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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남아프리카의 에너지 위기와 부패

남아프리카공화국 한강욱 전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2023/09/05

현대사회에서 전기는 인간 생활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국제연합(UN, The United Nations)은 지속가능한 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의 일곱 번째 항목으로 모든 사람들을 위한 저렴하고,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에 대한 접근성(access to affordable, reliable, and sustainable energy for all)을 명시하고 있다1).  

1996년 12월에 공포되고 이듬해 2월에 발효된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헌법은 환경, 주거, 보건, 음식, 물 및 사회보장 등 인간의 기본적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들을 국가가 보장할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물론, 전기 공급에 관한 내용이 직접적으로 포함되어 있지는 않으나 국가가 국민의 사회적 권리를 보장할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의 헌법과 큰 차이를 지닌다. 하지만, 남아공은 2023년 2월 전력난으로 인한 국가위기가 선포될 정도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남아공의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종식 이후, 정부의 국민에 대한 사회권 보장 의무를 명시할 정도로 진보적인 헌법을 채택한 국가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에너지 위기로 인해 국민들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남아공의 전력 공급 현황
전세계적으로 전기에 대한 접근성은 점차 향상되고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의 자료2)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세계인구의 91.4%가 전기 사용이 가능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 이는 2000년의 78.4%에 비해 13%p 상승한 수치이다. 하지만 2021년 기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Sub-Saharan Africa) 주민의 절반 정도만(50.6%)이 전기가 공급되는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는 2000년의 25.7%에 비해 두 배가량 상승한 수치이기는 하지만, 사하라 이남의 주민들은 여전히 전기가 가져다 주는 혜택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남아공의 전기 문제는 두드러진다. 작년부터 급격히 악화된 에너지 위기로 인해 하루 10시간가량 전기 공급이 중단되는 사태도 발생하고 있다. 남아공 발전(發電)의 74%를 차지하고 있는 석탄 발전소의 노후화와 신규 발전소의 공사 지연으로 인해 전력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3). 특히, 남아공 경제의 7.5%를 차지하는 광산업 생산까지도 완전히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이러한 전력난으로 인해 국제통화기금(IMF, International Monetary Fund)은 남아공의 2023년 경제성장률을 0.1%로 예상한 바 있다4)

그러나 남아공의 전력 공급 문제를 일부 양적 지표만으로 진단하기는 어렵다. 단순히 전력 공급 관련 수치로 전력 문제를 진단한다면, 남아공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 중에서는 비교적 높은 전력 공급 수준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남아공 주민의 89.3%가 전력 공급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2021년 실시된 아프로바로미터(Afrobarometer)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2%가 자신의 거주지에 전력망이 연결되어 있다고 응답하였다5). 남아공의 전력 공급을 책임지는 국영기업인 에스콤(Eskom)이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전력공급 사업자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현재 남아공이 올해 2월 국가재난상황을 선포할 정도의 에너지 난을 겪고 있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전력 공급의 질적 수준을 살펴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에너지 위기가 발생하기 전(2021년)에 실시된 아프로바로미터 설문조사에서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있다고 응답한 남아공 국민은 72%였다. 18%의 국민들은 전력망이 연결되어 있으나 전력 공급이 불안정하다고 응답하였고, 8%의 국민들은 전력망이 자신의 거주지까지 연결되어 있지 않다고 응답하였다6). 전력 공급에 대한 양적 지표가 남아공 전기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현재 남아공이 겪고 있는 에너지 위기로 보다 분명해지고 있다.

남아공의 에너지 위기와 부패
남아공이 현재 겪고 있는 에너지 위기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현재 생산 중인 전력 시설의 노후화와 전력을 생산 할 수 있는 기반 시설의 부족을 들 수 있다. 남아공은 전력 생산량의 상당부분(74%)을 석탄 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남아공 석탄 발전소의 평균 연식은 41년으로 통상적인 석탄 발전소의 설계 수명인 30년을 훌쩍 뛰어 넘고 있다7). 특히, 당초 2014년 완공 예정이었던 쿠실레(Kusile)와 메두피(Medupi) 발전소의 건설이 계속 지연되어 결국 완공 예정은 2024년으로 미루어졌다. 두 발전소의 발전 용량은 9,600 메가와트(MW, megawatt)로 현재 남아공의 총 생산 전력량(58,095 MW)의 약 16.5%에 해당하는 양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이들 발전소가 제때 완공되었다면 현재 남아공이 겪고 있는 에너지 위기 문제는 일정 부분 해소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잘못된 발전소 설계와 부패 문제로 인해 공사 기간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두 발전소의 건설비는 당초 예상했던 비용의 두 배가량 불어나게 되었다8)

