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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기지개 펴는 이란(Iran),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접근해야

이란 홍성민 중동경제연구소 소장 2016/02/25

이란이 지난 1월 17일 핵 관련 모든 경제와 금융제재에서 벗어났다. 전 세계의 이목을 끌며 오랜 기간 진행되던 핵 협상이 타결되고 서방의 경제제재조치가 기대와 우려 속에 해제되었다. 2015년 P5+1 핵 협상을 타결한 지 6개월 만의 일이다. 하지만 소비국의 예상과는 달리 당사국 이란의 반응은 차분하고 신중했다.
이란이 대국(大國)이라는 면모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알자지라 방송은 “이란 제재조치해제와 함께 세계 경제에 복귀(Iran rejoins world economy with sanctions relief)”라는 제목과 함께 테헤란의 반응은 차분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여느 나라 같으면 시민들이 샴페인을 터트리며 길거리로 쏟아져 나와 축제로 들떴을 것이다. 우리는 이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은 1962년 수교한 이래 이란과는 오랜 선린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어찌 보면 그동안 한-이란 관계는 동병상련(同病相憐)의 관계였으며, 경제제재조치가 단행된 이후에는 경제적 고락(苦樂)까지 함께한 동지 관계였다. 경제제재조치의 여파로 전체 원유수입물량의 약 10%를 차지하던 이란산(産) 원유수입에 제동이 걸렸고 제품수출도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2010년 멜라트 은행사태로 한국의 수출도 커다란 타격을 받았다. 2014년에는 대(對)이란 수출이 41억6천만 달러까지 급감(急減)하고 중동 건설 제5위 시장, 상품수출 제2위 시장이라는 지위도 흔들렸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조치의 해제는 한국에 보다 절실한 조치였다. 물론 우리 정부와 업계도 대응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란 국영 TV 시청율 80%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대장금’을 비롯한 K-팝을 통한 ‘한류’는 미래를 대비하며 지속하였고, 수출업계도, 특히 타격이 가장 컷던 금융계를 중심으로 차분한 대응책으로 모색해오고 있었다.
경제제재조치의 해제로 중동의 거대시장인 이란의 문호(門戶)가 열리기 시작하고 있다. 일부 언론과 무역업계는 “중동의 최대시장 잡아라! 기회를 먼저 잡자! 등”의 표현으로 대서특필하고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저유가와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암울한 우리 경제에 장말 반갑고 기쁜 소식이다.
이제 이란이 긴 터널을 빠져나와 기지개를 펴고 세계경제에 재진입하고 있다. 하지만 너무 들뜨지 말고 그동안 “한국이 누려온 특혜가 있지 않았는가?”도 꼼꼼히 따져 봐야한다. 이번 조치로 가장 큰 경제적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국가로는 중국과 러시아가 꼽힌다. 이 경우 중동시장 전체의 경제패러다임(paradigm)도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형태로 재편될 수 있는 중동시장을 염두에 두고 거시적 안목에서 이란시장에 대한 진출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란은 단순한 자원부국이 아니라 시민혁명을 이룬 문화대국이다.
이란의 저력(底力)은 문화적 자긍심에서 나온다. 페르시아제국과 아리안의 후예라는 자긍심이 극심한 경제난을 감내하면서도 이란을 국제사회로 복귀하게 만든 원동력이 아닌가 한다. 오리엔트를 통일했던 다리우스 1세(기원전 550-486)의 페르시아제국 이후, 이란이 2500만에 강대국 미국에 맞선 쾌거로도 확대해석할 수 있다.  엄밀한 의미에서 본다면, 이란은 중동에서 유일하게 ‘시민혁명(Civil Revolution)’으로 왕정(王政)을 전복시킨 국가이다. 다만 미국과 팔레비왕정이 연계돼 있었고 그 혁명이 ‘이슬람혁명(Islamic Revolution)’이었다는 점에서 서구에서는 진정한 시민혁명으로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이란인들은 문화와 전통을 매우 중요시한다. 우리는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서방의 경제제재조치로 두 자리수의 인플레율과 실업률 등 심각한 경제난을 겪던 이란에서 제재가 해제되었다. 경제적으로는 약 1000억 달러, 우리 돈 약121조 5,000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해외 동결자산이 국제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그동안 침체했던 관광업도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이란으로서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미국의 제재를 받아왔기에 엄밀한 의미에서 37년 만의 국제사회 복귀이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축하 메시지에서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조치 해제에 대해 환영의 뜻을 보내며, “미국의 속임수와 배반을 경계하라!”고 오히려 경고했다.
40년 가까운 세월! 응어리진 한(恨)이 있었겠지만 지나친 원망이나 과도한 환영도 없이 그동안 걸어온 자신들의 길을 묵묵히 가겠다는 결연한 의지라 볼 수 있다. 보다 정확히 설명하면, 경제제재조치로 미국과의 관계가 좋아질 수는 있지만, 이슬람 혁명 이전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며 ‘문화적 침투’는 경계하겠다는 뜻이다. 한국에서 거행된 이란혁명 제37주년 기념식에서도 이러한 모습은 역력했다. 하싼 타헤리안(Hassan Taherian) 주한 이란대사의 기념사는 차분했지만 자신감이 넘치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이란의 잠재력은 자원보다는 인간(人間), 특히 그들의 상인 정신에서 찾아야 한다.
이란이 자원부국(資源富國)이라는 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세계 제2위의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4위의 원유매장량 국가. 이러한 이유로 국제석유시장이나 OPEC에서 이란이 제외된 적이 없다. 이란은 그 밖에도 철광석을 비롯한 많은 지하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주요 교역상대국으로 분류된다(<표> 이란의 일반개황 참조).

