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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수단 군벌 간 무력 충돌 장기화로 주변국 전체 안보 위협

아프리카ㆍ 중동 기타 EMERICs - - 2023/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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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벌 간 갈등으로 촉발된 수단 분쟁으로 인도주의적 위기 발생


수단 군벌 간 갈등으로 유혈 충돌 발생 

4월 15일 수단의 수도 카르툼에서 군부 지도자인 압델 파타흐 부르한(Abdel-Fattah Burhan)이 이끄는 정부군과 헤메데티(Hemedti)라는 별칭으로 알려진 모함메드 함단 다갈로(Mohammed Hamdan Dagalo) 장군의 신속지원군(RSF) 사이 무력충돌이 발생했다. 지난 2019년 독재자 오마르 알바쉬르(Omar al-Bashir)가 축출된 이후 수립된 문민정부가 2021년 부르한 장군 이끄는 군부 쿠데타로 무너지며 수단은 군부 체제 지배 아래에 놓였다. 다갈로 장군의 RSF도 당시 군부와 함께 쿠데타에 참여했다. RSF는 2013년 잔자위드(Janjaweed) 민병대를 모체로 구성된 군사 조직으로, 잔자위드 민병대는 다르푸르(Darfur) 분쟁에서 각종 전쟁범죄와 인종청소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쿠데타 이후에 RSF는 대통령궁 등 주요 인프라 경비를 맡아왔으며 다갈로 장군도 군부 정권의 최고 결정 기구인 과도주권위원회(Transitional Sovereignty Council)의 부위원장으로 임명되었다. 


RSF는 2021년 군부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 수백 명을 살해할 정도로 군부와 가까운 관계였다. 그러나 군부와 RSF의  관계는 2023년 문민정부로의 정권 이양을 앞두고 악화되었다. 부르한 장군과 다갈로 장군은 모두 자신들이 국가와 국민의 보호자이며 상대 측이 반역과 배신을 저질렀다고 주장하지만, 이번 갈등의 근본 원인은 권력과 경제적 이권을 둘러싼 군부와 RSF 사이의 이권 다툼의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권력 이양을 앞두고 부르한 장군이 RSF를 군부 통제 아래에 두고자 하자, 다갈로 장군이 이에 반발한 것이다. RSF가 통제하는 금광 등 경제적 이권을 군부가 장악하려고 한 것도 신속지원군과 다갈로 장군이 반발한 이유로 분석된다. 


피란민 70만 명 넘는 것으로 추정… 일주일 새 피란민 2배 이상 늘어나

수도 한복판에서 벌어진 유혈 충돌의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민간인들이다. 5월 16일 수단의사협회 발표에 따르면 충돌로 민간인 822명이 사망하고 3,0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교전을 피해 떠난 피란민의 수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5월 첫째주에 약 34만 명이었던 피란민은 일주일만인 5월 9일 두 배가 늘어난 70만 명을 넘었고, 5월 17일 기준 84만 명에 달한다. 국제이주기구(IOM, 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Migration)는 충돌이 계속되면 피란민 수는 180만 명에 달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분쟁이 터지기 전에 이미 수단에는 해외난민 110만 명과 국내난민 380만 명이 있었다. 


충돌이 길어지며 도시 기능과 전기 수도 공급 등 기본적인 공공 서비스도 마비되었다. 카르툼의 의료진은 병원도 포격을 받으며 의약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으며, 군인들이 병원을 점거해 군사 기지로 사용하기도 한다. 카르툼 시내 의료기관 중 단 16%만이 제 기능을 하는 실정이다. 식량 부족 위기도 심각해지면서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수단 국민의 절반 이상인 2,500만 명 가량이 식량 및 의료 긴급 구호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OCHA는 긴급 구호에 25억 6,000만 달러(한화 약 3조 4,201억 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군벌 간 갈등 더욱 심화


수단 정부군, RSF 계좌 및 연관 기업 계좌 모두 동결… 양측 휴전 합의 위반하고 무력 충돌 계속

지난 4월 이후 휴전 협정 시도가 여러 차례 이루어졌지만 정부군과 RSF 모두 휴전 합의를 준수하지 않음에 따라 양측 충돌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양측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조건을 찾기 어려우며 갈등의 원인이 상대에 있음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18일 양측이 24시간 휴전을 선언한 바 있으며 이어 4월 21일에는 RSF가 72시간 휴전을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무력 충돌이 계속되었다. 군부와 RSF 모두 상대편과의 협상은 없으며, 상대가 완전히 항복할 때에만 휴전에 동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갈로 장군은 부르한 장군을 범죄자로 지칭하고 전투를 시작한 부르한 장군과는 협상할 수 없다고 밝혔으며, 부르한 장군은 수단 국민이 겪는 고통의 책임은 RSF에 있다고 비난하며 협상을 거부했다. 5월 10일 양측은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중재에 따라 사우디 제다(Jeddah)에서 협상을 시작했으나, 카르툼에서 폭격과 총격은 여전히 이어지는 상황이다. 5월 16일에는 부르한 장군이 RSF와 RSF 연관 기업의 모든 계좌를 동결한다고 명령하며 양측 불신이 심각한 수준에 다다랐음을 보여주었다.


