 정부 재정 부족으로 인프라 개발이 부족한데, 그 필요를 중국이 채워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인프라 투자는 그 대가로 대개 10~20년의 장기 운영권을 얻는데, 이러한 방식으로 중국은 중남미 각국 일상 생활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중남미 각국 정부의 곤란함을 해결하는 인프라 투자 역시 중국과 중남미의 관계가 더욱 가까워 지는데 일조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 ‘중남미는 중국의 핵심 파트너’

중남미를 향한 중국의 친선 강화 행보는 시진핑(Xi Jinping) 중국 국가 주석의 발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은 ‘제7차 라틴아메리카·카리브국가공동체(CELAC, Community of Latin American and the Caribbean States)’ 회의를 축하하기 위해 보낸 비디오 메시지에서, 중국은 중남미와의 결속을 굳건히 하기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며 중남미와 중국이 지금처럼 계속 손을 잡는다면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언급했다. 더불어, 시진핑 주석은 중남미와 중국이 같은 ‘개발도상국‘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동질감을 형성해 중남미의 우호를 사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제7차 CELAC 회의를 앞두고, 알베르토 페르난데스(Alberto Fernandez)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을 직접 초청하는 등, 중국은 확실히 중남미에서 우방국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는 중남미가 중국의 새 성장 동력과 시장으로서 중요한 만큼, 중남미 입장에서도 중국은 필요한 자본을 투자해 주고 연간 교역량도 많은 핵심 경제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오랜 기간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때로는 미국의 속국 취급을 받기도 했던 중남미 국가들은 이제는 미국과 거리를 좀 더 멀리하고 중국과 가까워지면서 이전보다 자주성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가까운 시일 내에 이와 같은 국제 외교 추세가 급격히 방향을 선회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에, 적어도 당분간은 중남미와 중국의 긴밀한 관계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메르코수르 정회원국, 중국과 교류 확대 


브라질 대통령, 중국 방문해 기술 교류 포함한 15개 협력 협정 체결

브라질과 중국의 정상회담이 성사되었다. 룰라 다 시우바(Lula da Silva) 대통령은 최근 중국을 방문하여 시진핑 주석과 향후 양국 관계에 관해 논의했다. 룰라 대통령은 폐렴으로 방문 일정을 한 차례 연기했으나, 회복 직후 곧바로 중국행을 다시 추진하는 등 브라질-중국 정상회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번 방문에서 룰라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통신 기술 교류, 인프라 개발, 에너지 협력, 농업 등 을 포함한 15개 부문에서 양국의 관계를 강화하기로 약속하는 협정에 서명했다. 서명식에는 지우마 호세프(Dilma Rousseff) 전 브라질 대통령도 참석했는데, 호세프 전 대통령은 최근 브라질, 중국, 러시아,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주축이 된 브릭스 신개발은행(New Development Bank of BRICS)의 신임 총재로 선출되었다.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발표된 내용 중 주목할 만한 점 중 하나는 브라질이 중국 화웨이(Huawei) 통신 장비와 중국산 반도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겠다고 선언한 부분이다. 룰라 대통령은 ‘어느 누구도 브라질과 중국의 관계가 가까워지는 것을 방해할 수 없다‘고 말한 후, ‘브라질은 중국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앞으로 브라질의 5G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있어 중국의 제품을 폭 넓게 받아 들일 것이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중국이 브라질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것을 막지 않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발언은 중국산 장비 수입 제한 조치를 내린 미국을 간접적으로 겨냥한 것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또한 브라질은 아마존 밀림 상황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중국 인공위성을 사용하는 데에도 합의했다. 그 과정에서 브라질과 중국의 정보 공유가 필연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며, 룰라 대통령은 환경 문제 대처와 관련해서도 중국과의 협업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브라질은 사이버 보안 시스템 구축도 중국과 함께 진행하는 등, 정상 회담 후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중국의 관계를 강조하는 새 협의안을 대거 쏟아냈다. 이는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Jair Bolsonaro) 전 대통령 시절 소원해졌던 브라질과 중국의 관계가 큰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위안화로 무역 결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공통된 입장 표명

브라질-중국 정상회담이 이루어진 것과 비슷한 시기, 양국의 결속이 더욱 강해질 수 있는 새 소식도 있었다. 브라질과 중국은 앞으로 양자 간 무역 시 미국 달러를 결제 통화로 사용하지 않고 브라질 헤알화나 중국 위안화로 직접 결제하기로 약속했다. 이는 양국 간 무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배제하겠다는 뜻으로, 앞으로 브라질과 중국의 무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크게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브라질은 2009년부터 연간 무역액을 기준으로 이미 중국이 미국에 앞선 브라질의 제1 교역국이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양국의 고유 법정 통화로 수출입 결제를 함으로써 양국의 무역이 지금보다 더 빠르게 증가할 수 있음은 물론 외부의 간섭없이 보다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브라질은 향후 중국이 자체 개발한 국제 결제 시스템도 함께 사용할 예정이다.


