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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요동치는 에너지 가격과 중동 에너지 보유국들의 행보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EMERiCs - - 2022/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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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와 UAE, 미국의 요청에도 증산에 소극적 입장

사우디와 UAE, 미국의 원유 증산 요청에 소극적 입장
3월 8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미국은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을 금지하는 제재 조치를 시행했다. 세계 3위 원유 생산국이자 2위 천연가스 생산국인 러시아의 원유 및 천연가스 수입 제한은 이미 상승세를 타던 국제 에너지 시장에 큰 충격을 가져왔다. 국제 유가는 3월 첫 주에 배럴당 130달러(한화 약 15만 8,500원)를 돌파,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전체 천연가스 수요량의 30%를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의존하는 유럽에서는 천연가스 가격이 50~60% 폭등했고, 미국에서도 천연가스 가격은 전년 동기보다 60% 상승했다.

에너지 가격 급등에 대응하여 미국은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에너지 시장 안정화를 위해 증산에 나설 것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 하루 1,000만 배럴을 생산하는 사우디는 하루 최대 1,200만 배럴까지 증산 여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UAE 역시 사우디와 함께 한 달 내로 증산을 시작해 생산량을 90일 동안 유지할 수 있는 국가로 평가된다.

그러나 사우디와 UAE는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직후 무함마드 빈살만(Muhammad bin Salman) 사우디 왕세자는 하루 40만 배럴을 증산한다는 OPEC+ 회원국의 기존 합의를 준수하겠다고 밝히며 추가 증산에 나설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사우디와 UAE는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무함마드 빈자이드 알나흐얀(Muhammad bin Zayed al Nahyan) UAE 왕세제가 백악관의 전화 통화 요청을 거부하기도 했다. 통화가 성사되지 못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사우디와 UAE가 통화 요청에 응하지 않음으로써 미국의 증산 요청을 우회적으로 거부한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3월 9일에는 달립 싱(Daleep Singh) 미국 국가안보 부보좌관이 직접 사우디를 거론하며 증산 여력이 있는 산유국에 증산을 요청했으나, 사우디는 여전히 증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Aramco)는 아시아로 수출되는 4월 인도분 아랍 경질유 가격을 역대 최대폭으로 인상했다. 이처럼 사우디가 미온적 태도를 보이자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는 3월 15일 빈살만 왕세자를 만나 원유 증산을 요청하기 위해 사우디를 방문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한편 UAE는 증산에 대해 일관된 입장을 보여주지 않으며 에너지 시장에 혼란을 더했다. 3월 9일 유수프 알오타이바(Yousuf Al Otaiba) 워싱턴 주재 UAE 대사가 UAE는 OPEC 회원국이 증산하도록 독려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자 다음 날 유가가 13% 떨어져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그러나 같은 날 수하일 알마즈루에이(Suhail al-Mazrouei) UAE 에너지부 장관이 UAE는 OPEC+ 기존 합의를 따를 것이라고 밝히면서 UAE가 독자적으로 증산에 나설 가능성은 다시 불투명해졌다.

OPEC+를 주도하는 사우디와 UAE가 증산에 소극적으로 나섬에 따라 다른 산유국들이 증산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크지 않다. 전문가들은 OPEC이 정치적 상황에 따른 일시적 유가 변동에는 대응하지 않아왔으며, 장기적인 시장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의 협조가 필요한 만큼 앞으로도 사우디와 UAE 등 OPEC+ 주도 국가들이 증산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걸프협력기구(GCC, Gulf Cooperation Council) 회원국 중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한 나라는 쿠웨이트 뿐이었다. 또한 OPEC의 실제 증산에 나서더라도 실제 증산 가능한 양은 러시아산 원유 공급 중단에 따른 부족분을 대체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분석도 있다. 2020년 유가 하락으로 큰 손해를 본 미국의 셰일가스 기업들 또한 우크라이나 사태가 진정된 이후의 공급 과잉을 우려하여 증산에 소극적인 분위기다.

