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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메르코수르와 유럽연합: 협상 과정과 전망

중남미 일반 Diego Telias Universidad Católica de Chile & Universidad ORT Uruguay - 2023/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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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기관을 통해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지역통합은 국가 간 여러 집단의 행동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해 왔다. 지역통합은 통상 지리적으로 인접한 국가간의 자발적 통합, 또는 협력 과정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를 통해 해당 국가들은 주권국으로서의 속성을 일부 상실함과 동시에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한다1). 이와 같은 지역통합 움직임은 유럽에서 최초로 나타난 이래 세계 각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2021년 남미 최대 규모의 지역통합 공동체 메르코수르(MERCOSUR)가 창설 30주년을 맞았다. 메르코수르는 1990년대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4개국 정상이 모여 회원국의 국제 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남미 공동시장을 조성하기 위해 출범하였다. 그러나 여러 해가 지난 현재 메르코수르의 필요성이 사라졌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며 회원국 대통령뿐만 아니라 대선 후보들조차도 실효성을 의심하기에 이르렀다.

메르코수르에 회의적인 일부 집단은 메르코수르가 무역활성화를 위한 유연성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으며 관련 무역협정 네트워크를 활용한 역외협력 개발 의제 도출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런 맥락에서 메르코수르는 다양한 부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고, 다른 지역통합 공통체들과 달리 회원국들을 하나로 묶는 정체성 형성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같이 메르코수르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가운데 라카예 포우(Lacalle Pou) 우루과이 대통령은 메르코수르를 경제적 부담으로 묘사한 바 있으며 하비에르 밀레이(Javier Milei) 아르헨티나 대선 후보는 메르코수르 탈퇴를 제안하는 극단적 입장을 취하기도 했다.

이 시점에서 메르코수르-유럽연합(EU) 협정의 역사와 현황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인 바, 이는 동 협상에 24년 이상이 소요되었을 뿐만 아니라 협정 타결 여부가 메르코수르의 발전 및 움직임과 관련하여 현재의 상황을 파악하는데 연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남미에 현존하는 경제 안보 문제, 자유민주주의 외의 대안 정치 모델 등장, 중국의 남미 대륙 영향력 강화 등을 고려할 때 메르코수르-EU 협정은 단순한 자유무역협정을 초월하는 의미를 가진다. 그러므로 협정 체결에 더욱 큰 난관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본고는 메르코수르의 현재 상황, 메르코수르-EU 협정 협상 과정 외에도 협정 타결 여부가 가지는 의미를 중심 주제로 논의하고자 한다.

메르코수르: 문제점과 과제
메르코수르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군사독재 정권 종식 후 양국의 관계 개선으로 이루어진 경제협력에 우루과이와 파라과이가 동참하여 1991년 아순시온 조약(Treaty of Asunción)을 체결하면서 시작되었다. 출범 당시 회원국 지도자들은 역내 상품·서비스·생산요소의 자유로운 이동, 대외 공동관세(Common External Tariffs) 부과, 거시 경제정책 상호 조율을 기반으로 하는 공동시장 구축이라는 목표를 설정하였으나2) 이러한 목표는 지금까지 달성되지 못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민주주의 관련 제도의 미비로 가입 보류), 볼리비아(가입 절차 진행 중) 등의 국가는 메르코수르의 지역통합 과정에 관심을 보이며 가입을 희망하고 있다.

현 시점의 메르코수르는 초국가기구(超國家機構)가 아니라 정부 간 협력체나 지역 공동체로서의 형태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지난 30년 간 회원국들은 2001년 경제 위기, 원자재 가격 사이클에 따른 경기 호황, 사회복지 정책 확대 등 각자의 상황에 따른 독자적 경제 활동을 추구해 왔다. 뿐만 아니라 메르코수르는 상설 조사 법원(Permanent Review Tribunal)은 두고 있으나 회원국 간 제도를 만들기 위한 권한 위임과 협업은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 메르코수르 회원국들 간의 합의가 분명히 존재하는 사안에 대해서도 모든 진행 과정과 결정은 당사국의 의지에 따르는 경우가 많으며 회원국들은 일부 정립된 규범조차도 실질적으로 내재화하지 못했다. 이는 유럽의 지역통합 과정과는 명확하게 다른 양상을 보이는 부분이다.

