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이란의 히잡 규제와 여성 인권 탄압
이란 K N Pandit Kashmir University Associate Professor 2023/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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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직후 종교 최고지도자 아야톨라(Ayatollah) 자리에 오른 루홀라 호메이니(Ruhollah Khomeini) 휘하 정부는 10세 이상의 모든 여성이 이슬람 예법에 따라 히잡(hijab)을 착용할 것을 의무화하는 제도를 신설했다. 해당 제도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현행 이슬람 법에서는 공공 품의를 모욕하는 모든 행위에 대하여 최소 10일, 최대 2개월의 징역 또는 74대의 채찍형을 구형할 수 있으며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으면 해당 혐의가 적용된다1). 2023년 3월에는 히잡 의무법을 위반한 여성에게 최대 미화 약 6만 달러(한화 약 7,7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의 법이 입법되었다2). 또한 공공장소에서 머리와 몸을 모두 가리는 의복을 입지 않는 여성은 이란 신정체제의 권력기관인 도덕경찰(Gasht-e Ershad)이 집행하는 검문·구금·벌금부과·체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3).
히잡 착용 의무화 조치가 발표된 당시부터 지금까지 많은 이란 여성들은 정부의 조치에 반발하고 있으며4), 2017년부터는 항의 차원에서 수요일마다 백색의 의상을 입는 하얀 수요일(White Wednesday)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이란 당국은 이러한 국민적 반발을 강경하게 진압했고5), 2022년 7월에는 에브라힘 라이시(Ebrahim Raisi) 대통령이 히잡 착용 단속을 더욱 강화하는 취지의 명령을 발동하기도 했다. 새롭게 강화된 조치에 따르면 히잡 미착용 여성은 정부기관이나 은행 출입이 불가능하고 대중교통도 이용할 수 없으며, 도덕경찰의 순찰도 더욱 강화되어 규정 위반자는 체포 및 폭행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시위사태의 기폭제: 아미니 사망사건
쿠르드족 출신 22세 이란 여성 지나 마사 아미니(Jina Mahsa Amini)는 2022년 9월 13일, 남자형제 및 사촌 등 가족들과 함께 수도 테헤란을 방문했다. 하지만 그녀가 하가니(Haghani) 기차역에 도착한 직후 도덕경찰은 이들이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하려 했는데, 사촌 2명은 무사히 도망쳤지만 아미니는 그대로 붙잡혀 인근 경찰서로 호송되었다. 도덕경찰은 아미니의 히잡이 머리카락 일부를 가리지 않은 점이 규제 위반이라고 주장하면서 그녀가 교육강좌를 수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비극적이게도 3일 후 아미니는 차가운 시신이 되어 부모의 품으로 돌아왔다.
목격자들에 의하면 도덕경찰은 아미니를 차량에 태워 경찰서로 호송하던 도중 그녀를 폭행했으며, 이들을 뒤쫓은 아미니의 사촌은 체포 2시간 여 후 젊은 여성들이 경찰서를 뛰쳐나오며 아미니가 살해당했다고 외치는 장면을 보았다고 아미니의 이모 알리야 아일리(Aliya Aili)에게 전했다. 9월 16일에 사망한 아미니에 대해 도덕경찰이 내놓은 설명은 그녀가 심장마비와 뇌발작을 일으켰다는 것이었으나, 조사 결과 외부 충격으로 인한 두개골 골절이 사인으로 밝혀지면서 그녀가 도덕경찰에 의한 납치와 살인이라는 심각한 인권 침해 범죄의 피해자임이 드러났다. 그러나 이란 수사당국은 이후 두부, 주요 장기, 팔다리에 대한 외부 충격은 아미니의 사인이 아니라는 반론을 내놓았으며6), 국영방송에서는 아미니가 경찰관을 향해 걸어가다가 갑자기 고꾸라지는 모습이라고 주장하는 가짜 영상을 송출하기도 했다.