미국과 관계 냉각된 사우디, 원유 증산에 비협조적

사우디의 미온적 태도, 미국과의 냉각된 관계가 배경에 있는 것으로 분석
사우디가 원유 증산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데에는 러시아와의 관계에 대한 고려 필요성 뿐만 아니라 최근 냉각된 미국과의 관계 또한 배경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선거 운동을 할 때부터 인권 운동가 투옥과 같은 사우디의 인권 탄압을 비판해왔으며, 당선 이후에는 빈살만 왕세자와의 만남을 거부해왔다. 특히 빈살만 왕세자가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인 자말 카슈크지(Jamal Khashoggi) 살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다는 점은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와 빈살만 왕세자의 인권 탄압을 비판하는 근거였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사우디, UAE와 미국 사이 관계는 경색되었다. 이란을 중대한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는 사우디 및 다른 걸프 국가는 바이든 행정부가 재개한 이란 핵협상이 지역 내 이란과 친이란 세력, 특히 예멘 후티 반군의 위협 증가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며, 특히 2022년 들어 UAE와 사우디의 원유 생산시설, 공항 등에 대한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 빈도가 증가한 것은 걸프 국가의 안보 위협 인식을 가중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은 지난 2021년 9월에는 사우디에 배치되어 있던 미사일 요격 시스템을 철수하는 등 미국이 더 이상 자국을 보호해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프 국가의 우려를 키우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UAE는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의 위협에서 자국 안보를 보장할 것을 미국에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사우디 또한 자국의 예멘 내전 참전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는 미국에 불만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3월 3일에는 빈살만 왕세자가 직접 사우디 인권 상황에 대한 미국의 비판이 내정 간섭이라고 경고하고 바이든 대통령의 생각에는 신경쓰지 않는다고 발언하며 미국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사우디와 UAE가 원유 증산 요구를 거부하는 것은 미국을 압박하는 동시에 대외 정책의 초점을 아시아로 전환하려는 미국에 걸프 산유국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사우디, 원유의 위안화 결제 검토 등 친중 노선 취하며 미국 압박 움직임
미국과의 관계는 경색되는 가운데 사우디와 중국의 관계는 긴밀해지는 양상이다. 3월 15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우디와 중국이 위안화로 원유 대금을 결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사우디는 원유 수출 계약에서 일부 물량에 대한 가격을 달러화가 아닌 위안화로 표기하고,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가격결정 모델에 위안화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사우디는 1974년부터 원유 가격을 달러화로 공시하고 있으며, 전 세계 원유 거래량의 80%가 달러화로 결제되고 있다. 이는 기축 통화로서 달러화의 입지 강화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은 2018년부터 위안화 기반 원유 계약을 체결해오고 있으나, 위안화는 아직 원유 시장에서 달러화의 입지에 도전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그러나 사우디가 위안화를 원유 결제 대금으로 받는다면 원유 시장에서 위안화의 입지가 크게 상승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위안화를 결제 수단에 포함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배경에는 사우디의 무역 상대국으로서 중국이 가진 중요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우디의 대(對)미 원유 수출량은 꾸준히 감소하는 반면 대중국 수출량은 늘어나고 있으며,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은 사우디가 수출하는 전체 원유 중 25%를 수입하고 있다. 중국의 사우디 원유 수입량은 미국 수입량의 세 배에 달하며 사우디는 중국의 최대 원유 공급국이다. 사우디가 실제로 위안화를 원유 결제 대금으로 받는다면 중국이 수입하는 물량은 위안화로 지불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서방의 대러시아 경제제재 또한 사우디가 국외 거래와 외환보유액 확보에 있어서 달러화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현재 방식에 회의를 가지고 달러화의 대안으로서 위안화를 검토하기 시작한 배경으로 지적된다. 