2010년 이후, 지역통합을 단순한 경제협력이나 자유무역 협정을 넘어선 형태로 해석하는 일부 학자들은 메르코수르를 '탈패권적 지역주의(post-hegemonic regionalism)'의 개념으로 정의하기도 했다. 이 시기는 메르코수르가 조직융합기금(Structural Convergence Fund), 인권공공정책 연구소(Institute of Public Policies on Human Rights), 각종 사회 연구기관 등을 설립하며 다양한 이슈와 이니셔티브를 통해 그 영향력을 확장하던 때와도 맞물린다.

하지만 메르코수르는 칠레, 페루, 콜롬비아 등의 역내 국가와 달리 이스라엘과, 이집트 등과의 협정을 제외하고는 광범위한 자유무역협정 체결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예외적으로 2022년 싱가포르와의 협상이 타결되어 최종 승인 단계를 남겨두고 있는데, 이는 많은 국가들이 주목하고 있는 동아시아 지역국가와 메르코수르 간의 첫 번째 자유무역협정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가시적인 성과가 많지 않다고 해서 자유무역협정 협상 논의조차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메르코수르는 인도네시아, 레바논, 캐나다, 한국 등의 국가뿐만 아니라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European Free Trade Association)과 같은 경제연합체와도 협상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협정 체결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으며 협상 당사국들의 빈번한 정권 교체 및 국내 이견 심화도 협상 타결에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한편 EU는 메르코수르의 자유무역협정 체결 사상 가장 오랫동안 교착 상태에 있었던  협상 대상이다. 이는 메르코수르가 협상에 적극적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일부 유럽 국가들도 협 정 체결에 회의적이었기 때문이다. 메르코수르와 EU는 1990년대 지역간 기본 협력협정(EU-MERCOSUR Inter-regional Framework for Cooperatio Agreement)을 체결한 이래 여러 차례 논의를 결렬시켰으며 2016년 교섭을 재개하였으나 합의안 도출에 실패하여 지난 20여 년간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현 시점의 동향을 고려할 때 어떤 결론이 나오든 이 협상은 조만간 마무리될 전망이다.

메르코수르-EU 협정
메르코수르-EU 협정은 종전의 단순한 무역 중심의 협정 차원을 넘어 다양한 협력 분야를 망라하는 포괄성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그간 EU가 다른 연합체들과 체결한 협정의 성격과도 차별되는 것으로, 다양한 분야의 정치적 협력, 주권 양도, EU 회원국들의 개별 권한과 관련한 사안이 포함되어 있어 서명 및 비준 절차가 상당히 복잡할 수 밖에 없다.

메르코수르와 EU는 2021년 이후 상품 및 서비스 교역, 공공 조달과 관련한 합의를 발표하였으나, 협상이 진행 중인 부문이나 합의 미도달 사안에 대한 입장은 명확히 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고려할 때 2019년 이후 현재까지 협상에 구체적인 진전이 없었다고 보아도 무방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지난 24년간 이어진 협상 과정에서 현 시점이 특별히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남미의 저명한 학자들이 한 자리에 모인 장 모네 모듈(Jean Monnet Module) 주최 회의에서 폴리나 아스트로자(Paulina Astroza) 박사는 스페인이 EU 이사회 의장국이고 브라질이 메르코수르 임시 의장국을 맡고 있는 현재 시기 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3). 실제로 협상 난제는 남아있으나 스페인과 브라질은 협상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회의 참석자 데틀레프 놀테(Detlef Nolte) 박사는 여러 외부적 상황이 협상 진행 과정에 영향을 미쳤다며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Jair Bolsonaro) 전 대통령 행정부에서는 환경 문제가 협상 진전에 상당한 걸림돌이었음을 언급하였다4). 아마존 삼림 벌채에 대한 유럽의 우려는 협상 지연에 결정적인 사유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유럽 특정 산업의 보호무역주의적 이익 관계를 은폐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안드레스 말라무드(Andrés Malamud) 지역주의 전문가는 프랑스와 브라질이 이 협상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강조하며5), 프랑스의 경우 의회 비준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자국 농업 이익 보호와 관련한 합의 도출에 난항이 예상된다고 발언하였다. 이에 미라암 시라이바(Miriam Saraiva) 박사는 대서양 건너편 브라질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며, 취임 이후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룰라 다 실바(Lula Da Silva) 브라질 대통령이 환경 등의 민감한 사안 관련 국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 대통령의 의지만으로는 협상 진전이 어렵다고 분석하였다. 따라서, EU와 메르코수르 사이의 협정이 최종 타결되더라도 실제 발효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  예상된다.

