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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이중고에 시달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사우디아라비아 홍성민 중동경제연구소 소장 2016/02/03

사우디아라비아가 건국 이래 가장 어려운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시기에 직면하고 있다. 전 세계 석유매장량의 20% 이상을 소유한 20세기 최대의 석유 왕국(石油 王國)이 가장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이유는 물론 저유가(低油價)로 인한 경제적 압박 때문이다.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는 저유가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이외에도 ‘메르스 사태’, ‘왕세제 교체로 인한 내부불안’, ‘메카 공사장의 대형 크레인 사고 및 성지순례 시 700여 명의 대형 압사사고’, ‘시아파 지도자를 포함한 47명의 사형수 처형’ 이라는 커다란 대내적 사태를 겪었다. 대외적으로는 국제석유시장에서 ‘석유전쟁’,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IS의 격퇴’, ‘예멘내전의 개입’, ‘이란과의 극한대치 및 단교’ 등의 어려움을 겪었다.
1973년 제1차 ‘석유 위기(oil crisis)’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의 대명사는 ‘석유’였고 지난해까지도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화두는 석유였다. 이제 석유 왕국 자체의 문제를 자세히 살펴볼 때가 된 것이다. 그러나 석유이외에 사우디아라비아 자체에 대해 자세히 알려진 내용은 그리 많지 않다. 철저한 종교적 신비주의 때문에 외국인들의 분석이 어려운 탓도 있었겠지만 엄청난 경제적 부(富) 때문에 국제문제에서 석유 문제가 지나치게 주목받아 내부문제가 간과된 측면도 없지 않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내우외환 문제의 출발점은 가까이에서 볼 때 2011년 ‘아랍의 봄(Arab Spring)’에서 불거졌다고 볼 수 있다. ‘아랍의 봄’ 영향으로 이집트 정권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그 횃불이 리비아, 시리아를 거쳐 예멘의 아라비아반도로 확대될 때 사우디아라비아는 경제적 부를 이용해 이를 잠재웠다. 물론 당시의 횃불은 “민주화가 기치였기는 하지만 경제적인 문제가 오히려 큰 화두(話頭)”였다.
오일달러(oil dollar) 덕분으로 아라비아반도에서 아랍의 봄이 잠재워지긴 했지만 그 ‘불씨(ember’가 완전히 꺼진 건 아니었다. 그 후 알 카에다를 대신하여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출현하여 발흥하였고 그 틈새에 대치국가인 시아파 이란이 크게 부상하였다.
설상가상으로 아랍의 봄 이후, 국제유가는 계속 하락세를 유지하며 최근에는 배럴당 30달러 선이 위협받는 수준이 되었다. 이로 인하여 사우디아라비아는 긴축재정을 편성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세계경제 역시 불황을 예고하고 있어 그 어려움은 가중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1970년대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상 야마니가 TV 화면에만 등장해도 전 세계가 떨었지만, 요즘은 국왕이 등장해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변화의 징후다.
이제 사우디아라비아는 대내적 문제와 함께 이웃 국가의 부상을 좌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고 국제사회는 이란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며 경제 관계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2015년 이란의 핵 문제가 해결되고 지난 1월 경제제재조치가 해제되자 국제석유시장은 물론 이 지역 경제 상황에도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대외적인 문제, 즉 이란과의 대치관계는 그 기원이 1990년 걸프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가깝게는 2001년 9·11 테러사태에서 잉태되었다. 단지 이 문제는 2003년 이라크전쟁, 2011년 아랍의 봄의 진행과정에서 수면(水面)아래서 잠자고 있었을 뿐이다.
단적으로 말하면 사우디아라비아의 내우외환의 기본문제는 대내외적인 문제에 저유가(低油價)가 불을 지폈지만, 그동안 수면 아래 잠재돼있던 중동의 새로운 질서문제가 수면위로 부상했다. G2로 대변되는 미국과 중국의 영향은 향후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가위상이나 장래 정체성 문제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다.

