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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케냐 실링 환율 불안정의 원인과 대응 방안

케냐 Jared Ariemba Department of Accounting and Finance, Technical University of Kenya Senior Lecturer 2024/05/24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시장중심 환율제도(market-driven exchange rate redime)를 채택한 케냐에서는 국가 공식 화폐인 케냐 실링(KES, 이하 ‘실링’)의 가치가 대체로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케냐 중앙은행(CBK: Central Bank of Kenya)의 외환시장 개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개입은 실링 가치 급변에 대한 대응 목적으로만 이루어지며 그 방식도 외화 매수 또는 매각이라는 형태로 제한된다. 아울러 CBK는 케냐 중앙은행법(Central Bank of Kenya Act)에 따라 약 4개월간의 수입대금에 해당하는 외환 보유량을 유지할 의무를 진다.

2023년 말에서 2024년 초에 걸친 케냐 실링의 급격한 가치 하락은 케냐 경제의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실링의 가치가 2023년 한 해 동안 20% 이상 평가절하된 가운데, CBK가 동년 12월 말일에 집계한 환율은 156 실링에 달했고, 2024년 1월 말에 이르러서는 160 실링 방어선도 붕괴되었다. 2022년 1월의 환율이 달러당 112 실링, 2023년 1월의 환율이 123 실링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2024년 1월 22일에 기록된 달러당 162 실링이라는 사상 최고치의 환율은 통화가치가 얼마나 급격한 변동을 겪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케냐 통계청(KNBS)에 의하면 세계 주요 통화 대비 실링의 가치는 2019~2023년 지속적 하락세를 보였으며, 2023년 3/4분기의 하락폭도 전년 동기에 비해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난다.1) 실링은 유로(EUR, 30.3%), 파운드(GBP, 29.7%), 달러(USD, 20.6%), 엔(JPY, 15.3%) 등 주요 통화 모두를 대상으로 상당한 낙폭을 기록함에 더해, 남아공 랜드(ZAR), 탄자니아 실링(TZS), 우간다 실링(UGX) 등 아프리카 내 주요 통화에 비해서도 약세를 보였다. 이와 같은 실링 가치의 폭락은 케냐 외환시장에 큰 혼란을 초래하며 시장의 일부 주체들이 앞으로의 추가 가치 하락에 대비해 달러를 사재기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었다.

실링이 이처럼 평가절하된 원인으로는 순수입국인 케냐의 무역수지 적자, 부채 상환비용 부담 등의 내부적 요인과 함께 미국의 연속적인 금리 인상이라는 외부적인 요인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물가가 치솟으면서 인플레이션이 9%대를 넘어서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Federal Reserve Board)는 2022년 3월부터 2023년 3월까지 총 11번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는데, 그 결과 많은 투자자들이 신흥국 시장보다 수익률이 높은 달러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케냐와 같은 신흥국들은 달러 유출 문제에 시달리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링의 달러 대비 가치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약 40% 하락했고, 특히 2023년부터 2024년 3월까지의 기간에 16%의 하락이 집중되었다.

실링 가치의 상향반전
다만 2023년 한 해 동안 가치가 21% 감소하며 추락하던 실링이 2024년 2월부터는 반등의 조짐을 보였는데, 1월에 달러당 160 실링으로 마감했던 실링의 가치가 2월 말에는 143 실링으로 약 12%가량의 반등에 성공했다. 이러한 실링 강세가 3월에도 여전히 이어지면서 환율은 달러당 2024년 4월 중순 130 실링 아래로 떨어졌다(<그림 1> 참조).

