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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2013년 러시아 경제 회복은 확장 재정정책에 달려있다

러시아 이종문 부산외국어대학교 러시아인도통상학부 전임강사 2013/02/27

  2012년 러시아 경제는 4분기 연속 성장률 둔화를 겪으면서 3.5% 성장에 그쳤다. 이는 최근 14년 동안 7.8%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2009년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성장이었다. 유럽 발 재정위기로 촉발된 글로벌 경기침체라는 진흙탕 길을 힘겹게 헤쳐 나오는 과정에서 러시아 경제의 성장잠재력은 고갈되기 시작했고, 경기둔화 추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는 점에서 2013년 러시아 경제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2012년의 경기둔화가 잠시 지나가는 일시적인 소프트패치(soft patch)인지, 다시 침체로 빠지는 더블딥(double dip)인지는 2013년 경제성과에 달려있다. 2009년 이후 회복세를 보였던 러시아 경제가 다시 침체의 늪에 빠질 조짐을 보이는 것은 기저효과로 인한 통계적 착시현상에 현혹되며 푸틴 재집권 초부터 비즈니스 환경 개선을 위한 규제개혁과 산업 및 경제의 체질개선을 위한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추진하지 못한데서 찾을 수 있다. 가장 근본적인 처방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경제주체들에게 고통을 동반하며 정책시차가 긴 규제개혁과 구조조정에 관한 명확한 정부 정책방향이 설정되어 있지 않은 현 상황에서 경기침체 가능성을 억제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선택 가능한 최적 방안은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세율인하나 조세 감면 등의 방법을 통해 총수요 증가를 유도하는 적극적인 확장 재정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러시아 연방정부의 총 대내부채가 2012년 말 기준 4조 9,804억 루블로 국내총생산(GDP)대비 8.2%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은 다른 국가들과 달리 재정정책 운용에 있어 러시아 정부의 운신 폭이 그만큼 커다는 것을 의미한다.
  
 표1. 2013~2015년 러시아 연방예산안

 

 

 
2013
2014
2015
2013
2014
2015
 
10억 루블
GDP대비 %
예산 수입
12866
14063
15616
19.3
19.0
18.8
- 석유가스부문
5926
6279
6934
8.9
8.5
8.4
- 비석유가스부문
6940
7784
8682
10.4
10.5
10.5
예산 지출
13387
14207
15626
20.1
19.2
18.8
예산 수지
-521
-144
-11
-0.8
-0.2
0.0
비석유가스부문 예산수지
-6447
-6423
-6945
-9.7
-8.7
-8.4


자료 : 러시아 재무부


   러시아 재무부 또한 여타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균형재정 달성을 재정운영의 기본 목표로 설정하고, 3년 단위의 중기 국가재정 운영계획을 매년 수립한 후 단일 연도의 예산을 이러한 중기 틀 안에서 운용해 나가고 있다. 균형재정 달성 기한을 매 1년이 아닌 3년의 중기 단위로 설정하고 있는 것은 매년 재정균형에 집착할 경우 경제상황과 동떨어진 재정지출로 인해 경기 변동성이 더욱 커질 수 있는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서다. 

