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이슈&트렌드

[이슈트렌드]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평화협상 난항...헌법 수정 및 영토 분쟁 해결을 위한 현안과 과제

아르메니아 이혜빈 EC21R&C 연구원 2025/03/07

☐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평화협정 초안의 핵심 쟁점 사항

ㅇ 평화협정 초안 17개 조항 중 15개 합의, 2개 조항 미합의 상태
- 니콜 파시냔(Nikol Pashinyan) 아르메니아 총리는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이 평화협정 초안 17개 조항 중 15개에 대해 합의했으나, 2개 조항에 대해서는 여전히 협상 중임을 밝혔다. 미합의된 두 조항은 ▲국제 법원에 제기된 양국 간 소송 철회,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국경에 제3국 군사력 배치 금지 문제이다. 
- 특히 두 번째 조항은 EU 국경 감시단(EU Monitoring Mission)의 활동과 관련하여 더욱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EU는 최근 아르메니아 국경 감시단 임무를 2027년 2월까지 2년 더 연장하며 4,400만 유로(약 646억 원)의 예산을 배정하였는데, 이는 아제르바이잔의 요구와 상충되는 결정이다.

ㅇ 아제르바이잔, 2가지 조건 추가 제시
- 한편, 일함 알리예프(Ilham Aliyev)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은 두 가지 전제조건을 추가로 제시하였다. 알리예프 대통령은 ▲아르메니아 헌법 수정,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Organization for Security and Cooperation in Europe) 민스크 그룹(Minsk Group) 해체가 평화협정 체결의 선결 조건이라고 주장하였다. 
- 아르메니아는 나고르노-카라바흐 분쟁이 종결된 상황에서 OSCE 민스크 그룹 해체에 대해서는 일부 수용 의사를 보였으나, 헌법 수정 문제는 국내 정치적 과제와 맞물려 복잡한 상황에 놓여있다. 파시냔 총리는 2024년 1월, 아르메니아에 전적으로 새로운 헌법을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2027년 1월까지 새로운 헌법 초안을 마련하기 위한 헌법개혁위원회를 세 번째로 소집하였다.
   
☐ 헌법 개정과 잔게주르 회랑 문제를 둘러싼 양국 간 입장 차이

ㅇ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헌법 내 영토 주장 조항 삭제 요구
- 아제르바이잔은 아르메니아 헌법 전문에 언급된 1990년 독립선언문이 아르메니아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과 산악 카라바흐 지역의 재통일을 촉구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를 삭제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지야파트 아스가로프(Ziyafat Asgarov) 아제르바이잔 의회 부의장은 아르메니아 헌법에 명시된 영토 주장이 평화협정 체결의 핵심 장애물 중 하나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루벤 루빈얀(Ruben Rubinyan) 아르메니아 의회 부의장은 이러한 주장을 일축하며, 헌법 문제는 평화협정에서 논의된 적이 없다고 반박하였다.
- 아제르바이잔은 아르메니아 민족주의·보복주의 세력이 여전히 아제르바이잔 주권 영토에 대한 주장을 재확립하려는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며, 헌법 수정을 통해 미래의 영토 분쟁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자 한다. 파시냔 총리는 이미 독립선언문에서 비롯될 수 있는 잠재적 충돌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바 있어, 동 문제에 대한 협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파시냔 정부는 아제르바이잔의 요구에 굴복한다고 비난하는 야당과, 2020년과 2023년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의 패배 이후 이미 심각한 인기 하락을 경험한 상황에서 국민들 사이에 뿌리 깊은 민족주의적 정서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어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

ㅇ 잔게주르 회랑 개설을 둘러싼 갈등
- 아제르바이잔은 자국 본토 서부 지역과 나히체반(Nakhchivan) 자치공화국 사이를 연결하는 잔게주르 회랑(Zangezur Corridor)의 개설을 요구하고 있으며, 알리예프 대통령은 "잔게주르 회랑은 반드시 개설될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알리예프 대통령은 2020년 11월 러시아,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가 체결한 3자 성명을 근거로, 아르메니아가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국경수비대의 감독 하에 ‘방해받지 않는(unimpeded)’ 육로 통과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 회랑은 아르메니아 남부 메그리(Meghri) 지역을 통과하는 노선으로, 지역 명칭을 참조하여 잔게주르 회랑으로 불리고 있다.
- 이에 대응하여 아르메니아는 '평화의 교차로(Crossroads of Peace)' 계획을 통해 지역 내 모든 교통로와 경제적 연결 복원을 제안하였다. 파시냔 총리는 메그리 지역을 통과하는 철도 연결은 수용할 수 있으나, 3자 성명에 명시된 조건에 따른 회랑 개설은 거부하고 있다. 파시냔 총리는 3자 성명에 ‘방해받지 않는’ 통과에 관한 규정이 없다고 주장하며, 동 노선에 대한 간소화된 통과 절차는 제안할 수 있으나 완전한 주권 포기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르메니아는 화물 운송을 우선적으로 시작하고, 양국 관계가 안정된 후에 여객 운송을 고려할 것을 제안하였으나, 아제르바이잔은 자국 영토 간 이동에 관세 검사와 수수료가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 아르메니아의 외교·안보 정책 변화와 향후 평화 협상 전망

