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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정보

[금융] 중남미 금융불안 확산 가능성과 파급효과

중남미 일반 국내연구자료 학술논문 임일섭 LG경제연구원 발간일 : 2002-07-31 등록일 : 2018-10-05 원문링크

중남미 최대국인 브라질의 정치적 불확실성과 금융불안 때문에 중남미 지역의 금융불안은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지만, 이것이 세계경제 전반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의 경기회복세가 불투명해지고 주가가 폭락하면서 전세계적인 경기침체의 가능성마저 언급되고 있는 와중에, 만성적인 금융위기 발발 지역인 중남미에서도 금융위기의 확산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 작년 12월 아르헨티나의 해외채무 디폴트 선언과 예금인출 통제 조치를 계기로 중남미 지역의 금융위기 확산 가능성이 주목받은 바 있는데, 아르헨티나는 올해 들어서도 경기침체와 환율폭등(페소화 가치 72%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 또한 이 지역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브라질 경제도 올해 들어와 헤알화의 가치는 25% 정도 하락하였으며, 대미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멕시코 경제의 경우 상대적으로 환율은 안정적이지만(페소화 가치 7% 하락) 미국 경기의 불투명한 회복세 때문에 향후 경기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편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우루과이에서도 금융위기가 진행되고 있으며 베네주엘라, 페루, 콜롬비아 등에서도 위기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만성적인 금융위기의 원인은 과다한 외채부담과 재정적자 

중남미 경제의 금융위기 확산 가능성과 향후 전망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 지역에서 금융위기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작년 말의 아르헨티나 금융위기로부터 시작된 현재의 금융불안 이외에도 멀리는 지난 1980년대의 외채위기와 1994년 멕시코 페소화의 가치하락으로 인한 외환위기가 있었으며, 가깝게는 1999년에 브라질이 금융위기를 겪은 바 있다. 이처럼 중남미에서 금융위기가 자주 발생하는 이유로는 다음의 몇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이유는 과다한 외채부담이다. 자본축적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외자도입을 통하여 근대화된 중남미 경제는 만성적인 외채부담으로 시달려 왔는데, 지난 1982년의 위기 이후 리스케줄링, 이자탕감 등을 통해 채무재조정이 이루어진 바 있으나, 이후로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현재에도 중남미 각국은 상환일정 재조정과 단기자금 차입을 통하여 만기도래한 외채와 이자지급 문제를 힘겹게 해결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과 같이 지역 전체의 금융위기 가능성이 거론되고 국제금융시장이 혼란스런 상황에서는 이러한 채무동학에 차질이 빚어져 외환위기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이유는 지속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재정적자 문제이다. 정부 주도의 공업화 정책을 추진해 온 중남미 국가들은 다른 지역 국가들에 비하여 공공지출 규모가 매우 크다는 특징을 보여왔으며, 이 결과로 재정적자가 심화되었다. 이러한 재정적자는 이 지역의 주요 수출품인 원자재 수출 대금으로 보전되어 왔으나 전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따라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 적자가 확대될 수밖에 없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외채를 도입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와 취약한 금융시스템도 위기의 요인 

다음으로는 경상수지 적자 문제를 들 수 있다. 중남미는 전통적으로 원유, 철강, 구리, 곡물 등의 1차 상품을 주로 수출하고 자본재 및 고급 소비재를 수입하는 불균형적인 교역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원자재의 경우 수급상황이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가격의 등락이 있을 때마다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되고 있다. 또한 중남미의 제조업은 선진국에 비하여 기술적으로 열세를 보이고 있으며 아시아 등의 개도국과의 경쟁에서도 밀리고 있어서 경상수지 악화의 또다른 요인을 제공하고 있다. 

만성적인 금융위기의 또다른 요인은 취약한 금융시스템이다. 중남미 지역에서는 각국 정부의 폐쇄적인 보호정책과 빈번한 민영화, 국영화의 반복으로 제도와 인력 면에서 전문성이 확보되지 못했으며, 금융시스템의 비효율성이 개선될 기회를 갖지 못하였다. 특히 국영은행의 민영화 과정에서 빚어진 관료집단의 금융권 장악은 비효율성을 초래했을 뿐만 아니라 부실채권 증가의 원인이 되었다. 

게다가 환율의 안정을 위해 중남미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실시해 온 고정환율제도 역시 자국 화폐가치의 고평가를 장기간 방치하고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키는 효과를 가져옴으로써 위기의 하나의 요인이 되어왔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이후 위기를 겪으면서 대부분 변동환율제도로 이행함으로써 환율제도에 따른 위험은 현재는 크게 감소한 상황이다. 


