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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유럽 통합의 꿈과 러시아의 압력: 조지아의 딜레마

조지아 Nargiz Hajiyeva Azerbaijan State University of Economics (UNEC) Economics (UNEC) Political scientist, Academician, Director of Research Center - Women Researchers Council 2024/07/15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서론

유럽식 가치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이를 경계하는 러시아의 압력에 노출된 오랜 역사를 지닌 조지아는 현재 역사적 기로에 놓여있다. 조지아는 2008년 러시아의 침공에 따른 남오세티야 및 압하지야 영토의 상실 등 여러 난관에도 불구하고 유럽과의 통합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또한 민주적 가치 수호와 교육기회 확충을 지향하는 서방의 가치를 받아들이기 위하여 유럽연합(EU)의 동방 파트너십(Eastern Partnership) 프로그램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하지만 러시아는 강압외교나 특정 지역의 분쟁 유발과 같은 수단을 동원하여 조지아의 EU 통합 노력에 도전을 야기하고 있다. 러시아는 구소련 회원국들에 대한 주도적 영향력을 유지하고자 하며, 그 일환으로 조지아 영토 내에서 남오세티야 및 압하지야와 같은 신규 분쟁지역을 만들어냈다. 국제사회에서 정식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이들 지역은 불법 경제활동의 온상으로 비화하면서 자국의 주권을 수호하려는 조지아의 노력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1)


이러한 지정학적 세력경쟁의 맥락 아래 조지아 시민들은 EU와 조지아 국기를 들고 거리로 나와 유럽과의 통합에 찬성하고 러시아의 강압에 불복한다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처럼 서방과의 연대를 내세우는 집회는 유럽과 함께하는 미래를 향한 조지아 국민의 열망을 나타낸다. 그러나 현재 조지아에서는 친유럽 성향의 대통령이 친러 성향의 내각과 대립하며 내부적 분열이 나타나고 있고, 이 사실은 다양한 이익이 공존하는 조지아 국내 정치지평이 매우 복잡한 성격을 띠고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오는 2024년 10월에 실시될 총선은 조지아의 향후 지정학적 향방을 좌우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그 결과에 따라 친유럽 파벌과 친러 파벌의 세력균형이 바뀌면서 국내 정치지평도 크게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요약하자면 조지아는 현재 유럽과의 통합 노력과 러시아의 영향력이 충돌하는 전환점에 서있고, 지정학적으로 민감한 상황에서 치러지는 차기 총선에서의 선택이 조지아의 미래 방향성, 그리고 EU 및 러시아와의 관계를 결정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지아-러시아 관계의 역사

소련이 붕괴 위기에 직면했을 당시 조지아는 발트해 국가들에 이어 독립을 강력히 주장한 국가들 중 하나였고, 소련 정부가 이를 빌미로 자행한 탄압은 소련 해체 후 조지아-러시아 간 불안정하고 굴곡진 관계의 단초가 되었다. 1991년 독립 이래 조지아는 러시아에 대한 의심과 긴장을 늦추지 않았고, 러시아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독자적이고 실용적인 대외정책을 추진하고자 했다. 이러한 기조 하에 조지아는 EU,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미국 등 다양한 주체들과 교류하며 서방과의 통합 의지를 강조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조지아의 친유럽 성향이나 미국과의 밀착, 그리고 미국의 역내 군사력 확대를 경계하며 조지아의 행보를 불편하게 받아들였다.


조지아와 유사하게 EU와의 연계 강화를 시도하다가 러시아와 갈등을 빚어 끝내 전쟁에 휘말리게 된 국가가 바로 우크라이나이다. 우크라이나의 친서방 기조는 지정학적으로 민감한 주제를 자극하며 국내 여론의 분열을 낳았고, 우크라이나가 EU와 밀착할 것을 우려한 러시아는 자국의 영향력 유지를 위해 우크라이나의 영토주권에 도전장을 냈다.