이란의 성장잠재력은 한반도 면적의 7.5배에 달하는 거대한 국토와 대규모 지하자원 및 8,000만 명 이상의 거대인구에 기인하다. 여기에 산업구조 또한 <표>에서 보듯이, 1차 산업(농업 9.3%), 2차 산업(공업 38.4%), 3차 산업(서비스 52.3%)이 비교적 안정된 선진형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 가운데 간과해서는 안 될 가장 성장요인은 인구규모와 분포다. 약8,000만 명의 거대인구는 중동지역 최대 내수시장의 잠재력이 있다. 이란과 국경을 접하거나 연관된 국가들의 이란계 인구까지 합산할 경우 줄잡아 1억5천 정도의 인구잠재력으로 시장의 구매력을 평가해야 한다. 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인구구성에서 찾아야 한다. 전체 인구의 약 60%가 30세 이하인 인구구성은 경제성장의 큰 활력소다.
고령화 사회로 이미 진입한 한국과는 다르게 65세 이상 인구가 적은 점 또한 경제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국은 현재 수출입 모두 4%대의 이란 교역국이다. 특히 젊은 인구가 다수인 이란에서 소비제품은 젊은이들의 선호에 크게 좌우될 것이다.
여기에 이란의 주요 교역국은 대부분 중국, 인도, 터키 및 일본 등이다. 과거 페르시아(Persia) 상인들이 실크로드를 따라 국제무역에서 커다란 역할을 했음을 상기할 때 매우 의미 있는 상황이다. 중국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 가운데 육상 실크로드의 핵심지역에 이란이 있다는 사실은 세계무역에서 새로운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이란에 대한 수출 비중을 늘이기 위해서는 우리는 이 점을 중시(重視)해야 한다.