한편, 브라질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도 미국보다는 중국에 더 가까운 입장을 표명했다. 룰라 대통령은 방중 후 ‘평화 협상만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킬 방법’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미국보다는 러시아와 더 가까운 관계인 중국은 러시아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는데, 브라질이 중국의 입장에 동조하면서 러시아를 지지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우루과이, 중국, 경제·정치·실무 등 다각적 협력 합의

브라질과 함께 중남미 최대 경제 블록 중 하나인 메르코수르(Mercosur)의 정회원국이자, 브라질보다 한 발 더 빠르게 중국과의 거리를 좁히려 했던 나라가 우루과이이다. 우루과이는 지난 2021년부터 타 메르코수르 회원국인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양자 간 자유무역 협정(FTA, Free Trade Agreement)을 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루이스 라카예 포우(Luis Lacalle Pou) 우루과이 대통령은 우루과이가 메르코수르를 경유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대중국 FTA를 맺기를 원하며, 이는 우루과이는 물론 중남미 지역의 성장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결국, 우루과이는 지난 2022년 우루과이-중국 FTA의 타당성 조사를 마치고 양자 간 FTA를 체결하기 위한 협상에 착수했다. 이에 더해, 중남미에서 핑크타이드(PinkTide)가 다시 시작되며 브라질까지 좌파 성향의 룰라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중남미-중국 친선 무드가 더욱 무르익은 지금, 우루과이는 경제를 비롯해 정치, 사회 등 여러 분야에서 중국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우루과이는 프란시스코 보나수(Francisco Bustillo Bonasso) 외교부(Ministerio de Relaciones Exteriores) 장관을 중국에 파견해 우루과이가 중국과 다각도로 교류를 확대하고자 한다는 뜻을 전했고, 중국은 이에 환영의 뜻을 밝히며 화답했다. 또한, 우루과이는 국제 사회에서도 이전보다 중국의 입장을 좀 더 지지하는 방향으로 외교 노선을 수립하겠다는 방침을 내비치기도 했다.


파라과이, 대선 유력 당선 후보가 중국과 수교 의사 보여

한편, 중남미에서 몇 남지 않은 대만의 수교국 중 하나인 파라과이도 친 중국 외교 노선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파라과이는 2023년 4월 30일 차기 대통령과 총 125명의 상ㆍ하원 의원을 선출하는 총선을 앞두고 있는데, 투표 전 몇 차례 진행된 설문 조사에서 야권 대표 대선 주자인 급진자유당(PLRA, Partido Liberal Radical Auténtico)의 에피라임 알레그레(Ephraim Alegre) 후보가 현 집권당 콜로라도당(Partido Colorado)의 산티아고 페냐(Santiago Pena) 후보를 앞서고 있다. 알레그레 후보는 지난 2023년 3월 페냐 후보를 추월한 후 줄곧 지지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어, 이번 총선에서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게 점쳐진다. 한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알레그레 후보가 중국과 수교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해 왔다는 사실이다. 파라과이는 예전부터 대만과 수교하여 중국의 ‘하나의 중국(One China)’ 정책을 인정하지 않고 있었는데, 이는 중국과의 교류를 확대하는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만약 이번 총선에서 알레그레 후보가 당선되어 취임 후 중국과 수교한다면, 파라과이는 경제적으로도 중국과 급격히 가까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리튬 자원국도 중국과의 협력 강화 선택 