RSF, 수단 정부군의 공습으로 대통령궁 파괴됐다고 주장

RSF는 5월 12일 중동 전문 매체 미들이스트아이(Middle East Eye)는 정부군의 공습이 대통령궁을 파괴했다는 RSF의 주장을 보도했다. 대통령궁은 2019년 이후 RSF가 통제하고 있었으며, 현재도 RSF 기지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미들이스트아이는 위성사진을 조사하여 대통령궁이 일부 손상되었지만 파괴되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휴전을 위한 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RSF가 군부를 비난하는 상황은 양측 불신이 여전히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주변국 전체 안보 위협하는 수단 분쟁


주변국으로 이어지는 탈출 행렬, 이미 불안정한 상황에 처한 국가들로 번지는 인도주의적 위기

수단에서 이집트, 남수단, 에티오피아, 차드 등 인근 국가로 떠난 피란민만 22만 명에 이르면서 수단에서 촉발된 인도적 위기는 이웃 국가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들 국가에는 이미 많은 수단 난민이 머무르고 있으며, 난민 중 70%가 긴급한 구호를 필요로 하는 여성 및 어린이지만 난민을 지원할 경제적 여력이 없는 상태다. 국제구조위원회(IRC, International Rescue Committee)에 따르면 충돌이 발생한 이후 5월 초까지 약 3만 명이 다르푸르 지역에서 차드로 피난을 떠났으며, 최대 10만 명의 수단 난민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차드에는 이번 사태 발생 이전에도 이미 50만 명에 가까운 수단 난민이 있었다. 남수단으로는 1만 5,000명이 이동했으며 UN 난민기구는 최대 16만 5,000명의 수단 난민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940만 명에 달하는 사람이 구호가 필요한 상황에 놓인 남수단에 수단 난민이 대거 유입되면 인도적 위기와 지원 부족 문제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분쟁이 장기화하면 수단 인접국으로 이동하는 난민이 8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구호 자금은 턱없이 부족하다. 충돌 발생 이전에도 이미 UN은 수단과 차드 난민 구호에 1억 7,500만 달러(한화 약 2,341억 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지만 실제 모인 금액은 14%에 불과한 상황이었으며, 남수단 난민 구호 자금도 필요액의 24.8%만 모금된 상태였다. 


7개국과 국경 접한 수단에서의 무력 충돌, 주변국 안보 전체 위협

수단 내 분쟁이 인도주의적 위기뿐만 아니라 인접 국가의 안보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대표적으로 차드는 RSF가 오랫동안 활동해온 다르푸르 지역에 인접해 있으며 차드 군정 지도부에 다갈로 장군의 친척이 있을 정도로 RSF와 밀접한 관계를 맺은 국가로, 마하마트 이드리스 데비(Mahamat Idriss Deby)는 차드 군정 지도자는 부르한 장군과 RSF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왔다. 다갈로 장군은 현재 차드의 실권을 잡고 있는 자가와(Zaghawa) 부족에 대항해 아랍인을 지원해왔으며, 수단 정부군 또한 차드에서 지지 세력을 규합하기 위해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가와 부족과 차드 아랍인들이 RSF와 수단 정부군 중 어느 한 편을 들어 다르푸르 지역 분쟁에 관여하거나 또는 차드 내의 민족 분쟁이 악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르푸르 지역에서 차드로 밀반출된 무기가 차드뿐만 아니라 서아프리카 각지의 무장조직에 유입되어 지역 안보를 더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접경국으로의 혼란 확산 막기 위해 발벗고 중재 나선 국제사회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중재로 두 군벌 간 휴전 회담 재개

국제사회는 충돌을 막기 위해 중재에 나섰다. 서로 대화를 거부해오던 두 장군은 5월 6일 미국과 사우디의 중재로 사우디에서 만나 협상을 시작했다. 사우디는 사우디가 주도하는 예멘 내전에 참전해온 수단 정부군과 RSF에 모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입장에 있다. 미국과 사우디는 양측에 수단과 수단 국민의 이익을 위해 휴전과 분쟁 중단을 위한 회담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사우디는 5월 18일 개최된 아랍연맹 정상회담에 부르한과 다갈로 장군 양측을 모두 초청하기도 했으나, 양측 모두 응하지 않았다.