 

현 정부의 ‘개방정책’ 성공여부 는 사우디의 정체성 문제에 전환점이 될 것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만 빈 압둘 아지즈 현 국왕체제는 대내적으로 큰 시련에 봉착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2015년 4월 왕위 계승서열 2위에 오른 모하마드 빈 살만 왕자의 영향력이 비대해지는 데 대한 왕가 내부의 불만과 견제도 고조되고 있다. 따라서 현 왕정체재하에서 개혁은 향후 사우디아라비아의 미래 비전의 좌표가 될 것이며 그 초점은 ‘대외개방’이 돼야 할 것이다.  
건국이후 83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에게 참정권이 부여된 이후 20여 명에 달하는 선출직 여성 공무원의 출현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새 역사를 썼다. 이와 함께 여성의 운전금지 행위도 개방될 것이라는 언론보도도 눈에 띤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을 개방의 신호(信號)나 성공으로 보아야 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살만 빈 압둘 아지즈 국왕체제의 정부가 저유가로 인한 재정수입 감소에 대한 타개책으로 전기 및 수도에 대한 보조금 삭감을 포함한 긴축정책을 발표하긴 했지만 재정전망은 그리 밝지 못하다. 그동안 축적한 막대한 외환보유가 있지만 세일업계 혹은 국제석유시장에서의 과도한 경쟁은 경제적 압박을 가중시킬 수 있다. 1인당 GDP 5만 달러가 넘는 산유부국이긴 하지만 폐쇄성으로 인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삶의 질은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표1> 참조).
국방 장관을 겸하고 있는 모함메드 빈 살만(31세) 왕자는 석유와 경제개발, 교육 등을 관리, 감독하는 최고의사결정기구의 책임자 자리까지 겸하고 있다. 이 같은 권력집중이 권력심층부의 불화를 낳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가 보조금 삭감과 사우디인의 고용 확대를 주창하는 개혁파의 면모를 보이고는 있지만, 내부적 불만을 해소하고 관심을 대외적으로 돌리기 위해 예멘내전에 깊이 관여한다는 분석도 있다.
사우디는 인구의 절반이 24세 이하의 젊은이들이지만 이들의 불만은 과격파의 온상이 될 수 있다. 급증하는 청년층을 위한 고용창출과 교육 강화, 인프라 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정부는 막대한 재정정책으로 비용을 감당해 왔지만, 유가 하락으로 재정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젊은 청소년의 불만은 ‘아랍의 봄’ 악몽을 떠올리는 지배계층의 가장 큰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최우선 과제는 왕정체제의 안정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현재 권력실세라 할 수 있는 빈 살만 왕자의 개혁정책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좌표가 될 것이다.

 

순니파를 표방하는 IS와 사우디 와화비즘의 정체성 혼란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에서 가장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이다. 1932년에 지금의 사우디아라비아라는 이름으로 통합되기 이전에는 네지드 술탄국, 헤자즈 왕국 등 여러 왕국이 존재했다. 이들은 오스만제국의 지배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제1차 세계대전 때 영국과 연합하여 터키군을 몰아내고 1927년에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승인받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왕정국가로 국왕은 사우디아리비아의 국가원수이자 통치자이다. 모든 장관은 국왕의 형제나 조카 등 왕족혈통에서 임명된다. 그렇기에 석유에 관한 생산계획과 통제권한이 국왕에게 집중돼 있다는 것이 사우디 왕가 권력구조의 핵심이다.
이러한 사우디아라비아 왕정 합법성의 초석은 와화비즘(Wahhabism)이다. 사우디 왕정의 초석이 된 와화비즘의 엄격한 환경에서 교육받고 자란 인물이 오사마 빈 라덴이다. 그의 영향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과 알 카에다 세력을 구축한 젊은 세대는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이라크로 들어왔고 현재 이라크와 시리아의 IS 지배계층에 뿌리가 되고 있다. IS는 와화비즘과 유사한 교리를 택하고 있으며, 석유에 관한 이해관계로 서방과 결탁한다는 사우디 왕가를 공격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주목할 점은 IS의 발흥에 대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호한 태도다. IS는 순니파로 정통이슬람으로 회귀하자는 기치 아래 와화비즘과도 일맥상통하는 교리를 내세우고 있다. 알 카에다도 마찬가지 논리를 앞세우고 정통이슬람으로의 회귀를 주장한다. 이러한 현실이 사우디아라비아를 혼란에 빠뜨리는 배경이 된다.
일부 사우디아라비아 엘리트들은 알-카에다나 IS의 발흥을 반긴다. 그들의 살라피즘이 시이파 이란의 영향력에 있는 지역에서 잘 대처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사우디아라비의 내부적 혼란은 와화비즘의 혼란에서 출발한다고도 볼 수 있다.
세계 최대의 석유왕국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강대국들의 패권 다툼은 중동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완성해가고 있다. 다름 아닌 원유수송로 확보라는 미명하에 ‘사우디아라비아: 이란’이라는 구조에서 G2로 대변되는 ‘미국: 중국’의 대결이 구체화 되고 있다. 그 대표적 사례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 가운데 ‘진주목걸이’ 전략이며, 이에 맞선 일본의 ‘다이아몬드 전략’이다. ([그림] 참조).