신 실크로드(Silk Road)를 통한 중동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 예고
이번 제재의 해제는 단순히 이란이라는 한 국가에만 국한되는 시장개방이나 세계 경제로의 진입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이란의 경제성장에 대한 잠재력뿐만 아니라 국력 또한 크게 신장(伸長)됐기 때문이다.
이란은 해제조치 이전에도 이미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IS와의 전쟁에 깊이 관여하고 있었다. 특히 이라크전쟁 이후 이스라엘과 강력히 맞서며 사우디아라비아와도 큰 대립각을 보인다. 더욱이 이란은 “시리아와 예멘의 해결사 역할을 하겠다.”고 천명한 상태이다. 테러와의 전쟁에서 이란의 적극적인 자세는 주변의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자극하고 있으며 그 갈등 또한 증폭되는 추세다.
제재조치가 해제되자마자,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17년 만에 처음으로 유럽순방(1월 25∼29일)에 나서 에너지, 항공, 건설, 철강기업 등과 모두 470억 유로, 한화로는 약 66조원대의 계약을 맺었다. 프랑스로 부터는 30조원에 달하는 에어버스 118대 주문을 성사시켰으며, 이탈리아에서는 170억 유로에 해당하는 고속철 전철계약을 이뤄냈다. 러시아로부터는 9조원에 달하는 무기 및 군사장비 구매계획이외에 400억 달러에 이르는 사업계약을 체결하는 등 이란의 행보는 빨라지기 시작했다.
이에 뒤질세라 때를 기다렸다는 듯,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및 이란 등 중동의 핵심 3개국 순방에 나섰다. 시(習)주석은 1월 23일 이란을 공식 방문함으로써 제재 조치 해제 이후 최초로 이란을 정상(頂上) 방문했다. 시주석과 로하니 대통령은 양국관계를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고 양국은 10년 이내에 교역규모를 현재의 11배인 6천억 달러로 증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의 핵협상에서 이란을 지원했던 중국과 러시아의 전통적 관계는 제재조치 해제이후 최대의 수혜자가 되고 있다. 전통적 우방국가였던 러시아는 시리아 내전을 계기로 이란과 안보 및 국방 분야에서 동맹관계를 강화해오고 있다. 이 밖에도 아시아에선 일본이 빠른 행보를 보인다.
중국은 영향력을 과시하기라도 하듯, 중국의 ‘실크로드’ 고속화물 열차가 컨테이너 32개를 싣고 중국의 동부 저장(浙江)성을 떠나 약 9천500㎞를 달려 17일 만인 2월 15일 테헤란에 처음으로 도착하여 커다란 축하행사도 열었다. 시진핑 주석은 2013년부터 ‘일대일로’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으며, 고속철도는 아시아와 유럽을 관통하는 과거 무역로인 실크로드를 현대에 복원하겠다는 - 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 구상 중 하나다. 이 고속철도를 이용하면 배로 운송하는 것보다 30일이 더 단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이 사실에 귀 기울여야 한다.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Eurasia Initiative)’ 정책과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을 연계하는 하는 방안은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중동시장은 걸프만(The Gulf) 산유국, 그 가운데서도 아랍 산유국들에게 편중된 사고와 교역이 지배적이었다. 이란은 수니파와 시아파라는 이슬람의 ‘이분법 논리’로 접근이 어려운 국가로 인식되었고 베일에 감춰진 폐쇄된 사회로 많이 알려졌다. 이제 그 편견(偏見)에 벗어나야 한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두바이를 중심으로 한 아랍권 중동시장 이외에 테헤란을 중심으로 하는 이란권 중심의 또 다른 중동시장을 보아야 한다. 테헤란을 중심으로 하는 중동시장은 “중국-중앙아시아-인도-이란-터기-(러시아)-유럽을 잇는 동서교역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정부는 물론 업계가 꾸준히 이란진출을 위한 대응책을 마련해왔다. 하지만 대장금이나 K-팝과 같은 한류열풍으로 상품을 파는 시대는 한계에 이른 것 같다. 새로운 판로개척과 상품개발만이 경쟁에서 이기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이란 진출을 위해서는 경제논리보다는 문화적 측면에서 인간관계를 중시해야 한다. 아울러 최대 수혜자인 중국의 진출에 귀 기울여야 한다.
따라서 이란진출을 위해서는 기존의 진출방법을 탈피한 과감한 정책전환이 필요하다. 사우디-UAE 중심의 두바이시장 진출방안과 중국-이란 중심의 테헤란 시장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구별하여 중동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이란은 한국에 있어 분명 ‘기회(機會)의 땅’이다. 시장변화에 대응하는 적절한 진출방안이 마련된다면 이란은 한국에 분명히 새로운 지평을 제시해 줄 것이다.

 

 

[참고문헌]
- 연합뉴스, 세계(중동/아프리카) 2016, 12∼02.
- 중동경제연구소, 2012,
www.hopia.net/kime 및 2016, world fact book.
- 홍성민, EMERICS 전문가칼럼, “이란 제재조치의 파장과 한국”, 2010년 10월7일
- 홍성민, EMERICS 전문가칼럼, “이란에 대한 추가제재 조치의 명과 암”, 2010년 05월30일
- 홍성민, EMERICS 전문가칼럼, “이란의 선택 하산 로우하니, 핵(核)이냐 경제냐?” 2013년 7월18일
- Aljazeera, “Iran rejoins world economy with sanctions relief”, 17 Jan. 2016.
- The Korea Post, "Iran", Vol.29, No. 2, February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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