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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중앙아시아 고려인 연구사의 특징과 향후 과제

러시아ㆍ유라시아 일반 성동기 인하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 연구교수 2012/09/03

국내 학계에서 고려인을 학문적 대상으로 인식하게 만든 최초의 저서는 현규환이 1967년에 발간한 『한국유이민사』이다. 냉전시기에 제3국의 자료들을 통해 고려인 이민사를 기록한 그의 업적은 향후 고려인 연구에 초석이 되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리고 중앙아시아를 방문하고 현지 자료를 활용하여 고려인을 분석한 최초의 저서는 1984년에 고송무가 발간한 『쏘련 중앙아시아의 한인들』이다.
 
올해는 고려인 강제이주 75주년을 맞이한다. 그러나 냉전체제로 인해 고려인 연구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고 학문 영역으로 인정받은 것은 구소련이 무너진 1991년 이후부터라고 할 수 있다. 현재 20년을 갓 넘긴 고려인 연구를 사람의 성장기에 비유하면 청년기를 지나 성인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이 시점은 본격적으로 사회에 진입하기 위해 개인적인 역량을 보다 키워야하는 중요한 때이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고려인 연구도 시간으로 보면 이제 과거의 발자취를 뒤돌아보면서 그 동안에 축적된 연구 성과들을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그것을 한층 더 발전시켜야 할 재도약의 시기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1937년에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를 당한 고려인 75년의 역사를 국내 학계는 유년기, 청년기라는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충실히 연구하여 훌륭한 성과물들을 제공하였다는 점이다.
 
국내 고려인 연구사를 시대 순으로 정리하여 그 특징은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볼셰비키 혁명과 소비에트 화 과정에서의 연해주 한인 연구. 고려인 연구의 출발은 구소련 러시아 학자들에 의해서 시작되었다. 당시에 고려인에 대한 연구는 연해주지역의 소비에트 화 과정에서 한인이 끼친 역할이 주요 관심사였다. 특히 볼셰비키 혁명 이후 항일 독립운동의 일환으로 전개한 민족주의운동은 소비에트 사회주의 운동과 결합되었고 토지집산 화나 부농퇴치운동에서 한인이 수행한 나름의 역할이 조명되었다. 이를 반영한 연구 성과는 1965년 김승화(Ким Сын Хва)의 『소련한인이주사개론(Очерки по истории советских корейцев)』이다. 그러나 이 시기에 1937년 강제이주와 관련된 고려인 연구는 금지되었다.
 
둘째, 인류학적인 연구 대상으로서 고려인 연구. 구소련 시기에 러시아에서 진행된 고려인 후속 연구는 1949년 레빈(Левин М.Г.), 1960년에 좌릴가시노바(Джарылгасинова Р.Ш.), 그리고 이오노바(Ионова Ю. В.) 등에 의해서 수행된 인류학적 관점에서의 고려인 연구였다. 이들은 소비에트 민족통합 정책 하에서 구소련의 소수민족들이 자신의 민족적 특질을 유지하고 있는지 아니면 상실하였는지를 분석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인류학적 방법론이 바탕을 이루었다. 연구 내용은 주로 고려인이 자신의 언어, 전통, 그리고 풍습 등을 실생활에서 얼마나 유지하고 있느냐에 집중되었다. 이러한 러시아 학자들에 의해 수행된 고려인의 인류학적 연구는 소련에 한국학을 심는 계기가 되었다.
 