현재 조지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서방보다 더 강한 영향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러시아는 몰도바, 벨라루스 등 기타 구소련 회원국에서의 존재감을 유지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은 자국의 전통적 영향권 내에서 민주주의 확산을 기도하는 서방의 움직임을 경계하면서, 벨라루스 등 극 우방 국가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를 위해 러시아는 각국 내 분리주의 분쟁을 대외정책 수단으로 활용하는 등 자국의 영향력 약화를 막기 위한 정치적 수단과 위협전술을 펼치고 있다.2)


조지아-러시아 관계를 시기별로 살펴보면, 먼저 1991년에 민주적으로 선출되었다가 쿠데타로 실각한 즈비아드 감사후르디아(Zviad Gamsakhurdia) 초대 대통령과 에두아르드 셰바르드나제(Eduard Shevardnadze, 1995~2003년 재임) 2대 대통령 정권 하의 조지아에서는 러시아와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이 여러 차례 발생하였다. 그러다가 친서방 정책과 러시아로부터의 완전한 독립을 내세운 미하일 사카슈빌리(Mikheil Saakashvili, 2008~2013년 재임) 행정부가 등장하자 러시아는 2008년에 조지아를 침공해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아를 장악하기에 이르렀다.3) 이어 비지나 이바니슈빌리(Bidzina Ivanishvili)가 창당한 정당인 조지아의 꿈(GD: Georgian Dream)이 2012년 총선에서 승리하며 집권한 이후로는 양자간 경제협력 강화와 러시아의 소프트파워 전략에 힘입어 양국관계가 다소 개선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대러관계 개선의 이면에는 그림자도 존재하는데, 그 대표적 사례로는 외국의 재정지원을 받는 단체에 등록 의무를 부과하는 러시아식 ‘외국 대리인 법(Foreign Agent Law, 조지아 공식 법안명 ‘외국 영향력 법(law on transparency of foreign influence)’이 있다. 조지아에서는 2022년에도 유사한 법안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국민의 격렬한 반대 시위로 무산되었고, 뒤이어 2023년 12월에 EU 가입 후보국 지위를 정식으로 획득하였다. 그러나 후보국 지위 획득 후 불과 수 개월 만에 다시 해당 법안의 입법이 추진되었고, 이에 2024년 5월에는 수도 트빌리시(Tbilisi)에서 수 차례 대규모 반대집회가 개최되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음에도 이를 무력으로 진압하고 거부권을 묵살하며 법안 통과를 강행하였다. 유럽식 민주주의 및 자유의 가치와 거리가 먼 것으로 평가되는 해당 법안의 최종 승인에 서방국들은 공개적으로 실망감을 표시하였다. 이번 조지아의 외국 대리인법 도입은 조지아의 유럽 통합 가능성에 의구심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조지아의 미래 향방에 대한 불안감과 불확실성 확산의 원인이 되고 있다.


조지아의 對러시아-對EU 경제관계

조지아의 최대 교역대상은 전체 교역액의 약 20.5%를 차지하는 EU이며, 그 뒤를 튀르키예(14%), 러시아(13%), 미국(10%), 중국(9%), 아제르바이잔(8%)이 잇는다. 




2022년을 기준으로 조지아-EU 상품무역액은 약 42억 5,000만 유로(약 6조 3,000억 원)인데, 이는 조지아 입장에서는 상당한 규모이지만 EU의 입장에서는 전체 상품무역액의 약 0.1%에 불과하다. 조지아의 대EU 수입액은 2022년도에 전년 대비 57.9% 증가한 32억 유로(약 4조 7,000억 원)로 급증했고, 이러한 수입액 증가를 견인한 품목은 광물, 기계 및 가전제품, 수송장비 등이다. 동년도 조지아의 대EU 수출액은 전년 대비 25.8% 증가한 10억 유로(약 1조 5,000억 원) 수준이었으며, 광물 및 화학제품, 직물류가 주요 수 출품목에 이름을 올렸다. 이 통계는 EU와 조지아가 다변화된 무역관계를 구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4) 




