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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아프리카 두고 미(美)·중(中)·러(露) 강대국 간 힘겨루기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EMERiCs - - 2022/12/30




아프리카, 원조가 필요한 대륙에서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대륙으로…
 
기후 위기 · 식량 위기 등 심각한 위협에 직면한 아프리카 대륙, 그러나 성장 잠재력은 큰 것으로 전망돼
아프리카 대륙은 식량난과 기후 위기 등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 2021년 기준 전체 아프리카인의 1/5인 약 2억 7,800만 명이 기근 상황에 놓여 있으며, 동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에서는 식량 위기에 처한 국민의 수가 2021년 한 해에만 각각 60%, 40% 늘어났다. 기후 위기 또한 아프리카가 마주한 중대한 위기다. 아프리카는 또한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단 4%를 차지하지만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가 가장 큰 지역으로, 세계에서 기후 변화에 가장 취약한 20개국 중 16개국이 아프리카 국가다. 2022년 동아프리카에서는 40년 만의 최악의 가뭄이 닥쳤고, 이로 인해 에티오피아, 케냐, 소말리아에서는 2,200만 명이 기근 상황에 놓였다. 서아프리카에서는 30년 만의 최악의 홍수가 발생해 500만 명이 피해를 입었다. 

이에 더해 코로나19 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져온 전 세계적 경제 침체는 아프리카 각국의 경제적 상황과 부채 위기를 더욱 악화시켰으며,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35개 저소득국 중 19개국이 부채를 제대로 상환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에 더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은 아프리카 국가에도 영향을 미쳤고, 17개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두자리수를 넘는 인플레이션을 기록했다. 전체 수입의 40%를 식량 구입에 지출해 세계에서 수입 대비 식량 구입비 지출 비율이 가장 높은 아프리카인들에게 식량 가격 상승은 가계 부담을 가중하는 요소다. 아프리카에는 금, 코발트, 백금 등 전세계 주요 광물 매장량의 30%가 있지만, 세계 전체 경제 규모에서 아프리카 경제가 차지하는 비율은 단 2.4%에 불과하다.

그러나 동시에 아프리카는 상당한 성장 잠재력을 가진 지역이기도 하다. 지난 2021년 1월 출범한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 African Continental Free Trade Area)가 출범함에 따라 13억 명에 달하는 인구와 3조 4,000억 달러(한화 약 4,336조 200억 원) 규모의 세계무역기구(WTO) 이후 가장 큰 자유무역지대가 만들어졌다. 자유무역지대가 활성화되면 아프리카 역내 무역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와 장벽이 철폐되어 2040년까지 최대 700억 달러(한화 약 89조 2,710억 원) 규모의 경제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체 인구 중 70% 이상이 30세 이하 청년인 아프리카는 또한 세계에서 가장 젊은 대륙으로서 잠재력을 가진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중산층 규모는 2015년 1억 1,400만 명에서 2030년에는 2억 1,200만 명까지 늘어나고, 2050년에는 세계 인구의 1/4이 아프리카인일 것으로 전망된다. 

강대국 사이에서 아프리카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한 인식 개선 
아프리카 대륙의 잠재력이 주목받기 시작함에 따라 아프리카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막대한 인구와 자원, 경제적 잠재력을 갖춘 아프리카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이 국제적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과제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아프리카는 주요한 투자처이자 경제 협력의 대상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아프리카에서의 영향력을 둘러싼 세계 패권 국가 사이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러시아 사이 경쟁이 치열해지는 현 국제 정세에서 아프리카는 새로운 경쟁 무대로 부상했다.