<그림 1> 2019~2024년 달러당 실링 환율 변동 추이 


자료: google.com/finance(2024년 4월 15일)


2024년 2월을 기점으로 한 실링 가치의 반등은 케냐 정부가 2024년 6월 만기 유로본드(Eurobond)의 대금 지급을 위해 신규 유로본드를 발행한 점, 그리고 신규 인프라 채권에 대한 수요가 예상치를 초과함에 따라 외환시장에 낙관론이 확산된 결과로 풀이된다. CBK의 발표에 의하면 2024년도 인프라 상각채권(채권번호 IFB1/2024/8.5) 구매 신청분은 공급량의 412.37% 수준이었는데, 이 방식으로 케냐 정부가 2,400억 실링(약 2조 6,000억 원)의 자금을 확보한 사실은 투자자들이 케냐 경제의 미래에 신뢰를 보이고 있음을 나타낸다. 한편 케냐 재무부도 유로본드 신규 발행분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았다고 평가했는데, 비록 금리가 10.5%라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일단 케냐 정부가 15억 달러(약 2조 원)의 자금 수혈에 성공하면서 6월 만기분 20억 달러(약 2조 7,000억 원) 규모 부채에 대한 디폴트 위험성은 크게 경감된 상태이다.

실링 강세의 원인과 영향
실링의 화폐가치가 반등에 성공한 데에는 상술한 맥락 이외에도 여러 요인이 존재한다. 첫째, 해외 케냐인 공동체에서 본국으로 보내는 송금액이 2023년 2월의 40억 2,600만 달러(약 5조 5,000억 원)에서 2024년 2월에는 43억 3,000만 달러(약 5조 9000억 원)로 약 7.5%가량 증가했다. 또한 케냐가 2023년도에 거둔 관광수입도 전년도의 2억 6,810만 달러(약 3,600억 원)에서 크게 상승한 3억 3,390만 달러(약 4,500억 원)를 기록했다. 한편 수입액 중 25%를 원유 수입에 지출하는 케냐가 2023년에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기업들과 체결한 수입대금 지불 유예 합의도 달러에 대한 단기 수요를 줄이는 효과를 낳았다.

다만 채권 분야에서의 변수가 발생하기 이전까지는 환율을 달러당 120 실링 수준으로 돌려놓겠다는 윌리엄 루토(William Ruto) 케냐 대통령의 공약에도 불구하고 실링의 가치는 줄곧 하향곡선을 그렸으며, 케냐 정부도 환율 방어를 위한 특별한 정책적 개입을 시행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케냐 정부가 발행한 두 종류의 채권이 좋은 성과를 거두자 2014년에 발행된 10년물 유로본드에 대한 디폴트 가능성이 낮아지며 시장에 미래 낙관론이 확산되었고, 그 덕분에 실링 가치의 추락도 멈출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신규 유로본드 발행 이전에 일부 투자자들은 케냐 정부가 유로본드 10년물의 만기 상환을 위해 시장에서 달러를 매수할 것으로 예상하고 투기 목적에서 달러를 미리 사재기해 둔 상태였다. 하지만 케냐 정부가 신규 유로본드 발행을 선택하자 투자자들은 판매처를 잃은 달러를 도로 시중에 풀 수밖에 없었고, 이와 같은 시장의 자정작용 결과 유통량이 늘어난 달러에 비해 실링의 상대적 가치가 상승하게 된 것이다.

순수입국인 케냐에 거주하는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수입상품의 가격을 낮춰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고 그간 높았던 생활비도 경감해주는 실링 강세가 좋은 소식이다. 수입 원자재에 의존하는 케냐의 제조업 부문은 이전에도 달러 부족 사태 때문에 곤란을 겪었고, 특히 대금을 외화로 지급하는 비율이 높은 연료비가 케냐에서의 기업활동 비용 부담을 크게 늘리는 주범이었다. 하지만 환율이 하락해 수입품 가격이 인하되면 케냐의 소비자 및 기업들은 원자재나 가공품 수입에 들어가던 비용이 줄어들고 인플레이션 압력도 완화되는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아울러 실링 가치의 안정화는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케냐 경제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알려 투자 유치와 경제성장∙개발을 촉진하는 효과도 내게 된다. 