한편 조지아 경제는 러시아에도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2022년도 기준 조지아의 대러 수입액은 총 18억 3,000만 달러(약 2조 5,000억 원)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고, 이는 2019년의 10억 2,000만 달러(약 1조 4,000억 원) 대비 연평균 46.6% 성장한 수치이다.5) 주요 수입품목은 정제석유(6억 2,200만 달러, 약 8,600억 원), 석유가스(1억 1,200만 달러, 약 1,550억 원), 밀가루(6,680만 달러, 약 920억 원) 등이었다. 다음으로 조지아의 대러 수출액은 수입액에 비해 규모가 작기는 하지만, 2020년 이후로 대체적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에 전년 대비 수출액이 증가한 주요 품목으로는 비알코올 음료(3,200만 달러, 약 440억 원)가 36%의 증가율을 기록하였고, 알코올 음료(2,000만 달러, 약 280억 원)가 42%,  귤류 과일(1,400만 달러, 약 190억 원)이 131%의 증가율을 기록하였다.6) 반대로 철 합금의 경우 수출액이 전년 대비 6,200만 달러(약 860억 원) 감소해 57%의 낙폭을 기록했는데, 이는 러시아가 조지아산 철 합금에 반덤핑 관세를 새로 부과하면서 2023년 3월부로 대러 수출길이 사실상 막혔기 때문이다.





EU와 러시아는 양자 모두 조지아에게 있어 중요도가 높은 교역대상이자 수입원이며, 민감한 지정학적 입지를 지닌 조지아의 입장에서는 양 주체 사이에서의 균형 유지가 외교전략의 핵심 목표에 해당한다. 조지아가 친유럽적 행보를 취할 때마다 다양한 압박수단을 동원하는 러시아의 행보를 감안할 때, 조지아는 서방의 가치에 무조건적으로 동조하기보다는 지정학적으로 민감한 남코카서스 지역에서의 균형외교를 도모해야 하는 상황에 있다. 러시아측의 강압과 영향력은 조지아의 EU 가입에도 상당한 난항을 초래 하고 있는데,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점령 및 역내 불안정화 공작은 조지아가 유럽과의 통합을 기도하는 과정에서 러시아에 대한 경계심을 늦출 수 없다는 점을 극명히 드러내는 사례이다. 조지아는 한편으로 러시아로부터의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동맹 및 외교관계 구축 노력을 전개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러시아와의 긴장 및 역내 불안이 야기하게 될 위험성을 인지하고 이를 경계하고 있다.


남오세티야 및 압하지야 문제

2008년 전쟁 이후 내부적 경제발전 없이 그대로 러시아 경제권에 편입된 남오세티야에서는 부패 횡행, 인구 감소, 인프라 소실 등의 문제 때문에 경제활동이 매우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있다. 구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는 지정학적 입지에 기반한 유라시아 정책을 추진하면서 자국의 목표 달성을 위해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는데, 이러한 수단의 사례에는 △트란스니스트리아, 압하지야, 남오세티야, 크림반도 등지의 분리주의 세력 지원7) △타국의 대러 에너지 의존 등 경제적 수단 활용 △타국 내 병력 주둔 △전략적 외교전법 동원 등이 있다. 러시아는 이들 요소를 서방의 영향력 확대에 대응하고 구소련 영향권 내에서의 지정학적 이익을 수호하는 데 활용한다.


조지아의 정치 전문가 이요세브 자무카슈빌리(Ioseb Dzamukashvili)에 의하면 조지아 정부가 남오세티아를 수복하려다 실패해 전쟁으로까지 이어진 2008년의 사태 이후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는 이들의 독립을 인정한 러시아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일례로 압하지야의 국가예산 중 약 60%가 러시아의 지원금으로 구성되며, 인구가 5만 명 수준에 불과한 남오세티야의 경우 국가재정의 대러 의존도가 더욱 큰 것으로 파악된다.8) 그 결과 이들 지역에서는 조지아의 영토 수복을 바랄 리 없는 러시아 정부의 입김이 매우 강하게 나타난다. 오래 전 조지아 중앙정부의 온전한 통제권에서 벗어난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는 현재 밀수업, 돈세탁, 불법 무기거래 등 밀무역 네트워크의 거점으로 비화했다.9) 이들 지역에 존재하는 불법시장은 지금도 경제적 불안을 조장하고 합법적 기업활동, 투자, 경제성장을 저해하고 있다. 이 사실은 단순히 조지아의 국내경제에 악영향 을 미치는 데 그치지 않고, 조지아가 EU 가입에 필요한 엄격한 경제적 조건을 충족하는 데에 어려움을 야기하는 등 조지아의 EU 가입 행보에도 장애가 되고 있다.10)


