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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양자 간 교착상태: 콜롬비아-베네수엘라, 외교적⸱경제적 긴장 상황

베네수엘라 / 콜롬비아 Juan Camilo Davila Edelman Public affairs Senior Account Manager 2020/09/16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 간 관계에 있어 지난 20년은 쉽지 않은 시기였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좌파인 우고 차베스(Hugo Chavez)가 권력을 잡은 반면 콜롬비아에서는 2002년에 우파 후보였던 알바로 우리베(Alvaro Uribe)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 간 경제교류는 활발했다. 특히 2008년에는 콜롬비아의 대(對)베네수엘라 수출 규모가 역대 최대치인 49억 3,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베네수엘라가 콜롬비아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 국가가 되기도 했다. 후안 마누엘 산토스(Juan Manuel Santos) 콜롬비아 대통령 재임 당시 있었던 정부와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 간 평화회담에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및 니콜라스 마두로(Nicolas Maduro) 정부가 협상에 참여하며 양국 간 관계는 개선을 보였다.

마두로 정권하에서 베네수엘라의 GDP가 하락하기 시작하면서(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GDP는 2013~2019년 사이 52% 하락하였으나 실제 수치는 이보다 심각할 수 있다), 콜롬비아로 향하는 베네수엘라 국민의 대탈출 사태는 더욱 심화되었다(콜롬비아 인구조사 결과, 콜롬비아에는 베네수엘라인 약 160만 명, 그리고 최소 250만 명의 이중국적자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 간 무역 규모 또한 4억 2,500만 달러 규모로 떨어졌다(2019).

양국간 외교관계는 2019년 1월에 이반 두케(Iván Duque) 콜롬비아 현 대통령이 후안 과이도(Juan Guaidó)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을 베네수엘라의 대통령으로 인정하며 최악으로 치달았다. 그 이후로 양국간 외교관계는 단절되었으며, 콜롬비아 내 마두로 암살 기획 및 실행 의혹, 콜롬비아가 UN을 대상으로 제기한 마두로 정권의 FARC 조직원 은닉 의혹, 1947년에 체결된 상호원조 집단방위조약인 리우 조약(Rio Treaty) 발동을 통한 베네수엘라 경제 제재 부과 등 많은 의혹과 사건이 발생했다.

전쟁에 대한 공언(空言)과 함께 여러 사건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으나,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의 관계는 현재 더 악화될 것도 없는 상태다. 그러나 양국에서 우리베주의(Uribismo, 우리비스모)와 차베스주의(Chavismo, 차비스모)가 세를 유지하는 한 양국이 관계 개선을 꾀할 이유 또한 없다. 잭슨(Jackson)과 모렐리(Morelli)가 지적한 것처럼1) 전쟁은 두 가지 전제 조건이 충족될 때, 즉 (1) 전쟁 비용이 극도로 높지 않을 때, 그리고 (2) 협상 프로세스가 실패할 때에만 발생할 수 있다. 양국 사례의 경우 이념적 차이로 인해 양측의 협의는 실패했으나, 양국 간 전쟁에 따르는 비용이 긴장 속 평화에 따르는 비용을 훨씬 웃돈다. 서로를 외부의 적으로 간주하는 태도와 이에 따른 정치적 교착상태는 양국 내 현 집권 세력 중 하나가 실각하지 않는 한 계속 유지될 것이다. 

양국 공통의 약체 정부 문제
양국 모두 거버넌스가 취약하고 시민들의 요구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태인 가운데, 마두로와 두케는 양국 간 지속적인 긴장과 적대관계를 구실로 삼아 국내 문제의 발생 원인을 국경 너머의 적으로 돌리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외교 및 무역관계가 현재의 긴장 상태를 유지할 때만 유효하다. 양국을 잇는 이중국적자 집단, 가족적 유대 및 상보적 경제구조로 인해 두 나라 사이 전면적 봉쇄가 발생하는 전쟁은 양측 모두에 있어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도 자멸행위이다.

우고 차베스의 사망 이후, 마두로는 엔리케 카프릴레스(Henrique Capriles)와의 경쟁에서 근소한 차이로 승리하여 2013년에 베네수엘라 대통령직에 올랐으나 2015년의 총선에서 국회(National Assembly) 과반 차지에 실패했다. 그러자 마두로는 사법부를 통해 국회를 무력화하고 정부의 통제권 하에 있는 제헌의회(Constituent Assembly)를 소집했다. 소집된 제헌의회는 2018년에 야당 후보 없이 새 대통령 선거 개최를 주도했고, 국민의 참여도가 매우 낮았던 이 대선에서 마두로는 승리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로 인해 이미 논쟁의 대상이었던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에는 큰 그림자가 드리우게 되었고, 베네수엘라의 국제관계 또한 약화되었다.

