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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렌드

[이슈트렌드] 볼리비아, 금융 시스템 위기 심화

볼리비아 EMERICs - - 2023/05/05

☐ 외환 부족에 시달리는 볼리비아

◦ 외환 보유고 고갈
- 볼리비아가 심각한 외환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 2023년 3월, 볼리비아 중앙은행(Banco Central de Bolivia)은 볼리비아의 외환 보유고가 38억 달러(한화 약 5조 1,000억 원) 아래로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외환 보유고가 151억 달러(한화 약 20조 2,645억 원)를 기록했던 지난 2014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임은 물론, 외환 위기설이 본격적으로 점화되기 시작한 지난 2023년 1월의 62억 달러(한화 약 8조 3,210억 원)와 비교해서도 거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수준이다.
- 이처럼 볼리비아의 외환 보유고가 급감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침체된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실시한 경기 부양책 때문이다. 정부 예산이 충분하지 않은 볼리비아는 외화 표시 채권 발행이나 차관 도입 등의 방법으로 자금을 마련했고, 이를 상환하는 과정에서 달러가 급격히 유출되었다.

◦ 중앙은행이 직접 달러 환전
- 이처럼 외환 보유고가 급격히 줄어들어 외환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자, 많은 볼리비아 국민이 달러를 미리 구하기 위해 외환 시장으로 향했다. 시중 은행이나 환전소 등 볼리비아 내에 환전이 가능한 곳곳에서 달러를 환전하려는 줄이 늘어섰고, 이는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외환 보유고가 더욱 빠르게 줄어드는 악순환을 야기했다. 심지어는 고정 환율 제도를 채택 중인 볼리비아에서 환율이 오르는 현상까지 관찰되기 시작했다.
- 이처럼 시중 은행과 환전소에서 달러 유출이 심각해지자, 중앙은행은 달러 환전을 직접 시행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중앙은행은 민간 금융 기관에서 달러 환전을 금지했으며, 환전은 오직 중앙은행에서만 가능하도록 규정을 변경했다. 그 결과, 중앙은행 건물 밖으로 달러를 환전하려는 행렬이 몇 블록 이상 늘어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 환전 통제가 불러일으킨 파장

◦ 뱅크런 사태 발생
- 전 세계에서 주택 전세제도가 보편화되어 있는 나라는 볼리비아와 대한민국 뿐이다. ‘안티크레티코(anticrético)’라고 불리는 볼리비아의 전세 제도는 대한민국과 상당히 유사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많은 볼리비아 국민이 주거를 해결하는 주된 수단 중 하나이기도 하다.
- 문제는, 전세뿐만 아니라 매매까지 볼리비아의 부동산 거래는 대부분 미국 달러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매매는 물론 전세금 입출금부터 시작하여 전세 계약 공증에 해당하는 안티크레티코 등록비도 달러로 지불하는 등, 달러가 없이는 부동산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중앙은행의 외환 보유고가 크게 감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볼리비아 국민 사이에서 달러를 조금이라도 더 환전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달러가 없이는 자칫 2년마다 돌아오는 전세 계약을 연장하지 못하고 거리로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 하원, 금 매입법 가결...긴급 조치
- 이처럼 볼리비아 국민의 일상 생활과 직결된 외환 관련 문제가 계속 커지자, 볼리비아 하원은 중앙은행이 직접 금을 매입할 수 있는 속칭 ‘금 매입법(Gold Bill)’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이 하원의 승인을 받으면서, 중앙은행은 민간 금 생산자로부터 정제되지 않은 금을 매입하여 추후 상업적 가치가 있는 금괴로 바꿀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되었다. 한편, 하원은 금과 함께 중앙은행이 은도 같은 방법으로 매입할 수 있게 했다.
- 금은 전 세계 어디서나 가치를 인정받고 거래 가능하다. 이는 달러와 유사한데, 이러한 특성 때문에 금은 또한 언제든지 달러로 교환할 수 있다. 따라서 중앙은행이 보유한 금이 많아지면 실질적으로 외환 보유고를 강화할 수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하원이 금 매입법을 통과시키자 디폴트 위험 확대로 계속 하락하던 볼리비아의 국채 가격이 안정되기도 했다.

☐ 저축 은행 파산에 위기설에 다시 힘 실려

◦ 방코파실 파산, 정부가 관리 예정
- 금 매입법 가결 후 잠시 진정되는 듯 했던 볼리비아의 금융 시스템 위기설은 그러나 대형 저축 은행이 파산하면서 다시 한번 대두되었다. 볼리비아 금융감독원(ASFI, Autoridad de Supervision del Sistema Financiero)은 볼리비아 국내 최대 저축 은행 중 하나인 방코파실(Banco Fassil)을 정부가 관리한다고 발표하면서, 사실상 파산을 인정했다.
- 해당 은행이 위기에 맞닥뜨린 이유는 달러 예금이 빠르게 빠져나가는 뱅크런 사태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환전이 어려워진 볼리비아 국민은 달러 예금도 인출했으며, 이에 많은 은행의 예금 잔고가 급감했다. 방코파실은 재무상의 이유로 파산 약 보름 전 일부 서비스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는데, 결국 정부의 관리하에 놓이게 되었다. 그리고 방코파실 파산으로 인해 볼리비아가 심각한 외환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에 한층 더 힘이 실리고 있다.

◦ 시스템 위기 해결 쉽지 않아
- 이번에 볼리비아에서 일어난 외환 및 금융 시스템 위기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문제이다. 부동산 거래 등 일정 금액 이상의 거래는 달러로 이루어지는 관행, 경기 침체 회복을 위해 정부가 실시한 차입 투자, 고정 환율 제도로 환율에 불만을 품고 암시장으로 유출되는 달러 등, 볼리비아의 경제·금융 시스템의 특성이 종합적으로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 물론, 볼리비아는 아직 디폴트를 선언하지 않았으며, 외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 Ratings)가 볼리비아의 신용등급을 디폴트 직전인 B- 등급으로 낮추는 등 상황은 녹록치 않다. 그리고 고착화된 금융과 상거래 시스템으로 야기된 문제인 만큼, 당분간 볼리비아의 외환 위기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 감수 : 김영철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teleSURtv, Bolivian Central Bank To Buy Gold From Local Producers, 2023.04.24.
Reuters, Bolivia lower house passes gold purchase bill in bid to boost reserves, 2023.04.22.
BNN Bloomberg, Bolivian Bonds Soar as Key Gold Bill Clears Hurdle in Congress, 2023.04.21.
Yahoo! Finance, Bolivia's currency crisis worsens; hard to find dollars, 2023.03.22.
Bloomberg, Bolivia’s Currency Crisis Deepens as Dollar Become Hard to Find, 2023.03.22.
Fitch Ratings, Fitch Downgrades Bolivia to 'B-'; Outlook Negative, 2023.03.14.
Reuters, Bolivian bond spreads widen to record as reserves dwindle, 2023.03.17.
AP News, US dollar scarcity threatens Bolivia’s ‘economic miracle’, 2023.04.15.
Erbol, Banco Fassil temporarily suspends debit, credit and prepaid card services, 2023.04.17.
Los Tiempos, Banco Fassil asks its savers to keep their deposits, 2023.04.17.
Khalee Times, US dollar scarcity threatens Bolivia's 'economic miracle', 2023.04.15.
teleSURtv, Bolivian Authorities Take Control Of Fassil Bank, 2023.04.27.
Reuters, Bolivia takes control of Banco Fassil, executives arrested, 2023.04.27.
CGTN, Bolivia's U.S. dollar shortage, 2023.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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