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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중남미, 경제와 치안 악화로 불법 이민 급증

중남미 일반 EMERICs - - 202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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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미국으로 향하는 불법 이민자 증가 계속


멕시코, 이민자 수용소 포화 상태
이민 희망자가 임시로 머무르는 멕시코 수용소(asylim)가 한계 상황에 이르렀다. UN난민기구(UNHCR, 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 for Refugees)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9월 중순까지 약 9개월 동안 멕시코 정부가 공식적으로 접수한 이민자 임시 수용소 입소 신청 건수는 약 10만 건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22년 연간 총 신청 건수였던 11만 8,570건에 근접한 수준이며, UN난민기구는 멕시코 정부가 올해 역대 최고 수준인 15만 건의 수용소 입소 신청 접수를 받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멕시코에 흘러들어오는 이민자는 거의 대부분 미국행을 원하는 이들이다. 멕시코가 미국 남부와 직접 국경을 맞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국행을 바라는 이민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멕시코 정부가 운영 중인 임시 수용소도 이제는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 보도에 따르면 한 수용소의 경우, 이미 수용소 최대 수용 가능 인원인 100명의 다섯 배에 달하는 500여 명이 시설에 머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용소 입소 신청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에 해당 수용소는 어쩔수 없이 수용소 입소를 원하는 이민 희망자를 되돌려 보내는 지경에 이르렀다. 수용소 포화 상태는 미국과 국경을 직접 맞댄 북부 지역뿐만 아니라 멕시코 남부 지역에서도 관찰할 수 있다. 아메리카 대륙은 지리적으로 미국-멕시코-과테말라 순서로 서로 국경을 맞대고 있다. 따라서, 멕시코는 불법 이민자 이슈와 직면한 최전선, 그리고 과테말라는 1차 완충 지대로 평가받는다. 이런 이유로 과테말라과 국경을 접한 멕시코 남부 지역의 상황을 보면 앞으로의 이민자 추이도 대략적으로 예상해 볼 수 있는데, 멕시코 정부에 따르면 남부 국경 지대에서 멕시코 통행을 허가받기 위해 국경 관리 사무소에 관련 행정 처리를 요구하는 이민 희망자가 과거 그 어느때보다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남미 출신 이민자가 중미 출신을 앞질러…심상치 않은 다리엔 지협
한편, 최근 멕시코 정부가 접수한 임시 수용소 입소 희망 신청 내용을 보면 한가지 특이할 만한 점이 있다. 과거, 멕시코를 통해 미국으로 향하려는 이민자는 중미(central America) 국가 출신이 남미(south America) 지역 출신보다 많았다. 다시 말해, 수용소 입소자의 절반 이상이 멕시코, 과테말라, 벨리즈,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코스타리카, 또는 파나마 등의 국적을 보유한 이민 희망자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러한 추세가 변하기 시작했다.

멕시코 정부에 따르면 2023년 1~7월 사이 7개월간 임시 수용소 입소 희망자 가운데 10만 명 정도가 중미 지역 출신이었던 반면, 남미(콜롬비아,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브라질, 페루, 볼리비아, 파라과이, 칠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등) 국가 국적 보유자는 약 14만 명으로, 중미 지역에서 건너온 이민 희망자의 수를 앞질렀다. 이러한 점을 미루어 볼 때, 앞으로 아메리카 지역의 불법 이민자 이슈와 관련하여 남미 국적을 보유한 이민 희망자의 변화 추이를 좀 더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그러한 추이를 가늠할 수 있는 가장 핵심 열쇠 중 하나가 중미와 남미를 잇는 가교라 할 수 있는 ‘다리엔 지협(Darien Gap)’을 건너는 남미 출신 이민 희망자의 숫자이다.

<다리엔 지협(붉은색)>
지도출처: Google

다리엔 지협은 파나마와 콜롬비아를 연결하는 협곡이다. 파나마 당국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다리엔 지협을 건넌 이민 희망자는 약 25만 명이었고 이는 역대 최고 기록이었다. 그러나 2023년, 불과 9개월 동안 다리엔 지협을 통과한 이민 희망자는 38만 명으로 이미 2022년 한 해 기록을 넘어섰다.