사우디가 실제로 위안화를 원유 결제 대금으로 받아도 원유 시장과 달러화의 지위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달러화에 연동된 리얄화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달러화는 여전히 중요성을 가지며, 따라서 사우디가 외환보유액 대부분을 위안화로 전환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사우디와 중국 간 관계가 긴밀해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양국간 무역 규모는 2020년 기준 670억 달러(한화 약 81조 4,385억 원)에 달하며, 중국의 해외 건설 프로젝트 투자 규모에서 상위 3개국에 포함되는 사우디는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도 핵심 위치를 차지한다. 3월 13일 아람코가 중국 기업과 합작하여 중국에 100억 달러(한화 약 12조 1,550억 원) 규모의 정유소와 석유화학단지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계약한 데 이어 3월 14일 사우디가 시진핑 중국 주석을 공식적으로 초청했다는 것이 알려졌다. 지난 2021년 12월에는 사우디가 중국의 기술 지원을 받아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미국의 대중동정책과 안보 보장에 불신을 품은 사우디가 중국과의 관계를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카타르, 러시아산 가스 대체 수입국으로 중요성 부각

EU의 러시아 가스 의존도 감축 계획으로 카타르산 액화천연가스(LNG)  부각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천연가스 수요량 상당 부분을 러시아에 의존하는 유럽은 에너지원 다변화 필요성에 직면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3월 8일에 2022년 말까지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량을 3분의 2로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우크라이나 위기가 고조되기 시작한 2022년 1월 유럽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 비중은 전년 동기 47%에서 28%로 줄어들었으며, 유럽연합은 향후에도 천연가스 수입처를 미국, 노르웨이, 아제르바이잔, 알제리, 이집트 등 여러 국가로 다변화할 계획이다. 

유럽연합의 천연가스 수입처 다변화 계획에서 특히 중요성을 차지하는 국가는 세계 2위 LNG 수출국인 카타르다. 카타르는 미국에 이어 유럽 제2의 천연가스 수출국으로, 2021년 카타르산 천연가스는 유럽 전체 천연가스 수입량의 24%를 차지했다. 우크라이나 위기로 카타르산 천연가스 수급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독일 등 유럽 국가는 카타르와의 협력 강화에 나섰다. 요르그 쿠키스(Joerg Kukies) 독일 부총재는 3월 9일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타니(Muhammad bin Abdulrahman al-Thani) 카타르 부총리 겸 카타르 투자청장과 만나 에너지 부문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3월 20일 로베르트 하베크(Robert Habeck) 독일 재무부 장관이 카타르를 방문해 천연가스 수입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유럽의 행보는 카타르에게 큰 경제적 기회로 다가올 전망이다.

미국, 카타르를 주요 비(非)나토(NATO) 동맹국으로 지정
바이든 대통령은 3월 10일 카타르를 주요 비나토 동맹국(MNNA, Major non-NATO Ally)으로 지정했다. 이로써 카타르는 나토 회원국이 아닌 국가 중 한국, 일본, 호주, 대만, 이스라엘과 같은 미국의 전략적 동맹 국가로 격상되었다. 이미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월에 카타르를 MMNA로 지정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다른 걸프 주요국인 사우디와 UAE가 아직 MMAN에 포함되지 않은 상황에서 카타르의 MMNA 지정은 미국 외교에서 카타르의 중요성이 커졌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미국이 대중동 정책에 협조하는 카타르를 MMNA로 지정함으로써 바이든 행정부와 잡음을 빚는 사우디와 UAE에 경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당면한 에너지 위기 해결에 카타르의 역할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 
카타르가 원유 증산을 거부하는 사우디나 UAE와 달리 국제 에너지 시장 안정화를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만, 당장 유럽의 천연가스 부족 문제를 해결할 대안은 되지 못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현재 카타르가 수출하는 천연가스 대부분은 장기 계약에 따라 아시아 국가로 수출되고 있으며, 당장 유럽으로 수출할 수 있는 양은 전체 수출량의 10~15%에 불과하다. 사아드 알카비(Saad Al-Kaabi)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은 이미 지난 2월에 카타르 혼자서는 러시아가 수출하는 천연가스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 일본과 한국 등 아시아 동맹국의 협조를 구해 카타르산 천연가스 일부를 유럽으로 수출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그러나 카타르가 LNG를 수출하더라도 이를 수입할 시설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하베크 독일 재무부 장관은 올해 내로 러시아산 원유와 석탄을 대체할 수 있겠지만, LNG 수입시설이 없는 천연가스는 더욱더 복잡한 문제라고 인정했다. 당장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중단하면 내년 겨울에는 연료 부족으로 인한 물가 상승과 경제난을 촉발할 수 있다고 하베크 장관은 밝혔다.
 