이처럼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자 이란 여성들은 광범위한 비판을 제기하면서 일련의 시위를 개최하였으나, 이란 당국은 시위대를 가차없이 진압하면서 정부기관의 책임성 및 성평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억누르는 행보를 보였다.
시위사태 전개 및 이란 당국의 대응
아미니 사망 이후 이란 전국에서 발생한 시위의 최전선에는 여성이 있다. 아미니의 고향인 쿠르디스탄의 사케즈(Saqqez)에서는 여성이 집단으로 히잡을 벗어 찢고 공중에 흔드는 방식으로 정부에 항의했고, 한 시위자는 자동차 위에 올라타 히잡을 불에 태우기도 했다. 또한 사리(Sari) 지역에서도 여성들이 히잡을 대량으로 불태우는 방식의 시위를 전개했는데, 이들은 히잡을 불에 던져 넣으며 춤을 추면서 정부에 대한 항의의 목소리를 내는 데 함께했다. 한편 케르만(Kerman) 지역의 아자디 광장(Azadi Square)에서는 한 여성이 히잡을 벗고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가위로 잘라내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군중의 환호를 받았다. 아미니의 사망에 항의하는 삭발은 세계 각지의 여성이 자주 활용하는 시위 방식으로, 일례로 이라크 출신 스웨덴인으로 EU 의회 의원에 오른 아비르 알 살라니(Abir Al-Sahlani)는 의회 연설 도중에 삭발을 진행하기도 했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2022년 11월을 기준으로 이란 31개 주 중 22곳에서 시위대 사망자가 발생했고, 특히 시스탄 발루체스탄(Sistan-Baluchistan)에서는 123명, 그리고 아미니의 고향인 쿠르디스탄(Kurdistan)에서는 3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또한 인권운동가들은 사망한 시위대의 장례식이 추가 시위를 촉발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이란 보안군이 이들의 시신을 비밀리에 매장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7). 한편 언론사 힌두스탄타임스(Hindustan Times)는 2023년 1월 14일자 보도에서 아미니의 사망으로 2022년 9월 중순 촉발된 시위대와의 충돌 및 유혈진압 과정에서 이란 보안군이 최소 448명을 사살한 것으로 집계된다는 아랍뉴스(Arab News)의 보도를 인용했다. 같은 소식통에 의하면 이란 혁명수비대의 아미르알리 하지자데(Amirali Hajjizadeh) 사령관도 300명 이상이 사살되었다고 밝혔다.
시위 전개 도중에 아미니의 17세 조카인 아르칸(Arkan)도 당국에 체포되어 미화 약 1만 6,000달러(한화 약 2,000만 원) 상당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는데8), 재판부는 아르칸이 언론사에서 아미니에 관한 인터뷰에 참여한 점을 문제 삼았다. 2022년 9월 21일자 영국 가디언(Guardian)의 보도에 따르면 이란 당국은 아미니의 친지들에게 압력을 행사해 친(親)정부적 진술을 얻어냄으로써 전국적인 시위를 진정시키려고 시도했다9).
이에 더해 아미니의 사망을 처음으로 집중 조명했던 여성 기자 닐루파 하메디(Niloufar Hamedi) 또한 현재 체포 및 수감되어 악명높은 에빈(Evin) 형무소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10). 아미니 사망에서 약 3개월이 지난 시점에 이란 당국은 시위에 동참했던 모흐신 셰카(Mohsin Sheka)를 처형한 정부를 비판한 유명 여성 연예인인 타라네 알리두스티(Taraneh Alidoosti)를 체포하기도 했다. 알리두스티는 인스타그램 페이지에 “이런 학살을 보고도 아무런 대응에 나서지 않는 국제기구는 인류를 모독하는 것”이라는 취지의 내용을 게재한 바 있으나 현재 삭제되었다. 이러한 형태의 시위 동참자 처형 사실이 공개되기 직전 이란 고위급 관료는 도덕경찰 조직이 고위 지도층의 의사에 따라 폐지되었음을 밝히기도 했으나 도덕경찰의 존폐여부에 관한 이란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란의 여성 인권운동가 탄압
이란 당국은 여성 인권운동가 탄압을 위해 국가안보 저해 혐의를 적용하여 처벌하는 방식을 자주 활용한다. 일례로 2018년에는 유명 인권운동가로 오랜 구금 생활을 했던 샤파락 샤자리자데(Shaparak Shajarizadeh)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18년을 선고받았고, 2019년 8월에는 또다른 히잡 시위 동참자인 사바 코르다프샤리(Saba Kordafshari)가 징역 24년형에 처해졌다11). 이어 9월에 이란 정부는 히잡 의무화에 반대하는 운동을 주도했던 마시 알리네자드(Masih Alinejad)의 친지 3명을 체포했는데, 알리네자드는 동년 6월에 이란 사복경찰이 히잡 착용을 거부하는 15세 여아를 끌고 가는 영상을 온라인에 게재한 바 있다.