한편, EU는 협상 가속화를 위해 2023년 8월 말까지 기 합의된 부문과 그 외의 부문을 나누어 처리하는 분할 협상 방식을 제안하였으나, 메르코수르는 대응 제안을 검토 중이다. 이대로 협상이 재개된다면 모든 당사국이 발언권을 가지게 되고 이들이 복잡한 사안에 합의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수 있다.

이와 같은 제반 사항을 고려할 때 현 시점이 갖는 중요도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메르코수르가 무역 및 경제통합 공동체를 넘어서 인적자원 이동, 인프라 개발, 민주정부 및 교육 지원 등 다방면의 지역통합을 꾀하고 있긴 하지만 현재 가장 중요한 논의의 핵심은 역외협력이기 때문이다. 메르코수르는 지금까지 회원국에 실질적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대외관계를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미래를 위한 중요한 기로에 서있다고 볼 수 있다6). 남미 지역 무역의 한계가 자명한 현 시점에서 메르코수르가 세계 시장 접근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지역통합 공동체로서의 이점은 사라지게 된다7)

메르코수르-EU 협정 체결은 내부적으로 메르코수르 참여에 회의적인 집단들의 불만을 불식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외부적으로도 남미 경제 블록의 역동성을 내세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U 또한 남미 대륙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중국 등 주요국과의 전략적 우위를 선점하려면 메르코수르와 상업적 차원 이상의 포괄적 파트너십을 체결해야 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장 모네 모듈 회의에서 호세 안토니오 사나후하(José Antonio Sanahuja) 교수가 언급한 바와 같이 메르코수르-EU 협정은 광범위한 부문에 걸친 표준(standards) 정립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8)

유럽은 중국의 남미 지역 영향력 확대를 크게 우려해 왔다. 실제로 중국은 이미 남미 국가들의 중요한 무역·투자·차관 파트너로 자리 잡았으며, 국제 질서 유지를 위한 규칙 수립에도 협력하고 있다.  그러므로 유럽의 대(對)남미  외교 영향력을 유지하는 데 있어 단순한 비판이나 위협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따라서 메르코수르-EU 협정 체결은 유럽이 남미에서의 다양한 현안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한 좋은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 각주
1) Haas, Ernst B. 1971. "The Study of Regional Integration: Reflections on the Joy and Anguish of Pretheorizing", en Leon N. Lindberg y Stuart A. Scheingold, eds., RegionalIntegration: Theory and Research, Cambridge, Mass., Harvard University Press, pp. 3-44.
2) Caetano, Gerardo. 2011. MERCOSUR 20 años. Centro de Formación para la Integración Regional. Montevideo, Uruguay.
3) Conference Jean Monnet Webinar. 2023. 31.8. Montevideo, Uruguay. “Acuerdo Unión Europea – Mercosur, ¿tiene chances?”
4) Ibid.
5) Ibid.
6) Busso, Anabella Estela, and Julieta Zelicovich. 2021. “El Mercosur Como Estrategia de Inserción Internacional: Un Balance En Su 30o Aniversario.”
7)  Sica, Dante, and Andrés Malamud. 2021. “El Mercosur Se Hunde En La Irrelevancia.” La Nacion 25.
8) Conference Jean Monnet Webinar. 2023. 31.8. Montevideo, Uruguay. “Acuerdo Unión Europea – Mercosur, ¿tiene cha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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