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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팬데믹 시기의 협력: 라틴 아메리카 역내 한국의 소프트 파워

중남미 일반 Javier Luciano Quispe & Lucia Llatas Pontifical Catholic University of Chile PhD Candidate 2024/03/11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의 개발 협력 부문에 여러 도전을 안겨주었다.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공여국들은 팬데믹으로 인한 내부적 여건, 인력, 물품 및 자본 흐름의 어려움으로 기존의 원조 수준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한편으로는 전 세계를 덮친 감염병 대유행이라는 전대미문의 위기는 국제협력 정책의 강도와 공여국의 지속 의지를 평가하는 기회를 제공했는데,1) 한국은 국내적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에 성공적으로 대응하면서 대외적으로는 공여국의 입장에서 오히려 다른 나라들과 협력 관계를 강화할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의 팬데믹 대응은 경제적·공중 보건적 측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효과적인 모델 중 하나였는데,2) 팬데믹 기간 국제 공여를 지속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 한국의 사례는 특별히 주목받을 만하며 이는 다양한 국제 행위자와의 관계 속에서 한국의 소프트 파워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본고에서는 한국이 국제 협력 정책을 활용하여 소프트 파워를 강화한 방법에 대해 알아보고, 팬데믹 기간 한국과 라틴 아메리카 간의 관계를 평가할 것이다. 각 대륙의 파트너 국가와 협력을 주도하는 한국의 공공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 Korea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은 팬데믹 기간 중 공중 보건에 대한 위협, 경제성장 악영향 예방, 글로벌 식량 위기 대응, 취약계층 피해 최소화 등을 목표로 공적개발원조(ODA) 프로젝트를 전략적으로 시행했다.3) 다양한 측면에서 높은 전략적 중요성을 갖는 라틴 아메리카 지역에 대한 한국의 ODA 정책과 성과에 대해 분석해보고자 한다.

팬데믹 기간 한국과 라틴 아메리카의 협력
코로나19 팬데믹의 시작과 함께 KOICA의 4개년(2020~ 2024) 라틴 아메리카 지역 협력 전략이 시작되었다. 이 전략은 라틴 아메리카의 포괄적인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17개의 SDG를 포괄하는 4P(People, Peace, Prosperity, Planet:  사람, 평화, 번영, 지구), 이니셔티브를 통해 개발을 촉진함으로써 지속가능한개발 목표 달성에 기여하고자 한다.4) 4P는 협력 관계를 수립할 때 KOICA가 고려하는 기본적인 가치를 의미하는데, 이러한 기본 가치에 중점을 두고 해당 분야에서 경험과 다양한 기술을 사용하여 국제 수준에서 개발 원조 프로그램을 더 효율적으로 실행하여 지역 내 파트너 국가의 성장을 장려한다.

KOICA의 2020년 예산 세부 사용 내역 상세 보고서에 따르면5) KOICA는 라틴 아메리카 13개국에 총 397억 원의 원조를 제공했다. 라틴 아메리카는 아시아 태평양과 아프리카에 이어 KOICA에서 세 번째로 많은 원조를 받은 대륙이 되었다. 중점 협력국가 4개국 파라과이, 콜롬비아, 볼리비아, 페루에 대한 총원조 금액은 290억 원으로 전체 금액의 73%를 차지하며 분야별로는 건강(36.3%), 공공 행정(22.2%), 기술, 환경, 에너지(20.1%) 순이었다. 2021년 KOICA가 라틴 아메리카에 제공한 원조는 전년도인 2020년 대비194억 원 증가한 591억원을 기록했다.6) 2021년 중점 협력국가 네 곳 대한 공여금은 총 414억 원에 달했으며, 이는 전체 지역에 제공된 총액의 69.9%를 차지한다. 그중 파라과이가 27.1%를 차지해 가장 많은 혜택을 받았으며 그 뒤를 이어 콜롬비아(17.7%), 볼리비아(14.8%), 페루(10.3%) 순이었다. 2021년 부문별 지원액 규모는 기술, 환경, 에너지가 28.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공공행정(24%), 보건 부문(23.6%)이 뒤를 이었다.

팬데믹 영향으로 KOICA의 중점 협력국가에 대한 협력 프로그램은 주로 보건 부문에 집중되었다. 4개 중점 협력국에는 진단 키트, 구급상자, 한국 의사와 라틴 아메리카 의료진과의 지식공유, 선별 검사소 설치 등을 통해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접근성, 의료 서비스 강화 협력이 제공되었다. 그 외에도 보편적 교육 및 보건 서비스를 확대하여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고 건강에 관한 기본적인 가치를 준수하는 데 필요한 협력이 주를 이루었다.7) 팬데믹으로 큰 타격을 입었던 해당 4개국 정부는 국가 정상화 과정에서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로부터 받은 국제 협력 지원에 크게 의존했다.

