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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렌드

[이슈트렌드] 과테말라, 선거 불복 논란 고조…기득권의 쿠데타인가

과테말라 EMERICs - - 2023/12/15

☐ 과테말라 검찰, “총선은 무효”

◦ 선거 명단에 문제 제기한 검찰
- 과테말라 검찰이 총선 투표 과정을 문제 삼았다. 지난 2023년 6월 25일에 총선을 치른 이후 계속해서 투표 및 개표 절차를 조사 중인 검찰은 총선 당시 사용된 투표자 명단이 선거 관할 기구인 최고선거재판소(TSE, Tribunal Supremo Electoral)가 승인한 명단과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명단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총선 결과는 원천적으로 무효라는 입장도 밝혔다.
- 과테말라는 총선에서 대통령 1차 투표, 국회의원 선출 투표, 그리고 지방 자치 단체장 선출 투표를 동시에 진행했다. 따라서 검찰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들 투표 결과가 모두 효력을 잃게 된다. 국회의원과 지방 자치 단체장은 즉시 당선이 취소되는 것이고, 대통령은 비록 결선 투표에 가서야 최종 승리자가 가려졌지만, 결선 진출자를 가린 1차 투표에 문제가 있었기에 자연히 1차 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진행된 결선 투표도 무효가 될 수 있다.

◦ 최고선거재판소, “과정에 아무런 문제 없어”
- 투표자 명단 적정성에 이의를 제기한 검찰의 발표에 대해 최고선거재판소는 “선거 과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최고선거재판소는 “총선과 대선 결선 투표 이상 유무를 이미 면밀히 점검했으며, 투표 결과를 취소할 만큼 심각한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언급한 후, “따라서 총선 및 대선 결선 투표 결과는 확고하고, 법적으로 인정되는 공식 결과이기에 바꿀 수 없다”고 강한 어조로 검찰의 주장을 맞받아쳤다. 
- 검찰과의 이번 논쟁 이전에도 최고선거재판소는 선거와 관련하여 몇 개월째 계속해서 검찰과 마찰을 빚고 있다. 검찰은 대선 결선 투표 직후 산드라 토레스(Sandra Torres) 후보를 내세웠다가 패배한 희망국가연대(UNE, Unidad Nacional de la Esperanza)의 개표 오류 의혹을 받아들여 최고선거재판소를 압수 수색까지 했다. 그리고 검찰의 수사가 있을 때마다 최고선거재판소는 총선과 대선 결선 투표 모두 깨끗한 선거였다고 거듭 강조했다. 

☐ 정권 교체 막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검찰과 사법부

◦ 목표는 아레발로 당선인과 풀뿌리운동
- 이처럼 검찰이 총선 과정을 문제 삼는 의도는 명백하다. 그것은 국회의원 투표도, 지방 자치 단체장 투표 취소도 아닌 대선 투표 결과 취소이다. 과테말라 정치계에서 철저히 변방에 있었던 베르나르도 아레발로(Bernardo Arevalo) 대통령 당선인이 결선 투표 끝에 영부인을 지내기도 했던 정치 거물 토레스 후보에게서 승리를 거두고 정권 교체를 가시권에 둔 직후부터, 과테말라 기성 정치계와 권력자들이 아레발로 당선인을 공격하고 있다.
- 친정부 성향의 사법부가 아레발로 당선인의 소속당 풀뿌리운동(MS, Movimiento Semilla)을 과거 지지 서명을 받을 당시 사소한 이상이 있었다는 이유로 활동 중지시킨 것을 시작으로, 과테말라 검찰은 아레발로 당선인이 지닌 불기소 특권을 취소하고 형사 수사 대상으로 삼으려고 시도했다. 그리고 그러한 시도가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자, 이번에는 총선 과정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 점입가경... 모든 것을 문제 삼는 현 기득권
- 당초, 검찰은 총선 과정과 결과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았다. 총선 이후 개표기 오류에 대한 수사 정도를 진행했으나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결선 투표 이후에는 아레발로 당선인을 형사 고소하려 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였다.
- 아레발로 당선인과 주변인을 향한 공격은 검찰 외에 사법부와 입법부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법원은 앞서 언급했듯이 풀뿌리운동을 활동 중지 처분했고, 현 집권 여당 의원이 다수인 하원은 선거 결과 유효 입장을 고수하는 최고선거재판소 법관 4명의 불기소 특권을 박탈했다. 해당 표결이 나온 후, 불기소 특권을 빼앗긴 법관 중 3명이 신변상의 안전을 이유로 과테말라를 떠나 해외로 거주지를 옮겼다. 

