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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렌드

[이슈트렌드] 페루, 후지모리 전 대통령 석방…국제 사회 비판 일어

페루 EMERICs - - 2023/12/15

☐ 후지모리 전 대통령 출소

◦ 헌법재판소, 후지모리 전 대통령 석방 명령
- 16년 동안 교도소 생활을 하던 알베르토 후지모리(Alberto Fujimori) 전 대통령이 자유의 몸이 되었다. 페루 현지 시각으로 2023년 12월 4일, 페루 헌법재판소가 후지모리 전 대통령을 출소시키라고 지시했으며 이틀 후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가족과 자신의 지지자들이 환영하는 가운데 자택으로 돌아갔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 석방은 대다수가 예상치 못하던 시기에 급작스럽게 결정되어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 후지모리 전 대통령이 자유의 몸이 되기 나흘 전, 다시 말해 헌법재판소가 석방 명령을 내리기 불과 이틀 전 페루 형사 법원은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석방을 허용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1938년생인 그가 올해로 만 85세의 고령이며, 장기간 교도소 생활을 하면서 건강이 악화되었다는 이유로 인신 보호를 신청했다. 하지만, 형사 법원은 인신 보호 청원을 수용할 수 있는 권한이 형사 법원에는 없다는 이유로 해당 건의 결정을 헌법재판소로 넘겼는데, 이후 지금의 결정이 내려졌다.

◦ 근거는 2017년 사면
-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2007년 수감, 2009년 학살, 인권 침해, 뇌물 수수, 부정 선거 등의 죄목으로 25년 형을 받아 교도소에서 생을 마감할 것으로 예상되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2017년,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Pedro Pablo Kuczynski) 전 대통령이 후지모리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권을 행사하면서 출소 가능성을 지폈다.
- 그러나 쿠친스키 전 대통령의 사면으로 잠시 자유를 찾았던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2018년 대법원이 사면을 취소하면서 다시 수감되었다. 이후 2022년 헌법재판소가 후지모리 전 대통령이 신청한 인신 보호 청원을 수용했으나, 페드로 카스티요(Pedro Castillo) 당시 대통령이 석방을 불허하면서 교도소에 남게 되었다. 그리고 1년여 후 또다시 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의견 차이를 보였지만 결국 헌법재판소 판단이 인정되었다. 

☐ 인권 기구와 피해 유가족 반발

◦ 후지모리 전 대통령 사면 반대했던 미주인권위원회
- 후지모리 전 대통령이 2017년 사면을 받았음에도 이내 다시 수감 되어 지금까지 교도소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미주인권위원회(IACHR, Inter-American Commission on Human Rights)가 후지모리 대통령 사면에 크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2022년 카스티요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수용하지 않았던 데에는 인권 범죄자에 대해서는 IACHR의 판결에 구속력이 있다고 해석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 이번에 페루 헌법재판소가 다시 한번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석방을 지시했고, 결국 인권 범죄자가 자유를 찾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IACHR은 즉시 유감의 뜻을 밝혔다. 이어서, 2022년 당시와 마찬가지로, 페루는 후지모리 전 대통령 석방을 반드시 재고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 인권 단체, “페루가 국제법 무시”
- 후지모리 전 대통령 석방에 대해 국제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는 “페루가 국제법을 준수해야 하는 의무를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주아니타 괴베르투스(Juanita Goebertus) 휴먼라이츠워치 아메리카 지부장은 “이는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범죄 희생자에 대한 모욕이며, 미주기구(OAS, Organization of American States)는 이를 매우 심각한 사안으로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또한, 후지모리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자행한 반정부 인사들에 대한 학살로 희생된 사람들의 유가족 역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극렬히 반대했다. 여기에, 정치적으로 후지모리 전 대통령에 반대했던 진영에서도 2017년 사면은 탄핵을 피하기 위한 쿠친스키 전 대통령과 후지모리 계파의 정치 거래로 무효이며, 중형을 선고받은 무도한 범죄자를 풀어주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 높였다. 

☐ 후지모리 계파가 장악한 국회... 과거로 역주행 하나

◦ 여전히 강력한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유산
- 페루 대통령으로 10년간 집권하며 정치적으로 위세를 떨쳤던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그의 계파를 페루 정계에 남겨두었고, 소위 후지모리 계파는 아직도 페루 정치권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 2021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딸 케이코 후지모리(Keiko Fujimori)가 대선에 출마했고, 아버지가 중형을 받은 범죄자임에도 그 후광으로 결선 투표까지 진출했다.
- 2022년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석방을 반대한 카스티요 전 대통령을 탄핵하고, 나아가 구속까지 시킨 주체도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계파가 주류인 현 야당이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후임자인 디나 볼루아르테(Dina Boluarte) 현 대통령도 야당의 탄핵 결정을 공개 지지하면서 취임한 만큼, 현재 페루 정계는 후지모리 계파가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대규모 시위 움직임 다시 보이기 시작... 혼란의 페루
-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석방은 카스티요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분노도 촉발했다. 오랜 시간 페루 정계의 주류 세력과는 달리 인권 문제에 민감했던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후지모리 전 대통령 사면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는데, 이제는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자유의 몸이 된 반면, 국회에 의해 탄핵된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교도소 신세를 지고 있기 때문이다.
- 이번 후지모리 전 대통령 사면을 두고 페루 정치가 다시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힘들게 이룬 정권 교체는 카스티요 전 대통령 구속으로 사실상 무산되었고, 대선으로 심판받았던 구 정치 세력이 다시금 힘을 되찾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2016년 이후 단 한 명의 대통령도 임기를 채우지 못한 혼돈 국면이 계속되는 페루 정치권의 향후 향방이 어떻게 될지, 케이코 후지모리가 다시금 대권 주자로 떠오를 수 있게 될지, 그리고 그에 대해 국제 사회는 어떠한 평가를 내릴지 계속해서 예의 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감수 : 김영철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Just Security, Ex-President’s Release Raises a Red Flag on Peru’s Democracy, 2023.12.12.
El Pais, December, a cursed month for Peru, 2023.12.12.
Merco Press, Peru: Lower Court rules against releasing Fujimori, 2023.12.02.
Reuters, Peru courts block ex-President Fujimori's pardon, green light trial of daughter, 2023.12.02.
El Pais, Fujimori’s release sparks diplomatic dispute between Peru and the Inter-American Court of Human Rights, 2023.12.06.
Jurist, Peru dispatch: Constitutional Court’s affirmation of ex-president’s pardon opposed by international tribunal privileges politics over rights, 2023.12.03.
France 24, Peru's Constitutional Court orders release of ex-president Alberto Fujimori, 2023.12.05.
Human Rights Watch, Peru: Fujimori’s Release Violates International Law, 2023.12.06.
Aljazeera, Former President Alberto Fujimori released from Peru prison after 16 years, 2023.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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