다갈로 장군은 회담에 대표단을 파견했다는 사실을 알리고 RSF는 민주주의와 문민정부로의 권력 이양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단 정부군과 RSF는 이번 회담이 휴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민간인 탈출과 구호 물자 유입을 위한 통로 확보 등 인도주의적 목적만을 고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5월 12일 양측은 민간인 보호 원칙에만 합의하고 완전한 휴전 합의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양측은 단기 휴전을 위한 협상을 계속하겠다고 밝혔으나 여러 외신 보도에 따르면 무력 충돌은 여전히 계속되는 상황이다. RSF는 시내 민간인 거주 지역을 장악했으며 RSF가 장악한 민간인 거주 시설에 대한 수단 공군의 무차별 폭격도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측이 모두 승리를 확신하고 상대의 완전한 항복이라는 입장에서 물러나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은 휴전 협상이 큰 성과를 보기 어렵다고 보았다.


아프리카연합(AU), 수단 군벌에 즉각적인 휴전과 대화 촉구

아프리카연합도 중재에 나섰다. 5월 3일 모하메드 엘하센 레밧트(Mohamed El Hacen Lebatt) 아프리카연합 수단특사는 양측에 수단 전국에서 아무런 조건도 요구하지 않고 완전하고 실질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레밧트 특사는 아프리카연합이 지부티에 본부를 둔 동아프리카 지역 연합체인 정부간개발기구(IGAD, Intergovernmental Authority on Development)와 UN과 함께 협력하여 휴전을 이끌어내는 한편 수단 국내에 남거나 인접 국가로 피난한 모든 사람들에게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단 분쟁의 확산을 우려하는 인접 국가인 에티오피아와 남수단 그리고 케냐는 수단 정부군과 RSF 사이에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리카연합은 중립을 지키는 중재자를 자처하며 수단 분쟁 해결을 위해 개입해왔다.이번 충돌이 발생하기 이전부터 수단의 문민정부로의 정권 이양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군부와 시민사회 사이 대화를 조직했으며, 2019년에는 군부와 시위대 사이 충돌을 중재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국제사회, 수단 유혈 사태가 주변국의 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인식 공유… 그러나 각기 이익 추구하는 수많은 중재자가 오히려 역효과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

수단 분쟁이 난민 발생에 따른 인도적 위기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인접 국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압델 파타 엘시시(Abdel-Fattah el-Sisi) 이집트 대통령은 부르한 장군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수단은 나일강 수자원 문제를 둘러싼 에티오피아와의 갈등에서 이집트의 편을 들고 있다. 따라서 향후 수단 정치 변동 과정에서 RSF 또는 반군부 세력이 우위를 점하고 부르한 장군의 힘이 약화되면 이집트와 수단의 관계도 변화해 에티오피아의 대립이 이집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한편 차드와 맞닿은 다르푸르 지역의 불안은 차드 국경지역 안보에도 악영향으로 작용한다. 다르푸르 지역에서 발생한 충돌이 차드까지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잔자위드 민병대는 여러 차례 차드를 침입해 국경 마을을 습격, 약탈한 바 있으며, 지난 4월에도 차드 정부는 국경을 건너려는 민병대원 320명을 저지하고 무장해제 시키기도 했다. 


수단의 송유관을 통해 수출되는 원유가 주요 재정 수입원인 남수단은 분쟁으로 원유 운송 및 항만 작업이 중단돼 하루 17만 배럴에 달하는 원유 수출에도 영향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리비아 문제 또한 간과할 수 없다. 리비아에서 활동하는 수단 용병이 귀환하고, 다갈로 장군과 가까운 리비아 군벌 칼리파 하프타르(Khalifa Hafter) 세력이 RSF를 지원하는 등 리비아 측에서의 개입도 수단 내전의 국제화와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지역 국가 외에도 수단 군부 및 RSF와의 협력 관계를 이용해 수단군을 예멘 내전에 투입한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아프리카와 홍해 지역에의 교두보 확보를 위해 수단에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한 러시아 등 여러 국제 행위자의 이해 관계가 수단과 관련되어 있다. 이처럼 다양한 행위자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한 예로 사우디는 부르한 장군을, UAE는 다갈로 장군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위자 사이의 이해관계와 협력 대상의 차이가 갈등 해결 과정에서 방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미국, UN, EU, 걸프 국가, 아프리카연합과 IGAD까지 여러 행위자가 갈등 중재를 자처하고 나선 상황은 행위자 간에 중재 노력이 적절히 조율되지 않으면 오히려 협상 과정에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문제도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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