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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피아의 구분조차 없는 중동의 화약고 시리아

아프리카ㆍ 중동 기타 홍성민 중동경제연구소 소장 2015/10/29

시리아가 다시 중동의 화약고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9월 30일 러시아의 시리아 공습을 계기로 시리아 사태가 다시 걷잡을 수 없는 혼돈의 장(場)으로 변하고 있다. 5년에 걸친 시리아 내전사태에 러시아의 직접개입은 불가피하게 미·러의 대립구조를 만들고 있다. 러시아의 직접개입은 현재 정부군, 반군 및 무장단체(IS)로 3분돼 있는 시리아 사태에 주변국은 물론 강대국들의 전장(戰場)이 되었다.


러시아 개입의 명분은 테러조직 IS를 격퇴하는 것이라 하지만, 미국을 위시한 서방국가들은 그 속내가 ‘시리아 정권’을 구하기 위한 것이라 맞서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 공습의 주요대상이 IS가 아닌 반군지역의 알카에다 시리아 지부인 알누스라전선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고무된 시리아 정부군은 러시아, 이란과 함께 시리아 북부 최대도시인 알레포에서 반군과 최대결전을 준비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난민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유럽국가(EU)들은 ‘엎친 데 덮친 격의 2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10/14)에 의하면, 만일 시리아 정부군이 알레포를 탈환할 경우 약 50만∼100만 명의 난민이 추가로 발생하여 유럽은 다시 2차 난민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한다.


미·러가 시리아에서 각축(角逐)을 벌이자 IS 또한 때를 놓칠세라 세력규합에 나서고 있다. 시리아 사태를 ‘종교전쟁의 틀’로 몰고 가면서 성전(聖戰), 즉 ‘지하드’를 기치로 미국은 물론 러시아까지 십자군으로 끌어들이려하고 있다. 


실제로 IS는 이라크에서 순니·시아파 대결구도에서 종교전쟁을 부추기며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지난 10월 5일 IS가 이례적으로 이라크 남부도시 바스라에서 폭탄테러를 감행한 것은 그 징후가 아닌가 한다. 알누스라전선의 최고 지도자 아부 모하마드 알골라니가 러시아의 시리아 개입을 ‘신 십자군전쟁’으로 규정하고 항전을 선언(10/12)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시리아는 이제 “전선 없는 전장으로 피아(彼我)의 구분조차 없는 국가”로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혼돈상태가 되었다. 여기서 간과해서 안 될 점은 유럽난민의 출발지가 시리아며, ‘아랍의 봄’이후 전개된 혼란상태의 종식은 시리아정권의 안정이라는 것이다. 


단적으로 말하면 승산 없는 내전의 최대 피해자는 시리아 국민이다. 시리아에서 혼란스런 전투가 계속되는 이 순간에도 전 세계는 석유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IS가 버틸 수 있는 저력도 석유와 가스다. 시리아 주변국에는 거대한 산유국들이 있다. 


시리아 사태는 단순히 중동에서 한 국가의 사태로 국한시키기에는 곤란하다. 비록 미·러가 10월 20일 시리아 영공에서 양국 전투기 충돌방지를 위한 항공안전 양해각서에 서명을 했다고는 하지만 시리아 사태는 이제 미·러의 각축장으로 크게 확대됐다.

 

반군지원을 지원한 미국의 화약고에 불 지른 러시아
러시아 공습은 시리아의 화약고에 확실한 불을 지폈다. 러시아는 시리아 내전사태 5년을 지켜본 후 분명한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지리멸렬한 사태해결을 지켜볼 수 없다는 뜻이 분명하다.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이 타결되자마자 이란까지 끌어들이며 사태의 전면에 나선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난감한 입장이다. 이라크 침공이후 9년 동안 10만 명의 미군을 주둔시키다 2011년 말 사실상 이라크에서 미군은 철수하였다. 이를 틈타 성장한 것이 순니파 IS이며 시아파 정부의 부정부패와 무능은 이라크 자체의 존립도 위협받고 있다. IS의 성장이면에는 순니파의 동조만 있던 것이 아니었음이 종파간 분쟁에서 드러난 것이다.

 

이라크에서 미국이 균형추로 생각하는 쿠르드는 시리아 사태, 특히 시리아에서 IS축출에 미국의 지원 하에 적극 개입하였다. 그 결과 적군과 아군이 구분되지 않는 전장이 형성된 것이다. 실상 미국은 시리아 아사드 정권 축출을 위해 반군조직에 크게 의존하였다. 쿠르드의 적극개입과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은 시리아에서 오히려 IS세력을 키운 결과가 되었다.

