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ㆍ유라시아

☐ 러시아 대통령, 첫 아제르바이잔 국빈 방문 

◦ 아제르바이잔, 역대 최고 수준으로 강력한 러시아와의 관계 과시

- 2024년 8월 18~19일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이 아제르바이잔을 국빈 방문했다. 푸틴 대통령이 아제르바이잔을 공식 국빈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러시아와 아제르바이잔 간 관계가 역대 최고 수준에 달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아제르바이잔은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Eurasian Economic Union)과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Collective Security Treaty Organization)와 같이 러시아가 주도하는 국제 기구의 회원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의 관계는 견고하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2022년 2월 22일 양국 정상이 서명한 모스크바 선언이 성공적으로 이행되고 있다고 언급하였다.

- 아제르바이잔은 러시아의 전략적 파트너에서 전략적 동맹국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는 새로운 다극 세계를 구축하려는 의지와 많은 국제 의제에 대한 양국의 공통된 견해를 바탕으로 한다. 양국 지도자 간의 신뢰도 이러한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 아제르바이잔, 최근 20년간 이룩한 경제발전으로 역내 지정학적 영향력 강화...남코카서스 지역 핵심 국가로 부상

- 아제르바이잔은 최근 20년 동안 경제 성장을 이루며 남코카서스 지역에서 중요한 지정학적 역할을 수행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국빈 방문은 중앙아시아와 남코카서스 지역에서 아제르바이잔의 지정학적 영향력이 증대되고 있으며, 러시아가 아제르바이잔과의 관계 강화를 시도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아제르바이잔의 경제 성장은 남코카서스 지역 내에서의 입지 강화를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되었으며, 이를 통해 아제르바이잔은 역내 주요 외교 문제에서도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적 성과는 아제르바이잔이 남코카서스 지역에서 지정학적 판도를 재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영향력 약화된 러시아

◦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갈등 해소 과정에서 러시아 배제...양국 간 일대일 평화조약 체결 

- 과거 수십 년 동안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과 함께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간 갈등 해결을 위해 핵심적인 외교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아제르바이잔은 갈등 해결 과정이 외부 세력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장이 되었다고 판단하고, 러시아를 비롯한 외부 세력을 배제하고 아르메니아와 직접 평화조약을 체결하는 데에 성공했다.

- 또한, 중앙아시아 지역 동-서 운송 물류망을 구성하는 중요한 부분인 잔게주르 회랑(Zangezur Corridor)에서도 러시아의 영향력 약화가 가시화되었다. 2020년 제2차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의 휴전을 주도했던 러시아는 당시 휴전 협상에서 잔게주르 회랑에 대한 보안 명목으로 러시아군이 해당 지역에 주둔한다고 명시하였으나, 러시아군의 철수로 해당 조약은 유명무실해졌고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모두 더 이상 러시아의 개입을 원하지 않는 상황이 되면서 러시아는 중앙아시아 지역 역내 물류망에 큰 공백이 생길 것을 우려하게 되었다. 

◦ 러시아, 카라바흐에 영사관 개설 제안...분쟁 지역에서 영향력 유지 목적  

- 러시아는 영향력 유지를 위해 카라바흐(Karabakh)에 총영사관을 개설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결정은 불안정한 남코카서스 지역에서 러시아의 외교적 입지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아제르바이잔의 많은 전문가들은 이 결정이 러시아의 장기적인 영향력 확대 시도로 보고 있으며, 이에 대해 광범위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 정치학자 안드레이 코쉬킨(Andrei Koshkin) 박사는 총영사관 개설이 현재의 지정학적 상황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고 설명하며, 러시아가 평화유지군 철수 이후에도 나고르노-카라바흐(Nagorno-Karabakh)에서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쉬킨 박사는 이 외교적 조치가 러시아의 남코카서스 지역 내 전략적 이익을 반영하고 있으며, 중요한 지역 문제에 대한 협상을 계속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 군사 전문가 바실리 단디킨(Vasily Dandykin)은 아제르바이잔도 이 합의에서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지적하며, 이는 러시아 평화유지군의 철수와 관련한 러시아와 아제르바이잔 간의 광범위한 합의의 일환으로 보이며 평화유지군이 철수하더라도 외교사절단은 남는다는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는 러시아가 나고르노-카라바흐와 남코카서스 지역 전반에 계속 영향력을 행사할 의지를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

