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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사하라와 사헬 지대에서 이슬람 테러 집단 척결을 위해 중요성이 더해지는 ‘알제리’

알제리 임기대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강의전담교수 2014/06/04

사하라와 사헬 지대에서 이슬람 테러 집단의 움직임은 최근 들어 훨씬 복잡하고 과격한 양상을 띠고 있다. 2013년 말리 사태에 이어 최근 사헬 남부 나이지리아의 보코하람(Boko Haram)까지 그 위세가 어느 때보다 폭력적이고 잔인한 양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는 지난 5월 17일 서아프리카 안보 정상회담을 파리에서 개최하였으며, 사헬 지역에서 보코하람이 ‘알카에다 마그레브 지부’(AQIM)와 연결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모로코는 서사하라 문제에 AQIM이나 MUJAO에 참여했던 테러 집단 일부가 테러와는 무관했던 서사하라 폴리사리오(Polisario)의 구성원으로 참여하고 있음을 경계하고 국제 사회에 테러 집단의 확산에 대한 우려를 호소하고 있다(Atlas Info 05.13). 말리 또한 반군 단체인 ‘아자와드 민족해방운동’(MNLA)과 정부군과의 전투로 36명 사망, 30명 피랍 사태가 벌어진 데 이어(El Watan 05.19), 5월 22일 MNLA가 키달(수도 바마코 북동쪽에서 1,500km에 있는 도시이다)에서 정부군을 물리치고 재점령하는 데 성공했다. 말리 총리의 키달 지역 순방 시 발생한 사건이라 프랑스와 말리 정부를 더욱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반군 테러 집단은 정부군 8명을 살해하였고, 급기야 말리 정부는 반군의 말리정부에 대한 ‘선전포고’임을 천명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이다(AFP 05.23). 리비아의 경우도 최근 들어 이슬람/비이슬람 정파 간의 대립으로 각 지역 무장 단체가 난립하고 있으며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게다가 치안 불안이 사하라 일대 국경지대에서 이슬람 테러 집단들의 활동을 용이하게 해주고 있어 그 심각성이 더해가고 있는데(El Watan 05.24), 6월 4일에는 이슬람 무장 대원이 차량 자폭테러를 가해 비이슬람 정파 대원 4명이 숨지고 23명이 부상했다.

 

사하라, 그리고 최근 들어 사헬 지대까지의 불안정이 날로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이 지역의 안정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국가는 프랑스이다. 그동안 말리 사태와 리비아 카다피 정권 전복을 주도해 온 프랑스는 최근 보코하람과 관련해서도 서아프리카 국가들의 동참과 국제적 연대를 통해 테러 집단을 응징하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프랑스의 테러 집단 척결 방식이 그리 효과적이지 않았으며, 오히려 소규모 테러 집단의 증가를 가져왔다는 분석도 있다(El Watan 05.24).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지역 내 정통한 정보나 네트워크를 통한 테러 집단의 활동 차단보다는 주요 테러 집단 지도자 제거, 거점 지역 점거 등에 초점을 맞춰왔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어느 정도 성공을 확신했던 말리에서 다시 반정부 세력의 공격이 발생한 것도 이 지역에서의 지도자 제거가 테러 집단의 해체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해주고 있다. 리비아 내의 내전 양상도 사하라에 있는 테러 집단의 여러 근거지를 소멸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AQIM의 영향력을 우려하여 지난 2013년 말리에서의 군사개입작전(작전명 살쾡이 ‘Serval')을 테러와의 전쟁으로 부르면서 역내 군사개입작전과 이후 반군 혹은 AQIM 관련 테러범 체포나 사살에 주력해왔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게릴라식 테러 집단이 활개를 치면서 완전 진압을 하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는 사하라와 사헬 지대에서의 테러 집단을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바라보고 있다(Le Monde 03.23). AQIM과 알무라비툰(Al-Mourabitune)이 바로 그것인데, 후자는 벨목타르가 지난해 8월 만든 것으로 AQIM과 MUJAO가 연합한 형태이다(이머릭스 2013.09.05기사 참조). 당연히 가장 중요시되는 테러 집단 지도자 벨목타르가 주목을 받고, 그의 제거가 사하라 사헬 지대의 안정을 위해 최우선이라 여기고 있지만, 현재 그의 소재는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분명 그가 알카에다 내부에서도 중요한 인물임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지난 4월 알카에다의 아이만 알 자와히리Ayman Al-Zawahiri에게 충성을 맹세함으로써 알카에다와의 연계 및 생사여부를 재확인시켜준 벨목타르(Le Courrier d'Algérie 04.30), 그의 제거가 곧 테러 집단의 소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동안 프랑스가 테러집단과 관련하여 수행했던 일은 테러집단 지도자 ‘000’을 사살 혹은 체포했고, 테러집단이 있는 곳을 점령하고, 테러범 몇 명을 살해했다는 식이었다. 2014년 들어 프랑스군이 제거한 주요 거물급 테러리스트를 보면 다음과 같다(Le Monde 03.23, 05.10).