당분간 침체가 지속될 아르헨티나 

중남미 지역은 5억의 인구와 약2조 달러의 GDP 규모를 갖고 있는데, 특히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및 멕시코가 전체 인구의 59%, 총 GDP의 74%를 점유함으로써 이들 3개 나라가 중남미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멕시코는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 출범 이후 미국 경제와의 연계가 강해서 남미 지역보다는 미국경기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반해서, 아르헨티나 및 브라질은 우루과이 및 파라과이와 더불어 남미시장공동체(MERCOSUR) 회원국으로서 역내 교역이 더한층 큰 비중을 점하고 있다. 

작년 12월 대외채무에 대한 디폴트 선언과 은행예금 인출 통제조치로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아르헨티나 경제는 현재까지 별다른 회복의 기미를 보여주지 못하고 오히려 더한층 악화되고 있다. 올해 들어서 아르헨티나 페소화의 가치는 70% 이상 하락하였으며, 1분기 GDP 성장률은 마이너스 16.3%를 기록함으로써 14분기 연속으로 하락세를 보여주었다. 일반적으로 환율의 평가절하는 자국상품의 가격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수출증가와 수입감소를 야기한다. 그러나 침체된 아르헨티나 경제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할 수 있는 수출도 올해 상반기에 전년동기에 비해 6% 감소한 102억 달러를 기록하여 경기회복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환율상승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부진한 것은 주변 경제환경이 악화된 탓이 크다. 현재 대외채무에 대해 디폴트가 선언된 상태이고 외환통제가 실시중인 상황에서 은행들은 수출업자들에 대한 자금대출에 주저하고 있으며, 이러한 신용경색을 별도로 하더라도 아르헨티나의 최대 무역 상대국인 브라질의 경기침체 때문에 수출의 큰 폭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페소화 가치의 급락은 달러화 표시 대외채무의 부담을 더한층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으며, 이에 따라 미국을 위시한 IMF 등의 자금지원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정부의 재정긴축 의지에 대한 IMF의 의구심 때문에 아직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몇 개월 동안 아르헨티나의 두알데 정부는 IMF의 지원을 위한 전제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노력하여 왔다. 기업 파산법을 개혁하고 모든 주정부가 재정적자의 60%를 축소할 것을 협약하는 등 정부의 재정수지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IMF는 재정수지 개선의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자금지원을 연기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경기침체에 따른 정부의 세수 감소는 재정수지 개선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불안정한 정치상황도 현 두알데 정부의 개혁추진을 곤란하게 하는 또다른 요소이다. 


브라질의 환율급등은 정치불안에 기인 

중남미 지역 최대의 경제공동체인 남미시장공동체(MERCOSUR)에서 거의 절반의 경제규모를 차지하고 있는 브라질의 경제상황은 남미 지역에서 전개되고 있는 금융불안이 향후 어떤 방향으로 어떤 강도로 전개될 것인가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변수이다.

올해 1분기에 마이너스 0.7% 성장한 브라질 경제는 4월부터 헤알화의 대미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약 3개월 동안에 화폐가치가 20% 이상 하락하였다. 또한 지난 6월 12일 브라질 채권의 리스크 프리미엄은 12.96%까지 상승하였는데 이는 1999년 이후 최고치이며, 중남미 경제의 공통적인 특징인 막대한 공공채무는 브라질의 경우에도 예외가 아니어서 GDP의 55%를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환율상승과 금융불안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되면서 디폴트 가능성마저 거론되기도 하였다. 아르헨티나에 뒤이어 남미 지역의 최대국인 브라질마저 금융위기가 발생한다면 이는 중남미 전역으로의 금융위기의 확산을 의미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브라질 경제의 펀더멘탈은 금융위기를 야기할 정도로 나쁘지는 않은 것으로 간주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불안이 촉발된 주요 계기는 중남미 특유의 정치불안과 향후 정책방향의 불확실성이다. 

올해 10월로 예정된 대선에서 우세를 점하고 있는 좌파 브라질노동자당(PT)의 룰라 후보가 대외채무의 재협상 및 채무조정 가능성을 시사함에 따라 외국인 투자가들의 우려가 증폭되었으며, 이러한 차기 정부 정책방향의 불확실성이 최근 환율급등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브라질이 아르헨티나를 뒤따를 가능성은 거의 없어 