미국, 아프리카 내 중·러 영향력 확대 차단 위한 움직임

미국 바이든 행정부, 8년 만에 미국-아프리카 정상회담 개최 
아프리카를 둘러싼 지정학적 경쟁의 일환으로 미국은 12월 13일부터 12월 15일까지 아프리카 49개국 정상과 아프리카연합 집행위원장을 초청해 워싱턴에서 미국-아프리카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미국-아프리카 정상회담은 지난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기인 2014년 이후 8년 만에 개최되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회담에서 아프리카의 미래 번영을 위해 미국은 적극 지원할 것이며, 아프리카의 성공이 곧 미국의 성공이자 전 세계의 정공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한 2023년에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를 방문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아프리카 각국 지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아프리카의 안보와 민주주의 강화를 위한 방안이 논의되었으며,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리카가 G20 회원국이 될 수 있도록 외교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미국, 아프리카에 대규모 자금 지원 약속
이번 정상회담에서 눈길을 끈 것은 아프리카에 대한 미국의 대규모 지원 약속이었다. 미국은 향후 3년 동안 기후변화, 식량 안보, 보건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총 550억 달러(한화 약 70조 1,525억 원)를 아프리카에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은 이에 더해 아프리카의 식량 위기 대응을 위해 25억 달러(한화 약 3조 1,887억 원)의 긴급 자금을 추가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아프리카 국가는 무역 부문에서도 협력을 강화, 미 정부 산하 아프리카 번영(Prosper Africa) 이니셔티브가 앞으로 5년 동안 아프리카의 대미 수출을 10억 달러(한화 약 1조 2,765억 원) 늘리는 것을 포함해 미국-아프리카 무역 규모 성장을 위해 1억 7,000만 달러(한화 약 2,170억 원)를 투입하기로 했으며, 미국과 AfCFTA 사이 무역 협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도 체결되었다. 정부 지원 외에도 공공부문 및 민간 부문에서 아프리카에 대한 약 150억 달러(한화 약 19조 1,475억 원) 규모의 투자 협약도 체결되었다.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응해 아프리카에서의 입지 다지는 미국
이번 정상회담은 아프리카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에 대응해 아프리카 내 미국의 입지를 다지려는 행보로 분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프리카 국가를 비하하며 아프리카에 대한 외교 관계에 소홀했고, 이는 미국의 경쟁 상대인 중국과 러시아가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상황을 조성했다. 실제로 미국에 앞서 중국은 2021년, 러시아는 2019년에 각각 400억 달러(한화 약 51조 1,200억 원)와 125억 달러(한화 약 15조 9,750억 원)의 지원을 아프리카에 약속한 바 있다. 중국은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투자와 인프라 구축 사업을 펼치는 한편 지부티에는 중국 군사 기지까지 건설하며 경제를 넘어 안보 분야에서도 아프리카 내에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한편 지난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침공을 규탄하는 결의안 표결에서 17개 아프리카 국가가 기권을 선택함으로써 아프리카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 또한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아프리카 국가에 미국이 중요한 파트너라는 점을 주지시키고 미국-아프리카 관계를 공고히하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동시에 미국의 원조가 아프리카 국가의 정치적 지지를 얻어내기 위한 목적이 아니며 어떠한 조건도 달려 있지 않다고 언급한 제이크 설리번(Jake Sullivan) 미 국가안보보좌관의 12월 12일 발언에서 드러나듯이, 미국은 아프리카 국가의 반발이 초래되지 않도록 경제 원조를 이용해 아프리카 국가를 통제하려는 의도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최고의 무역 교역국이자 투자자로 자리매김한 중국

중국, 아프리카의 다양한 프로젝트에 자금 지원하며 장기간에 걸쳐 영향력 확대
중국은 1990년대 후반부터 약 20년에 걸쳐 아프리카 내에 입지를 확보해왔으며, 특히 경제와 인프라 개발 부문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가 눈에 띈다. 중국은 아프리카의 최대 무역 상대국으로 중국-아프리카 무역 규모는 2021년 기준 2,540억 달러(한화 약 324조 6,120억 원)로 643억 달러(한화 약 82조 1,754억 원)에 불과한 미국-아프리카 무역 규모의 4배에 달한다. 중국의 대(對)아프리카 투자 규모도 미국의 두 배 이상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돈 그레이브스(Don Graves) 미국 상무부 차관은 대아프리카 투자에 있어 미국이 중국보다 뒤처진 상태에 있음을 인정했다. 중국은 또한 아프리카 국가의 최대 채권국으로, 미국의 대아프리카 대출 규모가 72억 달러(한화 약 9조 2,016억 원)인 반면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중국의 대출 규모는 790억 달러(한화 약 100조 9,620억 원)에 달한다.


중국은 일대일로 계획에 따라 중국 군사 기지가 있는 지부티에서 에티오피아까지 이어지는 철로, 케냐 고속철도, 나이지리아 아부자 개발 사업 등 아프리카 각국이 추진하는 교통, 에너지, 항만, 파이프라인 등 인프라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중국에게 있어 아프리카 국가는 원유와 천연가스, 광물 등 주요 원자재 수급처이자 수출 시장으로서 중요성을 지닌다. 중국 기업들이 인프라 개발 사업을 주도함에 따라 창출되는 경제적 효과 또한 중국에게는 이점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아프리카 내에서 추진됨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들은 원자재와 부품, 노동력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는 인프라 개발 사업이 아프리카 국가 경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아프리카 내에서 우호적인 여론을 얻어내는 데에 성공했다. 영국의 국제 설문조사기관인 유고브-케임브리지 글로벌리즘 프로젝트(YouGov-Cambridge Globalism Project)가 지난 8~9월 나이지리아, 케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수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남아공에서는 중국의 영향력을 긍정적으로 보는 여론이 61%였으며, 케냐와 나이지리아에서는 각각 82%, 83%였다. 