셋째, 소비에트 문서보관소에 방치된 고려인 강제이주 사료의 분석. 1986년 소련의 당시 서기장이었던 고르바초프는 ‘개혁과 개방’정책을 표방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나갔다. 그는 구소련으로 강제이주를 당한 소수민족들에게 과거와 다른 자유를 제공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격변 과정에서 문서보관소에 방치되어 있었던 고려인의 강제이주 등과 관련된 1차 사료들이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이것은 고려인 연구에 새로운 초석이 되는 획기적인 사건이었고, 나아가 소련 붕괴 이후 국내에 고려인 연구가 가능하도록 만든 토대가 되었다. 소비에트정부는 문서보관소에 존재하는 고려인 관련 1차 사료들을 당대에 한국학 대가들에게 열람을 허용하였다. 특히 부가이(Бугай. Н. Ф.)는 이들은 문서를 조사 분석하여 1989년 최초로 연구논문을 발간하여 고려인 강제이주에 대한 역사적 진실을 공개하였으며, 이 블라지미르는 김영웅과 함께 1992년에 『백서: 30년대 러시아에 있어서 고려인 강제이주에 관한 비밀문서집(해제)』를 발간하여 고려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부각시켰다. 이러한 문서보관소의 1차 사료들이 공개되고 그 내용이 출판되면서 고려인 사회는 1937년 강제이주와 관련된 증언, 수기, 회고록, 자료집 등을 발간하는데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특히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에 거주하는 고려인 학자들은 구소련이 붕괴된 이후 자신의 연구 성과를 거주국에서 출간하였으며, 이후 한국에서 국내의 연구자들과 공동으로 번역하여 출간함으로서 고려인의 강제이주에 대한 실상을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넷째, 구소련 붕괴와 국내 학계의 본격적인 고려인 연구 시작. 구소련 당시에 현지 학자들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던 고려인 연구와 고르바초프 이후 고려인 학자들을 중심으로 수행되었던 고려인 연구는 구소련이 붕괴되면서 점차적으로 국내에 알려졌으며 국내 연구자들의 고려인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는데 바탕이 되었다.
 
다섯째, 고려인 연구자들의 성과물 소개. 1991년 초기 국내 고려인 연구의 특징은 기본적으로 고려인 연구자들의 업적을 번역하여 소개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 시기는 국내 학자들이 고려인을 학문적 대상으로 공부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자체적인 연구 성과는 많지 않았다.  
 
여섯째, 연구 주제의 세분화와 다양화를 통한 자체 연구 성과물 발간. 국내 학자들의 고려인 연구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고려인의 강제이주사, 정체성, 생활문화, 한글교육 등과 같은 세분화되고 다양한 주제의 연구 성과물들이 발표되기 시작했다. 특히 1998년부터 2002년까지 고려인 관련 연구 성과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대단한 시기였다.
 
일곱 번째, 고려인 연구의 정체성 시기. 2003년부터 현재까지 고려인 연구는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원인은 국내 연구자들이 단기간에 고려인 연구를 집중적으로 조명하여 새로운 연구 동향을 찾고 있는 과도기적인 상황이라는 점, 이는 다시 말하면 10여년에 걸쳐 수행된 고려인의 기본적인 연구가 이제 어느 정도의 수준에 올랐기 때문에 연구 주제가 고갈되었다는 점과 일맥상통한다고 판단된다. 또 다른 원인은 국내에서 고려인 연구에 집중하기에는 연구 환경과 인적인 인프라가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중앙아시아 5개국이 독립을 맞이한 지 21년이 되었다. 이 기간 동안 국내의 고려인 연구는 활발히 진행되었으며 그 성과 역시 상당한 수준에 도달하였다. 그 동안 국내의 고려인 연구는 크게 2단계로 나누어서 진행되었는데, 1단계는 과거지향적인 연구였으며, 2단계는 현재진행형 연구였다. 먼저 1단계는 세 부분으로 나누어 연구되었다.
 
첫째, 고려인의 연해주 이주와 중앙아시아로의 강제이주와 관련된 역사적 분석이 연구되었다.
 
둘째, 고려인이 이주한 이후 발생한 전통문화의 변화를 분석하였던 문화사적 연구가 전개되었다.
 
셋째, 사회학적 접근 방법을 통해 이들의 정체성이 분석되었다.
 
전체적으로 고려인 연구의 1단계는 철의 장막이 사라진 이후 국내에서 본격화된 고려인 연구였기 때문에 과거 지향적인 방법론이 대세를 이루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작업들은 다양한 연구자들의 연구논문과 단행본으로 그 성과를 나타냈으며, 특히 2008년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발간한 『러시아ㆍ중앙아시아 한인의 역사(상), (하)』를 통해 지난 기간의 연구 성과가 정리되었다고 판단된다.
 