케냐 정부도 실링 강세의 수혜자에 속한다. 막대한 국가부채를 안고 있는 케냐 정부의 입장에서는 실링의 가치가 한 단위(one unit) 하락할 때마다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부채 비용이 370억 실링(약 3,900억 원)에 달하며, 달러 표기 부채의 비중이 높다는 문제 때문에 하루에 1,900만 달러(약 260억 원)씩 늘어나는 상환비용도 매우 큰 부담이 된다. 하지만 지금처럼 실링이 강세를 띠게 되면 달러 부채 상환에 필요한 현지 화폐의 양이 줄어들어 정부의 재정적 부담이 완화되고, 인프라나 사회 프로그램과 같은 기타 중점사업에 예산을 투입할 수 있는 여유도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실링 가치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수출이 둔화되고 수입은 늘어나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먼저 실링 강세는 케냐산 찻잎이나 커피 등 상품의 가격을 올려 수출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케냐에서는 농업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수의 인력을 고용하고 연간 수십억 달러의 외화 수입을 벌어들이는 주력 부문이나, 실링 강세로 국제시장에서 케냐산 농산물의 가격이 올라가게 되면 외화 수입과 관련 일자리가 줄어들어 케냐 경제에도 타격이 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수입 부문을 살펴보면 실링이 강세로 전환하기 이전인 2023년 3/4분기에는 케냐의 수입액이 6,486억 실링(약 6조 7,400억 원)으로 전년 동기의 6,590억 실링(약 6조 8,500억 원)에 비해 다소 줄어들었으나, 환율 추이가 반전된 이후로는 수입액이 다시 늘어나 무역수지 불균형이 심화되어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마지막으로 실링 가치의 상승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지출해야 하는 상대적 비용을 늘려 관광 유치를 어렵게 만들고, 그 결과 케냐 경제의 핵심 축을 담당하는 관광업이 위축되는 결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결론
오늘날 케냐 경제 분석가들의 화두 중 하나는 현재의 실링 강세가 시장에서의 낙관론 확산에 따른 일시적 현상인지, 혹은 앞으로도 오래 지속될 경향성에 속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이 점에 관해 필자는 미래에 실링 가치가 재차 하향 반전해 더욱 평가절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는데, 이는 케냐가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다는 점, 그리고 케냐의 현정부가 대규모 적자예산을 편성하면서 앞으로도 부채 규모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점에 근거한다. 케냐 정부는 과도한 지출을 통제해 적정 규모의 예산을 편성하기 위해 좀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2023년 초에 체결한 석유 수입대금 지불 유예 합의도 궁극적으로는 시간 벌이일 뿐, 석유 구입에 달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바꾸지는 못한다.

현재 케냐가 부담하는 세수액 대비 부채 상환비용은 IMF가 설정한 기준인 30%의 두 배를 넘어서는 70% 수준으로, 이는 부채가 케냐의 국가경제에 큰 짐이 되는 위기상황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에 따라 향후 부채 상환을 위한 달러 수요가 더욱 늘어나면서 실링 가치에 대한 하방 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케냐 정부는 △농산물 등 케냐산 상품 수출 증진 △청년 세대들이 익숙한 온라인 환경에서의 노동력 수출을 비롯한 신규 수출전략 모색 △아직 충분히 활용되고 있지 않은 관광업 잠재력의 실현 △해외 케냐인 공동체의 본국 송금 유인을 늘리기 위한 적절한 투자환경 및 송금 채널 마련 등 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다만, 실링 가치의 상승이 무조건 좋은 결과만을 가져오지는 않는다는 현실적 측면에서 바라볼 때, 화폐가치의 인위적 절상이 정답인 것은 아니다. 케냐 정부는 환율 시장 개입을 통한 인위적인 화폐가치 절상보다는 무역 계약이나 수입품 가격 산정에 큰 불확실성을 야기하는 환율 급등락의 방지를 추구해야 하며, CBK의 개입도 외환시장 안정화나 극도의 변동성 통제라는 영역으로 국한할 필요가 있다. 불확실성의 원인이 되는 환율의 단기적 급변동은 억제하되, 실링의 가치 자체는 케냐의 수출입 실적 등 실물경제를 정확히 반영하는 적정 수준으로 수렴할 수 있도록 과도한 개입을 자제하는 접근법이 바람직할 것이다.


* 각주
1) KNBS,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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