최근의 환율급등과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향후 브라질 경제가 디폴트를 선언하는 등 최악의 국면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우선 아르헨티나의 경우와 달리 브라질에서는 은행예금의 급격한 인출사태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은행예금인출 통제가 도입되기 이전인 2001년 12월까지 전체 은행예금의 1/4 정도가 인출되었으며, 이러한 인출사태의 배경에 있는 것은 달러와의 태환가능성에 대한 신뢰의 결여였다. 그러나 당시 고정환율제였던 아르헨티나와는 달리 브라질에서는 1999년 1월 이후 자유변동환율제도가 시행되고 있으므로 달러수요의 증가는 환율인상으로 해소될 수 있으며, 실제로 예금인출이 급격하게 증가하지도 않았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변동환율제도는 예금인출, 나아가 자본이탈을 방지하는 보증수표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그러한 사태를 촉진하지는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문제가 되고 있는 공공채무의 경우에도 아르헨티나에서는 대부분의 채무가 달러화 표시 해외채무였으나, 브라질의 경우에는 채무의 1/4만이 달러와 연계되어 있어서 환율상승에 따른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다. 그리고 재정적자에 시달리던 아르헨티나와 달리 브라질은 GDP의 3.75% 수준의 재정수지 흑자를 달성하고 있으며(6월 현재), 이러한 재정건전성 덕분에 최근 IMF는 100억 달러의 자금지원을 결정한 바 있다. 이처럼 아르헨티나의 경우와는 달리 브라질에 대해서는 IMF의 지원이 보다 적극적이라는 점에서도 향후 금융불안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요컨대 비록 현재 경기침체에 처해 있기는 하지만 브라질이 아르헨티나의 뒤를 이어서 전면적인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모든 금융위기의 특징은 자기실현적(self-fulfilling)이라는 점에서 위기의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은 현재의 금융불안을 초래한 정치적 요인, 즉 차기 정부 정책방향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남미 금융불안과 세계경제 

중남미 지역이 전세계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를 넘지 않으며, 브라질의 금융불안이 중남미 전역의 금융위기로 급속하게 확산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점에서 이 지역의 금융불안이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실물 측면에서는 제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미국 경기와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는 멕시코의 경우도 외채와 공공채무 및 재정적자라는 부담에 시달리고 있기는 하지만, 향후 전망은 미국경제의 회복세에 의존할 것이라는 점에서 금융불안의 확산과 관련하여 독립변수로서 기능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1998년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이 국제 금융시장에 끼쳤던 파장을 상기해볼 때, 중남미 국가의 디폴트 선언은 단지 이 지역에서의 금융위기의 확산이라는 차원에 국한되지 않고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국제은행으로부터의 차입규모는 2001년 12월 현재 각각 340억 달러, 641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또한 이들 나라의 정부 및 기업과 금융기관이 발행한 채권은 2002년 3월 현재 각각 84억 달러, 64억 달러에 이르는데, 이들 두 나라의 채권 발행액만을 합하더라도 중남미 전체 채권 발행액의 약 58%이며, 개도국 채권시장과 전세계 채권시장에서의 비중은 각각 30%, 2% 정도에 달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나라에서의 전면적인 디폴트 선언은 국제금융시장에 불안요인으로 작용하면서 미국경제의 불투명한 회복세와 주가폭락이라는 현 상황에서 세계경제의 침체국면을 장기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와 달리 중남미 지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하더라도 이것이 여타 대륙의 신흥시장 전반으로 파급될 가능성은 예전에 비해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여러 개도국들이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변동환율제로 이행했는데 이는 금융시장에 흔히 있게 마련인 오버슈팅이나 버블의 위험을 제거할 수는 없지만, 위기가 타국으로 전파될 가능성을 낮추는 데에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개도국들에서 전반적으로 금융시스템의 규제와 감독이 개선되었다는 점도 위기의 전파가능성을 낮추는 또하나의 요인이며, 투자가들의 입장에서 신흥시장이 차별화되고 있음도 최근에 관찰되는 흥미로운 사항이다. 인접 지역이라고 해서 투자가들이 무차별적으로 대응하지는 않으며, 이러한 경향은 1997년의 아시아 위기에서 절정에 달한 이후 완화되고 있다. 최근의 아르헨티나 위기에 대하여 멕시코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으며 이는 투자가들이 각 시장을 차별화하여 대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중남미 금융불안이 우리 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 

중남미 경제의 금융불안이 우리 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교역 및 투자규모가 미미하기 때문에 그다지 크지는 않다. 2001년 말 현재 한국의 총 수출에서 중남미 지역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6% 정도이며, 나라별로 보더라도 아르헨티나, 멕시코, 브라질의 경우에 각각 0.2%, 1.4%, 1% 정도에 불과하다. 또한 2002년 4월말 현재 아르헨티나, 멕시코, 브라질에 대한 한국의 직접투자 비중도 각각 0.5%, 0.6%, 1.1%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체 규모에서의 비중은 별도로 하더라도, 중남미 나라들에 현지 생산기지 건설 등의 방식으로 진출한 개별 기업의 입장에서는 금융불안에 따른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과제로 대두된다고 할 수 있다. 급격한 환율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헷징과 달러화 결제비중의 증대 등 환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울여야 할 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는 현지 주식시장에의 상장을 통한 현지화 전략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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