2019년 4월, 이란 당국은 야스민 아르야니(Yasmin Aryani)와 그녀의 모친인 모니레 아랍사히(Monireh Arabsahi), 그리고 모이간 케샤바르즈(Mojgan Keshavarz)를 체포하기도 했는데, 이들은 국제 여성의 날을 기념해 히잡 없이 지하철역을 걷는 영상을 게재한 당사자들이었다. 뒤이어 8월, 이란 혁명재판소는 반체제 선전·선동, 부패 및 매춘 조장 죄목을 적용해 상기 3인을 각각 16년, 16년, 23년형에 처했다12). 한편 유명 인권변호사인 나스린 스토우데(Nasrin Stoudeh) 또한 간첩행위 및 국가안보 저해죄 명목으로 궐석재판을 받아 징역 5년을 선고받았는데, 비판론자들은 해당 죄목이 단순한 명분일 뿐, 실제로는 이미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수감된 적이 있을 정도로 권력의 눈 밖에 난 그녀가 정치범이나 히잡 의무화에 반대하는 시위 전개자들을 변호한 데 따른 처벌이라고 주장한다13). 이외에 이란 당국은 자신들의 관점에서 이른바 ‘비도덕적’ 행실을 보이는 여성에게 산성 용액을 투척한 범죄자들을 비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UN의 반응
국제연합(UN) 인권이사회 고등판무관실이 2022년 10월 26일 배포한 이란 내 상황 관련 보도자료는 “UN 인권 전문가들은 지나 마사 아미니 사망 이후 이란 보안군의 시위대 사살 및 무력진압을 규탄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해당 자료는 또한 임의 체포 및 구금, 성폭력, 과도한 무력 사용, 고문, 강제 납치 관련 의혹을 제기하면서, 해당 의혹을 철저하고 독립적으로 조사해 책임자들을 처벌할 것을 촉구했다.
UN 인권 전문가들은 날마다 이란에서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수천 명의 시민 중 다수가 어린이, 여성, 노인이라며, 시위 및 공공장소에서의 여성 대상 물리적·성적 폭력, 구치소 혹은 공공장소에서의 여성 및 여아 권리 침해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UN은 이란 당국이 시위 참여자들의 가족도 위협 및 괴롭힘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불법 심문으로 끌어낸 이들의 거짓 정보가 사망자 발생의 책임을 시위대 폭도들이나 이란의 적국으로 돌리는 데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결론
지나 마사 아미니의 비극적 사망과 그 이후 전개된 시위사태는 이란 정부의 히잡 착용 강요와 개인의 권리 및 자유 억압을 둘러싼 뿌리깊은 문제를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아미니를 납치해 살해한 이란 도덕경찰은 끔찍한 인권침해를 자행한 주체로서, 광범위한 폭력과 탄압의 중심에 국가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큰 우려를 낳았다.