폭증하는 이민자에 인권 문제 심각

생존 위협받는 이민자들
이처럼, 도미하려는 이민 희망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비단 멕시코 등 관련 국가의 행정 부담 가중으로 그치지 않는다. 멕시코와 미국 정부를 비롯, 인권 단체를 포함한 여러 국제 기구는 하나 같이 이민 희망자가 겪게 되는 안전과 인권 위협을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 국제구호위원회(IRC, International Rescue Committee)의 라파엘 벨라스케즈(Rafael Velásquez) 책임은 이민 희망자의 요구 사항 변화를 지적했다. 벨라스케즈 책임은 “과거 이민 희망자들이 가장 많이 요구하는 것은 이민 절차를 마칠때까지 멕시코에 머물수 있는 ‘합법적인 권리’였다”고 운을 뗀 후, “그러나 최근에는 음식과 식수 등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물품’을 먼저 청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이민 희망자가 멕시코로 입국하기 전까지 이전보다 더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다는 뜻이며, 매우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민 희망자에 대한 위협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얼마 전 유니세프(UNICEF, United Nations Children's Fund)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1~7월 사이 7개월 동안 생명의 위험을 무릎쓰고 다리엔 지협을 지난 어린이 수는 역대 최고 수준인 6만 명에 달한다. 그리고, 그 중 대부분인 91%가 만 11세 미만이었다. 또한, 이민 희망자는 국경을 가로지는 도중 마약 카르텔과 같은 여러 범죄 집단의 표적이 되는데, 그로 인해 이민 희망자를 대상으로 한 강도와 약탈, 강간과 살인 등 각종 강력 범죄가 끊이지 않으며 여성과 미성년자와 같은 약자가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특히, 행정 처리가 늦은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고 불법적인 방법으로 미국으로 향하는 이민 희망자들에 대한 범죄는 실태 파악도 어려운 지경이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도 인권 사각 지대 있어
그렇다고 합법적으로 국경을 넘으려는 이민 희망자들이 인권 침해를 겪지 않는 것도 아니다. 대표적인 예로, 올해 3월에 시우다드 후아레즈(Ciudad Juárez) 이민자 수용소에서 일어난 화재 사건을 들 수 있다. 수용소 관리인이 시설 내 화재에도 불구하고 이민 희망자를 방치하여 39명이 사망하는 참극으로 연결된 해당 사건은 수용소 관리 당국이 이민 희망자의 생명과 안전에 얼마나 무관심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그리고 시우다드 후아레즈 화재 사건으로 일부 다른 수용소가 운영을 중단하면서, 이미 한계에 도달한 이민 희망자 수용 능력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더해, 최근 멕시코 대법원이 이민 희망자를 36시간 이상 수용소에 가두어 놓는 것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는데, 관리 당국은 법원 판결을 따르기 위해 아직 행정 절차를 마치지 못한 이민 희망자를 수용소에서 퇴소시키거나 멕시코 이곳저곳으로 분산해 방치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중남미, 근본적 해법 촉구하는 목소리 높아

이민자 폭증, 왜 일어나는가
중남미 지역 국민이 자국을 떠나 미국으로 이민하려는 현상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과거에도 더 많은 경제적 기회를 찾아 미국행을 택하는 중남미 이민자의 행렬은 끊이지 않았다. 문제는, 최근 들어 중남미 탈출 러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사실이다. 여기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심화된 양극화와 미국이 일부 중남미 국가를 대상으로 실행한 강압적인 외교 정책이 배경에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 곳곳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해졌는데, 이는 중남미 역시 마찬가지이다. 더 큰 문제는 이제는 일상적인 생활도 힘들 정도인 빈곤선(poverty line) 아래로 추락한 서민이 대거 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정상적인 활동으로는 생계를 이어나가기 힘든 환경이 조성되자 범죄율이 치솟기 시작했고, 이는 다시 치안에 불안을 느낀 이들이 이민을 선택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실제로, 근래 베네수엘라 출신의 불법 이민자가 대폭 증가했는데, 베네수엘라는 현재 중남미 최악의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 중 하나로 손꼽힌다. 지난 2023년 초 발표된 베네수엘라 ‘국민 생활환경 조사(ENCOVI, Encuesta Nacional de Condiciones de vida)’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베네수엘라의 빈곤율은 50.5%로, 국민의 절반 이상이 빈곤층에 속한다. 더 큰 문제는 지난 2019년 미국이 부정 선거를 이유로 베네수엘라에 대한 전면적인 경제 제재를 시작했으며, 여전히 제재를 해제하지 않고 있어 가까운 시일 내에 베네수엘라의 경제가 유의미하게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당분간 베네수엘라 국민의 미국 이주 시도는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에콰도르는 베네수엘라와 함께 미국 이주를 희망하는 이민자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이다. 에콰도르 역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제가 좋지 못한 상황이며, 이에 더해 중남미 마약 유통의 중심지로 떠오르면서 치안이 빠르게 악화되었다. 과거에는 중남미 지역에서 살인사건 발생율이 가장 높았던 엘살바도르가 치안을 이유로 미국 이주를 원하는 사례가 가장 많았던 나라였다면, 이제는 에콰도르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모습이다.