ㅇ 아르메니아, 민족주의적 강경노선에서 온건한 정치적 담론으로 전환
- 2020년 이후 파시냔 총리는 전임자들의 강경노선에서 벗어나 보다 온건한 정치적 담론으로 점진적으로 전환해왔다. 파시냔 총리는 알리예프 대통령의 강경한 발언에 대응하여 "우리는 공격의 언어가 아닌 대화의 언어를 사용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분계선 설정, 평화협정 문안 합의, 인도주의적 문제에 관한 합의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시냔 총리는 아르메니아가 나고르노-카라바흐 문제를 결정적으로 제쳐두어야 할 필요성을 인식한 것으로 보이며, 재통일 주장이 아제르바이잔의 영토 보전과 더 나아가 아르메니아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 파시냔 정부의 이러한 정책 변화는 전통적인 나고르노-카라바흐 문제에서 벗어나 국내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는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준다. 과거 정치 엘리트들이 ‘외부의 적’을 지목하여 국가를 지속적인 경계 상태로 유지함으로써 시민·정치적 권리 제한을 정당화했던 반면, 파시냔 정부는 정치적 교리에서 벗어나 진정한 민주화를 향한 첫 걸음을 내딛고자 하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여전히 아르메니아 내 뿌리 깊은 민족주의적 정서와 충돌하고 있어 새 헌법 국민투표 승인에 잠재적 장애물이 될 수 있다.

ㅇ 국제 소송 철회 및 군비 통제 메커니즘 제안
- 아르메니아는 평화 의제의 핵심 요소에 관한 진전과 연계하여 국제 소송 철회를 고려할 의향을 표명하였으나, 대부분의 아르메니아 인권 옹호자, 정치 분석가, 시민사회는 국제사법재판소(ICJ: 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에서의 소송 철회에 반대하고 있다. 그들은 아제르바이잔이 소송 철회를 요구하는 이유가 나고르노-카라바흐 아르메니아인들의 강제 이주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믿고 있으며, 아르메니아 법률 전문가들은 아르메니아가 ICJ 소송에서 강력한 입장을 갖고 있으며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 한편, 파시냔 총리는 아제르바이잔이 “아르메니아가 무장하여 아제르바이잔을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서사를 선전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양국 간 상호 군비통제 메커니즘 수립을 제안하였다. 동 메커니즘은 특정 무기에 대한 할당량과 제한, 휴전 위반을 조사하기 위한 공동 메커니즘을 포함하며, 지역 안정과 신뢰 구축을 목표로 한다. 파시냔 총리는 아르메니아가 국제적으로 인정된 국경 밖에서 군대를 사용할 의사가 없으며, 2021-2022년 아제르바이잔이 점령한 아르메니아 국경 지역 200여 평방킬로미터를 군사적 수단으로 탈환하려 하지 않고 경계획정 과정에 의존할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그러나 아제르바이잔 외교부는 이러한 주장을 국제사회를 오도하기 위한 왜곡이라고 반박하며, 지역 안정과 평화를 위한 노력을 저해하는 불성실한 태도를 버릴 것을 촉구하였다.

< 감수 : 이평래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The News Federalist, Nagorno-Karabakh and Armenia’s Path Forward: The Domestic Struggles Behind the Peace Process, 2025.02.23.
OC Media, Azerbaijan names ‘Zangezur Corridor’ and Armenian Constitution as barriers to peace treaty, 2025.02.24.
The Jamestown Foundation, Armenia and Azerbaijan at Odds Over Peace Process, 2025.02.26.
Aze.Media, Stalemate persists in the Armenia-Azerbaijan peace process, 2025.02.25.
Armenpress, Two articles in the Armenia-Azerbaijan draft peace treaty not yet agreed upon – PM, 2025.03.04.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