☐ 역내 지정학적 입지와 영향력 확대하는 아제르바이잔 

◦ 우크라이나 전쟁의 유일한 승자, 아제르바이잔

-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의 국제적 위상이 약화되고 있는 가운데, 아제르바이잔은 남코카서스 지역에서 독자적인 지정학적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유일한 승자는 아제르바이잔이라고 평가하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집중하는 동안 아제르바이잔은 더 큰 외교적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아제르바이잔은 아르메니아와의 분쟁에서 군사적 승리를 거두었으며, 그 결과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완전히 통제하게 되었다. 또한, 아제르바이잔은 유럽과 새로운 가스 계약을 체결하며 경제적으로도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군사적 실패를 겪으면서, 아제르바이잔은 남코카서스 지역에서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있다. 특히 아제르바이잔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재평가하며, 더 이상 러시아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인 외교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러한 변화는 아제르바이잔이 지역 내에서 보다 강력한 지도자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하고 있으며, 러시아가 예전처럼 중재자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 아제르바이잔, 다극체제 추구...BRICS 가입 신청 및 SCO 지위 변경 요구 

- 아제르바이잔은 다극 체제를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푸틴 대통령의 아제르바이잔 방문 직후 브릭스(BRICS: Brazil, Russia, India, China, South Africa) 가입을 신청해 외교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밝혔다. 푸틴 대통령과 일함 알리예프(Ilham Aliyev)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의 회담에서는 아제르바이잔의 BRICS와 상하이협력기구(SCO: 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 가입 전망이 논의되었으며, 이는 아제르바이잔이 국제 무대에서 역할을 강화하려는 열망을 드러낸다. 아제르바이잔은 특히 지난 2년간 BRICS의 급속한 성장을 주의 깊게 관찰해 왔다. 러시아는 아제르바이잔의 BRICS 가입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며, 푸틴 대통령은 2024년 10월 러시아 카잔(Kazan)에서 열리는 BRICS 정상회의에 알리예프 대통령을 초청했다.

- 2023년 7월, 알리예프 대통령은 시진핑(Xi Jinping)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SCO 내 아제르바이잔의 위상 제고를 논의했으며, 중국은 아제르바이잔의 포부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아제르바이잔은 BRICS와 SCO와 같은 다자기구에서의 참여를 확대함으로써,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 등 다른 주요 강국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아제르바이잔이 남코카서스 지역뿐만 아니라 글로벌 무대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EU와의 관계 강화, 에너지 공급 핵심 국가로 부상

- 아제르바이잔은 최근 유럽연합(EU)과의 관계를 강화하며 에너지 공급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러시아의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려는 유럽 국가들은 아제르바이잔을 주요 에너지 파트너로 간주하고 있으며, 2027년까지 EU에 매년 최소 200억 입방미터(㎥)의 가스를 공급하기로 한 협정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럽 국가들에게 아제르바이잔이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특히 오스트리아,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몇몇 EU 국가들은 아제르바이잔으로부터의 가스 공급을 통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제르바이잔은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점점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남코카서스와 유라시아 지역 전체에서의 전략적 가치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아제르바이잔은 EU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경제적, 외교적 입지를 계속해서 확대해 나갈 전망이다.

< 감수 : 이평래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Kyiv Independent, Putin in Azerbaijan: Depleted by Ukraine, Russia plays a weaker hand in the South Caucasus, 2024.8.21.

TURAN, Russian experts substantiate plans to open a consulate in Karabakh, 2024.5.30.

Radio Free Europe/ Radio Liberty, Putin's Azerbaijan Visit Signals Russia's Waning Influence In The South Caucasus, 202408021

RT, Here’s why Putin’s latest trip is so important for the emerging world order, 2024.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