세계적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진 가운데, 야권이 장악한 베네수엘라 국회는 후안 과이도를 의장으로 선출하고 해당 대선 결과에 문제를 제기했다. 국회는 현재 베네수엘라에 적법한 대통령이 없다고 주장하며 과이도 국회의장을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으로 지명했다.

간단히 말해, 현재 베네수엘라에는 의회가 두 개 있다. 국회(National Assembly)는 헌법상 입법부의 역할을 하는 곳으로 야권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으나 이렇다 할 실권이 없다. 마두로가 헌법 개정을 위해 구성한 기구인 나머지 한 곳, 즉 제헌의회(Constituent Assembly)는 친정부 세력이 장악하고 있으나 헌법적 정당성이 없으며 국제적 인정 또한 받지 못하고 있다. 콜롬비아를 포함하여 전 세계 많은 국가가 국회에서 합법적인 대통령으로 임명한 과이도를 베네수엘라의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있으나, 과이도는 베네수엘라의 정부기관, 군대, 행정부, 원유 산업 등에 대해 실질적 권한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반면 두케는 2018년에 콜롬비아 선거에서 승리하였으며, 알바로 우리베 전 대통령의 지지를 받으며 선거 유세를 통해 산토스(Santos) 전 대통령과 콜롬비아 주요 좌파 무장혁명단체 FARC 간 체결된 2016년의 평화 협정을 번복할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두케는 결선 투표에서 좌파 후보였던 구스타보 페트로(Gustavo Petro)를 200만여 표 차이로 꺾고 승리했으나, 취임 2년차까지 의회 내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다. 두케가 당선된 선거의 적법성에 대한 큰 의문은 없었으나, 콜롬비아 일부 지역에서의 매표행위 및 마약 밀매와 연루된 개인으로부터의 불법 자금지원 등과 관련하여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두케 정부가 약체인 것은 선거 과정에서의 문제가 아니라, 소속당 내 지지도를 유지하면서 현 정부에 대한 다른 정치 부문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두케의 소속당인 우파 민주중도당(Centro Democrático)은 두케 대통령을 2순위 지도자이자 중도파 인물로 보고 있다. 소속당의 완전한 지지를 받지 못하는 두케 대통령은 정부가 생각하는 우선순위 과제에 대한 의회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없었다. 그러나 두케 대통령이 소속당을 장악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소속당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의원수는 의회에서 정부 안건을 승인할 때 필요한 과반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는 두케 대통령이 (비록 늘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으나) 연정을 함께 구성할 다른 정당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까지) 두케 정권을 시험했던 가장 큰 사건은 수백 만 콜롬비아인이 자신의 불만을 소리 높여 외치며 거리로 나와 행진했던 2019년 말의 대규모 시위 사태이다. 교육 개혁 및 위생 개혁에서부터 평화 협정에 대한 존중과 이행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의 요구사항이 매우 광범위했음에도 불구하고 두케 정부는 시위자들과 어떠한 합의도 이루어 내지 못했으며, 이에 힘이 없을 뿐 아니라 나태한 정부라는 인식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두케가 겪고 있는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두케 대통령의 멘토인 우리베 전 대통령이 목격자 매수 및 사법 방해에 관련된 재판 결과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가택연금에 처해졌다. 이는 대중이 생각하는 정부 여당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사건이었다. 우리베 전 대통령의 구금을 계기로 두케 대통령의 소속당은 정치적 기반인 우파 세력을 자극 및 결집시키고자 시도했다. 그러나 소속당 내 지도자 일부가 사법제도 개정을 목표로 제헌의회 소집과 국민투표를 제안한 것에 대해 다른 정당 대다수가 공감하지 않았고, 그 결과 두케 대통령이 의회 내 과반 세력 확보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다. 

국제 무대: 누군가에겐 너무 많은 것이, 누군가에겐 너무 적은 것이 걸려 있는 곳
세계화 시대에 특정 국가 간 긴장을 글로벌 이슈와 분리하여 생각할 수는 없다.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 간 긴장관계 또한 마찬가지다. 미국, 러시아, 중국은 베네수엘라 및 콜롬비아 양국 모두에 매우 중요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들 나라의 입장에서는 양국 중 어느 한 나라라도 라이벌 국가를 대리하여 공격 행위를 개시하는 것을 가만히 내버려둘 수 없다. 