에스콤의 최고경영자였던 안드레 드 루이터(Andre de Ruyter)는 자신의 저서에서 남아공이 겪고 있는 에너지 위기는 에스콤에 만연한 부패 때문이라고 폭로하면서. 이러한 부패 행위에는 범죄조직과 정치권이 연루되어 있다고 주장하였다. 드 루이터에 따르면 부패는 조달 과정에 집중되었는데, 내부에 만연한 부패로 인해 에스콤의 부채는 2007년 400억 랜드(한화 약 2조 7,948억 원)에서 2020년 4,830억 랜드(33조 7,4768억 원)까지 불어났다. 그는 남아공 전력 문제 해결의 가장 큰 열쇠를 쥐고 있는 쿠실레(Kusile) 석탄발전소에서도 납품 관련 비리가 발생했다고 주장하였다9). 그는 매달 부패로 인해 5,500만 달러(한화 약 738억 원)규모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막대한 채무가 에스콤이 충분한 전력을 생산할 수 없는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10). 현재 남아공의 전력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신규 발전 설비 건설, 사용 중인 발전 설비의 개선, 재생에너지 전환 등이 필수적인데 부패로 인한 에스콤의 막대한 채무는 이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에 따르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측정한 남아공의 부패인식지수(CPI, Corruption Perception Index)는 43으로 사하라 이남 평균(32)에 비해 약간 낮은 수준이다11). 하지만 남아공 국민들이 체감하는 부패 수준은 CPI 측정치와는 사뭇 다르다. 2021년 아프로바로미터 설문조사에 따르면 남아공 응답자의 72%가 부패 상황이 악화되었다고 응답하였다. 이에 따라 민주주의에 불만족하는 남아공 응답자의 비율 또한 2006년 31%에서 2021년 67%로 높아졌다12). 제이콥 주마(Jacob Zuma) 전(前) 대통령의 비리혐의로 인한 구속에서 알 수 있듯이, 특히 공공부문의 부패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심지어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현직 대통령 시릴 라마포사(Cyril Ramaphosa) 또한 부패 스캔들에 휘말린 적이 있다. 아파르트헤이트 이후 민주화의 진전에도 선거에 의해 선출된 지도자들은 자신이 속한 개인적 네트워크에 기반하여 특정 집단에게 혜택을 배분하였고, 자원 배분에 있어 빈곤층은 배제되었다13). 현재 남아공의 지니계수(gini coefficient)는 63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부패는 전력 공급 설비의 건설 및 운용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전기에 대한 접근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프리카 18개국을 대상으로 한 연구14)에 따르면, 빈곤층일수록 의료, 치안, 서류 발급, 교육, 상수도, 전화 및 전기 서비스에 접근하기 위해 뇌물을 제공한 경험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부유층의 경우, 관료의 뇌물 요구를 피해 사적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경제적 여유가 있으나 빈곤층은 이러한 서비스에 접근할 여유가 없기 때문에 국가 및 공공부문이 제공해주는 서비스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빈곤층은 관료의 뇌물 요구에 응할 수 밖에 없다.

2015년과 2018년에 실시된 아프로바로미터 설문조사 결과 또한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 한다. <그림 1>은 남아공 응답자들의 상하수도, 전화 및 전기 서비스에 접근하기 위해 관료에게 뇌물을 공여한 경험 유무를 빈곤 수준에 따라 정리한 것이다15).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부유층(매우 낮음)의 경우 뇌물을 건넨 경험이 있는 응답자의 비율은 약 4.39%였으나 경제적 여유가 없는 빈곤층(높음)의 경우에는 약 11.75%의 응답자가 뇌물을 건넨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남아공에서 부패가 시민들의 전력망에 대한 접근성을 저해하고, 특히 빈곤층이 겪는 전력 부족을 보다 심화시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림 1> 빈곤 수준에 따른 뇌물 공여 경험


자료: Afrobarometer Round 6, Round 7


결론
현재 남아공이 직면한 에너지 위기의 표면적 원인은 노후화된 발전 설비와 전력 생산 시설의 부족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부패라 할 수 있다. 에스콤은 석탄 발전에 의한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추진중이며, 2035년까지 현재 발전 용량의 절반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16). 그러나 정치권과 범죄 조직이 연루된 에스콤의 부패 문제가 지속된다면 남아공의 재생에너지 전환 정책 또한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특히, 발전 설비의 조달과 건설 과정에서의 부패는 쿠실레와 메두피 발전소와 같이 과도한 비용 소요 및 공사 기간 연장과 같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재 에스콤이 부담하고 있는 막대한 부채와 이에 따른 높은 이자비용은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투자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국제 사회의 도움이 절실하지만, 에스콤 내부의 부패 문제는 국제 사회의 남아공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고 있다.

