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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한ㆍ러관계 발전을 위한 제언(提言): 공공외교의 강화

러시아 기연수 한국외국어대학교, 한러교류협회 명예교수, 회장 2012/12/05

   오늘날 지구촌의 급속한 세계화(Globalization) 속에서 국제무대는 국가 간의 문제를 정치·경제적 수단이나 무력을 통한 전통적 외교만으로는 쉽게 풀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국가 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정부 간의 공식적인 접촉수단만이 아니라 상호 비정부적 문화교류를 통해(이 경우 문화란 어느 한 민족에게 주어진 매우 광범위한 정신적ㆍ물질적 소득의 총칭을 말함)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 바탕 위에 형성된 상호 신뢰를 통해 국가 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보다 우선적으로 중요하게 되었다. 이처럼 주로 비정부적 민간단체의 문화교류를 통해 이루어지는 외교를 공공외교(Public Diplomacy)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공공외교는 일종의 감성외교(Emotional Diplomacy)라고도 할 수 있으며, 이러한 감성외교는 상대방 국민의 마음을 껴안음으로써 각각의 외교영토를 보다 적극적으로 확대시키는 효과를 가져 온다. 바로 이와 같은 공공외교에 대한 보다 현실적이고 직감적인 이해는 다음과 같은 저명한 두 학자와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 그리고 우리 김성환 외교통상부장관의 언급을 통해서 더욱 분명해진다.
 

 “21세기 변화된 환경에서 국가이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군사력이나 경제력 같은 전통적인 하드파워에 문화와 같은 소프트파워를 결합한 스마트파워가 필요하다”
Joseph Nye (Harvard Kennedy School)
 

 “외교는 이제 더 이상 엘리트 관료들이 자기들끼리만 추는 뻣뻣하고 전통적인 ‘왈츠’가 아니다. 이제 외교는 갈수록 늘어나는 비정부 배우가 저마다 자신들의 역할을 내세우는 ‘재즈 댄스’가 됐다. 갈수록 국제화되는 현실에서는 심지어 일반인도 능력 있는 외교사절 구실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Jan Melissen(Director of the Institute of International Relations (Clingendael in the Netherland)
 

 “어떤 제국(帝國)의 강압과 같은 힘이 아니라, 문화의 증진과 전파를 통한 외교, 총검이나 정치체제의 수출을 통한 외교가 아니라, 교육이나 문화의 수출을 통한 외교가 우리 러시아에 유리한 (국제적)환경을 조성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
“Russia and the Changing World" Vladimir V. Putin(Moskovskie Novosti, 27 Feb. 2012)
 

 “외교의 패러다임이 정무ㆍ경제 등 전통적인 하드파워에서 문화예술과 같은 소프트파워 중심의 공공외교로 바뀌고 있다. . . . 공공외교는 문화, 미디어 매체, 강연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되 단순한 문화행사와는 달리 양국관계 강화와 우리의 위상 제고라는 총체적인 외교정책 목표 안에서 메시지와 방법론을 전략적으로 다룬다. . . . 총력복합외교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도 공공외교다. 공공외교는 부드럽게 느껴지지만 효과는 더욱 강하고 지속적이다. 이제는 감성과 교감을 통해 감동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공공외교가 대세다.”
“공공외교가 대세다” 김성환(중앙일보, 2012.08.10)

 

   사실 한국에서 공공외교에 대해 정부(외교통상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0년부터서 이다. 그러다가 다음해인 2011년 9월 마영삼 전 주이스라엘 대사가 초대 공공외교대사로 임명되었고, 이를 뒷받침하듯이 몇 개 월 후인 2012년 1월 외교통상부 문화외교국의 문화정책과가 ‘공공외교정책과’로 명칭이 바뀌면서 공공외교에 관한 국내외 여러 세미나를 주관ㆍ지원하는 등 본격적으로 정부차원에서 공공외교의 활성화를 챙기기 시작하였다.
 

   러시아의 경우는 소련 붕괴 후 1990년대 대서방 외교를 펼치면서 새로운 러시아가 과거 강성 이미지의 소련과는 다른 융통성 있고 부드러운 국가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러나 러시아 역시 정부차원의 본격적인 공공외교를 염두에 두기 시작한 것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부터 이고, 보다 구체적으로 공공외교의 시발점이 된 것은 2007년 6월 당시 푸틴 대통령의 특별 명령으로 루스키 미르 파운데이션(Russkiy Mir Foundation) 설립과 더불어 2008년 외무성 내에 국제인도주의협력청(International Humanitarian Cooperation, Rossotrudnichestvo)을 설립하면서 부터이다.
 