콜롬비아는 냉전 이후 라틴 아메리카 내 좌파 이념이 퍼지는 것을 막고자 했던 미국에 있어 주요한 요새 중 하나였다. 1961년 케네디(Kennedy) 대통령의 방문에서부터 최근 리우 조약의 발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 콜롬비아와 미국은 정치 및 외교 협력 측면에 있어 중요한 파트너였다. 하지만 콜롬비아에 미국이 중요한 것은 정치적 이유뿐만이 아니다. 트럼프 정권이 라틴 아메리카 문제에 관심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콜롬비아는 2020년에 미국으로부터 총 4억 4,800만 달러에 이르는 원조를 받기로 예정되어 있다. 프로콜롬비아(Procolombia)의 통계에 따르면 콜롬비아로 유입되는 미국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2019년 기준 45억 달러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으로, 미국은 콜롬비아가 유치하는 전체 투자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요 투자국이다.

한편, 베네수엘라는 차베스 정권 이후로 러시아의 꾸준한 지원을 받아왔다. 무기 및 전략적 자원 교역을 바탕으로 맺어진 양국간 연맹을 통해 차베스와 마두로 정권 모두는 강력한 군수품뿐만 아니라 국내외로 어려움을 겪던 시기에 정치적 지원 또한 받을 수 있었다. 카리브해 지역 내 러시아 전술 폭격기의 비행이나 공동 해군 군사훈련 등을 통한 지속적 군사력 과시 또한 그 일환이다. 이와 함께 직접 투자도 발생했다. 2019년에 러시아의 대베네수엘라 투자 규모는 40억 달러를 돌파했다. 에너지 및 광업 부문에 주력하는 10개년 협력 로드맵을 바탕으로 한 165억 달러 규모의 투자 또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더해,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베네수엘라 차베스주의 세력의 주요 자금 제공원이기도 하다. 야권에서는 러시아 및 중국이 제공한 대출금을 합치면 2,000억 달러(2020년 예상 GDP의 약 70% 수준) 이상인 것으로 추산한다. 

마두로 정권에 대한 중국의 관심과 지원은 눈에는 덜 띌지라도 중요성 면에서는 뒤처지지 않는다. 2000년부터 2018년까지 중국은 원유 부문에 대한 36억 달러를 포함하여 베네수엘라에 총 61억을 투자했다. 투자 목적은 현재 감소세인 원유 생산량 대부분에 대한 통제권 및 미래 중국의 에너지 안보 보장의 도구를 확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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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경제도 중요하지만, 함께 얽혀 있는 지정학적 문제도 있다. 마두로 정권 수립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는 가장 큰 라이벌 국가의 지근거리 내에 동맹을 확보하고 남남협력의 서사를 이어갈 수 있게 된다. 마두로 정권의 와해는 곧 미국의 외교적 및 전략 지정학적 승리를 의미한다. 국제연합(UN) 총회 및 안전보장이사회 모두를 통해 드러난 것처럼 러시아와 중국 양국은 미국이 쉽사리 승리하도록 내버려 둘 뜻이 없다. 

미국의 투자와 파트너십이 콜롬비아에 중요한 만큼 베네수엘라에는 러시아와 중국의 투자 및 파트너십이 중요하다. 미국에 있어 베네수엘라는 무모한 행동을 개시할 만큼 유의미한 나라는 아니다. 존 볼턴(John Bolton)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저서 ‘그 일이 일어난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에서 표현한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똑똑’하고 ‘강인’한 지도자로서 마두로에게 보이는 개인적 존중과 베네수엘라 침공에 대한 ‘무관심한(coolness)’ 태도 사이를 오가며 베네수엘라 사안에 있어 매우 ‘낯선(exotic)’ 접근법을 보여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안을 다루는 것을 꺼려하여 베네수엘라 문제 관련 미국 기관이 기울이는 노력을 저지하기도 했다.

결론
끝내 전쟁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전쟁에 대한 탄탄한 국내적 지지, 나머지 하나는 분쟁 유발을 원하는 외부적 압박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당장의 집권 유지(베네수엘라)나 국정 어젠다 추진(콜롬비아)만 해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 각국 내 상황 타개에 여념이 없는 양국 정부는 모두 내부 상황에 의해 손이 묶여 있는 상태다.

외부적 요인의 경우, 전 세계 강국에게는 무모한 행위를 나서서 시작할 이유도, 심지어는 지원할 이유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군사적 행동 없이도 정부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뿐더러 물리적 충돌 발생 시 이에 따른 매우 높은 비용과 리스크를 지게 될 콜롬비아나 베네수엘라가 무모한 행동을 개시할 여력 또한 없다.

국민의 시선을 국내 문제에서 돌리는 좋은 미끼이자 비난의 대상을 만들어 주는 요소인 양국 간 분열적 담론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관계 또한 계속해서 개선되지 않은 채 국경지대의 지역사회 붕괴를 간신히 막는 수준으로 최소한의 명맥만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양국에는 외교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여지도, 회복시킬 이유도 없다.


* 각주
1) Jackson, M. O., 및 M. Morelli (2011): “The reasons for wars: an updated survey,” The handbook on the political economy of war,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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