볼리비아, 리튬 매장 지 탐사위해 중국 기업과 10억 달러 규모 계약 체결

전 세계적으로 배터리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원유가 가장 많이 매장된 지역이 중동이라면 리튬은 중남미가 핵심 매장지역으로, 그 중에서도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칠레 3개 국가에 전 세계 매장량의 60%가 위치한다.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칠레는 ‘리튬 트라이앵글’로 불리는데 이들 3개국 가운데서 매장량 1위 국가는 볼리비아이다. 볼리비아는 전 세계 매장량의 약 25%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은 앞으로 핵심 자원이 될 리튬을 확보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중남미 국가와의 친선 관계를 다지기 위한 정책을 계속했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은 결실을 맺고 있는데, 최근 볼리비아 정부는 리튬 개발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중국 배터리기업 CATL이 중심이 된 CBC 컨소시엄과 10억 달러(한화 약 1조 3,385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개발 사업 입찰에는 미국과 러시아 기업도 참여했지만 볼리비아는 중국 기업의 손을 들어주었다. 볼리비아에는 막대한 양의 리튬이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동안 기술 부족으로 인해 리튬 채굴량은 거의 전무했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리튬을 국가 전략 자원으로 지정했으며, 리튬 산업을 앞으로 볼리비아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는 핵심 분야로 보고 적극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다시 말해, 리튬 산업을 정책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첫 걸음을 중국 기업과 함께하기로 볼리비아 정부가 결정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중국 CBC 컨소시엄을 리튬 개발 사업자로 선정했음을 알리는 자리에서, 볼리비아 정부는 단순 채굴뿐만 아니라 리튬 생산부터 배터리 제조까지 볼리비아를 글로벌 배터리 산업의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리고 리튬 배터리 산업과 관련하여 볼리비아 기업이 중국의 기술력을 얻기를 희망한다고 언급해, 앞으로 볼리비아가 중국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중국과 광업, 농업, 기술 교류 확대 약속한 아르헨티나…통화 스왑도 늘어나

아르헨티나는 볼리비아에 이은 리튬 매장량 2위 국가이며, 매장량 점유율도 22% 1위 볼리비아와 큰 차이 없는 막대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아르헨티나에서도 중국의 영향력이 계속 커지고 있다. 지난 2022년 중국 리튬 대기업 간펑리튬(Ganfeng Lithium)은 아르헨티나 광산 채굴 기업 리테아(Lithea)의 지분 100%를 9억 6,200만 달러(한화 약 1조 2,886억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간펑리튬은 리테아 지분 인수 전에도 여러 채널을 통해 아르헨티나 리튬 광산의 지분율을 계속 높여가고 있었다.


아르헨티나가 중국과의 접점을 늘리는 분야는 리튬뿐만이 아니다. 아르헨티나는 리튬 이전에 다른 무역 부문에서도 대중국 교역량을 확대했다. 특히, 곡물과 소고기 등 아르헨티나의 핵심 수출품의 주요 수출 상대국은 중국이다. 아르헨티나는 인프라 부문에서도 중국 투자 의존도를 늘리고 있는데,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 참여를 공식 선언하면서, 중국의 투자가 아르헨티나의 발전을 돕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아르헨티나는 금융 시스템적으로도 중국의 도움을 받고 있다. 만성적인 외환 보유고 부족을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9년 중국과 외환 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는데, 지난 2023년 초 만기가 다다른 기존 외화 스와프 계약의 규모를 확대하여 연장하기로 중국과 합의했다. 이러한 아르헨티나의 움직임에 대해 금융적으로 아르헨티나가 중국의 속국이 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었으나, 아르헨티나 정부는 그러한 비판에 개의치 않고 경제 부문에서 중국과의 결속을 계속 다지고 있다. 이와 같은 아르헨티나와 중국의 경제적 우호 관계는 외교 부문에서도 드러나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아르헨티나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서방 진영의 대 러시아 제재에 반대하는 뜻을 보였으며, 전쟁 초기부터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사태의 평화로운 해결을 바란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대러시아 제재의 중심인 미국과 중국이 척을 지고 있으며, 중국이 러시아와 가까운 관계라는 점을 의식한 입장 표명으로 풀이된다. 