이집트와 알제리, 제1회 중국·아랍 정상회담에 참석해 중국과 협력 방안 논의
중국은 북아프리카 국가와도 협력을 강화해가고 있다. 12월 7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시진핑(Xi Jinping) 중국 국가주석은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제1회 중국·아랍 정상회담에서 아랍 각국 정상들을 만났다. 이의 일환으로 시진핑 주석은 12월 9일 아이만 베납데르아흐마네(Ayman Benabderrahmane) 알제리 총리와 만나 양국 협력 관계를 논의했다. 이에 앞서 시진핑 주석은 12월 8일에는 압델 파타 엘시시(Abdel-Fattah El-Sisi) 이집트 대통령과 회담을 가지고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수에즈 운하 경제지대와 도로, 항만 등 이집트 내에서 추진되는 인프라 개발 사업을 연계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엘시시 대통령은 중국 관광객의 이집트 방문과 중국 기업의 투자가 늘어나길 바란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집트와 중국은 긴밀한 경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2022년 1~9월 이집트와 중국 간 무역 규모는 127억 달러(한화 약 16조 2,560억 원)로 전년 동기보다 9.8% 늘어났으며, 특히 이집트의 대중국 수출이 11억 달러(한화 약 1조 4,080억 원)에서 15억 달러(한화 약 1조 9,200억 원)로 36.7%의 성장을 보였다. 2021/22 회계연도 기간 중국의 대이집트 투자 규모도 전년 동기보다 16.1% 증가한 5억 6,340만 달러(한화 약 7,211억 원)에 달했다. 중국은 이집트가 추진 중인 신행정수도 개발 프로젝트의 주요 투자자이며, 중국건축공정총공사는 신행정수도에 아프리카 최대 고층 빌딩을 건설하는 150억 달러(한화 약 19조 2,0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수주하기도 했다. 대이집트 대출액이 총 76억 달러(한화 약 9조 7,280억 원)에 달하는 중국은 독일, 프랑스,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이집트의 주요 채권국 중 하나다.

러시아, 비밀 용병조직과 무기 수출 통해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 확대

러시아, 아프리카에서 군사 외교 펼쳐… 아프리카의 주요 무기 공급국
중국과 달리 러시아는 아프리카에서 군사 외교를 펼치고 있다. 지난 11월 러시아는 알제리군과 함께 알제리 사막지대에서 합동군사훈련을 시행했다. 러시아가 알제리와 합동군사훈련을 한 것은 2022년에만 세 번째다. 앞서 10월에는 러시아 해군이 알제리에 정박하며 합동훈련을 했고, 9월에는 러시아군의 보스토크 훈련에 아프리카 국가 중에서는 유일하게 알제리군이 참여했다. 알제리는 아프리카에서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군사 동맹국 중 하나로, 이집트와 수단, 앙골라에 이어 러시아산 무기의 주요 수입국이며 알제리군 장비는 거의 모두가 러시아산이다. 가장 최근에 알제리는 러시아에서 70억 달러(한화 약 8조 9,775억 원) 규모의 무기를 수입하기도 했다. 알제리 외에도 아프리카 군대에서 사용되는 무기 절반 가까이가 러시아산이다. 아프리카 국가에게 러시아는 쿠데타나 인권 탄압 등의 문제로 무기 판매를 거부하는 미국을 대신할 수 있는 국가로, 실제로 나이지리아, 이집트 등 아프리카 국가는 미국이 정치적 이유로 무기 판매를 거부하자 러시아산 무기를 도입하기도 했다.
 
러시아, 바그너 용병 이용해 아프리카의 불안정한 정권 지원하는 대가로 채굴권, 광물권 등 독점
러시아가 아프리카에 군사적 영향력을 투사하는 또 다른 수단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의 사설 용병 부대인 바그너 그룹이다. 바그너 그룹은 리비아나 수단 등 총 18개 아프리카 국가에서 용병 또는 훈련 교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모잠비크 정부는 이슬람주의 반군에 정부군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자 바그너 그룹의 도움을 빌렸으며, 2020년 쿠데타로 집권한 말리 군부 정권은 국제 사회에서 고립되고 안전 보장 역할을 하던 프랑스군이 철수하자 바그너 그룹에 의존해 정권을 유지하고 있다. 바그너 그룹의 영향력은 군사 부문을 넘어 아프리카 국가의 자원 채굴권을 확보하며 경제적 영역까지 뻗어 있다. 한 예로 바그너 그룹 산하의 기업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포스탱 아르샹제 투아데레(Faustin-Archange Touadera) 대통령을 지원하는 대가로 금과 다이아몬드 광산 채굴권을 얻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바그너 그룹은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러시아로 보내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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