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국제시장 두바이: 젖과 꿀이 흐르는 땅?

아랍에미리트 임성수 American University in Dubai 경제학 조교수 2015/08/19

얼마 전 파키스탄 출신 택시 기사에게 이곳 두바이에서의 삶이 어떤지 물어볼 기회가 있었다. 돈이 있으면 행복할 수 있는데 자기처럼 돈이 없으면 그럴 수 없는 곳이 두바이라는 한숨이 섞인 대답을 들었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렇다면 저임금 노동자들은 왜 계속 두바이로 이주를 해오고 있고 이들의 결정은 합리적이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그리고 과연 두바이는 고임금 이주 노동자들에게는 더욱 매력적인 곳일까? 

아랍에미레이트는 세계에서 5번째로 많은 해외 이주 노동자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이주 노동자 분포율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은 민간 부문 노동 시장 인구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UN, 2013). UAE 경제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두바이의 경우 전체 경제에서 석유 의존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2%도 되지 않으며, UAE 전체적으로도 현재의 30% 수준에서 2021년까지 5% 수준으로 의존도를 낮추려 하고 있어서 (Bouyamourn, 2015; Nagraji, 2015) 이주민의 직업 분포도 상당히 다원화되는 추세이다. 여기에 두바이 정부가 중동 국가 중 최초로 월드컵과 올림픽에 이어 세계 3대 국제 행사 가운데 하나인 2020년 세계 종합 박람회 (Expo 2020)를 유치하게 된 점 또한 적어도 향후 5년간 두바이로의 더욱 많은 노동 인구 유입을 기대하게 한다.

신고전주의 경제학 이론에 의하면 노동 이주는 인적 자본의 투자 개념으로 설명된다. 노동 이주에 들어가는 초기 투자의 비용보다 새로운 노동시장에서 축적되어 회수되는 투자이윤이 클 경우 이주는 합리적 결정이 되는 것이다. 그럼 UAE의 이주 노동자들은 정말 합리적인 결정을 한 것일까?  UAE 의 실질 일 인당 GDP는 4만 2천 불이 넘는데 이는 한국이 일 인당 GDP 3만 불을 향해 힘겹게 달려가고 있음을 볼 때 다소 놀라운 수준이다 (World Bank, 2014). 국가 간 임금 격차를 보더라도 2013년 기준(ILO, 2014)으로 인도의 중간 소득 계층의 월평균 소득은 한화로 8만 원 정도인데, 이는 UAE 내 하위 10%의 월평균 소득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인도 블루칼라 노동자 월평균 임금은 7만5천 원 수준임에 반해 UAE의 경우 65만 원 수준이며 이는 같은 노동자가 파키스탄에서 받을 수 있는 급여보다 대략 7배가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임금 격차는 더욱 높은 학력을 요구하는 관리자 그룹에서는 더욱 차이가 난다. 인도의 경우 이들의 평균 임금은 70만 원에 미치지 못하고 파키스탄의 경우 43만 원 정도이지만, UAE에서는 8백만 원 수준이다. 여기에 UAE는 세금이 없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들 저소득 국가에서 두바이로의 이주는 상당히 합리적으로 보인다.