중국 비야디, 칠레 리튬 광산 인수에 배터리 플랜트 건설까지

볼리비아와 아르헨티나에 이어 글로벌 리튬 매장량 지분 11%로 세계 3위 리튬 매장국인 칠레에서는 중국계 전기차 제조 기업 비야디(BYD)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비야디는 지난 2022년 1월 칠레 정부와 1억 2,100만 달러(한화 약 1,621억 원) 규모의 리튬 채굴 계약을 체결했다. 비야디는 가브리엘 보리치(Gabriel Boric) 대통령 정부로 정권이 바뀐 이후에도 앞으로 칠레 리튬 산업의 성장을 위해 많은 투자를 단행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비야디는 지난 2023년 4월에는 칠레산업진흥청(CORFO, Corporación de Fomento de la Producción de Chile)으로부터 리튬 배터리 생산 플랜트 건설 허가를 얻어내기도 했다. 투자 규모는 2억 9,000만 달러(한화 약 3,886억 원)로, 2025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칠레산업진층청은 비야디의 투자로 500개 이상의 상시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며, 칠레의 리튬 배터리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비야디는 앞으로 건설할 해당 플랜트에서 제조한 배터리를 칠레 정부가 도입한 전기 버스 제조용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이전 정권보다 친환경 정책을 더욱 강조하는 보리치 정부는 대중교통에 전기 버스 비중을 높이려 한다. 다시 말해, 새 정부의 지속 가능한 환경 정책의 일부를 중국계 기업이 담당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쿠바와 니카라과, 중국과 관계 강화 계속…

온두라스는 외교 파트너로 중국 선택 


니카라과에 이어 온두라스도 중국과 수교

중남미가 중국과 가까워지고 있음을 대외적으로 확연하게 관찰할 수 있는 분야는 외교이다. 중국은 대만이 독립국이 아닌 중국의 한 지방이며, 현재 대만을 통치 중인 정부는 괴뢰 정권이라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국제 사회에서 거듭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대만과 국가 대 국가로 수교하던 나라가 중국과 외교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먼저 대만과 단교해야 하는데, 중남미에서 대만 대사관을 폐쇄하고 중국 대사를 맞이하는 나라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먼저 지난 2022년 11월에는 니카라과(Nicaragua)가 대만과의 관계를 끊고 중국을 외교 무대의 파트너로 선택한다고 발표했다. 니카라과는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중국과 계속 친밀을 다지는 모습을 보였는데, 결국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하여 중국과의 수교를 결정했다. 중국은 니카라과와 수교하기 위해 기부와 투자 등 여러 방식으로 니카라과에 진출했다.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는 대만의 오랜 수교국이었던 온두라스마저 중국과 손을 잡았다. 시오마라 카스트로(Xiomara Castro) 온두라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3월, 온두라스가 앞으로 중국과 외교 무대에서 서로를 지지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동시에, 그동안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했던 거의 모든 나라가 그랬듯이 중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온두라스의 결정에 대해 수십 년 동안 온두라스와 외교 관계를 맺었던 대만은 깊은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온두라스 역시 경제적인 이유로 중국을 외교 상대로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카스트로 대통령은 중국과 수교를 결정하기 직전, 대만에 병원과 각종 인프라 건설을 위해 24억 5,000만 달러(3조 2,842억 원)를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대만은 중국과 지원금 대결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이에 온두라스의 새 대통령은 중국과의 외교 협력 협약서에 서명했다.


오랜 우방 관계인 쿠바와 중국, 사이버보안 협력 약속

공산국가로 중국과 오랜 기간 우호 관계를 맺었던 쿠바도 미국의 계속된 제재를 받는 가운데 중국과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최근 쿠바와 중국은 이제는 중요 국가 인프라가 된 사이버보안 부문에서 양국이 서로 힘을 모으는데 합의했다. 합의서 서명식 자리에서, 쿠바는 중국의 뛰어난 기술력이 쿠바의 인프라 기술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며, 쿠바는 중국의 오랜 우방국으로서 앞으로도 중국과 계속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미국과 마찰을 빚는 또다른 중남미 국가인 베네수엘라도 통신 기술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중국과 긴밀히 협력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제는 중남미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할 수 있다. 미국을 위시한 서방 진영의 중남미 국가를 향한 발언권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차관을 시작으로 직접 투자까지 중국은 10여년 이상 중남미 지역에 진출하기 위해 많은 자원과 노력을 쏟았고, 여기에 자국의 정체성과 독립성을 강조하는 정부가 연이어 중남미 각국에 들어서면서 오랜 기간 미국의 영향과 간섭을 받았던 상황을 벗어나려는 시도가 중남미 각국에서 관찰된다. 당분간 이러한 흐름은 계속될 것이며, 중남미 국가들과 중국의 우호 관계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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