현재 남아공 정부는 당면한 에너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석탄 발전소의 폐쇄를 늦추는 방안을 고려 중에 있다17). 남아공 정부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유럽연합(EU)으로부터 85억 달러(한화 약 11조 4,000억 원)의 지원을 받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석탄 발전소의 가동 연한을 늘리는 것은 현재 남아공이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 추진하고 있는 올바른 에너지 전환 정책(Just Energy Transition Policy)의 추진을 더디게 만들 것이다. 특히,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건설의 소요 기간은 2년 이하로 석탄 발전소의 건설 기간(10~12년)에 비해 상당히 짧다18). 따라서 현재 에너지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이 노후화된 발전 설비라는 점에서 석탄 발전소의 가동 연한 증가는 내년 선거를 앞둔 라마포사 정부의 궁여지책에 불과할 것이다19). 남아공 정부는 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해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사회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부패 문제의 해결 방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 각주
1) 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me. 2019. What are the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https://www.undp.org/sustainable-development-goals
2)  World Bank. Access to Electricity (% of Population). https://data.worldbank.org/indicator/EG.ELC.ACCS.ZS
3) Winkler, Hartmut. 2023. “South Africa’s Power Crisis will Continue Until 2025 – and Blackouts Will Take 5 Years to Phase Out.” The Conversation, June 7. https://theconversation.com/south-africas-power-crisis-will-continue-until-2025-and-blackouts-will-take-5-years-to-phase-out-206343
4) Stoddard, Ed. 2023. “Eskom’s Stage 8 Warning is a Chilling Prospect for SA’s Economy.” Daily Maverick, May 18. https://www.dailymaverick.co.za/article/2023-05-18-eskoms-stage-8-warning-is-a-chilling-prospect-for-sas-economy/
5) Afrobarometer. 2021. “South Africa Round 8 Summary of Results.” https://www.afrobarometer.org/wp-content/uploads/2022/02/summary_of_results-south_africa_r8_26nov21.pdf
6) Ibid.
7) World Bank. 2023. “Factsheet: Eskom Just Energy Transition Project in South Africa.” World Bank, June 5. https://www.worldbank.org/en/news/factsheet/2023/06/05/factsheet-eskom-just-energy-transition-project-in-afe-south-africa#:~:text=Its%2015%20coal%2Dfired%20power,country's%2052.5%20GW%20installed%20capacity.
8) Illidge, Myles. 2022. “Medupi and Kusile – Eight Years Late and R300 Billion over Budget.” Mybroadband, May 13. https://mybroadband.co.za/news/energy/443784-medupi-and-kusile-eight-years-late-and-r300-billion-over-budget.html
9) Gottschalk, Keith. 2023. “Corruption in South Africa: Former CEO’s Explosive Book Exposes How State Power Utility Was Destroyed.” The Conversation, May 24. https://theconversation.com/corruption-in-south-africa-former-ceos-explosive-book-exposes-how-state-power-utility-was-destroyed-206101
10) du Plessis, Carien. 2023. “South Africa’s Eskom Losing Well over $55 Million a Month through Theft, Ex-CEO Says.” Reuters, April 26. https://mybroadband.co.za/news/energy/443784-medupi-and-kusile-eight-years-late-and-r300-billion-over-budget.html
11) Transparency International. 2023. “CPI 2022 For Sub-Saharan Africa: Corruption Compounding Multiple Crises.” https://www.transparency.org/en/news/cpi-2022-sub-saharan-africa-corruption-compounding-multiple-crises
12) Keulder, Chrisitiaan, and Robert Mattes. 2021. “Why Are Africans Dissatified with Democracy? Think Corruption.” Washington Post, November 2021. https://www.washingtonpost.com/politics/2021/11/19/why-are-africans-dissatisfied-with-democracy-think-corruption/
13) Koelbel, Thomas A. “Poverty, Corruption and Democracy: The Role of ‘Political Society’ in Post-Colonial South Africa.” Globalizations 19(7): 1135-49.
14)  Justesen, Mogens K., and Christian Bjørnskov. 2014. “Exploiting the Poor: Bureaucratic Corruption and Poverty in Africa.” World Development 58: 106-15.
15) 2021년에 실시된 아프로바로미터 설문조사에는 상하수도, 전화 및 전기 서비스에 접근하기 위해 뇌물을 공여한 경험에 대한 설문이 없다. 이러한 이유로 2015년, 2018년 아프로바로미터 설문조사 데이터를 활용하였다.
16) Gumbi, Kopano. 2022. “South Africa’s Eskom Makes Progress on Renewable Energy Transition.” Reuters, October 15. https://www.reuters.com/world/africa/safricas-eskom-makes-progress-renewable-energy-transition-2022-10-15/
17) Magome, Mogomotsi. 2023. “Blackout-beset South Africa May Delay Closing Coal Stations.” Associated Press, April 25. https://apnews.com/article/south-africa-electricity-crisis-coal-climate-7a6755a3d5b8e80f23584ed13a0df4df
18) World Bank. 2023. “Factsheet: Eskom Just Energy Transition Project in South Africa.” World Bank, June 5. https://www.worldbank.org/en/news/factsheet/2023/06/05/factsheet-eskom-just-energy-transition-project-in-afe-south-africa#:~:text=Its%2015%20coal%2Dfired%20power,country's%2052.5%20GW%20installed%20capacity.
19) Magome, Mogomotsi. 2023. “Blackout-beset South Africa May Delay Closing Coal Stations.” Associated Press, April 25. https://apnews.com/article/south-africa-electricity-crisis-coal-climate-7a6755a3d5b8e80f23584ed13a0df4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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