러시아 문제, 이란 핵협상의 새로운 변수로 부상

미국과 유럽의 대러시아 제재, 이란 핵협상에 영향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 제기
러시아 문제는 이란 핵협상에도 변수로 작용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서방이 러시아 제재도 대응하자, 러시아가 핵협상 타결 이후 러시아와 이란 사이 경제 관계에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가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는 새로운 요구를 한 것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Sergey Lavrov) 러시아 외무부 장관은 미국과 유럽 국가에 이에 대한 서면 보증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3월 11일 호세프 보렐(Josep Borrell) 유럽연합(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핵협상이 마무리 단계고 최종 합의문이 기본적으로 준비되어 있다고 밝히면서도 외부 요인에 의해 핵협상 일시 중단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면서 러시아의 요구가 핵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다만 보렐 고위대표는 외부 요인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핵협상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3월 15일 라브로프 외무부 장관은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얀(Hossein Amirabdollahian) 이란 외무부 장관과 만나 우크라이나 문제가 핵협상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라브로프 외무부 장관은 또한 미국으로부터 대러시아 제재가 핵협상 타결 이후 러시아와 이란 사이 경제 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서면 보증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유가 상승, 이란 핵협상 타결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이란 핵협상 타결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에너지 가격 인상으로 새로운 공급처 확보 필요성이 대두된 가운데 OPEC 5위 규모의 산유국인 이란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이란 제재가 해제되면 6개월 내로 하루 50만 배럴, 1년 내로 하루 100만 배럴의 원유가 국제 원유 시장에 추가로 공급되어 유가 인상 압력을 완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원유 공급량이 당장 늘어나지 않더라도 이란산 원유 수급에 대한 기대만으로도 국제 유가 상승폭은 꺾일 수 있다. 천연가스 시장에도 이란의 복귀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월 에브라힘 라이시(Ebrahim Raisi) 이란 대통령은 제재만 해제되면 이란은 충분한 양의 천연가스를 공급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란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란에 유리한 방향으로 핵협상을 풀어나갈 기회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3월 13일 이란 국회의원들은 이란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라는 기회를 잡아 이란의 요구를 관철시킬 것을 이란 정부에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덕분에 이란이 서구에 일부 요구사항을 철회하고 양보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이란에 대한 서구의 태도가 변화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3월 16일 영국은 1979년 이란 혁명으로 인도되지 못한 무기 구입비 3억 9,300만 파운드(한화 약 6,319억)를 이란에 상환했다고 발표했다. 이란은 지속적으로 영국에 대금 반환을 요구해왔으나, 영국은 경제제재에 따른 금융거래 제한으로 상환에 난색을 표해왔다. 오랫동안 상환되지 못한 대금이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지급되었다는 점에서 이란에 대한 영국 및 서방 국가의 입장이 바뀐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3월 16일에는 로이터통신이 이란의 요구사항 중 하나였던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를 테러조직 명단에서 제거하는 방안을 미국이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이 핵협상 타결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했다고 볼 수 있지만, 이란과 서방 국가가 아직 완전한 합의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 3월 13일에는 이라크 주재 미국 영사관을 노린 이란의 미사일 공격이 발생하는 등 이란과 미국 관계가 완전히 화해 분위기에 접어든 것도 아니다. 핵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가 커지자 네드 프라이스(Ned Price)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3월 21일 핵협상에 진전은 있지만 타결이 임박한 것도, 분명한 것도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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