   특히 루스키 미르는 러시아어와 러시아 문화를 해외거주 러시아인들에게 알림은 물론 해외에 ‘센터’를 설립하여 국제적으로도 러시아어와 러시아 문화를 전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서울대, 고려대, 부산대에 각각 ‘센터’를,  한국외대에는 보다 집중적으로 자신들의 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캐비닛’을 설치ㆍ운영하고 있다. 외무성내 인도주의협력청은 러시아에 대한 호감과 선호도를 높이기 위해 문화ㆍ학술교류를 담당하는 문화외교의 주관기관이다. 서울주재 러시아 대사관에는 2009년부터 1등서기관 1명을 배치해 해당업무를 본격적으로 수행케 하고 있고, 2013년 중으로 서울에 모스크바에 있는 우리의 ‘한국문화원’과 같은‘러시아문화센터’를 개원할 예정으로 되어 있다. 이처럼 러시아는 우리의 외교통상부 문화외교국 공공외교정책과와 같은 러시아 외무성 국제인도주의협력청과 우리의 국제교류재단 성격의 루스키 미르 파운데이션 그리고 모스크바의 ‘한국문화원’에 걸 맞는 서울의 ‘러시아문화센터’ 개원 등 서로 대칭이 되는 조직들을 통해 새삼스럽게 소프트파워를 내세우며 공세적 공공외교를 강력히 펼쳐나갈 기세를 보이고 있다.
 

   더 나아가 이상과 같은 흐름 속에서 2013년 상반기 중 모스크바에 가칭 비정부 조직인 ‘한러협회'(RUSSKOS, Russia-Korea Society)라는 단체가 결성되라는 소식이 들린다. 그리고 이 단체의 회장으로는 국립모스크바국제관계대학교(MGIMO) 총장이자 러시아역사학회 공동대표이며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정회원인 아나톨리 V. 토르쿠노프 박사가, 사무총장으로는 전 주한 러시아대사이자 전 러시아 외무성 차관 및 외교아카데미 원장을 지낸 알렉산드르 N. 파노프 박사가 내정되었다고 한다. 또한 창립회원으로는 영향력 있는 다수의 교수, 언론인, 전 주한 및 평양 러시아대사를 지낸 외교관들, 재러 한인단체 회장 등 여러 분야 인물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 토르쿠노프 총장을 비롯한 핵심적인 인물들이 국제교류재단 주관 한러포럼 참석차 최근 서울을 방문하여 우리 외교부 등록단체인 (사)한러교류협회(KORUSS, Korea-Russia Association) 회원들이 주축을 이룬 한국측 참가자들과 양국관계 발전을 모색하는 세미나를 하고 더불어 상호 우호협력에 관해 의견을 나눈 후 돌아갔다. 첨언하자면 가까운 시일 안에 모스크바에서 발족되리라는 러한협회(RUSSKO)의 회원 구성과 조직은 서울의 (사)한러교류협회(KORUSS) 회원 구성과 조직에 거의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최근 한ㆍ러 간에는 순수한 민간단체 차원에서 문화ㆍ예술ㆍ스포츠 등의 교류를 통한 실질적 공공외교가 한층 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2012년 후반기만 해도 (사)한-러교류협회가 주관 및 자문한 문화ㆍ예술행사 개최 및 양국 지방자치단체들 간의 자매결연, 토지문학관이 주관하고 동아일보사가 후원하는 ‘박경리세계문학상’의 러시아 작가 수여, 한국가스공사(KOGAS)와 러시아 가스프롬(GAZPROM) 공동주관의 <러시아 황금지도, 러시아 미술걸작선> 발간, 최근 보다 더 자주 적극적이고 활성화 된 양국 간의 발레단 교환 공연 및 발레 전문가와 무용수들의 교류(국립발레단과 볼쇼이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과 마린스키발레단) 등 문화교류가 더욱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고찰한 바와 같이 국제무대에서 국가 간에 행해지는 ‘공공외교’는 21세기 국제외교무대의 대세이며, 그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한ㆍ러 양국은 공공외교를 통하여 보다 더 깊은 상호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를 향한 외교 지평을 넓히면서 양국 관계를 더욱 발전ㆍ심화시켜 각각의 국익을 순리적으로 추구ㆍ극대화시킴과 동시에 세계평화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다만 이러한 공공외교의 수행이 보다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이나 민간인 단체의 의욕적이고 지나치게 자유로운 분위기를 국가차원의 컨트롤 시스템을 통해 규제가 아닌 전략적 조정 및 지원의 형태 아래 총력복합 스마트외교의 극대화를 이루어내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 외교부의 문화교육국 공공협력과와 한국국제교류재단은 러시아 외무성의 국제인도주의 협력청 및 루스키 미르 파운데이션과 더욱 긴밀히 협조하고 또한 모스크바와 서울에 상호 설치되어 있는 문화원과 문화센터의 업무를 최대한 활성화시켜나가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이와 같은 정부 차원의 공공외교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앞으로 양국 정부는 각각 한국의 (사)한-러교류협회(KORUSS)와 새로 발족되는 러-한협회(RUSSKO)를 적극 지원하고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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