☐ 제재 카드 꺼내 드는 미국과 EU

◦ 서방 세계, “과테말라 정계와 검찰, 사법부는 선거 결과 인정하라”
- 선거 결과를 두고 마찰과 논란이 계속되자, 미국을 위시한 서방 세계는 과테말라 기성 정치 세력과 친정부 성향의 사법부, 그리고 여당 의원이 다수인 입법부를 향해 선거 결과를 수용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과테말라에서 권력을 행사한 이들은 아레발로 당선인의 취임을 막기 위한 움직임을 계속하고 있다.
- 결국 미국은 과테말라 정계와 법조계 인물에 대한 제재를 시행했다. 미 정부는 최근 약 300명에 이르는 과테말라인을 제재 명단에 포함하고 미국 비자 발급을 거부할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해당 명단에는 100여 명에 이르는 국회의원을 비롯하여 선거 결과 무효화 시도에 동참하는 인물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 한편, 비슷한 시기 유럽연합(EU) 역시 과테말라에 대한 제재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EU는 회원국 전원이 아레발로 당선인을 지지한다고 발표하면서,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인물의 비자 발급을 금지하고, 그들이 보유한 해외 자산을 동결 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 국제 사회의 엄포에 아랑곳하지 않는 정·법조계... 후폭풍 심해지나
- 과테말라는 오랜 기간 정치권의 부패와 유착이 큰 문제로 지적되었다. 아레발로 당선인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가장 중요한 지상 과제로 내세운 부패 척결 공약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취임 후 성역 없는 수사를 말하고 있는 이상, 아레발로 당선인의 취임 이후 정계 및 법조계 인물 다수의 거취가 위험해질 수 있다. 검찰과 사법부, 국회까지 나서 전방위적으로 아레발로 당선인을 압박하는 데에는 이처럼 아레발로 당선인의 취임이 그들에게는 사활이 걸린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하지만 미국이 제재를 시작했고 EU도 강력한 제재를 시사한 이상, 아레발로 당선인의 취임이 무산되면 과테말라는 지금보다 훨씬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레발로 당선인이 아닌 다른 인물이 지도자가 된 정부를 미국과 EU가 인정하지 않을 경우, 베네수엘라와 같은 제재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과테말라의 기득 세력이 그러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선거 결과를 무효로 하기 위한 시도를 계속할 것인가, 아레발로 당선인의 정상적인 취임이 가능할 것인가와 그에 따른 국제 사회의 대응 변화를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 감수 : 김영철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Anadolu Agency, US imposes visa restrictions on nearly 300 Guatemalans for 'undermining democracy', 2023.12.12.
The Diplomat, EU unanimously backs Guatemala’s president-elect at Spain’s request, 2023.12.12.
LaHora.gt, After actions by the MP, the European Union says that sanctions are on the way, 2023.12.08.
Reuters, Guatemala Congress strips electoral judges of immunity in troubled transition, 2023.12.02.
Fox New, Electoral magistrates flee Guatemala after being stripped of legal immunity, 2023.12.01.
Aljazeera, What’s behind efforts to strip Guatemala’s president-elect of his immunity?, 2023.11.23.
France 24, Guatemalan electoral court says Arevalo's election 'formalized and unchangeable', 2023.12.08.
Barron’s, Merco Press, France 24, Barron’s, Reuters, 2023.12.09.
Reuters, Taiwan 'reassured' on formal ties with Guatemala under incoming president, 2023.12.08.
Merco Press, Guatemalan Prosecutors want June 25 elections annulled, 2023.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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