 

순니파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이파 이란으로 전선 확대
사우디아라비아는 현재 진행 중인 ‘석유전쟁’에서 승리해야 하며, ‘IS와의 전쟁’에서도 대세를 잡아야 하는 대명제(大命題)를 갖고 있다. 게다가 이란의 경제제재조치 해제로 세계무대로 나오는 이란을 견제해야 하는 숙제를 함께 안고 있다.
이 기회를 기다렸다는 듯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이란의 경제제재조치가 해제되자마자 지난 1월 중동 3개국(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이란)을 방문하여 “평화와 발전의 조력자'로서 중동 개입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중동의 민감한 외교 현안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 개입의지를 표명하고, 아랍연맹본부 연설에서도 “시리아 정전과 평화적 대화를 역설하며, 팔레스타인 국가수립 지지도 표명”했다.
이 같은 표명은 중국이 아시아를 넘어 ‘일대일로(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핵심지역인 중동으로 경제와 외교안보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의지이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중동지역의 공업화 발전을 위해 약 66조 원(550억 달러)에 달하는 지원 약속도 했다.
시진핑 주석은 최근 이란과 단교로 시선이 쏠린 사우디아라비아를 1월 19일 맨 먼저 방문하여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으며, 예멘의 국가적 통합을 지지하면서 예멘분열과 혼란에 반대한다고 강조하였다.
한편 14년 만에 처음으로 이란을 공식방문한 시 주석은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와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 회동하고 경제와 산업, 문화, 법률 등 14개 협약체결에 관해서도 합의하였다. 아울러 최근 고조된 이란-사우디아라비아 갈등을 완화하는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한편에선 미국과 러시아가 시리아를 둘러싸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시진핑 주석의 방문과 때를 같이하여 미국과 러시아는 시리아 북동부지역에서 군(軍) 공항 건설문제를 두고 각축전을 벌였다. 미국은 쿠르드족이 점령한 활주로 증설로 ‘IS 격퇴’를 위한 군수지원 확대를 꾀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터키접경 국제공항에 군인 100여명 파병하여 터키의 턱밑에서 위협을 하고 있다.
이상에서 보았듯이 사우디아라비아의 고민은 대내외적 어려움이라는 이중고(二重苦)에 시달리고 있다. 왕정의 안정 및 유지라는 최대의 과제가 이란과의 대결구도로 표면화되었고, 이슬람의 파벌문제 - 순니파와 시아파- 로 압축·대변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순니파를 주장하는 IS에 대해 분명한 정체성을 표명해야하는 난제는 물론 왕정체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와화비즘 및 정권안정이라는 내부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사우디아라비아의 향후 미래는 현 왕정의 위기극복 여부에 달려 있으며 적절한 대응책 마련이 되지 못할 경우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 요약하면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의 난제(難題)는 왕정의 안정으로 귀결되며, 이 문제가 원만히 해결될 때 ‘도약’이 담보될 것이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란 사우디아라비아의 현 상황을 대변하는 소중한 금언(金言)이 될 것이다. 

 

 

 

[참고문헌]
- 김정윤, "사우디, '석유 감산' vs '페그제 폐지' 기로에 서다", 조선 Biz. 2015-11-23.
- 연합뉴스, 세계(중동/아프리카) 2015, 01∼12.
- 홍성민, EMERICS 전문가칼럼, “IS의 파리테러와 국제유가” 2015년 11월 24일.
- 홍성민, “Middle Eastern Economy in the Low Oil Price Times: Historical Review and Countermeasure”, The 3rd  KIEP-KSIL Joint Seminar, Dec. 10, 2015.

- http://economy.hankooki.com/lpage/economy/201511/e20151109193011141990.htm
-
http://www.imf.org/external/index.htm
-
http://www.khaleejtimes.com/
-
http://www.nasdaq.com/markets/crude-oil.aspx
-
http://www.ny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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