 

쿠르드의 개입으로 터키와 미국의 관계설정이 불분명해졌다. 시리아 난민문제 또한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이에 더하여 순니파인 IS를 축출한다는 명분으로 이란의 개입이 이뤄졌고 이란과 공조한 러시아가 전면에 나타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이 시리아에서 IS를 축출하기 위해서는 이라크 순니파의 협조를 받아야하며 시리아 국내에서는 시리아 정부군의 협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미국이 지나치게 쿠르드에 의존하며 반군을 지원했기 때문에 알카에다(누스라전선)를 돕는 결과가 되었고 정체성이 불분명한 반군들은 오히려 IS를 돕는 결과를 초래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입장은 분명하다. 중동에서 유일하게 거점을 확보하고 있는 나라가 시리아이며, 항구도시 타르투스에 해군기지를 두고 시리아를 '전략적 요충지'로 삼고 있다. 그렇기에 러시아로서는 결코 시리아 정권의 붕괴를 원치 않는다.

 

터키의 입장 또한 분명하다. 터키는 시리아의 정권붕괴보다는 쿠르드 독립문제가 더 큰 위협이다. 그래서 시리아의 쿠르드민명대(YPG)를 터키의 쿠르드노동자당(PKK)와 동일 취급하며 IS 격퇴에 동참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순니파 걸프 왕정국가들은 무슬림형제단과 같은 과격한 이슬람국가(IS)의 탄생은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IS가 없는 시리아는 결국 시아파 시리아정권을 유지시켜주는 결과를 초래하기에 우유부단한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다. <표1> 참조.

 

 

<표 1> IS 격퇴에 관한 각국의 입장

국 가

국가별 입장

미 국

시리아 정권붕괴를 원하지만 딜레마에 빠짐 반군지원

러시아

시리아 정권붕괴를 원치 않음 아사드 정권 계속 지원

사우디

순니파이긴 하지만, 아랍 국가들은 순니파 IS가 스스로 붕괴하기를 원함

이 란

시리아 정권붕괴를 결코 원치 않음

터 키

IS 격퇴에 미국과 공조하지만 쿠르드 문제에는 이견 쿠르드 독립

쿠르드

IS 격퇴에 적극 가담하며 독립국가 수립을 목표 YPG

1): IS는 시리아와 이라크의 두 나라 국경까지 없애며 이슬람국가 수립을 목표로 20146월 국가수립을 선포하였음.

 

‘시리아 3분할론’의 실현가능성은 미지수
'시리아 3분할론'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적 해결을 위한 관련 당사국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10월 23일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개최된 4개국(미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외무장관 회담에 이어 이집트와 이란이 참여하는 6개국 회담도 협상 중에 있다.

러시아의 명분은 IS 관련 테러리즘 척결이며 합법적인 시리아 정부군 지원이 골자이지만, 미·러 간 큰 입장차는 회담성사 자체를 의문시하고 있다. 만일 시리아의 거점도시 알레포에서 치열한 격전 끝에 돌파구가 마련되지 못하면 생각해볼 수 있는 시나리오가 ‘시리아 3분할론’이다. 3분할 연방제는 알아사드 정권의 기반인 알라위파와 순니파, 쿠르드족 등 3대 종파·민족이 자치권을 갖는 해결방안이다. 이와 같은 '시아-순니-쿠르드 3분할론'은 방식은 이라크에서도 꾸준히 제기돼 왔던 것이다. 하지만 국가의 정체성 문제 때문에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종파간 분쟁이 심화되어 IS를 양산하는 결과만 초래했다.

시리아에서 분할론은 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시리아의 반군세력인 알누스라전선이 이 방식에 찬성할리 없고 특히 순니파 IS의 존재는 시리아, 아랍국가 및 이란 모두에게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순니파 반군세력인 알카에다와 IS의 공존도 걸림돌이 된다.

분할론이 보다 더 어려운 점은 쿠르드족에게 있다. 물론 쿠르드에게 있어서 3분할론은 환영할 만한 것이지만, 터키가 과연 용인할 수 있을까? 물론 이란도 이에는 반대할 것이다. 그렇기에 이제 시리아에서의 혼돈의 책임은 미국뿐만 아니라 쿠르드에 지나치게 의존한 측면에 쏠리고 있다. 물론 이라크에서 다소 성공한 것 같지만 쿠르드족이 진정 원하는 것은 ‘평화보다는 독립’이다. 이 점에 귀 기울여야 한다.