물론 이 단순 계산은 어디까지나 평균 임금에 근거한 것으로 현실은 그렇게 장밋빛만은 아니다. UAE 내에서 같은 직종에 근무한다고 할지라도 출신 국가별로 암묵적인 임금 차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Tong, 2010; Simpson, 2012; Chastukhina, 2014). 임금은 5개 그룹으로 분류가 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일반적으로 인도, 파키스탄, 네팔, 스리랑카,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우 최하위 그룹에 속하고 미국, 영국, 호주 같은 경우 최상위 그룹에 속한다. 한국의 경우 일본 싱가포르과 함께 두 번째 그룹에 속한다. 즉 인도나 파키스탄 여권을 가진 노동자의 경우 수치상으로 나와 있는 평균 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또 고려를 해야할 것이 바로 두바이의 물가 수준이다. 2014년 기준으로 두바이 원룸 아파트의 월세는 240만 원에서 420 만 원 수준으로 뉴욕보다도 약간 더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Croucher, 2014). 이러한 이유로 저임금 노동자들은 가족을 데리고 이주를 하는 경우는 드물고 대신 두바이 외곽지역의 허름한 거주지에서 한방에 10명 안팎씩 다른 이주 노동자들과 공동생활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Simpson, 2011). 또 거주지의 위치상 매일 3~4시간을 길에서만 보내야 하는데 두바이 내에서 냉방 장치가 되어 있지 않은 채 이들을 운송하는 버스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현실이 이럼에도 두바이는 많은 노동자들에게 여전히 기회의 땅으로 인식되고 있다. 필자가 만나본 몇몇 저임금 이주 노동자들에 따르면 이들이 두바이에서 직장을 소개받는 조건으로 이민 브로커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비용은 보통 두바이에서 1년에서 1년 반을 힘들게 저축을 해야 갚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이를 고려하면 이들 노동자에게 이주의 경제적 유혹이 얼마나 큰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즉 모든 비용을 고려하더라도 두바이로의 이주를 정당화할 만큼 경제적 이윤이 크다는 증거이다. 실제로 월급 때가 되면 해외 송금 창구에 고향으로 송금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저임금 이주 노동자들의 긴 줄을 어디 가나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적지 않은 초기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이주해온 노동자들은 과연 행복할까? 최근 자료에 의하면, 2011년 이후로 인도에서 이주 온 이민자 중 100명가량이 매해 자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Talwar, 2014b). 이는 중산층의 가족 이민자도 예외가 아니어서 얼마 전에는 인도 출신 한 이민자 가정의 가장이 아내와 어린 자녀들을 모두 살해하고 자신까지 자살한 충격적이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Talwar, 2014a). 물론 정확한 자살의 이유는 알 수 없고 행복을 결정하는 요인은 다양하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새로운 이주지에서 임금 상승이 모두 행복으로 연결되지는 않아 보인다. 최근 권위 있는 경제 학술지들에 발표된 행복과 소득의 연관성에 관한 논문들이 보여주는 증거들을 볼 때도 이는 놀랍지 않은 현실이다 (Kahneman & Deaton, 2010; Stevenson & Wolfers 2013). 이주민들만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결과가 비슷하다 (Knight & Gunatilaka, 2010; Stillman et. al, 2015). 필자가 최근 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도시 이주민에 관한 연구만 보더라도 이주민의 행복은 객관적 임금 상승보다는 상대적이고 주관적 경제력 평가에 더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IFLS 2000, 2007). 즉 새로운 환경에서 이주민들은 이주 전보다 증가한 자신들의 임금수준에 만족하기보다는 주변의 새 이웃들과의 비교를 통한 상대적 박탈감에 더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상대적 박탈감이 객관적 소득 수준에 거의 상관이 없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즉 비싼 독일 차를 운전하는 사람들도 자신의 차가 주변 사람들에게 그다지 깊은 인상을 줄 만큼 고급 차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는 것이고 이는 세계의 명품 고급 차들이 즐비한 두바이에서는 더욱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러한 점에서 이글의 서두에 소개했던 파키스탄 출신 택시기사의 대답은 비단 저임금 이주 노동자들을 통해서만 들을 수 있는 푸념만은 아니라고 보인다. 영국 여권을 가진 금융업계 매니저라 할지라도 세계에서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 두바이 쇼핑몰의 명품들을 모두 구매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Bouyamourn, A. (2015, Aug 10). Dubai’s   non-oil growth slows down as weak crude prices hit
The National. Retrieved from http://www.thenational.ae/uae
Croucher, M. (2014, Sep 21). A home in Dubai   costs the same as New York. The National.
Retrieved from http://www.thenational.ae/uae
Chastukhina, K. (2014, Aug 12). Does your   nationality decide your pay in the UAE? LinkedIn.
         Retrieved from https://www.linkedin.com
IFLS (2000, 2007). The Indonesia Family Life   Survey, RAND.
ILO (2014). Mean nominal monthly earnings of   employees by sex and occupation.
Retrieved from http://www.ilo.org/global/lang--en/index.htm
Kahneman,   D., & Deaton, A. (2010). High income improves evaluation of life but not   emotional well-being.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07(38),   16489-16493.
Knight,   J., & Gunatilaka, R. (2010). Great expectations? The subjective   well-being of rural–urban migrants in China. World Development, 38(1),   113-124.
Nagraji,   A. (2015, Feb 9). Oil to account for only 5% of UAE’s GDP by 2021- Deputy PM.
 Gulf Business. Retrieved from http://www.gulfbusiness.com
Simpson,   C. (2012, Apr 27). Good salary, depending on where you’re coming from. The   National. Retrieved from http://www.thenational.ae/uae
Simpson,   J. (2011, Jan 20). Conditions of Dubai’s immigrant workers highlighted. BBC   News.
 Retrieved from http://www.bbc.com/news/world-middle-east-12246979
Stevenson,   B., & Wolfers, J. (2013). Subjective Well-Being and Income: Is There Any   Evidence of Satiation? The American Economic Review, 103(3), 598-604.
Stillman,   S., Gibson, J., McKenzie, D., & Rohorua, H. (2015). Miserable migrants?   Natural experiment evidence on international migration and objective and   subjective well-being. World Development, 65, 79-93.
Talwar   Badam. R. (2014a, July 17). 37 UAE Indians commit suicide in six months.
 The National. Retrieved from http://www.thenational.ae/uae
Talwar   Badam. R. (2014b, July 24). 100 Indians have committed suicide in the UAE   each year since 2011. The National. Retrieved from http://www.thenational.ae/uae
Tong,   Q. (2010). Wages Structure in the in the United Arab Emirates, Institute   for Social & Economic Research (ISER).
United Nations. (2013). Total Migrant Stock at Mid-Year by   Origin and Destination. United Nations Department of Economic and Social   Affairs, Population Division.
World Bank. (2014). World Development Indicators – GDP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