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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나토 가입 논쟁과 몬테네그로, 그 선택과 향방은?

중동부유럽 일반 김철민 한국외국어대학교 동유럽학대학 교수 2016/01/12

현지 시간으로 지난 2015년 12월 12일 몬테네그로(Montenegro/ Crna Gora)의 수도 포드고리차(Podgorica)에선 2,000여명 시위대가 몬테네그로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반대와 함께 러시아를 지지하는 거리 시위를 벌였다. 이 시위는 지난 12월 2일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외무 장관 회의에서 몬테네그로의 나토 가입 합의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된 것이다. 실제, 이번 나토 외무장관 회의에서 옌스 슈톨텐베르크(Jens Stoltenberg, 1959- , 사무총장 2014. 10- ) 나토 사무총장은 몬테네그로의 나토 가입 초청 사실을 공개하며, 나토가 몬테네그로를 29번째 회원국으로 가입시키기 위한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임을 예고하였다. 이후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몬테네그로는 나토 회원국 의회의 비준 동의를 거쳐 2016년 안에 공식 가입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몬테네그로의 나토 가입에는 여러 장애물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다. 그 중 가장 큰 것은 몬테네그로 내 여론이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나토 가입 반대 배경과 반대론자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첫째, 몬테네그로 내 소수 민족에는 세르비아 민족이 가장 큰 숫자를 형성하고 있는 데 이들의 나토 가입 반대 정서가 만만치 않은 점을 들 수 있다. 밀로 주카노비치(Milo Đukanović, 1962- , 대통령 1998-2002, 총리 1991-1998, 2003-2006, 2008-2010, 2012- ) 주도로 2006년 세르비아 주도의 연방에서 독립한 몬테네그로는 독립이전까지 오랜 동안 역사와 문화, 전통 외에도 정치, 경제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세르비아와 밀접한 연관 관계를 맺어 왔었다. 나토 가입을 반대 세력들은 주로 세르비아 소수 민족, 그리고 밀로 쥬카노비치와 여당의 장기 집권에 저항하는 야권 세력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몬테네그로 이웃 국가이자 전통적 친(親)러시아 국가인 세르비아는 비록 현재 EU 가입을 국가의 최종 목표로 삼고 있지만, 여전히 러시아와 EU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나토 가입 반대론자들은 전통적 우방이자 경제적 유대 관계가 깊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훼손하기 보다는 중립적 입장에서 이를 활용해 나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두 번째, 과거 몬테네그로가 세르비아 연방에 속해있던 1999년 코소보(Kosovo) 전쟁 당시, 나토군은 몬테네그로 또한 폭격했는데 이로 인한 수많은 사상자 발생과 그 경험은 몬테네그로의 나토 가입에 대한 반대 정서에 분명한 구심점을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시위대들은 나토를 살인자라 묘사하고 있으며, 나토 가입은 살인자 집단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주저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장기적 국익 차원에서도 몬테네그로의 나토 가입은 국가의 운명을 전쟁의 한 가운데로 몰아갈 수 있다는 점에 있어 반대론자들은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실제, 나토의 계속된 가입 권유에 대해 모미르 불라토비치(Momir Bulatovic, 1956- , 유고슬라비아 연방 총리 1998-2000, 몬테네그로 대통령 1990-1998) 전(前) 대통령 또한 나토가 몬테네그로에게 더 많은 군인들을 동원해 러시아와 싸우라고 권하고 있으며, 따라서 어떠한 경우라도 나토와 러시아 간 충돌의 한 가운데에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드리아해 연안에 자리한 인구 65여만명의 발칸반도 소국인 몬테네그로가 이처럼 국제 사회의 높은 관심을 받는 배경에는 몬테네그로를 둘러싼 주요 강대국들의 복잡한 셈법과 전략들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러시아는 몬테네그로의 나토 가입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러시아는 현재 발칸 서부 국가들이 잇따라 나토에 가입함에 따라 오랜 동안 이 지역에서 지녀왔던 영향력과 자국 입지가 계속해서 축소되는 것에 대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발칸반도가 러시아의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라는 점을 고려할 때, 발칸 국가들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의 대외 전략 구사에 있어 큰 부담감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러시아는 여러 차례 경고를 통해, 만약 몬테네그로가 나토에 가입한다면 그 동안 군사기술 분야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함께해온 공동협력 프로젝트 중단 외에도 경제 제재 등 이에 상응하는 여러 대응 조치들을 취해 나갈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중국 또한 몬테네그로의 나토 가입에 적극적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수차례 나토를 냉전(Cold War)의 산물이라며 해체를 주장해왔다. 중국이 몬테네그로의 나토 가입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반대하는 배경에는 결과적으로 나토 회원국 확대는 국제 역학 구도상 미국의 군사 영향력 확대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은 향후 미국과의 군사적 경쟁에서 일련의 어려움을 야기할 수 있는 나토의 확대에 대해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더불어, 몬테네그로는 유럽 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전략 가속화의 중요 출발점에 자리하고 있다. 실제, 중국은 해외에서 처음으로 고속철 사업을 추진한 터키(2014년 7월 앙카라-이스탄불 간 533km 개통식)에 이어, 2015년 10월 초에는 몬테네그로 정부가 발주한 철도 개선 및 개조 프로젝트(전체 9.8km)를 낙찰 받았다. 이를 기초로 중국은 유럽 철도 시장에 보다 깊숙이 관여하기를 희망하고 있는 중이다.