 

지난 1년 동안 프랑스군은 말리 북부 및 사하라 일대에서 40명 이상의 테러범을 살해했다. 하지만 여전히 주요 거물급 테러리스트 제거, 무기 은닉 및 훈련 장소 등을 찾아내어 박멸하지는 못했다. 이것은 주요 인사를 제거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게릴라식 소규모 테러 집단의 활동과 사막의 보루에 숨어서 위협을 만들어내는 통로를 차단시키는 게 중요함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미국과 프랑스는 그 어느 때보다 알제리의 역할이 중요함을 인식하고, 알제리가 갖고 있는(특히 말리와 리비아, 튀니지 일대의 국경 지대) 테러 관련 노하우를 공유하길 원하고 있다.

 

헨리 엔셔Henry Ensher ㈜알제리 미국 대사 또한 사하라 일대에서 알제리가 갖고 있는 테러 집단에 관한 정보, 그리고 마그레브 및 사헬 지대 국가와의 관계에서 보여주고 있는 리더십, 자국 내 안정화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알제리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였다(APS 05.20). 미국이 알제리와 사하라 일대의 안정을 위해 협력하려는 것은 알제리 내 미군 기지를 구축하려는 의도와도 무관치가 않다는 지적도 있지만, 미국의 알제리에 대한 구애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프랑스는 파리에서 개최된 서아프리카 정상회담 다음날(04.20) 프랑스 국방장관 장이브 르 드리앙Jean-Yves Le Drian이 알제리를 방문하여 부테플리카 대통령, 총리, 외교부장과 국방부차관(알제리는 대통령이 국방부 장관을 역임하고 있다)을 연이어 만났다. 이 방문에서 장이브 르 드리앙은 알제리가 마그레브 지역은 물론 사하라 사헬 지역에서 테러 집단에 맞서 실질적인 경찰국가의 임무를 맡고 있으며, 앞으로도 맡아줄 것을 요청했다. 일주일 후(05.27)에는 프랑스 치안국장이 또다시 알제리를 방문하여 사하라 사헬 지역에서의 알제리 역할과 프랑스의 공조를 재차 확인하였다. 말리에서 반정부 활동을 재개한 MNLA의 활동 근거지(그들 대부분은 투아레그족으로 알제리 국경지대에 면하여 활동하고 있다)를 차단해주길 알제리 정부에 공식적으로 요청한 것인데, 알제리 정부 또한 외무부 장관 람탄 라맘라Ramtane Lamamra를 곧바로 말리에 보내 프랑스, 말리와 공조한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Africatime 05.27). 프랑스는 리비아 사태에 대해서도 알제리의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최근 리비아 정국 혼란이 몇 달째 지속되고 리비아 남서부와 알제리 동남부 사하라 일대가 테러 집단의 무기 밀매와 훈련 장소로 알려지면서 사하라 사헬 지대의 테러 집단을 근절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기에 알제리의 역할에 그 어느 때보다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말리와 알제리 국경지대, 알제리와 리비아의 국경지대에 대한 정보 확보가 어렵기에 프랑스는 알제리의 도움을 계속 요청하고 있다.

 

알제리와의 공조 및 정보망 등의 구축은 파리 회담을 통해서도 확인되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하라 사헬 지역의 국경지대의 안전 전략을 도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이다(Le Monde Dipomatique 05.20).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서구의 일관된 지지와 알제리를 비롯한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공조가 중요하다. 알제리도 이번만큼은 서구의 제안에 있어 자국 내의 상황과 러시아와의 관계 등을 고려하여 언제까지 회피할 수만은 없을 듯하다. 자국 내 상황은 알제리 권력층이 늘 활용하고 있는 국내 안정을 위한 전략적 카드이다. 알제리는 자국 내 소규모 테러가 자주 발생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아 왔다. 이는 권력자들조차도 어느 정도의 혼란과(국경 지대를 포함한 지역에서의) 테러에 대해 방치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실제 권력자들이 늘 내세우는 슬로건 중 하나가 ‘정국 안정’이다. 지난달 치러진 알제리 대선에서도 확인하였듯이, 어느 정도의 치안 불안정을 자극하여 국민들로 하여금 체제 안정성을 중시하는 정부를 믿고 따를 수밖에 없도록 하는 것 같다. 알제리 테러 문제 전문가인 덴마크의 라스무스A. Rasmus(덴마크 국제관계연구소 책임연구원) 또한 필자와의 이메일 서신에서 알제리에서 국경 지대 테러 집단을 방관하는 일은 일종의 정권 유지 수단의 방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하라 사헬 지대에서 알제리가 서방 국가들과 공조를 하는 데 있어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국가는 러시아이다(El Watan 05.24). 러시아는 알제리의 오랜 우방국이자 혈맹국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문제로 미국이나 유럽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러시아는 전통적인 우방국인 지중해의 알제리나 시리아 같은 국가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고 국제 사회에서 러시아를 지지해주고 공조하길 원하고 있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알제리가 외교적 균형을 맞춰 나가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프랑스와 미국의 제안을 언제까지 무시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알제리에 인접한 리비아, 말리의 국경지대에서 사헬 지대까지의 불안이 지속되는 한 아무리 정국 안정을 내세운다 해도 국제 사회와의 공조를 외면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5월 16일 리비아 주재 알제리 대사관의 잠정 폐쇄, 이후 알제리군의 리비아 국경지대 배치 등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알제리는 독자적으로 혹은 프랑스와 연합하여 사하라 국경지대의 이슬람 테러 집단을 공격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사하라 사헬 지대에서 중요성이 커지는 알제리가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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