러시아식 외국 대리인법 문제

2024년 4월, 주로 청년층으로 구성된 조지아 시민들의 시위대는 의회에 제출된 외국 대리인법 법안에 반대하는 거리 집회에 나섰다. 비판론자들은 해당 법안이 러시아의 권위주의적 법령과 유사하고, 개인의 사상표현이나 정부 입장과는 다른 이견 표출의 자유를 위협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11) 러시아가 채택한 유사 법령과 성격을 공유하는 조지아의 외국 대리인법은 재정의 20% 이상을 국외로부터 지원받는 단체가 외국 대리인으로 등록할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엄중한 처벌을 부과한다.12) 비록 살로메 주라비슈빌리(Salome Zourabichvili) 대통령은 이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이라클리 코바히제(Irakli Kobakhidze) 총리가 이끄는 여당 조지아의 꿈이 5월에 의회에서의 단순 다수 표결로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하면서 외국 대리인법은 정식 법안으로서 요건을 갖추게 되었다.13) 외국인 대리인법의 의회 제출과 통과는 수만 명의 시민들이 트빌리시에서 맹렬한 반대시위를 전개하는 기폭제로서 조지아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왔고, 국제사회 또한 이 사안에 관한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많은 조지아 시민들은 해당 법을 둘러싼 논쟁이 조지아가 향후 유럽식 가치로의 통합을 도모할지, 혹은 러시아의 요구를 수용할지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14)


결론

러시아식 외국 대리인법의 조지아 의회 통과는 유럽-대서양권 편입이라는 조지아의 꿈과 인접 대국 러시아의 영향력이라는 양대 요소가 충돌하고 있는 조지아의 현재 상황을 잘 보여주는 가장 최근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주라비슈빌리 대통령은 표현과 결사의 자유를 제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규모 반대시위를 불러일으키고 EU 관계자들의 비판을 받기도 한 법안 내용을 비판하면서 거부권을 행사했으나, 여당 조지아의 꿈은 반론을 무릅쓰고 코바히제 총리의 노선에 따라 법안 처리를 강행했다. 외국 대리인법에 관한 이번 논란은 향후 조지아의 EU 가입 과정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점쳐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가오는 2024년 10월의 총선은 조지아 유권자들이 자국의 미래 정치지평을 형성하고, 앞으로 EU와의 통합 강화를 도모할지, 혹은 러시아의 영향력을 받아들일지를 결정하게 될 중대한 전환의 기로가 될 전망이다.


* 각주
1) https://www.atlanticcouncil.org/blogs/ukrainealert/the-2008-russo-georgian-war-putins-green-light/ 
2) https://carnegieendowment.org/research/2024/05/bosnia-moldova-armenia-between-russia-eu?lang=en
3) https://www.ankasam.org/gurcistanin-bati-ve-rusya-arasinda-denge-kurma-cabasi/?lang=en  
4) https://tradingeconomics.com/european-union/exports/georgia
5) https://tradingeconomics.com/russia/exports-to-european-union
6) https://transparency.ge/en/blog/georgias-economic-dependence-russia-summary-2023   
7) https://carnegieendowment.org/europe/strategic-europe/2015/03/bye-bye-abkhazia-crimea-south-ossetia?lang=en¢er=europe 
8) https://www.crisisgroup.org/europe-central-asia/caucasus/georgia/249-abkhazia-and-south-ossetia-time-talk-trade 
9) https://www.washingtonpost.com/news/monkey-cage/wp/2014/03/20/how-people-in-south-ossetia-abkhazia-and-transnistria-feel-about-Appendixation-by-russia/
10) https://www.amnesty.org/en/latest/press-release/2019/07/georgiarussia-post-conflict-boundary-splits-communities-leaving-thousands-in-limbo/ 
11) https://www.bbc.com/news/world-europe-69007465
12) https://edition.cnn.com/2024/05/13/europe/georgia-foreign-agents-law-explained-intl/index.html  
13) https://www.politico.eu/article/georgia-foreign-agent-bill-becomes-law-international-outcry-european-union/ 
14) https://www.reuters.com/world/europe/georgian-lawmakers-brawl-parliament-set-pass-foreign-agent-bill-2024-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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