이란 당국이 아미니의 사망이 촉발한 시위에 대응하는 방식에서도 잔혹성과 기본적 인권 경시 성향을 발견할 수 있다. 지금까지 지적된 보안군 대응상의 문제에는 사망자 시신 암매장, 임의 체포 및 구금, 여성 및 여아 대상 물리적·성적 폭력 등이 있고, 정부 조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체계적으로 억압하거나 시위 참여자의 가족을 위협하는 사례 또한 반대 의견을 억누르려는 의도를 보여준다.
히잡 의무화 제도는 이란 내에서도 오랜 기간 논란의 중심에 있었고, 이란 여성들은 국내외 인권운동가들과 함께 개인의 선택권과 자유를 침해하는 이러한 조치에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하얀 수요일 운동을 비롯해 히잡 의무화 제도에 대한 저항을 표방하는 다양한 시민운동은 이란의 변화를 추구하는 이들의 결의를 보여준다.
UN 인권위원회를 비롯한 국제사회 또한 이란 정부의 시위대 폭력진압을 규탄하면서 대민범죄를 저지른 책임자들을 철저히 조사해 처벌할 것을 촉구했다. 현재 세계 각지의 많은 개인 및 기관이 이란 여성 및 권익신장 운동가들을 지원하고 이들과 연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란의 히잡 의무화 논란은 일국의 경계를 넘어서는 문제로도 발전한 상황이다. 이번 히잡 논쟁은 종교경전의 해석, 그리고 신앙·문화적 차원의 개인 선택권 존중과 관련한 많은 질문을 던지는데, 이슬람권 내부에서조차 쿠란의 특정 내용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여성의 히잡 착용 필요성 여부에 대한 판단이 나뉜다는 점에서 이 문제의 복잡한 성격을 짐작해볼 수 있다.
한편 이란 당국은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자 2023년 초 히잡 단속을 다소 완화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4월 공공장소와 도로 등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하여 히잡 미착용자에 대한 단속을 시작하였다. 또한 ‘히잡 및 순결 보호 법안’을 발의하여 한층 강화된 히잡법을 적용하려 하고 있다. 단속에 적발된 여성에게는 더 긴 형기와 더 많은 벌금을 부과하고, 유명인이나 기업인에게는 더 가혹한 형벌을 내리고, 심지어는 정신과 치료를 받도록 강제한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유례없이 강력한 처벌 규정을 도입한 법안에 이란 국민과 세계 각국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나 마사 아미니의 비극적 죽음과 이에 따른 시위사태는 이란 내부에서 전개 중인 자유 및 성평등을 위한 투쟁을 조명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란 정부의 탄압적이고 폭력적인 대응은 인권과 개인의 자유를 수호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지금도 이란 여성 및 이들과 동조하는 세계의 여러 주체들은 결연한 의지를 바탕으로 정의 실현 및 개인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투쟁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 각주
1) https://www.ohchr.org/en/press-releases/2023/04/repressive-enforcement-iranian-hijab-laws-symbolises-gender-based
2) https://www.rferl.org/a/iran-new-hijab-law-prohibits-physical-punishment/32336235.html
3) Iran Protesters seek end of an Islamic Republic…. By Benoit Faucon and Michael Amon, The Wall Street Journal, Sept 28, 2022.
4) For full report see ‘Mahsa Amini was beaten severely ……’ Indian Express, 28 September 2023
5) Golnaz Esfandiari, Radio FreeEurope, Sept 29, 2022
6) Aljazeera of 7 October 2022 quoting Iranian officials
7) Wion, November 19, 202
8) https://iranwire.com/en/women/107777-exclusive-family-confirm-the-regimes-claims-about-mahsa-amini-are-lies/
9) This is the best report on the happening in Iran.
10) Twitter.com/fridaghitis/status/15769731162579099649?lang==en
11) For this and all cases of punitive action against women’s rights activists see Country Report on Human Rights Practices for 2019, United States Department of Democracy, Human Rights and Labour.
12) 2020 Country Reports on Human Rights Practices: the Islamic Republic of Iran, US Department of State, March 30, 2021156793
13) Iran 2019 Human Rights Report. See Note 3 ab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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