 

<표 2> 시리아의 무장단체 현황

무장 세력 및 단체

특 성

비 고

이슬람국가(IS) 전투원

이라크, 시리아의 이슬람 순니파

시리아의 과격파 반군*

시리아 정부군

시리아 아사드 정권 친위대

 

쿠르드노동자당(PKK)

터키의 쿠르드 무장세력

 

쿠르드 민주동맹당(PYD)

시리아의 쿠르드 무장세력

 

쿠르드 인민수비대(YPG)

PYD의 쿠르드 무장단체

여성수비대는 YPJ

페쉬메르가(Peshmerga)

이라크 자치정부(KRG) 무장단체

 

자유시리아군(FSA)

시리아 온건파 반군세력

 

시리아국민연합(SNC)

시리아 반군연합체

 

알누스라 전선

알카에다의 시리아 지부

 

호라산그룹(Khorasan G)

알누스라 전선에 파생된 과격파

시리아 내전 중에 결성

아흐라르알샴

이슬람 반군세력

Ahrar al-Sham

제이쉬알파트흐(정복군)

시리아 반군연합체

Jaish al-Islam

부르칸 알푸라트

FSA 소속 반군들과의 연합체

유프라테스 화산이란 뜻

시리아아랍연합(SAC)

시리아 북동부 FSA 소속 연합체

2015년 최근 결성

헤즈볼라

레바논 시아파 무장단체

이란이 강력 지원

*: 시라아의 반군세력은 최고군사위원회(SMC)와 제휴 그룹, 이슬람 전선, 독립그룹,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 그룹, 쿠르드 그룹 등으로 대별할 수 있으며, 각 그룹은 또한 다수의 분파를 갖고 있다.


 <표 2>에서 알 수 있듯이, 시리아는 이제 파악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무장 테러단체가 있다. 크게 보아서 알카에다 계열의 반군단체와 이를 돕는 미국과 쿠르드의 무장단체로 대별되며 그 가운데 중추적 역할을 하는 단체가 YPG다.

러시아의 명분은 설득력이 있다. IS와 테러단체(반군세력인 알누스라전선)에 공격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미국이 지원하는 반군단체(일부는 IS에 동조)가 타격을 받고 미국이 시리아정부군을 직접 공격하면 러시아와 맞부딪치게 된다. 그래서 알레포에서 쿠르드가 더 중요하고 IS는 뒷전인 것이다. 따라서 IS는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얻고 시간을 벌며 전열(戰列)을 가다듬을 수 있는 호기(好期)를 맞고 있다. 

이렇듯 혼란스러운 시리아사태에서도 IS의 척결이 주목표이다. 물론 근본적인 해결책은 시리아 정권의 안정에 있는 것이며, 시리아 정권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국제사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직시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라크전쟁은 좋은 본보기로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될 것이다.

아울러 전 세계가 지금은 저유가의 혜택에서 안주할지 모르지만, 급변하는 중동사태는 언제든 ‘고유가’의 시한폭탄을 안고 있다. FT에 보도(10/14)에 따르면, IS는 돈줄인 석유로 매일 150만 달러를 벌어들인다고 한다. IS는 시리아 동부 유전지대를 대부분 장악하고 있다. 아울러 시리아 전력의 90%가 천연가스로 충당되는데 8개의 발전소까지도 IS의 수중에 있다고 한다. 

IS의 저력이 석유로부터 나온 다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러한 상황은 시리아에서 반군단체들이 IS에게 협력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만들고 있다. 따라서 시리아 사태는 단순히 종파간 종족간 분열사태로 볼 것이 아니라 시리아가 갖는 지정학적 의미에서 고찰해야 한다. 주변에 산유국들이 운집하고 있기에 시리아사태 해결에 전 세계가 공조해야한다. 특히 시리아가 유럽 난민의 출발지가 되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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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리아의 내전(2011년) 이후 1,100만 명이 피란했고 그 가운데 418만 명이 외국으로 도피했다.
2) 이 분할론은 2015년 6월 미국의 브루킹스연구소의 마이클 오핸런 선임연구원이 제안한 것이다.

[참고문헌]

 

- 경향신문, “[시리아 공습]“서방 공격 임박했었다”… 미, ‘호라산 그룹’ 새로운 적 지목”, 2014-09-24
- 연합뉴스, 세계(중동/아프리카) 2015, 01∼10.
-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IS분포도 지도, http://www.france24.com
- 홍성민, EMERICS 전문가칼럼, “IS의 시리아: 이슬람국가 탄생인가, 새로운 전쟁의 시작인가?” 2014-09-19.
- BBC News, "What is IS?",
 http://www.bbc.com/news/world-middle-east-29052144
- FT News, https://www.ftnewspaper.com/cgi-bin/ftusa.cgi/ 2015-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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