경제 문제가 이민자 증가로 이어지는 현상은 쿠바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쿠바는 과거부터 미국 이민자가 가장 많은 중남미 국가 중 하나였는데, 올해 들어 쿠바 탈출을 시도하는 불법 이민자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쿠바야말로 미국 경제 제재의 타격을 정면으로 입은 대표적인 나라이다. 60여년 이상의 제재를 겪은 쿠바는 일부 국민이 먹고 살 길을 찾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용병으로 지원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최전선지 멕시코, 미국과 협력 강화에 공동 대응 논의까지
중남미 이민자 문제의 가장 중심에 서있는 멕시코는 문제 해결을 위해 우선 미국과의 공조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최근 멕시코 정부는 미 정부가 불법 이민 희망자를 ‘단순 추방’하는 것이 아닌, 각 이민자의 나라로 송환하는데 협조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이는 단순 추방된 이민자가 결국 멕시코에 유입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멕시코 정부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다. 또한, 멕시코와 미국 국경 수비대는 국경 순찰 및 불법 이민자 체포 작전도 함께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양측은 필요한 경우 출입국 기록도 공유하며 국경 감시 인력을 함께 증원한다.

멕시코 정부는 이민자 문제 대응을 위한 자체적인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얼마 전, 멕시코 대형 운송 업체 그루포 멕시코(Grupo Mexico)의 화물 철도를 이용해 미국 밀입국을 시도하려던 이민 희망자 다수가 열차에서 추락해 죽거나 다치는 사건이 발생하자 멕시코 정부는 열차 운행을 한시적으로 중단했으며, 동시에 열차 단속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더해 미국과 인접한 북부 국경 지대 도시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미 정부에는 이들 지역 도시에 거주 중인 이민 희망자 수를 줄이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멕시코는 이민자 문제만을 논의하기 위한 중남미 정상회담도 개최했다. 회담은 로페스 오브라도르(Andrés Manuel López Obrador) 멕시코 대통령이 직접 제안한 것으로 멕시코는 베네수엘라와 에콰도르를 포함한 중남미 11개국 정상을 해당 회담에 초청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민자 문제가 이제는 한 나라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문제라고 말했는데, 이는 멕시코가 그만큼 이민자 문제를 매우 심각한 사안으로 여기고 있다는 의미이다.

파나마 정부도 보다 강경한 대응책 연이어 내놓아
멕시코가 이민자 이슈의 전통적인 격전지라면, 다리엔 지협이 위치한 파나마는 남미 출신 이민자가 늘어난 최근 들어 한층 더 주목받기 시작한 곳이다. 파나마 국경 관리 당국은 지협을 통과하는 이민자가 폭증하자, 파나마와 함께 다리엔 지협 국경 출입국 관리를 맡아야 할 콜롬비아에 강력한 유감의 뜻을 표했다. 파나마 정부는 콜롬비아가 불법 이민자 단속을 게을리하고 있으며, 콜롬비아의 무책임한 행동이 파나마의 치안과 이민자의 생존권과 인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편, 파나마 정부는 자국에 불법 체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관광객 최대 체류 가능 기간을 기존 90일에서 15일로 대폭 축소했다. 또한, 관광객이 파나마 여행 기간에 소지해야 할 최소 금액도 종전 500달러(한화 약 68만 원)에서 1,000달러(한화 약 136만 원)로 두 배로 높였다. 이는 이민을 위해 우선 합법적인 루트로 파나마로 입국한 뒤, 오랜 기간 체류하면서 파나마를 통과하려는 행위를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러한 파나마 정부의 강경책에도 다리엔 지협을 통과하는 이민 희망자는 오히려 크게 늘어났으며 감소할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파나마 정부는 최악의 경우에는 콜롬비아와의 국경 폐쇄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 “우리는 잘못된 접근하고 있어”
최근 불법 이민자에 대한 대응을 관련 국가들이 크게 강화하고 있는데, 이는 과거부터 실행한 여러 대응의 연장선에 있다. 국경 감시와 출입국 강화 또는 국경 폐쇄, 불법 이민자 수용후 자국 직접 송환 등은 이전에도 계속 있었던 정책이다. 다만, 경제 위기 심화와 치안 악화 등으로 이민자 수가 급증하자 그 대응 수위를 높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지금 각국이 취하고 있는 이민자 대응 정책은 본질적으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과 구스타보 페트로(Gustavo Petro) 콜롬비아 대통령을 비롯한 몇몇 중남미 국가 지도자들은 이민자 문제와 관련하여 사후 대응보다는 사전적 예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경제적 문제를 이민자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으로 지적하면서, 중님미 지역 국가들이 경제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미국도 협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베네수엘라와 쿠바 출신 이민자가 증가한 데에는 미국의 지나친 경제 제재가 원인이며, 이민자 증가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국가 중 하나 역시 미국이라고 중남미 지역 국가 지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불법 이민자는 수십 년 이상 미국과 여러 중남미 국가를 괴롭힌 이슈이다. 오랜 기간 미봉책에 가까운 대책만이 있었고, 이제는 여러 국가에서 경고등이 울릴 정도로 문제가 커지자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복잡한 사회ㆍ정치적, 그리고 외교적 관계까지 얽힌 이 문제에 대하여, 중남미가 과연 획기적인 대응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그리고 이민자 이슈와 무관할 수 없는 미국의 정책 전환과 협조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마지막으로 미국이 정책 기조를 전환한다면 중남미 외교 지형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지 관심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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