고려인 연구의 2단계는 소련 붕괴 이후 체제전환기에 직면한 고려인 사회의 새로운 문제 이해와 그 해결책을 제시하는 시사적인 연구들도 나타났다. 예를 들면, 거주국의 민족주의 문제, 연해주 재이주 문제, 무국적 고려인 문제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와 연계되어 제시되었던 문제가 한국 정부의 지원 방안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들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역사학, 문학, 사회학 등과 같은 분과학문과 달리 거주국의 특성과 관련된 지역학적 방법론이 바탕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연구에 어려움이 수반되었다. 지역학적 분석이란 거주국의 정치, 경제, 법, 그리고 언어 구사 등과 같은 다양한 지식을 통해 가능하다. 따라서 위와 같은 문제제기와 연구는 주로 고려인의 거주국에 다년간 체류하여 그 지역의 사정에 밝은 소수의 연구자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비록 1단계의 연구자들보다 그 수가 적지만 2단계 연구의 성과 역시 국가의 정책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에 그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고려인 연구가 20년을 넘어서는 지금에 또 다른 연구 과제가 나타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단기간에 걸쳐 1, 2단계로 상당한 연구 성과를 거두었지만, 고려인 사회가 신속하게 변화되는 것만큼 연구방향과 문제제기 역시 그와 보조를 맞추어야 한다. 고려인 연구의 3단계라고 정의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 방향은 다음과 같이 나타나고 있다.
 
첫째, 거주국의 지위 변화와 고려인 사회의 변화. 국내의 고려인 연구에서 간과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는 거주국의 지위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데 있다. 여전히 구소련 붕괴 이후 체제전환기의 혼란스러움에 고려인을 두고서 연구하고 있다. 특히 카자흐스탄의 경우는 이미 체제전환기를 지나 적응기에 접어들고 있으며, 비록 2008년도에 세계 금융 위기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포스트 BRICs로 평가받을 만큼 경제성장을 달성하였다. 이처럼 거주국의 경제가 발전하면서 고려인 역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과거와 같은 체제전환기의 시행착오에서 벗어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장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카자흐스탄 고려인이 가지는 의식과 정체성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주목하고 새롭게 이들을 조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
 
둘째, 고려인 사회의 새로운 변화. 거주국의 민족주의 정책으로 인해 연해주로 재이주하고 무국적자들이 나타나는 과거와 달리 현재의 고려인들은 이러한 과정을 겪어보고 들어왔기 때문에 새로운 선택을 하고 있다. 특히 이주의 유형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이 급속도로 발전하였기 때문에 경제적 혜택과 거리감을 두고 있는 연해주가 아닌 위 국가를 중심으로 이주하고 있다. 게다가 고 본질 중심의 농촌이 아닌 도시로의 이주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셋째, 고려인의 국제화. 소련 붕괴 이후 고려인 연구는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고려인이 집중적으로 거주하고 있는 국가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비록 소수이기는 하지만 위 3국 이외에도 발트 3국과 우크라이나 등 CIS지역에 고려인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거주국의 민족주의로 인해서 고려인이 자주 거주하는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으로 이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CIS를 떠나 유럽, 미국, 캐나다 등으로 이민을 가는 고려인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3단계의 고려인 연구에 필요한 연구 주제라고 판단된다.
 
넷째, 차세대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 소련 붕괴 전후로 태어난 고려인을 ‘독립세대’ 혹은 고르바초프의 ‘개혁ㆍ개방세대’라고 정의한다. 이들은 소비에트체제를 경험하지 않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세대이다. 따라서 기존의 기성세대인 소비에트세대와는 다른 의식과 정체성을 가진다. 문제는 이들이 앞으로 고려인 사회의 주역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현재 고려인 차세대 연구의 필요성은 상당히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위와 같이 국내의 고려인 연구는 3단계로 접어들어야 한다. 과거지향적인 기존의 연구를 바탕으로 현재 새롭게 변화되고 있는 고려인과 그 사회를 재조명할 시기가 이제는 되었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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