   러시아 연방정부의 2013~2015년까지 중기 연방예산 운영계획은 2013년에는 예산적자를 GDP대비 0.8%로 억제한 후 2015년까지 균형재정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리고 2013년 1월에는 새롭게 설정된 원유가격과 추가 순채무상환액을 기준으로 예산지출을 예상 예산 세입내로 제한하는 새로운 예산 규정을 도입하였다. 이는 러시아 연방정부의 재정정책 기조가 확장이 아닌 균형에 중점을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경제정책 방향이 성장이 아닌 안정에 방점을 두고 있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러시아 경제가 4분기 연속 하락하면서 둔화를 넘어 침체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방정부의 재정건전성이 다른 이머징마켓 국가들과 비교해 대단히 양호함에도 불구하고 경기회복을 위한 확장정책보다는 안정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러시아 총수요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인 해외부문은 물론 소비지출과 기업투자 여건 또한 그렇게 우호적이지 않다. 이와 같은 상황 하에서 러시아 정부가 재정을 균형 중심으로 편성하고 있는 것은 최근의 경기둔화를 ‘소프트 패치(soft patch)'로 간주하고 있거나, 1998년 모라토리엄 선언 과정에서 겪은 재정적자에 대한 ’충격적인 경험(trauma)‘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2013년 들어 나타나고 있는 글로벌 환경 변화는 러시아 정부가 예상하고 있는 것보다 더 부정적으로 전개되고 있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를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지금까지 러시아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이었던 국제원유가격에서 과거와 같은 상당한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고, 유럽재정위기를 가져왔던 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 등 유럽 주변국의 위기가 최근 FISH(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와 같은 유럽 중심국으로 전이되면서 러시아 상품수출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는 유로존 지역에서 러시아 주요 수출품에 대한 수요 증가도 긍정적이지 못하다. 유로존에서의 원자재 수요 둔화는 러시아 주력 기업들의 수익증가에 악영향을 미치고 이는 투자수요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금융시스템이 발달하지 못한 관계로 기업의 고정자본투자 자금의 대부분을 금융시장이 아닌 기업의 순이익으로 충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러시아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는 투자의 급격한 축소를 의미한다. 민간의 소비지출만이 유일한 희망인데 이 또한 러시아 정부가 기대하는 만큼의 효과를 가져다주지는 못할 것이다. 

   러시아는 에너지 중심의 수출주도형 경제구조를 지니고 있어 내부변수들이 외부변수에 압도당하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그 결과 정부의 경제 운용 및 성장정책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경제의 대외 의존도를 줄이고 정책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대안은 내수시장의 육성이다. 그러나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과정에서 내수시장의 활성화는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2013년 러시아 노동가능인구는 전년도에 비해 약 100만 명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이는 1990년대 중반 체제전환과정에서의 경제적, 사회적 혼란으로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진데 기인한다. 노동가능인구의 감소로 인한 노동공급 부족은 명목 및 실질임금의 상승을 야기할 것이고 이는 가계의 소득증가로 이어지며 소비지출의 확장을 이끌 수 있다. 반면에 임금상승은 결국 생산비의 증가를 야기하고 이는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점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총수요를 결정하는 가계 소비, 기업 투자, 해외 순수출 등에서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지출(소비지출과 투자지출)의 억제는 결국 성장력을 훼손할 수밖에 없고 러시아 경제를 침체의 늪으로 몰아가면서 장기 저성장이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게 만들 것이다. 따라서 다소의 적자를 감수하는 범위 내에서 재정완화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저성장이나 장기침체의 늪에 빠진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경제적 비용보다 지금의 적자 확대나 인플레이션 부담을 감수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러시아는 이제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넘어서며 중진국으로 접어들었고,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성장이 우선되어야 한다. 물가 문제는 통화 및 환율정책을 통해서, 분배 문제는 정책구조의 변화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산업인프라에 대한 정부투자를 확대하여 성장잠재력을 높이고, 제조업 중심의 산업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복지지출의 증가를 내수확대로 연결하는 정책적 방향들을 제시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가장 필요하다. 

   경기 회복을 도모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정부지출의 증가를 동반하고 한번 늘어난 지출을 다시 줄이기는 매우 어려워 지출규모가 다시 확대되는 과정에서 만성적인 적자재정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러시아 경제의 재정은 건전성 측면에서 다른 어떤 국가와 비교해 대단히 양호하다. 투명하고 일관된 규율의 설정과 준수를 통해 재정 관리에 힘쓸 경우 유로존 국가들이 경험하고 있는 것과 같은 적자재정으로 인한 디폴트 문제는 발생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러시아 경제는 재정의 안정보다는 경제성장이 우선되어야 하는 시점이다. 이러한 점에서 2013년 러시아 정부의 재정정책 방향성이 러시아 경제가 성장을 통한 재도약으로 나아가느냐?, 그렇지 않으면 머들링 스루(muddling through) 증후군에 시달리며 3%이하(sub 3)의 장기 저성장 국면으로 진입하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내부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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