반면에 미국은 발칸 반도에서 나토 회원국의 증대는 여러 불안한 요소들이 내재되어 있는 발칸 서부 지역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 주장하며, 몬테네그로의 나토 가입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입장은 지난 2015년 11월 25일 남동부 유럽 정상들과의 회담을 위해 크로아티아를 방문 했던 조 바이든(Joseph Robinette Biden, 1942- , 부통령 2009- ) 미 부통령의 발언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자그레브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몬테네그로의 나토 가입을 강력 지지한다는 발언과 함께, 발칸 반도 국가들을 포함해 남동부 유럽 국가들의 나토 및 EU 가입은 이 지역의 안보와 안정을 위한 전제 조건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현재 몬테네그로의 나토 가입을 둘러싼 갈등은 지난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급속도로 엉키고 있는 나토와 러시아 간의 관계를 보다 더 악화시킬 것으로 예측된다. 러시아는 나토의 확대와 지나친 활동들이 유럽 안보를 위협하고 양자 간의 관계를 악화시킬 것이라 수차례 경고해왔다. 실제 2015년 12월 31일, 푸틴 대통령이 서명한 러시아 새 안보 문서 서두에는 나토가 국제 법을 어기고 있으며 러시아 국경으로 군사 인프라들을 대거 이동하고 있다는 내용이 수록되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나토는 2016년 1월 5일 브리핑을 통해, 나토의 활동과 확장 정책이 러시아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으며, 나토 가입과 관련해서도 모든 주권 국가는 자국 안보를 위해 어떠한 조약 체결과 동맹 체제라도 합류에 관한 자유 결정권이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또한 나토 가입 문제는 몬테네그로내 극심한 분열과 갈등을 낳고 있다. 지난 2015년 12월 7일 몬테네그로의 쩨티녜(Cetinje) 도시에선 나토 깃발이 불에 붙은 채 발견되기도 했으며, 10월 이후로 밀로 주카노비치 총리 사퇴 및 조기 총선을 요구하는 시위가 수차례 벌어지기도 했다. 현재 야당은 주카노비치 총리가 1990년대 초반부터 지난 20년 이상을 권좌에 앉아 있었으며,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나토에 가입하는 위험한 도박을 추진 중이다고 비난하고 있다. 현 몬테네그로 정부는 우크라이나 문제 당시 서방의 러시아 제재 참여를 결정하는 등 친 서방 노선 입장을 지니며 나토 가입에 적극적이다. 이에 대해 나토 가입 반대론자들은 국가의 운명을 결정지을 이 문제가 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될 사안이 아니며,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몬테네그로가 나토에 가입한다면 지난 2009년 알바니아와 크로아티아가 가입한 이후 6년 만에 처음이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시리아 내전, 그리고 최근 터키 공군의 러시아기 격추 사건으로 나토와 러시아간 갈등은 점차 극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중이다. 실제 러시아가 최신예 대공미사일을 시리아에 배치하자, 이에 반발하여 나토는 터키에 F-15 전투기들을 배치하는 등 방공 능력 강화를 추진 중에 있다. 러시아로선 나토 회원국이었지만 비교적 우호 관계를 지속해왔던 터키가 유럽 난민 사태 해결사 역할을 통해 EU가입 논의가 활발해지고. 미국과 서방으로 그 균형추를 옮김에 따라 상당히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해 있다. 이런 가운데 몬테네그로의 나토 가입 협상 개시는 나토와 러시아 간 갈등 확대를 정조준 했다고 할 수 있다. 19세기 이후로 강대국들의 전쟁터가 되어야 했던 전략 요충지인 발칸 반도에서의 긴장이 이번 몬테네그로의 나토 가입 논쟁을 계기로 보다 더 고조될 지, 아니면 평화적인 대화를 통해 잘 해결될 지 국제 사회는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참고문헌]
김철민,『(문화와 사회로) 발칸유럽 들여다보기』, HUFS Books, 2013.
김철민, “NATO와 러시아 간 신(新)냉전 무대, 동유럽”, EMERICS, 2015.11.30.
  
http://www.emerics.org/cee/column_interview/column.do?action=detail&brdctsno=178710
BBC News, "Nato invitation to Montenegro prompts Russia warning", 2015.12.02
  
http://www.bbc.com/news/world-europe-34981973
CNN, "NATO formally invites Montenegro to join alliance, rankling Russia", 2015.12.02
  
http://edition.cnn.com/2015/12/02/europe/nato-montenegro-membership-invitation/
The Economist, "In the Balkans, NATO has outmuscled Russia", 2015.12.11.
http://www.economist.com/news/europe/21683967-montenegros-accession-fills-one-few-remaining-gaps-western-alli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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