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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두바이 사태의 교훈: 제어되지 않은 성장전략의 위험성

아랍에미리트 이태규 - - 2009/12/01

최근 두바이의 채무상환 유예선언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국제금융시장은 한 때 큰 폭으로 출렁거렸다. 두바이 재무부는 11월 25일 최대 국영지주회사인 두바이월드와 자회사인 나킬(Nakeel)사의 채무상환을 2010년 5월까지 연기해 주도록 채권자들에게 요청하면서 시장에 파장을 일으켰다. 이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중앙은행이 유동성 공급 의사를 발표하면서 국제금융시장은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현재 보이고 있다. 하지만 추후 상황 전개에 따라 시장이 다시 요동칠 수도 있다. 또한 부채가 많은 국가들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되어 또 다른 시장불안을 야기할 수도 있는 불안한 상황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서 두바이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한때는 성공 신화의 대명사로 불리던 두바이가 사실상의 모라토리엄(Moratorium)을 선언한 현 상황은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주변 산유국과는 달리 석유자원이 많지 않고 제조업 기반도 없는 두바이는 서비스업을 기반으로 하여 중동의 물류ㆍ금융ㆍ관광 허브를 지향하는 성장전략을 취하였다. 이를 위해 대규모 인프라 건설 및 부동산개발 사업을 전개하였고 최고급ㆍ최고층 랜드마크 빌딩의 건설을 통해 중동의 허브 선점에 나섰다. 한마디로 작은 경제규모와 부족한 성장기반을 극복하기 위하여 서비스업 인프라 공급확대를 통하여 수요를 창출하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한편 2000년대 초부터 시작된 고유가와 세계적인 저금리에 힘입어 대폭 증가한 유동성이 두바이로 유입되면서 두바이의 부동산 시장의 거품은 더욱 커졌다. 게다가 2007년 2월에는 모하메드 총리가 ‘두바이전략계획 2015(Dubai Strategic Plan 2015)’를 발표하면서 두바이 개발에 박차를 가했었다.1)

 

이 같은 성장전략의 결과 두바이의 2000~2005년간 연평균 실질GDP 성장률은 13.4%로서 다른 걸프협력위원회(GCC: The Gulf Cooperation Council) 국가들보다 훨씬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2)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어지는 중국의 2000~2005년간 연평균 실질GDP 성장률이 9% 정도임을 생각할 때 두바이의 성장률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두바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에는 9.2%의 실질GDP 성장률을 기록하였으며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2008년에도 5.2%의 성장률을 기록하였다. 한편 두바이는 높은 성장률과 함께 물가상승률도 상당히 높았는데 2006년 이후 연평균 10.6%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그 동안 전 세계가 상당히 안정적인 물가상승률을 기록하고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두바이는 전형적인 거품경제의 양상을 띠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로 두바이의 부동산 가치는 급락하였고 심각한 경기침체와 함께 두바이 정부는 채무상환 압력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두바이는 대규모 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GDP의 100∼120%가 넘는 수준인 800억∼1000억 달러에 이르는 국가부채를 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3)

 

이상에서 살펴 본 두바이의 성장과 추락과정을 살펴보면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필요한 중요한 정책적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두바이의 경우는 ‘과도한 차입에 의존한 성장전략’의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 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필자가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차입의존적 경제’가 아니라 성숙한 경제 시스템이 가져야 할 덕목으로서 ‘제어시스템’이다. 두바이가 단기간에 이룬 막대한 투자와 창의적인 성장전략은 모하메드 총리의 리더십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알려져 있다. 두바이 모하메드 총리의 직함은 ‘총리 겸 통치자(Prime Minister and Ruler of Dubai)’이다. ‘통치자’에 의해 추진되는 성장전략은 강력하고 신속하게 실행되는 장점을 가진다. 그러나 적절하게 제어되기는 힘들다. 특히 그 성장전략이 내부의 자원보다는 주로 외부의 자원에 의존하여 추진되는 경우 해당 경제는 외부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 이 상황에서 제어되지 못한 정책추진은 그 취약성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이 예외적 경우도 있지만 선진국일수록 정책결정 및 추진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제어시스템이 대체로 잘 작동된다. 이 같은 제어시스템은 정치 또는 경제시스템을 통해 발현된다. 즉 정치세력 간의 견제 또는 중앙은행, 금융감독기관 등 공공기간 간의 견제 및 역할분담 등이 제동장치의 역할을 한다. 두바이의 경우는 정치구조(토후국), 국영기업 중심의 경제시스템 등이 가지는 특징으로 인해 이 같은 제어시스템이 취약하였던 것이 지금 위기의 한 원인이라고 필자는 판단한다. 단 한 가지 분명히 하고자 하는 것은 강력한 리더십에 기초한 성장전략 자체를 문제시 하는 것은 아니다. 두바이의 성장전략은 인적ㆍ물적 자원이 여의치 않은 국가가 충분히 취할 수 있는 전략이며 목표달성을 위해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추진되는 정책일 경우 그 추진과정에서 다양한 형태의 환경변화를 겪게 되고 그 변화에 맞추어 정책집행의 속도조절, 전략의 부분적 수정, 리스크관리 등이 이루어질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전형적인 제어시스템 중의 하나가 중앙은행의 금리정책이다. 중앙은행은 정책금리 조절을 통하여 과도한 경기확장 또는 위축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성장전략을 금리 외에는 정책수단이 별로 없는 중앙은행이 견제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에는 다른 공공기관이 부작용이 예상되는 정부정책에 대한 제어역할을 맡아주어야 하는데 공공기관의 분권화가 잘 되어 있지 않는 경우에는 이것이 쉽지 않다.

 

우리나라가 겪은 과거 신용카드 버블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주지하다시피 정부는 2001년 미국 IT버블 붕괴의 영향으로 수출이 급감하자 경기진작을 위한 내수확대 차원에서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을 대대적으로 시행하였다. 이로 인해 2000년 8.5%에서 2001년 3.8%로 추락하였던 실질성장률이 2002년에는 7%로 큰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가계의 신용카드 차입에 의존한 소비거품이 꺼지면서 우리 경제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금융건전성을 책임지고 있는 금융감독 당국은 정부의 무리한 성장전략에 대해 적절한 제어를 하지 못하였고 이는 결국 상당수 신용카드 회사들의 부실은 물론 수많은 신용불량자를 양산하였다.4)   

 

두바이의 경우에도 ‘통치자’의 정책에서 기인한 국가부채의 증가 또는 자산가격 급등에 대해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작동하였더라면 현재의 위기상황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2007년 서브프라임 위기 발생 초기에라도 개발계획의 조정, 적극적인 국영기업의 재무건전성 확보 등의 조치를 취했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지도 모를 것이다. 이는 결국 한 국가의 경제시스템을 구성하는 공적 영역에서의 상호 견제와 협력에 관한 문제이다. 국가적 목표에 따라 추진되는 정책이라도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 적절한 제어를 가할 수 있는 공적 기능이 필요하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특히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압축 성장을 꾀하는 신흥국가일수록 그 성장의 과정에서 갑작스런 추락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제어시스템의 역할이 더욱 긴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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