지역내 한국 소프트 파워 증진을 위한 도구, 개발 협력 
한국은 팬데믹 기간 공여국으로 활발하게 활동한 국가 중 하나이다. 협력 정책은 구체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렇기 때문에 국가의 외교 관계를 보여주는 수단이기도 하다. 빠르게 높은 수준의 경제 성장을 이룩한 국가인 한국은 소위 ‘매력적인 힘’ 또는 ‘국제적인 추종자를 생성하는 힘’으로 정의되는 소프트 파워를 활용한 다양한 전략을 구사했다.8) 한국은 최근 수십 년 동안 소프트 파워를 가장 잘 발달시킨 국가로 분류되는데,9) 이는 주로 문화적 상품에 기반을 두지만 개별협력 정책도 이러한 국가 브랜드 포지셔닝을 위한 도구의 하나로 간주된다. 

팬데믹의 영향으로 심각한 경제적,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에 처했던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에게 한국과의 협력은 큰 의미를 지닌다. KOICA의 원조는 팬데믹과 싸우기 위한 긴급 분야에 집중되어 있었으며, 협력 정책과 경제적 원조를 제한했던 미국·영국 등 글로벌 노스(Global North) 국가들의 부재는 오히려 중국이나 한국과 같은 새로운 공여국에게 보건, 기술 등의 협력 정책을 사용하여 국가 브랜딩을 강화하고 국제적인 명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로 작용했다.10) 

이러한 맥락에서 KOICA는 한국과 라틴 아메리카의 협력을 촉진하는 탁월한 외교 정책 도구이며, 한국 정부의 이익과 수혜 국가들의 이익에 필요한 국제 원조 정책을 정립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11) 한국이 자국 내에서 코로나19를 성공적으로 관리하였다는 사실도 한국과의 협력 매력을 강화하는 데 이바지했는데, 한국 외에도 팬데믹에 효율적으로 대응했던 국가들은 국제적인 이미지가 크게 개선되었다.12)13) 특히 한국은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도 쉽게 공유할 수 있는 팬데믹 대응 노하우를 제시했는데, 이는 국내 상황이 라틴 아메리카 지역에서 한국의 소프트 파워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최근 20년간 한국은 페루와 콜롬비아를 포함하여 다양한 라틴 아메리카 지역 국가들과 FTA를 체결하며 중요한 경제 파트너가 되었다. 2018년에 한국은 중국에 이어 라틴 아메리카와 무역을 가장 많이 한 아시아 국가가 되었다. 한국의 국제적 비전은 포괄적이며 팬데믹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 기술 협력을 동반한다. 

결론
한국은 현재 라틴 아메리카 여러 국가들에게 매우 중요한 국제 협력 공여국으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한국은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 중에서도 라틴 아메리카에 대한 원조를 매우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국가들 중 하나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KOICA의 역할은 주목할 만하며, 향후 추가적인 학술 연구를 통해 라틴 아메리카에서 KOICA의 역할과 운영 전략, 직면 과제 등에 대하여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신흥 경제국이자 팬데믹 대응의 글로벌 모델이 된 한국은 협력 정책을 사용하여 소프트 파워를 강화했다. 선진국은 세계 여러 지역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강화하고 우방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데, 한국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라틴 아메리카에서 소프트 파워를 강화하는 데에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한국은 이미 여러 국가들과 경제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지만, 소프트 파워를 활용하여 라틴 아메리카 여러 국가들과 보다 포괄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전략으로 역내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었다고 평가된다.

향후 전망
라틴 아메리카의 국제 협력 부문에서 공여국으로서 한국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향후 한국이 라틴 아메리카와의 협력 정책에서 다음의 세 가지 사항을 개선한다면 더욱 발전적인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즉각적인 보건 위기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개발 도전 과제에 대처하기 위한 협력이 필요하다. 한국은 팬데믹 관리 성공 경험을 라틴 아메리카와 공유하여 라틴 아메리카에 회복력 있는 보건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전문 지식과 자원을 제공할 수 있다. 

둘째로, 전통적인 영역을 넘어 협력의 범위를 다양한 이니셔티브로 확장하는 것이다. 보건 부문도 중요하지만, 그 외에도 교육, 디지털 기술, 환경 지속가능성 등과 같은 새로운 영역에서도 소프트 파워 강화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협력 프로젝트의 효과성과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 지방 정부, 시민 사회 단체, 민간 부문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을 추천한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협력은 통합적인 전문 지식 구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통해 국가별 특수성을 이해하고 구체적인 필요에 의거해 우선순위에 맞추어 협력 의제를 조정한다면 라틴 아메리카 지역에서 한국의 영향력과 상호 이익은 확대될 것이다. 한국과 라틴 아메리카 협력이 혁신, 포괄성 및 전략적 방향으로 확대되어 양측은 상호 연결된 글로벌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 각주
1) Kim et al 2023
2) Lee & Kim, 2021; Botto, 2020
3) KOICA 2020
4) KOICA 2019; KOICA 2020
5) https://www.koica.go.kr/bbs/koica_en/723/334450/download.do
6) https://www.koica.go.kr/bbs/koica_en/723/337983/download.do
7) KOICA, 2020
8) Joseph Nye, 2008
9) Carminati 2022
10) Lee & Kim 2021
11) Kim et al(2023)
12) Snyder and Sindyukov 2020
13) Wang(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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